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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안보,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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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국제협력방안: 농업과 자연재해를 중심으로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력에 활발히 동참해왔다. 1994년 유엔기후변화협정에 가입하여 교토의정서 체제를 거쳐 현재의 기후대응체제인 파리협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0년과 2012년에는 유엔기후..

    김다울 외 발간일 2022.12.20

    국제정치, 북한경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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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2. 연구 범위 및 방법
    제2장 북한 기후변화ㆍ자연재해 현황 및 재해 위험요인
    1. 기후변화 현황
    2. 자연재해 현황 및 영향
    3. 북한 자연재해 위험 평가

    제3장 이상기후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1. 연구 배경 및 선행연구
    2. 분석 모형 및 자료
    3. 분석 결과
    4. 북한의 식량수급 및 시사점

    제4장 북한 자연재해ㆍ농업 분야 대응 현황
    1.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 인식
    2. 자연재해 대응 현황
    3. 농업 분야 대응 현황

    제5장 국제사회와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 협력
    1.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적응 협력체계
    2.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 국제협력 현황
    3.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사례

    제6장 결론 및 제언
    1. 요약
    2. 북한 기후변화 적응 국제협력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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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북한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력에 활발히 동참해왔다. 1994년 유엔기후변화협정에 가입하여 교토의정서 체제를 거쳐 현재의 기후대응체제인 파리협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0년과 2012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기후변화 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여 북한의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조치, 온실가스 발생 현황과 감축 계획을 보고했다. 대내적으로도 2019년 ‘국가재해위험감소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의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북제재로 인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크게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먼저 자연재해와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영향과 북한의 대응 실태를 분석하여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통계 및 문헌, 언론자료를 참고하였을 뿐 아니라 실시간 위성 자료를 활용해 북한의 기후변화 영향과 정책 성과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였다. 둘째로 자연재해와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의 국제협력 현황을 검토하고 우리나라가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데 국제사회와의 연계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과 주요 협력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장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북한의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 현황을 검토하고 북한의 자연재해 위험을 평가하였다. 북한에서 급격한 기후변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특히 봄철의 기온 증가와 여름철 강수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거의 매년 자연재해가 발생하였는데 가장 빈번히 발생한 홍수는 큰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가뭄은 발생 빈도가 높지는 않으나 평균 1,00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는 북한의 SDGs 달성을 지연시키는 데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북한의 종합적 자연재해 위험이 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INFORM 위험지수를 기반으로 볼 때 북한의 빈번한 자연재해와 식량부족이 북한의 재해 취약성을 높이고 있으며, 미흡한 제도와 관련 인프라 부족도 북한의 재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자산 종류별로는 농지, 지역별로는 황해남도가 홍수에 대한 노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자연재해와 식량부족 간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3장에서는 원격탐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상기후가 북한 농업 부문에 미친 영향을 실증분석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북한의 식량안보에 대한 함의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도출하였다.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쌀 생산성과 옥수수 생산성 모두 폭우와 가뭄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북한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매우 높은 국가로서 역설적으로 식량 수급 관점에서 이상기후와 같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에서 고온일수, 폭우 일수와 같은 이상기후 발생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도적 관점에서 국제협력을 통해 북한 농업이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4장에서는 자연재해와 농업 분야 대응 현황을 분석하였다. 자연재해 법제도에 대한 검토 결과 북한은 국가 차원과 각 부문ㆍ지방 차원의 이원적 재해통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재해의 방지, 대비, 대응, 복구에 있어 법령에 나타난 조직이 실제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재해 방지를 위해 국토관리총동원 사업을 가장 중시하며 추진해왔다. 북한 수자원 시설의 전반적인 노후화도가 상당하지만, 위성자료에 기반한 분석 결과 중요 하천에서 강폭이 확대되고 댐 건설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수자원 시설이 확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농업 부문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내용이 여러 법령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법제 안의 조항들은 모두 재난을 예방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을 뿐, 실제로 일어난 자연재해에 대응하거나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닌다. 정책적인 대응으로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농촌발전전략을 통해 농업 부문이 북한 산업 내 중요한 핵심 축임을 연이어 강조하고 농업 부문 전반의 생산량 증대를 위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농업 정책에서 재해성 이상기후 등 농업 생산량을 저해하는 기후변화적 요소에 대해서 언급한 점이 주목되나, 실질적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전략과 계획의 구체성은 낮다.

    5장에서는 국제사회와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 농업과 자연재해 분야의 논의 및 협력 동향을 분석하였다. 기후변화 적응이라는 개념은 제16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설립되었으며, 이는 가장 최근에 채택된 파리협정과 신기후체제, 그리고 글래스고 기후합의에 반영되었다. 구체적으로 파리협정은 농업 부문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고, 이에 적응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추진하는 국가적응계획 농업통합 프로그램(NAP-Ag) 등 농업 부문을 국가적응계획(NAP)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데, 이는 농업 부문의 구조적인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기후 회복력과 지속 가능한 개발로 전환되면서 국가 전반, 혹은 식량 수급에 취약한 계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분야에서는 센다이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각국의 재해위험 감소와 재해회복력 강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대응, SDGs의 통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주요 환경협약에 모두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대북제재 이후에도 일정 수준 유지되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부분 중단된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북협력사업은 인도적 국별 지원팀(HCT)을 중심으로 북한 내각과 협력하며 추진되어 왔으며, HCT에 소속된 국제기구 및 국제단체는 식량, 자연재해 대응, 영양, 농업 등의 분야에서 주로 협력사업을 추진하였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라는 대외적 여건, 북한의 폐쇄성과 특수성에 따른 대내적 여건 등은 국제사회의 대북협력에도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장에서는 대북 기후변화 적응 협력 면에서 국제사회와의 연계에 대한 필요성과 자연재해ㆍ농업 분야의 주요 협력과제를 제시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이 시급한 문제임에도 대북제재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 현재의 대내외 환경은 남북협력을 추진하는 데 우호적이지 않다.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불가피한 노력이나 한반도의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협력을 통한 평화 조성이라는 ‘그린데탕트’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협력은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고 그린데탕트를 실현하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국제기구는 물론 유럽의 다수 국가 및 EU는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며 북한의 무력도발을 규탄하는 동시에 대북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기구, 국제NGO, EU, 스위스 등 대북지원을 지속하는 국제단체 및 국가와의 공동협력사업, 국제 환경협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제사회와 연계하여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재해위험 이해 증진, 재해위험 거버넌스 향상, 재해위험 경감을 위한 투자, 향상된 재해대비 및 복구를 위한 자연재해 분야 사업과 폭우 및 가뭄 등 극한기후에 따른 농업 피해 경감 사업을 추진하는 데 다양한 국제사회 구성원과 협력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북한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며 한반도의 그린데탕트를 실현하는 데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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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도네시아 포괄적 미래 협력 방안 연구

    2023년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 50년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다져왔다. 양국은 2006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통해 포괄적 협력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였..

    최인아 외 발간일 2022.12.30

    경제협력, 국제정치 동남아대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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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 연구의 범위와 구성

    제2장 한-인도네시아 외교ㆍ안보 협력과 전망
    1. 한-인도네시아 관계 발전 과정과 요인
    2. 한-인도네시아 외교ㆍ안보 협력 현황과 평가
    3. 역내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협력 기회와 도전과제
    4. 소결

    제3장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 현황과 전망
    1. 한-인도네시아 경제협력 성과 및 평가
    2. 최근 대외환경 변화와 양국간 협력 수요
    3. 경제협력 고도화 기회요인과 도전과제
    4. 소결

    제4장 한-인도네시아 인적 및 사회ㆍ문화 교류 협력과 전망
    1. 인적 교류 현황 및 평가
    2. 사회문화 협력의 현황과 평가
    3. 인적 교류 및 쌍방향적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한 기회와 도전과제
    4. 소결

    제5장 한-인도네시아 중장기 협력 방안
    1. 연구 요약 및 종합 평가
    2. 한-인도네시아 협력 고도화 방안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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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2023년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 50년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다져왔다. 양국은 2006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통해 포괄적 협력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2017년에는 양자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였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은 양국이 상대국에 대해 인식하는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미ㆍ중 전략 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국이 경제ㆍ외교 다변화를 추진할 주요 파트너국으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재편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이 협력해야 할 핵심 국가다. 인도네시아에도 한국은 자국의 제조업 현대화, 수도 이전, 방위산업 성장에 기여할 주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본 연구는 지난 50년간의 한-인도네시아 관계를 평가하고, 향후 양국 협력 확대의 기회요인과 도전과제를 분석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제2장에서는 한-인도네시아 관계 발전요인을 검토하고,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한-인도네시아 간 협력 성과와 향후 협력 기회를 고찰하였다. 양국간 외교ㆍ안보 교류는 냉전 종식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되었으며, 1990년대 후반 한-아세안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심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방산협력은 양국간 상호 협력 수요가 가장 맞닿았던 분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전략적 파트너로서 상대국을 인식하고 국방ㆍ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왔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이 인도네시아 무기수입에서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양국간 방산협력은 전투기 공동 개발 추진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방산협력을 통해 쌓아온 신뢰에 힘입어 군 고위급 인사 교류, 상호 위탁 교육, 역내 다자 연합훈련 등을 통해 양자간 국방 협력을 확대해왔다. 양국은 아세안 안보 협의체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협력해왔으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도 남북 대화 촉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였다. 또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G20과 믹타(MIKTA) 회원국으로서 다양한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중견국 협력을 모색해왔다. 

