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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13 주요 의제 분석과 협상 대책
    MC13 주요 의제 분석과 협상 대책

    2024년 2월 26일부터 2월 29일까지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Abu Dhabi)에서 제13차 WTO 각료회의(MC13)가 개최될 예정이다. 각료회의에서는 지난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 후속 의제인 수산 보조금과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mor..

    황의식 외 발간일 2024.02.20

    경제통합, 국제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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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약어표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중요성
    2. 연구 목적과 주요 연구 내용

    제2장 WTO 협상 동향과 MC13 예상 의제
    1. WTO 협상 동향
    2. MC13 예상 의제
       
    제3장 제13차 WTO 각료회의 의제 분석
    1. MC12 후속 의제
    2. WTO 개혁
    3. 공동 이니셔티브     
    4. 도하개발어젠다(DDA) 의제    
    5. 기타 주요 의제
        
    제4장 제13차 WTO 각료회의 전망과 의제별 협상 대책
    1. 제13차 WTO 각료회의 전망  
    2. 의제별 협상 대책
        
    제5장 요약 및 정책 제언
    1. 요약
    2. 정책 제언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2024년 2월 26일부터 2월 29일까지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Abu Dhabi)에서 제13차 WTO 각료회의(MC13)가 개최될 예정이다. 각료회의에서는 지난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 후속 의제인 수산 보조금과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moratorium) 연장 여부, 코로나19의 진단 및 치료제로의 지식재산권(TRIPS) 면제 확대 여부, WTO 개혁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합의문 도출의 성과를 이룬 투자원활화(IFD)와 이미 합의가 도출되어 부분 이행에 들어간 서비스 국내 규제(SDR)의 WTO 법적 편입도 논의될 수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공동 이니셔티브(JSI)도 MC13에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WTO 다자협상의 전통 이슈라고 할 수 있는 농업과 개발도 성과 도출 가능성에 무관하게 개도국의 요구로 MC13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여성과 무역, 기후변화 대응 조치, 산업 정책(보조금) 이슈 등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MC13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협상 대응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MC13에서 다룰 의제에 대한 합의 도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각료회의는 협상 기간이 3~4일에 불과하여 사전에 회원국간 이견이 상당히 좁혀진 의제가 아니면 짧은 기간의 협상을 통해 합의가 도출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의제별 합의 도출 가능성을 파악해 성과 도출이 가능성이 높은 의제에 협상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동안의 협상을 통해 회원국간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의제로는 수산 보조금 협상과 복수국 간 전자상거래 JSI가 있다. 수산 보조금 협상은 현재의 의장안대로 합의된다면 과잉어획능력 및 과잉어획(OC/OF) 보조금은 대부분 금지될 전망이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대규모 보조 지급국에 포함되어 추가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도국 우대를 놓고 개도국과 선진국이 대립하고 있고, 강제노동 통보에 대해서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MC13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해를 같이하는 국가와 연합해 의장안의 문제점을 강조하여 합의 도출을 차기 각료회의로 미루는 방향에서 협상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국내적으로 OC/OF 보조금 통보에 대비하여 수산자원 관리 방식과 내용을 기준으로 수산 보조 정책을 재유형화할 필요가 있다.

    전자상거래 JSI는 미국의 입장 변화로 인해 핵심 쟁점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 상황이다. 그러나 수평적 사안 등의 쟁점이 아직 남아 있다. 특히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모라토리엄 연장 여부는 일부 국가가 모라토리엄 연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MC13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전자상거래 JSI에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되 MC13의 마지막 단계에서 모라토리엄 연장 여부를 놓고 주요국간 막판 절충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의제는 회원국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번 MC13에서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제로의 TRIPS 면제 확대 이슈는 인도적 차원에서 반대하기 어려운 의제이다. 다만 면제 범위를 확대해도 개도국(최빈개도국 포함)의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제에 대한 접근이 개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면제 범위 확대를 지지하되, 실질적 접근 개선을 위해 국제기구에 의한 면제 확대의 효과 모니터링 및 평가를 조건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WTO 개혁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다자협상의 특성을 고려하여 우리의 한계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분쟁해결제도(DSS)개혁은 미국의 의지가 합의 도출에 절대적이다. 따라서 상소 기능이 있는 2단계 DSS를 원칙으로 미국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하는 방향에서 협상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소 재판관의 견제를 위해 분쟁해결기구(DSB)에서의 정기 검토 혹은 패널심 재판관의 검토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볼 수 있다. 한편 주선이나 중재, 조정 등의 대안적 분쟁 해결 방안은 그 효율성을 고려하여 수용하되 강대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본 소송(패널 등)으로 갈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은 회원국간 첨예한 이해 대립이 해소되지 않아 MC13에서는 성과 도출보다는 향후 작업계획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국내보조 감축과 관련하여 향후 논의 방향이 우리의 이해와 부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개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이 여전하여 MC13에서 성과 도출이 어려운 의제다. 우리나라는 최빈개도국(LDC)에 대한 융통성 부여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LDC 졸업에 따른 혜택 연장을 권장 조항이 아닌 의무 조항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타 정책 공간에서 주요국의 산업 보조 문제는 우리나라도 향후 필요한 산업 부문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WTO 논의에서 적절한 신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활용 가능성보다도 주요국(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도 포함)이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불공정 경쟁행위로 인해 우리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업 정책(보조)에 대해서는 허용보다는 효과적 규제를 원칙으로 하되 상황별로 적정 수준의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향에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때 융통성 부여 방안으로 보조금을 주는 국가가 해당 보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관련 자료를 WTO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통보된 자료를 가지고 WTO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여 권고안(융통성 정도 포함)을 제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현안대응자료 요약 모음집(2023 하반기)
    현안대응자료 요약 모음집(2023 하반기)