    최근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지역 질서 변화 속에서, 양국이 상호 협력할 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포용적 지역 질서 형성’과 ‘외교적 자율성 확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인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을 주도하였으며,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인태 전략도 AOIP와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인 인태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 추진에 있어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국간 상호 핵심 이익이 다르다는 점은 한-인도네시아 간 전략 협력 확대의 한계요인으로 꼽힌다. 양국이 전략 대화 활성화를 통해 상호간 핵심 이익에 대한 접점을 모색하고, 핵심 안보 파트너로서 상호 신뢰를 제고해나갈 필요가 있다.  

    제3장에서는 수교 이후 한-인도네시아 간 경제협력을 평가하고 향후 협력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였다. 수교 이래 인도네시아는 목재, 원유, 액화석유가스(LNG) 등 자원에 대한 한국의 주요 공급국이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대인도네시아 교역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해왔으나, 인도네시아산 원자재 수입이 한국 제조업 성장에 기여한 것을 고려할 때 양국은 상호보완적 구조의 경제협력을 발전시켜왔다고 할 수 있다. 당초 채굴과 노동집약적 제조업으로 시작했던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투자는 인도네시아가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배터리,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과 금융 분야까지 확대되는 질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과 세계 4위 인구를 보유한 거대 내수시장은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한국 주력 산업의 전략적 투자를 유인해왔다.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2021년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투자는 1억 8,320만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제조업 분야 투자 강화는 2018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Making Indonesia 4.0’ 등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조업 성장을 모색하는 인도네시아의 정책에 기인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은 ‘첨단 제조업 강국’을 목표로 하는 산업정책 추진에 필요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면서 한국에서도 인도네시아를 단순 원자재 수입국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보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핵심 광물 공급처로서의 입지를 활용해 가치사슬 하류부문의 제조업을 유치하는 일종의 산업 내재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기업의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기지 투자로 이어져 양국간 전략적 차원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신수도 건설을 둘러싼 인프라 개발 협력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첨단산업의 전략적 연대, 신수도 건설 협력 등 다수 분야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양국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보였다. 또한 세계 10대 탄소 배출국인 인도네시아와의 기후변화 관련 협력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의 국가별감축안(NDC)에서 산림ㆍ토지 분야의 감축 목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과 한국 해외조림사업의 약 75%가 인도네시아에 집중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산림 부문의 협력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 인도네시아의 자원민족주의 성향, 인도네시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는 한-인도네시아 전략 협력 확대의 도전과제로 꼽힌다.

    제4장에서는 한-인도네시아 간 인적 교류 및 사회ㆍ문화 협력을 평가하고 양국간 협력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였다. 한-인도네시아 간 인적 교류는 1980년대 중후반 우리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과 함께 본격화되었으나, 양국간 교류가 활발해진 것은 200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양국 국민의 상호 교류는 점진적으로 증가했으나, 베트남과 필리핀 등 다른 아세안 주요국과 비교할 때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더욱이 코로나19 발생은 단기 방문과 장기체류 모든 면에서 양국간 이주와 이동의 축소를 야기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아세안 회원국과의 인적 교류 축소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는 아세안 회원국 국민의 장기체류 감소율을 비교할 때, 유독 인도네시아인의 비율이 높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사회가 ‘인도네시아인이 장기적으로 머물고 삶을 영위하는 데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낮은 문화다양성 인식은 한국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의 일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양국간 인적 교류의 양적ㆍ질적 회복을 위해서는 문화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한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최근 20여 년간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가까워졌으며, 그 중심에는 한류가 있었다. 한류는 인도네시아인이 한국어, 한국 문화와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한국사회에서 인도네시아어, 인도네시아 전통 및 현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학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인도네시아학을 포함한 동남아학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즉, 양국간 문화 교류는 인도네시아 내의 한국 문화 강세와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한국 내의 관심 저조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비대칭적이고 불균형한 문화 교류는 앞으로 한국이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제5장에서는 상기 분석을 바탕으로 한-인도네시아 관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현재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고도화할 수 있는 비전과 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한-인도네시아 협력 고도화를 위한 중장기 비전으로 ‘평화롭고 포용적이며 공동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질서를 위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제시하였다. 아울러 상기 비전 달성을 위한 4대 협력 방향으로 ① 핵심 전략적 파트너로서 신뢰 구축 기반 강화 ② 신뢰할 수 있는 지역ㆍ글로벌 전략 파트너로 도약 ③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상호호혜적인 경제 파트너십 구축 ④ 디지털 시대의 지속가능한 인적 교류와 상호인식 제고를 제안하였다. 

    첫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핵심 전략적 파트너로서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상간 교류 활성화가 양국 협력 심화의 토대가 되어온 만큼, 정상 교류 정례화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로서 상호 신뢰를 유지ㆍ제고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고위급 전략 대화 강화를 통해 상호간의 핵심 현안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일관된 협력 정책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 및 고위급 대화를 통해 식별된 핵심 협력 분야에 대해서는 관련 공동위원회 혹은 실무협의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논의ㆍ발굴해나가야 한다. 양국간 상호 신뢰 제고는 정부간 노력만으로 성취할 수 없는 만큼, 1.5~2트랙 대화 활성화를 통해 양측 전문가 집단간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국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핵심 안보 현안에 대해 협력하는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상호 핵심 이익인 아세안 중심성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UN 및 믹타(MIKTA)를 중심으로 다양한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공조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해양안보, 대테러,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 사이버안보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복합 안보 대응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산협력이 한-인도네시아 국방 협력을 견인해온 만큼,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산협력 전략 구축을 통해 핵심 방산 파트너로서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양국간 호혜적인 경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무역ㆍ투자 확대 및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인프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협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추가 개방 및 무역ㆍ투자 원활화 조치를 통해 양국간 무역ㆍ투자 확대를 모색하고,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원자재에 대한 보호정책을 구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배터리, 디지털, 스타트업 등 신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을 포함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협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산림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양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수요를 고려해 해양환경 분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양국간 인적ㆍ사회문화 교류를 확산할 요인이 되는 만큼, 과학기술 협력 및 인도네시아의 창의 문화 산업 인재양성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인적ㆍ문화 교류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문화원 설립, 인도네시아 내 한국학 발전과 한국 내 인도네시아학 발전 제고 등 다양한 문화ㆍ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양국간 문화 다양성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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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안 신흥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모델 구축에 관한 연구

    인도·태평양 및 사이버, 신기술, 우주 등 새로운 전략적 공간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생존과 번영 및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4강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다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중..

    오일석 외 발간일 2022.12.30

    경제안보,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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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연구의 필요성과 방법
    1. 연구의 필요성
    2. 연구의 방법

    제2장 신흥안보 위험의 안보화 과정과 협력 분야 식별
    1. 의의
    2. 신흥안보 위험의 특징
    3. 신흥안보 위협의 안보화 과정과 분석틀
    4.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한 신흥안보 위험 유형의 식별

    제3장 아세안 신흥안보 상황과 협력 현황
    1. 신흥안보 위협의 아세안 확산
    2. 한·아세안 신흥안보 관련 협력 현황
    3. 소결

    제4장 한·아세안 신흥안보 협력 발전을 위한 모델 제안
    1. 협력의 추진 원칙 및 전략
    2. 신흥안보 분야 對아세안 협력 모델 구축
    3. 구체적 협력 방안의 제안

    제5장 결론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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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인도·태평양 및 사이버, 신기술, 우주 등 새로운 전략적 공간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생존과 번영 및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4강 중심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다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중 경쟁에 따른 진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선진 ICT 기술과 G8에 상응하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외교안보 전략의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에서의 지정학적 가치를 발휘하는 유연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외교안보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전략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국가를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상’으로만 설정하지 않고 신흥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이상기후, 신종 감염병, 식량, 사이버 위협, 신기술 발전에 따른 역기능, 자원/에너지 등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주민(people)의 삶과 사회의 안전한 생존을 담보하여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는 신흥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전환된 방향에서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신흥안보는 지구화와 산업화로 발생한 새로운 위험 요소가 상호작용을 통해 양적·질적 변화를 거치고 임계점을 넘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전환됨에 따라 안보적 관점에서 이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신흥안보 위험이 갖는 속성과 파급 속도, 대응 주체 등을 고려하여 환경안보, 보건안보, 사이버안보, 자원안보(에너지/식량)에 대한 관리 모델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흥안보 위험들은 공통적으로 어느 한 부문의 창발 단계에서 시작하지만, 양적·질적 축적 과정을 지나 임계점의 단계를 넘을 때 비연계 부문으로의 확장이증가하고,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지정학적 이슈화와 갈등을 낳는 동학을 보인다. 관건은 거시적 차원의 지정학적 안보 위협으로의 증폭을 막기 위한 국면별·행위주체별 대응 모델을 수립하는 일이다. 즉, 창발-임계-확산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협력 초점 설정이 요구된다.

    한국과 아세안의 신흥안보 협력 강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흥안보 위험의 유형에 대응하는 적합 거버넌스 구조와 안보화의 과정 및 아세안 각국의 진영화에 대한 입장 등을 고려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신흥안보 협력의 내용은 창발-임계-확산의 안보화 과정에 따라 내용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환경안보, 보건, 사이버, 자원 등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과 행정적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다. 그렇지만 신흥안보적 접근에 기초한 협력을 강화하려면 외교안보적 군사적 수단의 협력 또한 담보되어야 한다. 인도적 지원과 행정적 협력이 안보화 과정의 첫 단계인 창발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 가능한 협력이라고 한다면, 외교안보적 군사적 협력의 내용은 임계와 확산 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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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본 연구는 향후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구조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중관계 역시 이전보다 더 밀착되고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미중 전략경쟁이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의 도출을 통..

    정은이 외 발간일 2022.12.30

    국제정치, 중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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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2. 연구 내용 및 방법
    ❙제2장  국제질서 변화와 북중관계: 역사적 고찰
    1. 국제질서의 변화와 미중 경쟁체제
    2. 국제질서의 변화에 따른 북중관계의 전개
    3. 소결

    ❙제3장  미중 전략경쟁의 북중관계에 대한 영향
    1.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상호 인식
    2. 미중 전략경쟁 시대 중국과 북한의 상호 정책
    3. 소결

    ❙제4장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 분야별 쟁점: 정치·안보 분야
    1. 북중관계와 북핵 문제
    2. 북중관계와 신흥안보 협력
    3. 북중관계와 한중관계
    4. 북중 전통적 우호협력관계
    5. 북중관계와 한미동맹
    6. 북중관계와 한반도 평화·통일
    ❙제5장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 분야별 쟁점: 경제·사회 분야
    1. 북중 무역관계
    2. 북중 경제협력
    3. 북중 인적교류와 관광
    4. 북중 발전전략과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 적용
    ❙제6장  결론 및 정책 방안
    1. 요약 및 결론
    2. 정책 방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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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 연구는 향후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구조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중관계 역시 이전보다 더 밀착되고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미중 전략경쟁이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의 도출을 통해 향후 우리 정부의 정책적 대응 방안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크게 다음 5가지 측면에 주목하였다. 

    첫째, 국제질서 구조의 변화와 북중관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냉전 시기와 탈냉전 시기 미중관계와 최근 미중 전략경쟁의 양상과 특징을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국제질서의 변화에 따른 북중관계의 전개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이러한 분석에 기반하여 북중관계의 변화 요인 및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를 고찰하였다.

    둘째, 2008년 이후 강화된 미중 전략경쟁이 북중관계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중국과 북한이 미중 전략경쟁에 대해 상호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러한 인식이 북중 양국의 상호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시대의 도래에 따라 북중 정치·안보 분야에서 제기될 수 있는 핵심 쟁점을 발굴하고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현황과 특징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기한 핵심 쟁점 사항은 6가지로 북핵문제, 신흥(비전통)안보 협력문제, 북중관계의 한중관계에 대한 영향, 북중 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의 지속 여부, 북중관계 강화와 한미동맹에 대한 영향, 북중관계 강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미치는 영향이다.

    넷째, 미중 전략경쟁시대의 도래에 따라 북중 경제·사회·문화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쟁점을 발굴하고,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현황과 특징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핵심 쟁점은 4가지로 북중 무역관계와 북한경제, 북중 경제협력과 산업협력, 북중 인적교류와 관광협력, 북중 발전모델 비교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의 변화에 따른 한국의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즉, 미중 전략경쟁 시대 본 연구가 정치·외교 및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제시한 10가지 핵심 쟁점의 현황 분석 및 시사점의 도출을 통해 향후 한국의 대외전략 및 대중·대북정책 방안에 대한 제시이다.

    특히 본 연구는 ‘연구내용’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구조화 추세를 변수로 설정하고 이것이 북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기까지의 미중관계를 독립변수로 다루고 있는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북중관계 강화, 북중관계와 한미동맹, 북중관계와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각각의 쟁점별로 세부적인 논쟁 지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분석 결과, 2장에서는 북중관계의 주요 변화 요인으로 첫째, 국내적 요인으로는 최고지도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동시에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환경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으며, 셋째는 지정학적인 측면에서의 한반도의 가치 변화 또한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미중 간 상호 견제와 경쟁이 치열할수록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였고, 이는 북중 양국이 관계를 강화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미국 역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였고, 이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동기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와 북한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는 북중관계의 변화를 이끄는 매우 중요한 변인이었다.

    한편 미중 전략경쟁 시대 북중관계에서의 주요 쟁점은 첫째, 미중 전략경쟁을 바라보는 중국과 북한의 인식 및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정책에 어떻게 상호 반영될 것인가의 문제였다. 둘째, 미중 전략경쟁시대의 도래가 북중 정치·안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문제였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시대의 도래가 북중 경제·사회·문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므로 3장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미중 전략경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북중관계 차원에서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거시적이고 이론적인 시각에서 서술을 진행하였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중국에게 전략적 자산으로 언제까지 기능할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으며 우리는 이와 관련된 정책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즉, 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에게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왔고, 북한 특유의 자주외교 노선을 강조해 왔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핵 군사 모험 노선을 통해 현재의 미중 갈등 구조를 더욱 이격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과거 트럼프 행정부 초기처럼 실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할 경우, 중국에게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에게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로 인한 갈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핵심 이익인 홍콩, 위구르, 타이완, 남중국해 문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문제까지 미국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주변부 이익인 북한을 위해 미국과 고도의 갈등 초래를 희망하지 않을 것이다. 즉, 미국과의 협력 카드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이든 북한이든 현재 국면에서 양국의 이해가 일치했고, 전통적 이익동맹의 논리가 작용하여 북중관계가 밀착된 상황을 냉정하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북중관계 밀착도 결국 일시적이며, 이해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관계는 해체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되며 북중관계 밀착이 우리에게 손해라고 한다면, 양국의 이해 일치를 이격시키면 되고, 북한은 언제든지 이해관계에 따라 중국을 방기할 수 있는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답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래서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에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북한이 중국에게 계속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것인가? 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에게 전략적 자율성을 보유해 왔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중국이 통제 불가능한 군사 모험 카드를 사용하고, 미국이 이에 대한 응징을 명분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대중 견제를 위한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에게 북한은 다시 전략적 부담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중국과 북한 모두 현재 국면에서 양국의 이해가 일치했고, 전통적 이익동맹의 논리가 작용하여 북중관계가 밀착된 상황을 냉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중관계 밀착도 결국 일시적이며, 이해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관계는 해체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즉, 북중관계 밀착이 우리에게 손해라고 한다면, 양국의 이해 일치를 이격시키면 되고, 북한은 언제든지 이해관계에 따라 중국을 방기할 수 있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답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4장에서는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상호 밀착되고 있는 북중관계와 관련된 정치·안보 분야의 6가지 쟁점들에 대한 현황 및 특징 분석을 바탕으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첫 번째 쟁점은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에서 북핵문제이다. 이는 현재까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 북핵 문제는 북중 모두에게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북핵 이슈의 효과는 여전히 유용한 동시에 북핵 문제로 인한 한미일 동맹 강화에 따는 대중 압박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또한 북중 밀착을 활용하여 국제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를 저지하는 데 중국의 지지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에서 신흥안보 협력 문제이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예방과 같은 보건 등 부문에서의 신흥안보 협력이다. 이는 우선 미중 간 협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이슈로서, 미중 간 신흥안보 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비전통 안보협력은 북핵 문제와 같은 전통 안보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안보 협력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북한의 사회주의 국가들과 국제기구와의 협력 및 교류 가능성, 북중 방역 협력, 동북아시아방역보건협력체의 북한 견인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기후변화 분야에서 미중 협력 혹은 갈등 요인이 북중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와 더불어 사이버 협력 분야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 등을 살펴보았다. 