    KIEP는 세계경제 현안 및 동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슈페이퍼는 관련 정부 부처에 제공되어 대외경제정책 운영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본 모음집은 2023년도 하반기에 발간된 현안대응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발간일 202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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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KIEP는 세계경제 현안 및 동향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슈페이퍼는 관련 정부 부처에 제공되어 대외경제정책 운영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본 모음집은 2023년도 하반기에 발간된 현안대응자료를 요약 수록한 것으로서 각 자료별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오늘의 세계경제: 국제경제 주요현안 분석자료

    ② KIEP 기초자료: 주요 지역경제 및 정책 관련 정보제공자료

    ③ KIEP 세계경제 포커스: 세계경제 단기 현안이슈자료
  • 글로벌 디지털플랫폼의 데이터 집중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
    글로벌 디지털플랫폼의 데이터 집중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

    최근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디지털 시장 경쟁 규제안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장기적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시장에서 공정 경쟁의 보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가 풍부..

    김현수 외 발간일 2023.12.30

    ICT 경제, 경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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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2. 연구의 구성 및 내용

    제2장 디지털플랫폼과 데이터
    1. 플랫폼 경제의 특징
    2. 디지털플랫폼에서의 데이터의 역할
    3. 디지털플랫폼에서의 데이터와 경쟁

    제3장 디지털플랫폼의 데이터에 대한 주요국의 규제 동향
    1. 플랫폼 데이터 집중화 규제의 배경
    2. 미국의 디지털플랫폼 데이터 관련 규제
    3. EU의 디지털플랫폼 데이터 관련 규제
    4. 중국의 디지털플랫폼 데이터 관련 규제
    5.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데이터 관련 규제
    6. 소결

    제4장 데이터와 디지털플랫폼의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1. 개요
    2. 데이터와 디지털플랫폼의 경쟁우위
    3. 데이터와 디지털플랫폼 시장의 경쟁

    제5장 데이터 이동성 적용이 디지털플랫폼 경쟁에 미치는 영향
    1. 데이터 이동성 적용의 특징
    2. 선행 연구
    3. 이론 모형 분석
    4. 소결

    제6장 디지털플랫폼의 데이터에 관한 정책적 시사점
    1. 데이터 수집 제한 관련 조치
    2.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데이터로의 접근성 향상 관련 조치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최근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디지털 시장 경쟁 규제안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장기적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시장에서 공정 경쟁의 보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가 풍부한 소수의 기업이 시장 전반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면서 시장이 이들 기업에 점점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소수 글로벌 디지털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완화하고 잠재적인 신규 진입자를 위한 디지털 생태계의 개방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고려할 제반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요국의 데이터 관련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디지털플랫폼이 데이터에 대한 경쟁우위를 가질 때 데이터 규제가 플랫폼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론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디지털플랫폼의 대표적인 데이터 관련 규제 조항인 데이터 이동성과 관련하여 데이터 이동성 규제가 디지털플랫폼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 연구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장에서는 이후 논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다면적 특성과 네트워크 효과 등 플랫폼 경제의 기본적인 특징을 개관하고 플랫폼 경제에서의 데이터의 역할을 서술한다. 디지털적 연결을 통해 복수의 독립적 경제주체 집단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디지털플랫폼은 양면시장적 특징으로 인해 간접 외부효과가 두드러진다. 초기에 한 측의 집단을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에 참여시킬 수 있다면 이후로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선순환적으로 양측에서 플랫폼 이용자 수를 추가하는 것이 한층 수월해지면서 다른 시장에 비해 시장쏠림현상이 쉽게 일어난다. 이러한 디지털플랫폼시장에서 데이터는 디지털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는 데에 이용된다. 디지털플랫폼은 사용자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 및 분석한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사용자에게 맞는 검색과 추천 결과가 나타나고, 사용자와 판매자 모두가 플랫폼으로부터 더 많은 효용 또는 이윤을 얻는다. 또한 디지털플랫폼은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즉 타 디지털플랫폼과 연계하거나 보완적 서비스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자타 플랫폼의 데이터를 결합하여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제3장에서는 주요국의 독점 규제 중 데이터 집중화와 관련된 사항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이와 관련한 규제 현황 및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독점이 지속가능한 혁신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디지털플랫폼의 데이터 집중화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자국 사업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가 자국 및 세계시장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고려하여 해당국이 데이터 집중화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우 2021년 6월 미 하원에서 디지털플랫폼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5개의 반독점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합병신청 수수료 현대화법」을 제외하고는 전부 폐기되었다. 이와 같이 데이터 독점화에 따른 사전 규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U의 경우 프라이버시 및 개인정보의 보호를 강조하며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에도 데이터 이동권을 포함하여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일정 부분 규제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하였다. 「DMA」를 통해 게이트키퍼는 최종 사용자의 활동으로 생성된 데이터의 이동성을 무료로 보장하여야 하며 비즈니스 사용자 및 승인받은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및 사용 권한을 무료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자국의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플랫폼 독과점에 따른 데이터 독점 문제와 관련해서 발표된 별다른 법이나 정책은 없다. 자국 디지털플랫폼 기업과 해외 플랫폼 기업 간에 상당한 수준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에서는 시장지배력 평가에 있어 각 사업자들의 데이터 수집ㆍ보유ㆍ활용 능력 및 그 격차, 경쟁 사업자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결합심사에서도 데이터를 통한 진입장벽 증대 효과 및 지배력 전이 가능성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데이터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정한 온라인 플랫폼 법안이 발의되고는 있으나 이는 국내 플랫폼에 사실상 규제로 작용하여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부작용도 있어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제4장에서는 선행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데이터가 디지털플랫폼 간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먼저 더 많은 데이터가 디지털플랫폼에게 경쟁우위를 주는지를 다룬 선행 연구를 검토한다. 제한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분석이 많아 더욱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이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수록 소비자의 프로필이나 선호, 행동 양식 등을 예측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데이터가 디지털플랫폼 경쟁우위의 원인이라면 이것이 플랫폼 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명한 선행 연구를 검토한다. 소비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혁신 활동의 투입물로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더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디지털플랫폼이 데이터를 통해 경쟁우위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이를 모형화한 선행 연구의 내용을 정리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 경쟁을 펼치는 플랫폼간에는 시장 선점자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초기에 후발주자의 서비스 품질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은 이상 시장 선점자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존의 두 플랫폼 간의 수요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데이터 공유 정책의 효과를 살펴보면, 초기 서비스 품질에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거나 혁신의 효율성 측면에서 시장 선점자와 경쟁할 만한 수준의 경쟁자라면 시장 진입을 결정하고 시장 내에서 장기간에 걸쳐 혁신 경쟁을 펼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공유 정책의 후생 효과는 모호하나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제5장에서는 데이터와 관련한 대표적인 규제인 데이터 이동성에 초점을 맞추어 데이터 이동성 규제가 디지털플랫폼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특히 최근 시행된 EU 「DMA」에서의 데이터 이동성 규제의 특징을 반영하여, 소위 게이트키퍼라 불리는 시장지배적 기업에만 비대칭적으로 의무가 적용되는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이로부터 나타나는 게이트키퍼와 잠재적 시장 진입자 간 경쟁의 결과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이동성 규제가 시장 선점자에게만 부과되고, 그로 인해 후발 플랫폼이 시장 진입 이후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소비자를 구속함으로써 얻게 되는 지대를 초기 가격 경쟁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어 결국 게이트키퍼를 대체하여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경우 규제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효율적 생산자가 비효율적 생산자로 대체됨으로써 사회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