    세 번째 쟁점은 미중 전략경쟁시대 북중관계와 한중관계의 관계이다. 우선 한국의 입장에서 한중관계의 전략적 소통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 도발을 통제하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견인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을 수 있고, 중국은 북중 밀착 속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여 한국의 대미 경사를 저지하고, 한국이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협조를 구하도록 만들기 위해 북중 밀착을 적극 활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쟁점은 북중 간 우호 협력관계의 지속 여부이다. 북중관계의 역사를 볼 때, 북중 양국은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관계가 소원하거나 밀착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현재 북중 양국이 상호 간의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관계의 지속 및 강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호 간의 ‘전략적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본 연구는 북중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의 지속과 관련한 쟁점으로 전략적 불신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이념과 가치 연대의 지속 가능성, 군사협력으로 확대 가능성 등의 문제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최근 북중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밀착’ 추세는 한미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구조 아래 북중 간 긴밀한 협력 강화가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 나아가 통일문제에 미칠 영향도 우리에게는 주요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반도 평화·비핵 프로세스, 한반도 통일문제를 구분하여 각 문제에 북중관계 강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였다.

    5장에서는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북중관계의 핵심 쟁점을 고찰하였다. 주요 쟁점으로 북중 간 무역, 경제협력, 인적교류와 관광, 북한의 발전전략 등을 선정했다. 먼저, 무역 부문에서는 북중 경제관계와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에 대한 틀 속에서 대중적자의 지속 가능성,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상황, 미국의 제재 요구에 대해 중국의 조치 등을 주요 쟁점으로 분석하였다. 두 번째 경제협력 부문에서는 중국의 대북 직접투자와 접경지역 개발협력 및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북한의 대외개발 관리 리스크, 북한의 정책 일관성 리스크, 개방 속도조절 리스크 등을 쟁점으로 거론하였다.

    한편 북중 인적교류와 관광 협력에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북중 관광 협력의 재개 가능성,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북중 관광의 확대 가능성, 북중 관광 확대의 대중 경제의존도 심화문제, 남북중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또한 북중 발전전략에서는 초기조건의 차이가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의 도입과 적용을 막을 것인가,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협력이 담보가 될 수 있는가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줄타기를 계속하는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은 앞으로도 같은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북중관계가 공고해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중관계가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더 촘촘해지면 북중경제협력을 수행하는데 제한이 따를 것이다. 미중갈등과 북핵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북중경협의 장래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투자와 접경지역 개발 등의 분야에서 북중경협에는 분명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북핵문제와 그에 대한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 제재는 그 잠재력이 발휘될 공간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제재 속에서 가능한 협력사업이 제한적이지만 관광을 통한 북중 간 인적교류가 향후 북중 협력의 주요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의 장기화 및 제재 속에서의 개발 제약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북중 간 인적교류에 기반엔 관광협력이 증가한다면 이는 곧 개방의 확대를 의미하므로 장기적으로는 남북중 관광 협력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 이와 더불어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될 경우,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북한의 중국에 종속 수준이 더욱 심화될 우려를 낳는다. 특히 북한의 법 제도가 중국식으로 재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남북 경제 통합의 측면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에 대한 합류를 통해 개혁개방의 수준이 진전된다면 이는 곧 자본주의 요소의 확대를 의미하며 한국과의 협력 여부 또한 확대되어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 오히려 한반도의 안정을 유인하는 동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토대로 본 연구는 다음 3가지 차원에서 정책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한국의 대외전략 차원에서의 고려사항이다. 이에 대해 미중 간 전략적 경쟁 대비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과 영향력 확보의 필요성,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아래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발전의 균형 모색을 제시하였다. 둘째, 한국의 대중국 정책 차원이다. 이에 대해 미중 및 북중관계의 상호 작용과 함수관계에 대한 전략적 고려, 미중 전략경쟁 시대 한중 협력의 재설계와 유인 문제, 한중관계 관리와 남북관계 정상화의 필요, 대중 견제와 한미동맹을 활용한 북핵문제 접근법, 지방 차원에서의 접근 모색, 생태관광과 남북중 그린데탕트 구성, 신흥안보 분야에서의 남북중 협력방안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북정책 차원이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 변수에 대한 전략적 고려의 필요성, 비제재 영역에서의 북한과의 교류 재개 모색, 북한과의 불신 해소 관리 및 대화 재개 동시 모색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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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전략경쟁 시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

    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의 내용 및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 산업별로 글로벌 공급망의 현황을 탐구하는 것인데, 특히 최근 중시되고 있..

    허재철 외 발간일 2022.10.30

    경제협력,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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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문제제기
    2. 연구의 배경
    3. 경제안보의 개념
    4. 연구의 내용과 범위
    제2장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
    1. 미중 전략경쟁
    2. 경제-안보 연계와 21세기 경제적 통치술  
    3. 글로벌 공급망의 탈동조화
      
    제3장 산업별 공급망 사례
    1. 반도체 산업의 지경학적 경쟁
    2.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핵심광물 쟁탈전
        
    제4장 국가별 사례
    1. 일본의 경제안보 전략: 리스크 관리와 경제성장  
    2. EU의 경제안보 전략: 전략적 자율성을 위한 주권의 부활
    3.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 경제적 통치술과 경제회복력의 강화
        
    제5장 결론
    1. 요약   
    2. 시사점 및 정책 제언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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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 연구는 크게 세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의 내용 및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둘째, 산업별로 글로벌 공급망의 현황을 탐구하는 것인데, 특히 최근 중시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및 희토류 분야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다. 셋째,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안보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이 경제안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 것인지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고자 했다.

    먼저 본 연구는 최근의 경제안보 이슈를 과거의 현실주의적 고전지정학이 아니라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을 포괄하는 ‘복합지정학(Complex Geopolitics)’ 의 시각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개념이 크게 경제적 통치술(economic statecraft)과 경제회복력(economy resilience), 그리고 상호신뢰(mutual trust) 구축이라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경제적 통치술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 또는 상대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역과 투자, 금융 등 분야의 경제적 수단을 힘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리고 경제회복력은 경제 영역과 관련한 국가이익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령 물리적으로 위협을 받더라도 곧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회복력은 민감성(sensitivity)과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한 대응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의존성을 낮춰 민감성을 낮추고, 유사시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하여 취약성을 낮출 때 경제회복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상호신뢰는 경제안보의 심리적 측면을 설명한 것으로, 결국 국가 간 신뢰 구축 없이는 안정적인 경제안보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바탕 위에 제2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안보를 검토했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코로나19 감염 확산,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반도체와 의약품, 식량, 에너지 등의 공급 불안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안보가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냉전 시대 미국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자본주의 진영 국가를 대상으로는 통상과 원조를, 그리고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에는 제재와 통제를 시행했다. 다만 1980년대 이후 시장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유행했고, 19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로 이행하면서, 경제-안보 연계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2017년 취임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킨 이후 경제안보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미중 전략경쟁이 경제안보를 다시 부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경제안보의 핵심은 미중 전략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탈냉전기에 느슨해졌던 경제-안보 간 연계를 다시 조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냉전기와 탈냉전기의 차이점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화를 가속화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는데, 그 결과 세계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아직 첨단산업에서는 미국과 큰 격차가 남아 있지만, 비첨단산업에서 중국은 세계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의 영역이 실물 공간이 아니라 사이버·디지털 공간으로 확대되는 추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중국은 미국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의 강도와 범위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경제적 통치술로는 미국이 중국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새로운 경제적 통치술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자국이 받는 피해를 극소화하기 위해 상호의존에 따른 취약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나아가 규범과 가치를 활용한 경제적 통치술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적 통치술을 미국과 EU, 일본 등 경제적으로 발전한 선진국이 주로 사용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과 러시아도 반제재(counter-sanction)를 통해 서방에 맞대응하고 있으며, 그 수단도 네거티브(negative) 제재와 포지티브(positive) 제재를 모두 구사하고, 네트워크에 기반한 수단을 결합하는 등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제2장에서는 경제회복력의 민감성과 직결되어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탈·재동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탐색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글로벌 공급망의 발전으로 상호의존이 증대되었으며 그 구조가 복잡하고 불균등하다. 이런 특징은 공급망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에 상호의존을 무기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의도적으로 공급망을 탈·재동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이 수십 년 동안 중층적으로 구성한 공급망을 간단하게 재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3장에서는 최근 경제안보의 중요한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검토했다. 경제안보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상호의존성과 관련된 민감성 문제이고, 이는 곧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후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설계와 장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에서는 우리나라 및 대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국내 생산을 늘리고자 하며, 이를 위해 반도체법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TSMC에 직접투자를 요구했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의 수출을 미국이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편 일본도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목표로 산업정책을 재개했다. 일본기업만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미국, 대만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ASML을 보유한 EU는 미국과 유사한 반도체법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 단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EU도 해외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배터리 산업은 4차 산업혁명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 공급망을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기업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에 있어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CATL은 이미 생산규모에서 세계 최대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중국의 비중과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최고의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배터리 생산에서 후발 추격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는 독자적인 개발보다는 해외 배터리 기업과 합작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의 시각에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하며 배터리 공장 증설과 기술개발을 21세기형 ‘군비경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배터리 관련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배터리 원자재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배터리 원자재 확보 위기로 제2의 반도체 대란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 원자재 수급에서 취약성을 보이는 우리로서는 배터리 주요 원자재 ‘확보-비축-순환’의 3중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4장에서는 주요국의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서 살펴봤다.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주요국의 입장은 다양하다. 정치경제적 여건과 대외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국은 자국이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안보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이 추구하는 경제안보의 목표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이러한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은 현재 글로벌 경제안보 이슈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질서의 급변 속에서 2021년 10월에 출범한 일본의 기시다 내각은 경제안전보장(경제안보) 추진을 최우선 정책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일본 경제안보 전략의 목표는 크게 외부 위협에 따른 리스크 관리(안보 측면)와 경제성장(경제 측면)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일본은 외국과의 상호의존 관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등 방어적인 대응을 하면서도, 안보와 성장의 두 측면에서 동시에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전략적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추진하는 일본의 법적 기반은 크게 외환법과 「경제안전보장추진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외환법 개정을 통해 ‘간주수출’ 규제를 강화하여 기술유출과 관련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공급망 강화, 인프라 안전성 확보, 첨단기술 관민협력, 특허 비공개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경제성장에 대해 고려하면서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적인 대상기술로 간주하며 안보와 경제성장의 두 가지 측면에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U의 경제안보 전략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EU가 자율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미국 및 중국과는 다른 이익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과 달리 EU는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안보적 차원에서 EU의 가장 큰 대외 위협은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 차원에서 EU는 중국과 교역·투자를 통해 상호의존을 심화시켜왔다.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EU는 기후변화와 디지털 경제 등에서 새로운 규범과 제도의 제정자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EU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편승보다는 이익 균형(balance of interests)에 입각한 헤징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EU는 미중의 양극체제가 아니라 미·중·EU의 삼극체제를 지향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및 중국과 차별화된 EU의 이러한 경제안보 전략은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와 반도체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더 나은 세계 재건(B3W: Build Back Better World)’에 대응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디지털 경제, 공급망 복원력 등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역내에서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한 반도체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반도체법(Chips Act)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EU는 반도체 자급률을 향상시켜 자연재해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복원력을 증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EU의 경제안보 전략은 미중 경쟁에서 편승과 헤징 이외에 제3의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경제안보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서는 역사적 고찰과 함께 경제적 통치술 및 경제회복력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중국에서 경제안보가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1980년대 덩샤오핑 시기이다. 당시의 경제안보에 대한 인식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곧 경제안보를 지키는 것’이라고 하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면서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 경제안보와 관련한 정책 및 전략이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시행되고 있다. 특히 2018년 무역마찰을 계기로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경제안보 전략 및 정책은 보다 체계적이고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급격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적 통치술을 구사하고 있다. 경제력을 상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네거티브 경제제재뿐만이 아니라 상대에게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유인하는 포지티브 경제제재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네커티브 제재와 포지티브 제재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경제적 통치술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경제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제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공급망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각종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역을 다변화하고 에너지와 자원 등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자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적극 활용하여 공급망의 내부화를 모색하는 등 쌍순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국가급 대외협력 이니셔티브인 일대일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첨단산업과 미래 전략기술에 대한 육성 및 보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산업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안보의 또 다른 요소인 정태적 안정, 즉 상호신뢰 구축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무역 다변화와 공급망 강화, 그리고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경제안보를 위한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국제사회와의 신뢰 구축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의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 및 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첫째, 경제안보 전략을 설계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구조적 위치(structural position)’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분석해야만 미중 전략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글로벌 차원의 전략경쟁과 개별 분야의 경쟁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분야에서 한쪽이 완전히 압도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양쪽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분야별 ‘개별전략’을 포괄하는 ‘메타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가가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도 자국의 능력에 따라 개별 분야에서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사안에 따라 적합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변화와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다변화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중국의 부당한 요구에는 굴복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중국과 협력을 통해 국익을 확대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중국과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유연성이 우리의 경제안보 전략에서 요구된다.

    넷째, 개방적 호환성을 유지하는 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며 국익을 극대화해왔기에, 보호주의는 우리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양쪽을 잇는 ‘중개의 호환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가 어느 공급망에나 들어갈 수 있다면 미중 전략경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안보 환경을 가진 주요 국가들과 정책 협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이 네트워크를 양자간 1.5트랙 대화로 발전시켜 국제무대에서 공동 대응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유사입장국이 단합을 한다면, 있을 수 있는 미중의 과도한 요구와 강압적 방식은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EU와 호주는 우리나라를 유사입장국으로 중시하면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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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of Korea’s Foreign Policy as a Developed Coun..

    한국은 작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설립이래 최초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국가가 되었다. 작년 한 해에 한국이 참여한 국제사회의 주요 정상회의 목록만 보더라도 이러한 결정은 놀랍지 않다. 한국은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

    Alexander Downer 외 발간일 2022.09.30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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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Preface

    Forward

    Contents

    Executive Summary

    Contributors

    Chapter 1. 
    Introduction
    1. Background and Motivation
    2. The Current Status of the Korean Won Internationalization
    3. Contributions

    Chapter 2. 
    RMB Internationalization: Development Status, Evolution Logic and Prospect
    1. Development Status of RMB Internationalization
    2. Evolution Logic of RMB Internationalization
    3. Prospect of RMB Internationalization
    Chapter 3. 
    Performance of the Shanghai and Seoul Direct RMB-Korean Won Exchange Market
    1. Introduction 
    2. Direct KRW-RMB Exchange Markets in Seoul and Shanghai
    3. Empirical Model and Results
    4. Conclusion and Policy Implications

    Chapter 4. 
    Synchronization of East Asian Currencies: RMB or USD?
    1. Introduction
    2. Exchange Rate Regime in China
    3. Empirical Estimation
    4. Conclusion

    Chapter 5. 
    Analysis of Factor Determining the Synchronization of RMB and Korean Won
    1. Introduction 
    2. The Currency Co-movements with the RMB
    3. Factor Determinants on the RMB Weights
    4. Empirical Results
    5. Conclusion
    Appendix

    Chapter 6. 
    Effects of RMB Internationalization on Korean Won 
    Internationalization
    1. Introduction
    2. Constructing the Korean Won Internationalization Index
    3. Empirical Analysis
    4. Conclusion
    Appendix

    Chapter 7. 
    Policy Proposals and Conclusion
    1. A Policy Framework for Currency Internationalization
    2. Review of the Experiences of the Currency Internationalization
    3. A Proposal for the KRW Internationalization
    4. Agenda for RMB and KRW Cooperation
    5. Conclusion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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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한국은 작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설립이래 최초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국가가 되었다. 작년 한 해에 한국이 참여한 국제사회의 주요 정상회의 목록만 보더라도 이러한 결정은 놀랍지 않다. 한국은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되었고, 12개국으로 구성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참여하였으며, 14개 국가와 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 ‘공급망 복원력 정상회의(Summit on Global Supply Chain Resilience)’에도 참여하였다. 나아가 한국은 서울에서 P4G 정상회의와 ‘유엔 평화유지장관회의’를 주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한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이고, 민주주의 국가이며, 문화강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주요 논의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광범위한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즉, 현재 한국의 상황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아닌 것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한국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지 않고, 한국의 정치인, 정책 결정자, 연구자들도 더 이상 자국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에 걸맞는 새로운 외교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 안보, 문화에서도 선진국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다양한 외교적 수단과 국제문제에 대한 발언권도 가지고 있다. 동시에 한국은 선진국에 걸맞는 책임도 요구받고 있고, 더는 국제문제를 다른 국가들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