    제6장에서는 앞서 살펴본 디지털플랫폼 시장 경쟁에서의 데이터의 역할과 사전 규제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디지털플랫폼 시장에서 데이터 관련 경쟁 정책이 가지는 함의를 논의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이 더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데이터셋을 결합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한 정책 조치로 데이터 보존 기간 단축, 다양한 데이터 간 결합 제한, 자사 앱 선탑재 및 기본 설정 제한, 사업 분야의 제한 등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장단점을 예측한다. 또한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데이터 접근성 향상과 관련한 조치를 광범위한 사용자의 데이터 공유와 특정 사용자의 데이터 공유로 구분하고, 조치 도입의 기본 방향과 디지털플랫폼의 시장 유형에 따른 특징을 감안하여 고려사항을 살펴본다.
  • 수출규제의 경제적 함의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수출규제의 경제적 함의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

    예상준 외 발간일 2023.12.30

    경제안보, 무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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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주요 내용

    제2장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1. 서론
    2. 산업화 시기: 기술 유출 통제를 위한 수출규제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ㆍ군사안보적 수출규제
    4. 현대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
    5. 소결

    제3장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1. 수출규제의 유형화
    2. 수출제한
    3. 수출통제
    4. 경제제재
    5. 소결

    제4장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1. 서론
    2. 분석 자료
    3. 분석 모형
    4. 분석 결과
    5. 소결

    제5장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1. 서론
    2. 이론모형
    3. 소결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2.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3.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4.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최근 각국의 수출규제는 이 세 가지 분류에서 모두 늘어나는 추세이다. 각국 기업이 복잡한 거래 관계로 얽혀 있는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파급되는 수출규제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공급망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국제무역에 관한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았던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 배경과 경제적 효과,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에 따른 공급망의 변화 등을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제2장에서 우리는 이미 산업혁명기 때부터 횡행한 수출규제의 대표적 사례들을 조망하고 각 사례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정책 목표와 실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규제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수출규제가 성공적인 정책 수단이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냉전 이후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여러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과 대응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였다.