    최근의 국제정세로 볼 때,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대국의 독자행동을 억제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와 다자주의의 대표적인 수혜자는 한국과 같은 중견국(middle power)이다. 최근 미-중 갈등과 일부 강대국의 군사력 행사로 글로벌 거버넌스와 다자주의가 약화되고 있으므로, 한국은 글로벌 거버넌스와 다자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는 다자주의가 필수적이어서, 최근의 국제정세에도 불구하고 다자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은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로 공약하였다. 한국은 그러한 공약을 적극적인 실천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보건 분야의 글로벌 거버넌스도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대응은 코로나19를 통제 가능한 질병으로 만들고, 국제협력을 통하여 또 다른 팬데믹의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 차원의 팬데믹 방지 논의에 기여할 수 있고, 백신의 생산과 보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 최근 다자주의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무역자유화의 대표적 수혜자인 한국에 매우 부정적이다. 따라서 한국은 유사입장국(like-minded partner)들과 공조하여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전세계적 무역개방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지역무역협정 또한 글로벌 무역체제를 강화하므로, 한국은 RCEP, CPTPP 등 최근 추진되고 있는 주요 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이 지정학의 중심지가 되었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외교적, 경제적, 안보적 역량이 있고, 동맹국들 또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유사입장국들과 협력한다면 한국이 이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외교정책에서 여전히 큰 축이다. 이미 한미동맹의 영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서,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나아가 전지구적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한미동맹은 안보동맹을 넘어서서 한-미간 적극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유사입장국들과 협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동맹의 발전과 확장은 인도태평양과 전지구적 사안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시킴으로써 한국의 국익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EU 관계 또한 최근 상당히 강화되었다. 가치 기반의 동반자로서 한국과 EU는 협력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도 더 키워가고 있다. EU와 협력을 통하여 한국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공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유사입장국들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분명히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종합하자면,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외교정책은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선진국에 걸맞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국제문제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핵심적인 외교 주체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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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경제·안보의 블록화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미국이 다방면에서 블록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한 가지다. 중국의 대외 행위를 교정하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기술과 정보를 편취, 탈취, 착취하는 이른바 ‘3취’의 불법 행위를 바로..

    주재우 외 발간일 2021.12.30

    북한경제, 국제정치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2. 선행연구와의 차별성 및 연구 구성

    제2장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 경과
    1. 미국의 대중국 정책 및 전략
    2. 시진핑 시기 중국의 대미국 정책 및 전략
    3. 미국의 블록화 전략 구상과 중국의 대응

    제3장 군사안보와 경제 부문의 블록화
    1. 미중 군사안보 부문의 블록화 현상 분석
    2. 美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블록화 전략

    제4장 미중 전략경쟁의 대(對)한반도 연계성 강화와 남북관계
    1. 강대국 정치, 동맹 정치, 그리고 남북관계
    2.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의 제1라운드
    3.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의 제2라운드
    4. 남북한의 비대칭적 자율성
    5. 경제통합과 통일의 문제

    제5장 결론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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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미국이 다방면에서 블록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한 가지다. 중국의 대외 행위를 교정하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기술과 정보를 편취, 탈취, 착취하는 이른바 ‘3취’의 불법 행위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미국은 기존의 동맹체제를 목적에 따라 세분화하는 동시에 구체화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이런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을 두고 ‘신냉전’의 부활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과거 냉전은 강대국 간의 상이한 이데올로기와 전략이익을 둘러싼 지정학의 과열 경쟁이 양산한 체제 속에서 ‘세계대전’ 없이 장기간 긴장과 대립 속에서 유지된 ‘평화’를 의미한다. 이 같은 체제하에서 상이한 두 개의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구축된 두 진영 간에 교류, 교역은 불가능했다. 한 진영의 국가가 상대 진영의 나라와 수교하거나 인적 교류와 무역을 할 수 없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의 군사전략은 공군력과 해군력 중심의 공해전투(AirSea Battle)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전략(A2/AD: Anti-Access/Area-Denial)에 대응하여 적의 지휘통제체제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공해전투 개념은 중국의 해양팽창을 억지하기에는 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었다. 셰일가스 혁명과 미국경제 활성화로 미국의 군사전략은 국제 공역에서의 합동접근-기동 개념(JAM-GC: Joint Concept for Access and Maneuver in the Global Commons)으로 재편성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와 달리 육군의 역할이 강화된 합동전투수행개념(Joint Warfighting Concept)으로 군사전략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육군력을 추가한 연합군체제를 통해 전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Joint Warfighting Effectiveness in a Contested Environment)이다. 동 전략은 코로나19로 인해 발표가 미뤄져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 공식적으로 완성된다. 미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의 A2/AD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파기하고 미국의 중장거리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었다. 이후 미국은 지상발사 미사일, 미사일 방어체계, 전자전 전력 등을 해당 지역에 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통해 원거리에서 중국의 둥펑 21, 29와 같은 지대함 미사일들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블록화 전략은 보다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첫째,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미중 간 체결된 1단계 미중 무역합의(Phase One Agreement)를 이행하도록 계속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무역합의와 관련이 없지만 미중 무역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비상식적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을 위해서 강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미중 간 무역분야의 상호 연계성이 약화되는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안보상의 위협을 명분으로 화웨이 등 중국의 주요 정보통신 기업들을 미국시장으로부터 배제하는 조치를 유지ㆍ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 및 시장퇴출 조치들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되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조치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오히려 확대ㆍ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보통신 분야가 향후 경제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안보적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대중 견제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인해 드러난 미국의 핵심 제조업 분야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내의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고,  핵심 제조업 분야의 미국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유방임적 정책을 통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미중경쟁구도에서 남북협력의 ‘객관적 필요성’이 점점 증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는 한반도 정치역학에서 강대국 정치의 영향력이 커짐을 의미한다. 미중 간 전략적 갈등이 한반도에서도 본격적으로 전개됨에 따라, 동맹 정치의 내적 구심력이 점점 강하게 작용할 것이고, 남북한 상호 간에는 원심력이 점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대외관계에서 한국과 북한의 자율성은 감소할 것이고, 한반도 정치역학에서 남북관계의 영역은 점점 축소될 것이다. 주지하듯이 이러한 한반도 정치역학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냉전질서였다. 당시 남과 북은 각각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진영으로 양분되어 종속 편입되었고, 서로 군사적ㆍ이념적 대립과 갈등 이외에는 거의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았다. 명칭이야 뭐라고 불리든 향후 남북관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질서가 나타날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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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Theoretical Approach to Evaluating Global Vaccination Plans

    본 연구는 경제 내 개별 경제주체들의 백신 접종과 경제활동 선택이 상호작용하는 두 기간의 게임이론 모형을 설정하고 분석한다. 경제주체는 모형의 1기에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며, 2기에 경제활동의 수준을 결정한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의..

    Youngseok Park and Sangjun Yea 발간일 2021.03.31

    경제협력,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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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Executive Summary 

    1. Introduction 

    2. Model 

    3. Subgame-Perfect Nash Equilibrium 

    4. Government Policies 

    5. Conclusion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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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 연구는 경제 내 개별 경제주체들의 백신 접종과 경제활동 선택이 상호작용하는 두 기간의 게임이론 모형을 설정하고 분석한다. 경제주체는 모형의 1기에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며, 2기에 경제활동의 수준을 결정한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의 모형은 백신패스 정책과 백신 접종 보조금 정책 등이 사회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본고의 분석 결과는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의 중증화도를 낮추지만 바 이러스의 전파력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을 때에는 백신패스 도입과 백신 보 조금 정책이 사회후생을 낮출 수 있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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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경쟁에 대한 호주의 전략적 대응과 시사점: 호주의 대중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호주의 행보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호주는 중국의 부상이 가져올 안보적 위협을 우려하면서도,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다. 최대 교역..