    제2장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산업혁명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당시의 국제 환경은 첨단기술을 가진 선도국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국가간의 경쟁이 존재했고,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이 기술 유출의 주요 채널로 인식되었으며, 후발주자인 국가 내에서는 선도국으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묵인하는 등 오늘날 미ㆍ중 패권 경쟁 구도와 유사한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규제의 효과는 점점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개선, 생산 기술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에 따른 기술 이전의 효율성이 점점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늘날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효과 또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범 강화와 기술 발전의 경로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시행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자간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은 냉전 초기 공산권으로의 군사물자 이동과 관련 기술의 유출을 통제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하였다. 당시 서방국가와 공산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점, 생산기술의 변화 속도가 느린 점 등이 CoCom의 성공을 견인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 다변화, 기술 변화의 가속화, 글로벌 공급망 및 가치사슬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국가마다 공산권과의 이해관계 및 교역 패턴이 달라지고, 수출통제 품목의 적발이 어려워지면서 CoCom 체제는 점차 효용성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계 요인들은 이후 등장한 다자적 수출통제 협의체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된다. 다자적 수출통제체제의 성공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유연하게 조율되고,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반영해야 보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 대상 품목을 차등화하거나, 수출 당사국의 경제적 불가피성 등을 고려한 수출허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국의 이탈 유인을 줄여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정보 공유에 기초한 상향식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장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전 이후 시행된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나타냈다. 미국이 항공우주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수출통제 정책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산업적 우위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7~08년 식량 위기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곡물 및 식료품 수출규제는 오히려 자국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규제는 국제시장과의 가격 괴리, 가격 변동성 심화,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초래하여 밀 생산자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미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가나 등의 목재 수출규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해당 국가 목재 산업의 생산성을 장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국제시장에서의 중국산 희토류의 시장지배력을 증가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 외 국가의 희토류 생산이 증가하고 희토류의 대체재가 개발되는 한편 희토류 재활용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시장지배력은 다시 감소하였다. 중국 상무부의 기술 수출통제는 관련 산업 내 기업의 잠재 수요를 제한하여 기업 이윤을 낮추고, 신기술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R&D 투자의 편익 감소에 따른 투자 감소를 초래하였다. 수출규제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불가피할 경우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고, 수출규제의 경제적 영향에 취약한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정책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규제 대상국뿐 아니라 시행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분별한 수출규제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3장에서 우리는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을 목적, 대상, 근거법을 기준으로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수출규제 정책의 법적, 제도적 근거와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수출규제 정책에 관한 시사점과 대응 방향을 도출하였다.

    수출제한은 수출국 수요 충족,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출금지 또는 제한 정책이다. GATT 제11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금지되지만, 필수 상품 부족 방지,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수출제한 사례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제한 등이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수출제한 사례는 WTO 분쟁해결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중국은 상소심에서 패소하였고, 인도네시아도 패널 단계에서 패소했으나 기능 정지 상태인 상소심 절차에 회부하면서 후속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다. 비록 필수 상품 부족 방지 또는 천연자원 보호 등이 수출제한 조치의 이유로 제시되더라도 조치의 구조와 합리적 대안의 존재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러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WTO 상소기구의 기능 마비로 인해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자원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않으려면 수출제한 조치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함께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단기적으로는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야 한다.

    수출통제는 안보 목적으로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로, 주로 군용물자와 이중용도 품목이 대상이다. GATT 제21조(안보상의 예외)를 충족하는 수출통제는 WTO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된다. 수출통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2022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2023년 중국의 게르마늄 및 갈륨 수출통제 조치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협의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WTO 패널이 이를 심리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출통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근거로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중국이 중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수출통제의 형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주요국의 안보 논리에 의한 일방주의적 조치가 확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를 경계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제제재는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무역제한을 취하는 압박 조치이다. WTO 협정에서는 GATT 제21조 안보상의 예외 규정을 통해 경제제재를 정당화할 수 있다.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밟은 대표적인 경제제재 사례로는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가 있다.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은 EU 수출자의 쿠바산 설탕 수출을 제한하여 GATT 제11조 등에 위반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미국이 EU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관련 절차가 종결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는 GATT 제5조 및 제10조를 위반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러시아는 당시 미국, EU 등 다수 국가로부터 받고 있던 경제제재를 안보상의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증거로 제시하여 해당 조치가 패널로부터 정당화되었다. 경제제재는 국제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단이지만, 제3국 또는 피제재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재국은 국제사회의 법적 판단을 받기보다 정치적 해결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발전으로 국가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오늘날, 타국간 경제제재는 제3국인 우리나라의 중간재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제재 수위가 높다면 러시아-통과운송 사건처럼 피제재국이 경제제재에 대한 대항조치를 취한 후 GATT 제21조를 통해 이를 정당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제재를 시행하기보다는 피제재국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고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똑똑한 제재’와 같은 대안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접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똑똑한 제재’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4장에서는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1950~2022년까지 시행된 수출제재로, GSDB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관련된 통계는 세계투입산출표를 통해 계산한 전방참여도, 그리고 WITS 데이터의 국가간 수출 자료와 BEC 코드를 연계하여 수집한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수출액을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국가간 수출제재는 제재부과국의 피제재국으로의 전방참여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감소하며, 소비재 및 원재료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부과국은 피제재국으로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제3국으로의 수출전환을 모색할 수 있으나, 2014년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이행한 제재부과국의 수출전환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3국으로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전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제재가 제재부과국에도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일반적으로 피제재국에 대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2010년대 후반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단행한 사건을 살펴본 결과, 제재 기간에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전환되었으며 이 중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재 수출의 경우 중국 외 제3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감소폭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아세안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외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아세안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제5장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규제 정책의 합리성을 분석한 이론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은 미국과 중국의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국가간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분석틀을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은 안보 측면에서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하면 중국의 군사적 역량이 강화되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본고의 모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첨단기술과 연관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양국에 발생하는 상반된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였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안보적 위협은 미국기업이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자국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첨단기술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제한하고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아웃바운드 투자심사 강화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유인이 있다.

    첨단 반도체 상품과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는 해당 품목의 수출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안보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첨단 반도체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다. 반면 중국정부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 원자재에 대해 강력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크지 않다면, 중국은 미국 본토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매우 크다면, 중국은 미국기업 유치를 위해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계속될 때 미중 간 첨단 반도체 생산의 공급망이 단절되는 계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 만약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여 미국 첨단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실질적으로 얻는 경제 외적인 이익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중국정부는 원자재 수출통제 정책을 고수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는 산업혁명 후기에 수출통제 정책이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고의 모형은 첨단기술과 관련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경우 또한 분석한다. 이 경우 선진국은 수출규제를 고려하지 않는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투자로 인한 외부효과를 누리기 위해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유인이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금지 사건과 유사한 결과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로 인해 향후 미국 첨단기술 기업의 중국 내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의 대중국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되지 않도록 전략물자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핵심 원자재 보유국과 협력하는 한편, 이 국가들 내에서 자원 이기주의가 횡행할 경우를 대비해 같은 처지에 있는 제조업 선진국들과 공동 대응 및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과제로서, WTO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제6장에서는 앞 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고 각 장의 분석 내용에 대한 시사점과 정책 제언을 기술하였다.
    정책연구브리핑
  • 시진핑 시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전략 변화와 시사점
    시진핑 시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전략 변화와 시사점

    본 보고서에서는 대외 경제협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정책과 방식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중국 해외직접투자 전략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또한 지역별 해외직접투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후진타오 정부 2기에서 시진핑 정부 2기..

    문지영 외 발간일 2023.12.30

    경쟁정책, 해외직접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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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필요성
    2. 선행연구
    3. 연구 범위 및 구성

    제2장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정책 및 추이 변화
    1. 후진타오 정부 2기까지의 해외직접투자 정책
    2. 시진핑 정부 1기의 해외직접투자 정책
    3. 시진핑 정부 2기의 해외직접투자 정책
    4.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추이 변화
    5. 소결

    제4장 중국의 대아시아 해외직접투자
    1. 개요
    2. 주요 지역별 투자 현황 및 특징
    3. 분야별 투자 특징
    4. 소결

    제5장 중국의 대아프리카ㆍ대중남미 해외직접투자
    1. 개요
    2. 지역별 현황 및 특징
    3. 분야별 투자 특징
    4. 소결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요약 및 평가
    2.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본 보고서에서는 대외 경제협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정책과 방식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중국 해외직접투자 전략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또한 지역별 해외직접투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후진타오 정부 2기에서 시진핑 정부 2기로 넘어가는 기간에 나타난 중국의 지역별 전략과 경제협력 관계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으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의 특징에 근거하여 한국에 대한 리스크 및 대응 방향을 제시하였다.

    2장에서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전략 변화를 살펴보았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개혁개방 정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제도의 간소화와 함께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후진타오 정부 2기에는 해외직접투자 제도와 관련하여 민영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소유제 기업의 해외진출을 장려하였고, 제도의 간소화도 대폭 이루어졌다. 엄격하였던 심사제에서 승인제로 변경되었고, 중앙정부로 집중되었던 정부 권한이 지방정부로 분산화되기 시작하면서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졌다.

    시진핑 정부 1기(2013~17년)로 넘어오면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다양한 산업에서 규모와 투자 범위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지속적인 규제 완화 효과와 더불어 중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인 ‘일대일로(一带一路)’ 이니셔티브가 추진되면서 해외직접투자의 폭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 2기가 시작된 2018년 이후 미중갈등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의 대중국 견제가 시작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경제발전 전략이 시행되면서, 해외직접투자도 국가발전 전략을 지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해석되기 시작하였다. 공급망 안정화, 기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 신흥시장 진출, 일대일로 전략 고도화 등에 중점을 둔 해외직접투자 전략이 추진되었다. 또한 선진국의 규제 대상인 기술 분야의 M&A는 대폭 축소된 반면 시장진출과 자원확보에 용이한 대개도국 그린필드 투자는 점차 확대되었다.

    후진타오 정부 2기부터 시진핑 정부 2기로 오면서 살펴본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해외직접투자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행정적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투자 분야에 대한 관리 수준은 점차 높였다. 그 결과 시진핑 정부 1기까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규모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였고, 시진핑 정부 1기와 2기에는 중국의 국가 경제 발전전략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산업과 투자 유형에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를 국가 발전의 수단으로 하고자 하는 의도가 점차 투영되었다.

    3~5장에서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전략을 주요 지역으로 구분하여 후진타오 정부 2기에서 시진핑 정부 2기까지의 해외직접투자를 시기별, 주체별, 유형별, 분야별로 분석하였다. 우선 3장에서는 중국의 대미국ㆍ대EU 투자 전략과 현황을 분석하였다. 중국의 대미국 및 대EU 해외직접투자는 세 가지 주요 특징을 보인다. 첫째, 선진국 중심의 규제가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17년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M&A 투자가 감소했다. 이러한 규제는 EU 지역에서도 나타나 중국의 대EU 투자가 축소했다. 둘째, 국유기업 중심이었던 투자는 민영기업으로 전환되고, 브라운필드에서 그린필드로의 투자로 변화하고 있다. 후진타오 정부 2기부터 시진핑 시기로 넘어오면서 투자 주체의 변화가 나타났고, 점차 민영기업 중심의 해외투자가 중가했다. 이전의 투자 방식은 브라운필드 방식의 M&A 중심이었으나, 시진핑 정부 2기에는 M&A 투자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린필드 투자로 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셋째, 시기별 중국의 해외투자 동기와 주요 투자 분야가 변화했다. 후진타오 정부 2기의 대미국ㆍ대EU 투자는 에너지에 중점을 두었고, 시진핑 정부 1기에는 부동산 및 금융과 함께 교통ㆍ운수 및 기술에 투자가 집중됐으며, 시진핑 정부 2기에는 교통ㆍ운수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인한 투자 동기 변화로 해석된다.