    최인아 외 발간일 2022.05.20

    경제협력,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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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서언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 연구의 범위와 구성

    제2장 미중 경쟁을 둘러싼 호주의 전략적 이해와 대응 기조
    1. 역내 지역질서 변화와 호주의 전략적 이해
    2. 최근 호주의 대중정책 변화와 호ㆍ중 갈등 심화
    3. 소결

    제3장 호ㆍ중 갈등 이후 호주의 경제적 환경 변화 분석
    1. 중국의 경제부상과 호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 분석
    2. 최근 중국의 대호주 무역제재가 호주 상품 수출에 미치는 효과
    3. 호주의 중국 투자의존도 변화
    4. 소결 및 전망

    제4장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호주의 전략적 대응
    1. 경제적 대응
    2. 국방력 강화와 미국 주도의 안보네트워크 확대
    3. 인도태평양 내 지역협력
    4. 소결

    제5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 요약 및 평가
    2. 한국에 대한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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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호주의 행보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호주는 중국의 부상이 가져올 안보적 위협을 우려하면서도,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호주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와 호주 내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증가하면서 호주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호주의 국제조사 촉구는 중국의 경제보복을 불러왔다. 당초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은 호주가 불리하다는 관측이 컸으나, 호주는 중국의 경제보복 지속에도 불구하고 대중 견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호주의 대외정책 변화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갖는다. 먼저 호주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이다. 따라서 호주가 어떠한 배경에서 자국의 대중정책을 급선회하였는지, 중국의 경제보복이 호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한국에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또한 호주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거점 국가로, 한국이 4강 중심의 외교를 넘어 외교의 다변화를 모색할 주요 파트너이다. 2021년 12월 한국과 호주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국방ㆍ안보, 공급망, 미래 산업, 기후변화, 인도태평양 지역협력 등 핵심 이슈에 대한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미중 전략 경쟁에 대한 호주의 입장과 대응을 분석해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제2장에서는 지역질서에 대한 호주의 전략적 이해와 최근 호주의 대중정책 기조 변화를 분석하였다. 호주는 오랫동안 중국의 부상을 ‘경제적 기회’이자 ‘안보적 도전’으로 인식해왔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국으로서, 호주는 대중 수출을 통해 자국의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반면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역내 영향력 확대는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를 중시하는 호주의 국방ㆍ외교 관계자들의 우려를 샀다. 이렇게 ‘경제적 기회’와 ‘안보적 도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호주의 대중 인식은 맬컴 턴불 내각을 거치며 후자 쪽에 보다 기우는 양상을 띠게 된다. 2016년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수용을 거부하면서, 호주는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칙기반 질서’ 수호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또한 2017년 불거진 중국의 내정간섭 스캔들과 사이버 첩보 활동에 대한 위험 경고는 중국이 역내 질서에 대한 도전을 넘어 호주 국가안보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에 호주는 국내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법안을 연달아 내놓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계를 통해 역내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 했다. 이러한 호주의 대중 견제 정책들은 호ㆍ중 관계에 균열을 야기하였다. 특히 중국이 2020년 코로나19 진원지에 대한 호주의 국제조사 촉구에 경제보복으로 대응하면서 호주 내 반중 정서가 급증하였다. 중국의 경제보복에도 불구하고 호주정부는 중국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군사적 증강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2021년 9월 호ㆍ영ㆍ미 안보협의체인 AUKUS(Australia-UK-US)를 주도하며 대중 견제 행보를 지속ㆍ강화해나가고 있다.
       제3장에서는 최근 중국의 대호주 수입 제재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였다. 먼저 중국의 수입 제재가 호주의 대중국 상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호주의 대중국 총수출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수입 제재가 호주산 소고기, 와인, 목재 등 제재 품목에 포함된 일부 상품 수출에 대한 감소 효과를 가져오긴 했으나, 제재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철광석 수출이 증가하면서 제재 품목에 대한 수출 감소 효과를 완충해주었다. 즉 중국의 수입 제재 조치는 호주의 대중 강경 기조를 바꿀 만큼 호주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하였다. 특히 철광석에 대한 효과는 중국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전체 철광석 수입의 60% 이상을 호주가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이 무역제재를 통해 활용하려 했던 레버리지는 사실상 효과를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보복은 호주 내에서 높은 대중 경제의존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철광석 가격이 언제 다시 내려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호주정부와 기업은 천연자원에 의존해 중국을 상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이에 호주정부와 산업계는 교역ㆍ투자 다각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호주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호주는 대중 경제의존도 축소를 위한 교역 다각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주 상하원 무역투자 상임위는 무역투자 다변화를 위한 산관학 조사를 통해 △‘China Plus’ 혹은 ‘China And’ 형태의 신규 시장 발굴 △양자ㆍ다자 FTA를 통한 시장 자유화 △제조업 육성을 통한 GVC 참여 확대 △외교ㆍ안보 상황을 감안한 무역정책 수립 △해외시장 개척 역량 지원 등 다양한 정책들을 제언하였다. 중국의 대호주 무역제재에 대응한 무역 다변화 정책은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호주산 보리에 대한 중국의 고관세 부과에 대응해 신규 시장을 신속히 개척해 기존보다 수출량을 더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호주의 FDI 유입 총액에서 중국의 비중은 낮은 편이나, 최근 호주의 주력 산업인 광업과 주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중국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호주 국회는 △국가 이익을 고려한 가이드라인 수립 △호주 대외관계법 2020 준수 여부에 따른 국유화 고려 △호주 국민연금을 활용한 국내 투자 인센티브 제공 △국책은행의 국내 제조업 지원 등의 대응 방안을 제언하였다. 양자ㆍ다자 FTA를 활용한 시장 다변화 또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호주는 무역 총액의 80% 이상을 FTA를 통해 진행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 중심의 다자무역협정에 적극 참여 중이다. 아울러 호주는 광업, 농업 등 가치사슬 상류에 집중된 산업 구조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조업 현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호주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국제 기술 표준 채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제 표준 채택 과정에서의 자국의 이익을 반영하고 인태 지역의 표준 통합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호주의 경각심과 대응은 국방ㆍ외교 분야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호주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주도의 안보네트워크 강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호주는 ‘2020년 국방전략업데이트’를 통해 향후 10년간 호주의 군사력 증강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호주의 자주 국방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하였다. 호주는 다양한 최첨단 무기를 도입해 자체 방어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와 국방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네트워크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쿼드를 매개로 일본과 인도와의 국방 교류를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UKUS 결성을 주도하였다. 호주는 AUKUS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다양한 첨단 무기 기술을 획득하는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인태 지역 안보에 미국과 영국을 더욱 깊숙이 관여시키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었다. 호주는 중국의 일대일로(BRI)를 견제하려는 역내 움직임에도 동참하고 있다. 남태평양과 동남아가 호주 본토와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호주는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는 미국, 일본과 협력하에 태평양도서국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퍼시픽 스텝업’이라는 자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태평양도서국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아세안에 대해서는 ‘아세안 미래 이니셔티브’를 새로 출범시키고 동남아의 해양안보, 연계성, SDGs, 경제협력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였다. 최근에는 메콩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메콩 지역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협력 체계인 ‘호주 아세안ㆍ메콩 프로그램(MAP)’을 발족시켰다.
       제5장에서는 상기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함의를 논의하였다. 첫째,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중국 리스크 완화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호주가 장기간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버틸 수 있던 배경에는 대체 불가한 에너지 자원과 대체 가능한 품목의 무역 다각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가 철광석 때문에 중국의 경제 압박을 견딜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외에 중국을 상대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는 핵심 상품과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호주의 보리 수출 다각화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호주의 경우 기업들이 먼저 대체 시장을 확보하고, 정부의 지원이 뒤따랐다. 한국정부도 대중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대체 시장 발굴과 한국기업의 수출 네트워크 확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둘째, 최근 호주의 교역ㆍ투자 다각화 움직임은 중국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하는 한국경제에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유망한 분야는 자원 공급망 강화로, 희토류 등 희소금속 수급에 대한 한ㆍ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호주의 핵심 광물 개발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와 함께, 한국 혹은 동남아에서의 가공 공장 설립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또한 호주가 중국의 원자재 공급처로의 입지를 벗어나기 위해 ‘자원 기술 및 핵심 광물 가공’을 통한 배터리 생산의 하류 부문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므로, 한ㆍ호주 간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및 하류 부문에 대한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셋째, 호주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과 연계해 한국의 대아세안 협력의 층위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국별로는 아세안 10개국 중 양자간 협력 수요가 높은 인도네시아를 최우선 협력국으로 선정할 수 있으며, 아세안 차원에서는 아세안 연계성 종합계획(MPAC 2025)의 공동 지원과 사이버ㆍ디지털 및 기술 표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국 모두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협력을 모색 중인 만큼 미국을 포함한 한ㆍ미ㆍ호 3자 협력을 위한 정책 대화 활성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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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아세안 공동체 변화와 신남방정책의 과제

       아세안은 2015년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키고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영역에서 역내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 및 코로나19 확산 등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라미령 외 발간일 2021.12.30

    경제협력, 국제정치 동남아대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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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2. 선행연구 검토 및 본 연구의 기여 
    3. 연구의 범위와 구성 

    제2장 아세안 공동체의 목표와 코로나19 대응 
    1. 아세안 공동체의 출범과정 및 주요 내용 
    2. 분야별 아세안 공동체의 세부 목표와 이행 메커니즘
    3. 아세안 공동체의 코로나19 대

    제3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공동체 
    1. 경제 공동체 이행 중간평가 
    2. 코로나19 이후의 아세안 경제 공동체 현안 
    3.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세안 경제 공동체의 주요 과제 
    4. 소결 

    제4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치·안보 공동체 
    1. 정치·안보 공동체 이행 중간평가 
    2. 코로나19 이후의 아세안 정치·안보 공동체 현안 
    3.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세안 정치·안보 공동체의 주요 과제 
    4. 소결 