    4장에서는 후진타오 정부 2기 이후 중국의 아세안과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 전략과 현황, 주요 분야별 특징을 조사하였다. 중국의 대아시아 해외직접투자는 중국정부와 대상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경제협력 수준, 미중 전략 경쟁, ‘일대일로’ 전략, 자원 확보, 시장 개척, 녹색 및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협력 수요 등이 중첩돼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각 시기마다 중점 투자 대상 지역과 국가, 투자 목적과 방향이 변화하였다. 특히 시진핑 시기 이후 중국의 대아시아 투자는 ‘일대일로’와 해외직접투자의 연계가 강조되었다. 시진핑 정부는 ‘일대일로’ 전략을 기반으로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며, 아세안 및 중동지역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연계를 강조하였다. 중국정부는 개도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를 ‘일대일로’ 전략의 대외 홍보와 기업의 해외진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세안과 중동의 중요성은 정치적ㆍ외교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국익 추구, 신성장 산업 육성 등과 연관되므로 중국기업의 해외투자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5장에서는 중국의 대아프리카ㆍ대중남미 해외직접투자를 살펴보았다. 이 지역에서는 에너지와 금속ㆍ광물 분야에 중점적인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주된 목적이었던 원자재 확보와 관련이 있으며, 후진타오 시기부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에 일대일로 전략이 발표되면서 중국은 에너지와 금속ㆍ광물 분야뿐만 아니라 교통ㆍ물류와 농업 분야로도 투자를 확대했다. 중국은 중국-아프리카 포럼, 중국-CELAC 포럼 등을 활용하여 각 지역과의 협의를 통한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는 자체 인프라 개선과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는 중국의 투자 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중국의 대아프리카 및 대중남미 투자는 2013년 일대일로 전략 발표 전후로 그 양상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대일로 전략 발표를 계기로 중국은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개발도상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에 나섰으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도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투자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의 분석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지원을 위한 정부협력 채널 강화, △ 그린ㆍ디지털 등 신흥시장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모멘텀 창출, △ 한ㆍ중 제3국 협력의 전략적 확대에 대해 정책적 제안을 하였다.

    첫째, 중국은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적으로 기업 해외진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다양한 정부협의 채널을 활용하여 기업의 해외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경제협력 환경 조성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정부협의를 통해 양자 간 정부소통 채널과 함께 일대일로, BRICS 등 다자 협력체를 활용하여 지역적 협력을 구축하는 방식을 포함하며, 중국은 이러한 정부협의를 통한 해외직접투자 지원 전략을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진핑 정부 2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최근의 경제안보 개념과 공급망 블록화 등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한국도 중동 지역에서 ‘원팀 코리아’ 전략을 통해 이러한 협의 방식을 활용하여 해외직접투자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최근 개도국 대상의 자원 및 신흥산업에 대한 해외직접투자가 점차 중요해진다는 점과 각국에서 자국의 산업과 자원에 대한 안보가 강화되고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제도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와 기업의 협력 대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이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지역과의 양자 및 다자 정상ㆍ고위급 회의를 통한 정부 간 협의를 진행하고, 그와 동시에 비즈니스 포럼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진핑 정부 시기로 들어서면서 중국은 해외직접투자와 국가발전 전략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경제 성장에 따라 전통적인 산업 외에 그린ㆍ디지털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최근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에서도 이러한 분야의 투자 협력을 강조했다. 주의할 점은 중국이 선택한 새로운 해외직접투자 모멘텀은 한국에 중요한 전략 산업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신흥산업의 시장 확보는 국가의 해외 생산 역량과도 관련이 깊다. 특히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과 같은 개도국의 신흥산업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적으로 대기업의 사업 다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해외진출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글로벌 신흥산업의 성장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한ㆍ중 제3국 협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많은 부분에서 중첩된다. 중국은 광물, 에너지, 선진기술을 전략적 자원으로 규정하며 그린ㆍ디지털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재ㆍ장비ㆍ부품을 비롯한 중간재 분야에서는 한국과의 경쟁구도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한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이미 중국과 에너지, 유틸리티, 인프라 분야에서 제3국 공동투자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바, 이를 기반으로 양국의 전략적 산업을 포함한 새로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기후클럽 형성에 대한 통상정책적 대응방안 연구
    기후클럽 형성에 대한 통상정책적 대응방안 연구

    이 보고서는 무임승차와 탄소 누출을 억제하기 위한 기후클럽의 등장에 주목한다. 국제무역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는 중에 다자 차원의 노력이 한계에 직면하고 개별 국가의 독자적 기후ㆍ통상 조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기..

    이주관 외 발간일 2023.12.30

    다자간협상, 환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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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약어표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2. 연구의 목적 및 구성
    3. 연구의 차별성

    제2장 국제사회 탄소중립 노력과 기후‧통상 협력
    1. 주요국의 탄소 감축 및 투자 현황
    2. 국제사회의 기후‧통상 협력
    3. 기후클럽 논의의 등장

    제3장 기후클럽 논의와 쟁점
    1. G7 주도 기후클럽
    2. 미·EU 간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알루미늄 협정(GSSA)' 협상

    제4장 기후클럽 참여의 경제적 영향 분석
    1. 선행연구
    2. 모형
    3. 분석 시나리오
    4. 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

    제5장 기후클럽 가입과 우리 산업의 대응 방향
    1. 주요 산업별 기후대응 현황
    2. 기후클럽에서의 산업별 논의 쟁점
    3. 기후클럽에 대한 산업별 의견

    제6장 기후클럽 대응 방향
    1. 원칙과 방향
    2. 기후클럽 내 협력 분야
    3. 기후‧통상 정책 대응방안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이 보고서는 무임승차와 탄소 누출을 억제하기 위한 기후클럽의 등장에 주목한다. 국제무역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는 중에 다자 차원의 노력이 한계에 직면하고 개별 국가의 독자적 기후ㆍ통상 조치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기후클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체가 필요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다자질서 속에서 성장한 선진국으로서, 동시에 세계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통상질서 회복과 탄소중립을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으며,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저탄소 전환에 대한 속도 조절 요구가 제기되는 등 큰 딜레마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국제사회의 기후클럽 형성 논의에 대하여 한국의 대응방안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노력과 기후ㆍ통상 협력 현황을 바탕으로 기후클럽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고, 기후클럽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독일이 제안한 G7 주도의 기후클럽과 미국과 EU 간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ㆍ알루미늄 협상(GSSA) 논의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파악한다. 또한 각 논의가 포함하고 있는 구조를 반영하여 기후클럽 가입의 효과를 분석하고 국내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여 국제사회의 기후클럽 논의에 대한 대응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제2장에서는 첫째, 기후클럽 논의가 등장한 배경으로서 주요국의 탄소중립 관련 정책과 성과, 정부와 민간의 관련 투자 현황,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기후ㆍ통상 협력 현황 그리고 기후클럽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Climate Watch의 시계열 데이터 분석과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자료, 전문가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정책의 성과를 검토하여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책 측면의 온도 차를 확인했다.

    둘째, 주요국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시행 중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에 대해 IEA의 에너지 부분 투자 데이터와 FDI Markets의 기업 수준 해외직접투자 데이터를 활용하여 투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 국가간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 격차와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다. 셋째,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확산 현황을 주요 이니셔티브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어떠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기후변화 관련 국제 이니셔티브 및 연합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산업 탈탄소화 의제(IDA), 수소행동협약(HAP), OECD의 탄소 저감 접근에 대한 포괄적 의제(IFCMA), 산업 심층 탈탄소화 이니셔티브(IDDI), 브레이크스루 어젠다(Breakthrough Agenda), 선도그룹연합(FMC), 공정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나 기후 관련 다자간 정상회의를 계기로 창출된 포괄적이고 주목할 만한 이니셔티브였다. 넷째, 앞서 살펴본 정책, 투자, 협력 현황에서 나타나는 무임승차 또는 탄소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기후클럽 개념을 선행연구를 통해 정리하였다. 이러한 제2장의 내용을 통해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기후ㆍ통상 질서 속에 규제가 약한 지역에서 탄소배출이 더 많이 발생하는 탄소누출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와 저변에 깔린 경쟁력 저하에 대한 부담이 결국 클럽화된 기후 협력체를 등장시키는 배경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3장은 실제 협상 중인 G7 주도의 기후클럽과 미국 –EU 주도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ㆍ알루미늄 협정 사례를 통해 기후클럽 논의의 쟁점을 파악한다. G7 기후클럽은 개방적ㆍ협력적ㆍ포용적이며, 파리협정과 그에 따른 결정의 효율적인 이행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클럽의 활동은 세 개의 필라로 구성되는데, 필라 I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투명하고 도전적인 정책의 선도, 필라 II는 산업 전환, 필라 III는 기후 협력 및 파트너십 강화에 관한 내용이다. 2023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클럽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GSSA 협상은 미국이 특정 철강ㆍ알루미늄 수입에 징벌적 관세(페널티)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 기후 목적뿐 아니라 철강ㆍ알루미늄 무역분쟁 해결, 전지구적 과잉생산설비 대응, EU CBAM과 미국 IRA에 대한 상호 우려사항 해결 등 다양한 협상목표를 복합적으로 추구한다는 점 등에서 G7 이니셔티브 논의와 구분된다. 미국은 GSSA 회원국 지위와 징벌적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연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EU는 징벌적 관세 부과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EU는 기후ㆍ무역에 관한 국제 협력을 전제로, 국제법상 의무에 합치하는 한 GSSA 회원국이 각자 자국의 기후정책 도입 및 시행에 완전한 재량권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또한 GSSA 회원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없는 ‘허용’ 환경보조금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위의 두 기후클럽 논의가 서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탄소중립 가속화를 전제하고 있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기후ㆍ탈탄소화와 통상이슈를 하나의 합의 내에 연계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이러한 이슈를 실제 협상에서 복합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임을 현재 G7 이니셔티브와 GSSA 협상 경과가 보여주고 있다. G7 기후클럽은 회원국을 확장하면서 초기에 논의되었던 탄소가격제, CBAM과 같은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졌고, GSSA는 유효한 탄소 다배출국이 GSSA에 가입하여 일정한 배출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기후위기 대응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통상 조치가 WTO 협정 등 현행 국제의무와 다자규칙에 합치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상이한 관세율을 적용하거나 저탄소화를 위한 보조금을 허용보조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러한 규칙에 쉽게 합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4장에서는 기후클럽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참여 인센티브 구조에 따른 국가별 경제적 효용을 연산가능일반균형 모형을 통해 분석하였다.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국제 수준의 기후 협력체가 가지는 딜레마를 확인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의 연구 결과를 검토하였다. 결국 이론적 모형이 제시하는 소규모의 안정적 기후클럽, 대규모의 비효율적 기후클럽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하에 본 연구는 현실에서 확산되는 기후클럽이 오히려 증가하는 딜레마를 설명하고, 협력에 대한 수요를 반사실적 분석(counter factual analysis)을 통해 살펴보며, 협력의 형태에 따른 효과 차이를 분석하였다. 또한 기후ㆍ통상 협력에서 중국의 역할을 시뮬레이션 분석하여 기후클럽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주요국, 특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제4장의 분석 결과는 이론에서 고려되지 못한 주요국의 탄소중립 목표가 법제화된 제약하에서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결국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와 그 성과의 공유가 핵심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제5장은 기후클럽의 등장에 따라 우리 산업이 직면하게 될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산업별 통계조사와 해당 산업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분석하였다. 탈탄소화 논의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철강, 시멘트 산업과 주요 산업이면서도 무역의존도가 높고 탄소집약도가 높은 화학(석유화학 및 플라스틱) 산업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기후클럽 관련 주요 논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기후클럽 또는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거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 산업의 탈탄소화 관련 논의 쟁점을 공유하여 기후클럽 논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후클럽 참여에 대한 산업별 의견, 기후클럽과 국내외 탄소중립 강화에 대한 대응과 애로요인, 정책 수요 등의 인터뷰 결과 내용을 정리하였다.