    제5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문화 공동체 
    1. 사회·문화 공동체 이행 중간평가 
    2. 코로나19 이후의 아세안 사회·문화 공동체 현안 
    3. 아세안 사회·문화 공동체의 한계와 주요 과제 
    4. 소결 

    제6장 코로나19 이후의 한·아세안 협력과제 
    1. 신남방정책과 코로나19 
    2. 분야별 한·아세안 협력 추진방안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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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아세안은 2015년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키고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영역에서 역내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 및 코로나19 확산 등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아세안의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세안 공동체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향후 한-아세안 협력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아세안 공동체의 목표와 가치는 한국 신남방정책의 비전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아세안의 사회·문화 공동체(ASCC: ASEAN Socio-Cultural Community), 정치·안보 공동체(APSC: ASEAN Political-Security Community), 경제 공동 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는 각각 신남방정책의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에 대응되며, 각 공동체의 변화는 한-아세안 협력 방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는 3대 공동체 모두를 포괄하는 연구를 수행, 이를 종합하여 신남방정책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본 보고서의 제2장에서는 2015년 발표된 AEC, APSC, ASCC 청사진 2025 의 목표와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아세안의 이행 메커니즘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세안 공동체 추진체계하에서는 공동체의 성공적 이행 여부가 개별 회원국의 의지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추진과제의 이행은 대체로 법적 구속력 없이 회원국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이루 어지기 때문에 회원국의 정책 추진 의지와 실행력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진 다. 또한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3개 축으로 구분된 공동체는 교차 분야 (cross-pillar)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특히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범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신속 하고 포괄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은 코로나19 대응에 지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으나, 개별 국가들의 제한된 자원과 역량 탓에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세안 차원의 코로나19 대응을 살펴보면 정보공유, 제도 협력 수준이며 역내외 대화상대국, 개발협력 파트너, 국제기구 등의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의미 있는 지역적 차원의 대응도 있었는데, 제3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아세안포괄적회복프레임워크(ACRF: ASEAN Comprehensive Recovery Framework)이다. ACRF는 아세안 차원의 코로나 탈출전략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ACRF가 ‘아세안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전략이나 정책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아세안이 비교적 신속히 지역 차원의 협력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이후 공동체 이행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제3장에서는 아세안 경제 공동체의 통합성과를 평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아세안이 직면하게 된 도전과제를 살펴본다. 중간평가보고서(Mid-Term Review)에 따르면 AEC 2025는 비교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AEC 2025의 ‘고도로 통합·결합된 경제’ 목표의 경우 약 92%에 해당하는 행동 계획을 이행하였거나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92%라는 수치는 경제 통합 조치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본 성과이며, 본 보고서에서 수행한 실증분석과 GVC 분석결과에 따르면 경제지표상의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아세안 역내 GVC의 형태는 회원국이 어떤 산업에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유치하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 결정되고, 아세안의 경제 공동체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역내국간 생산연계는 아세안-역외국 간 생산연계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GVC의 구조적 변화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의 쌍순환 발전전략에 따라 중국 내 공급사슬이 공고화될 경우 아세안의 GVC 참여는 더욱 약화될 수 있고, 중국의 소비시장으로 기능하게 될 수 있다. 미·중 통상분쟁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에 위치한 기업들이 아세안으로 이전할 수도 있으나, 아세안 회원국간 생산연계가 심화되지 않는 이상 주변국들의 자국 산업정책에 의해 지속적으로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제4장에서는 정치·안보 공동체의 이행 성과를 분석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아세안 정치·안보 공동체 전망을 살펴보았다. 중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APSC 2025의 총 290개 활동계획 중 96%가 이행을 완료했거나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APSC 청사진의 추상적인 활동계획과 객관적 평가에 대한 방법론 부재 등을 고려할 때 중간평가가 제시한 96%의 이행 성과를 APSC 공동체의 완성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APSC 청사진의 4대 중점 목표 자체 또한 근본적인 한계를 내재하고 있는데, APSC 이행이 아세안 역외 변수에 의해 좌우될 여지가 높다는 점이다. APSC가 추구하는 ‘아세안 중심성 유지’, ‘역내 갈등의 평화적 관리’ 등은 아세안의 자체적인 노력과는 별개로, 역외 국가들의 인정과 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세안의 ‘내정불간섭’ 원칙과 맞물려 공동체 진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조치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APSC의 경우 코로나19가 그 진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팬데믹은 기존의 APSC 추진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미·중 갈등 가속화는 아세안 내부 분열을 촉진하고 아세안 중심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아태 지역협력을 이끌어왔던 아세안 중심의 다자협력체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중 간 상호견제를 위한 소다자협의체 발전은 그간 역내 안보협력의 장을 제공해왔던 아세 안을 우회한다는 점에서 아세안 중심성을 약화시킬 여지가 크다. 아세안 중심 성을 인정받으며 지역 다자협력을 이끌기 위해서는 회원국간 분열을 극복하고 내적 응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팬데믹 대응을 위한 정부의 비상사태 조치들은 이미 심화되고 있던 동남아의 권위주의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국 민주주의 이행을 위한 아세안 차원의 노력은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며, 더 나아가 미얀마 쿠데타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아세안의 역할을 증명해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제5장에서는 사회·문화 공동체의 이행 성과를 분석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아세안 사회·문화 공동체가 직면한 현안을 살펴보았다. 중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ASCC 청사진 2025 달성을 위한 활동계획의 이행률은 72%이고, 아세안은 전체 활동계획의 25%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활동계획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아 이행률만으로는 어떤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
       ASCC는 광범위한 협력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를 포괄하는 추진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며, 자체적인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SCC의 분야는 본질적으로 국가 수준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공동체 추진에 한계로 작용한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회·문화 공동체의 이행은 사실상 아세안 차원의 추진 과정에서 제외되며, 실제 이행과 관련한 통계 및 자료의 집계를 어렵게 한다. 또한 개별 국가 정책은 아세안 공동의 목표보다 자국의 발전에 집중하게 되므로 이는 ASCC 추진에 구조적인 제약요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ASCC의 과제는 빈곤, 환경, 교육, 보건 관련 인프라 구축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단기간에 달성이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대부분의 아세안 회원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간보고서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ASCC의 성과 또한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ASCC의 이행과 평가의 핵심이 지역 차원과 국가 차원임에 반해 그 추동력은 오히려 국제 차원에서 비롯되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ASCC는 국제기구의 주요 지표를 KPI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적극적인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ASCC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개별 국가가 SDGs 이행을 우선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ASCC는 아세안 공동체의 추진에 있어 핵심 기반인 정체성 형성과 공유를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ASCC 2025는 보건, 의료, 교육, 빈곤, 환경, 여성, 웰빙, 노동, 이주, 기아 등 매우 다양한 분야를 협력분야로 설정하고 있는데,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위 분야에 복합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강도 높은 이동통제를 실시함에 따라 경제활동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취약 그룹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비공식 분야 노동자, 여성, 이주 노동자 등은 실업과 임금 감소의 위협에 더많이 노출되고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빈부 격차의 확대가 우려된다. 가정폭력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여성이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이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인식 또한 증가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의거버넌스 약화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며, 지역적 차원의 인간안보에 주목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는 제3~5장에서 살펴본 AEC, APSC, ASCC의 주요 과제를 바탕으로 아세안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한-아세안 협력방향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의 신남방정책은 아세안의 3대 공동체 구분에 맞추어 사람, 평화, 상생번영으로 구획을 나누고 있어 아세안 공동체가 지닌 동일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남방특별위원회가 3P 영역을 통합적으로 추진·관리하고 있어 교차 분야 대응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3P 별 한-아세안 협력사업 외에도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이슈 대응을 아세안과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정책, 예를 들어 K-뉴딜정책 등과 정책적 연계를 모색함으로써 신남방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정책에 아세안과의 연계가 고려되고 있음을 아세안에 주지시킴으로써 아세안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본 보고서에서 제안한 AEC, APSC, ASCC별 협력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AEC 관련 협력방안은 △ 아세안 경제 공동체 완성에 기여하는 복원력 있고 지속 가능한 GVC 구축지원 △ 아세안의 디지털 전환 지원 △ 아세안의 개발격차해소 지원 △ 아세안의 규제조화로 요약되며, APSC 관련 협력방안은 △ 아세 안다자협의체의 역할 강화 △ 역내 비전통안보 협력 강화 △ 굿거버넌스 확산을 통한 아세안의 민주주의 증진 △ 아세안 사무국의 역량 제고로 요약된다. ASCC 관련 협력방안은 △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 지원강화 △ 사회·문화 부문 정책 연구기관 설립 △ 인간안보 관련 협의체 신설 △ 아세안의 정체성 형성에 대한 기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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