    철강업계는 표준 선도, 공급망 협력, CBAM 면제 가능성 등의 기대로 기후클럽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며, 기후클럽 가입국과의 협력을 추진할 경우 그린 공급망 구축과 표준개발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기후클럽 가입 시 가장 우려스러운 부문으로는 NDC 목표 상향 압박과 탄소 규제 강화를 들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철강산업의 애로사항은 탈탄소화 압력 우려, 기후클럽 녹색시장에서 고로 생산 방식 국가의 철강 경쟁력 약화 우려, CBAM 연계 시 무상할당 전환 및 정보보안 우려, 그린에너지 인프라 구축 미비, 철 스크랩 부족 등이다. 이에 대한 정책과제로는 논의 초기부터 국제표준 룰 세팅에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배출량 산정 방식에 대해 논의할 때 생산 방식에 따라 제품별로 탄소배출량이 다르게 산정되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기후클럽 회원국간에는 탈탄소화를 위해 필요한 철 스크랩 수출 제한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철강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이다.

    시멘트 업계는 기후클럽 표준 개발 논의 시 각 국가의 특성을 반영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기후클럽 협상 논의에서 시멘트 안전성에 대한 협의회 구축을 제안했다. 시멘트 업계는 공정배출 비중이 높아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시멘트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포틀랜드시멘트 위주의 국내 시멘트 생산구조를 개선하고, 탄소배출이 적은 혼합시멘트 생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국산업표준(KS) 제ㆍ개정을 통해 혼합시멘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인센티브 제도 및 할당제 등 혼합시멘트 수요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지속적으로 배출효율을 개선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에너지 인프라 환경에서는 감축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기후클럽에서의 분야별 저탄소 전환 논의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바이오납사 등 화석연료의 대체 원료에 대한 개발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며, 국제감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배출권을 확보하고 NDC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내 배출권 제도의 개편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플라스틱 업계는 탄소감축목표나 해외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직접배출 규제에 직접적인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후클럽 가입을 통해 국제기준이나 해외 운영사례가 도입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플라스틱의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바이오 플라스틱의 확대, 폐플라스틱의 선별수거 인프라 구축이 정책 및 규제와 관련성이 높은데 기후클럽에 참여하여 해외 모범사례 도입 및 정책벤치마킹을 통해 다소 불분명하거나 일관성 없는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이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제6장에서는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복수국간 기후ㆍ통상 관련 협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원칙과 방향, 그리고 기후클럽 내의 협력 분야와 통상정책적 대응방안을 제안하였다. 특히 G7 및 GSSA에 국한하지 않고, 복수국간의 기후ㆍ통상이 연계된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원칙과 방향,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폭넓게 다루었고 나아가 관련 논의에서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기후ㆍ통상 관련 정책 대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가 제안하는 협상의 원칙은 첫째, WTO 규범에 부합하는 기후ㆍ통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둘째, 체제나 이념에 따른 경쟁보다는 탄소저감 비용을 낮추기 위한 협력을 기반으로 실용적인 논의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포용적 기후클럽의 원칙하에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그린전환에 따라 좌초되는 산업에 대한 조정지원을 강화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넷째, 기후변화가 녹색보호주의나 자국 우선주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기후클럽이라는 복수국간 협력체를 통해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고, 우리의 해외시장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경제안보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 다섯째, 기후클럽에서의 논의는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해야 하고 동시에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형태로 균형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한편 현재 논의 중인 기후클럽의 핵심적인 전략 목표는 저배출 상품에 대한 공통의 정의 및 표준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구축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하고 해당 제품의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위의 다섯 가지 협상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기후클럽을 통해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고 저탄소산업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협력 경로도 제시하였다. ① 기후기술 우선순위 선정 및 개발 및 투자 협력, ② 기술표준 설정 협력 강화, ③ 기후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장 형성 및 민간투자 유치 협력, ④ 저탄소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⑤ 저탄소 기술 시장의 표준화, ⑥ 기술 확산 및 고도화 협력이다. 이러한 협력 경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논의별로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여 국내 기업의 특수성과 애로사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각 단계에서 기후클럽 내 주요 협력 가능 분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표준인증 협력을 들 수 있다. 기후클럽에서 탄소발자국 표준을 개발하고 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도 표준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접근 방식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소 부문에 대한 논의는 탈탄소화 목표를 위해 각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향후 기후클럽에서 추가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정수소 정의에 대한 논의에 적극 참여해 원자력수소도 청정수소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 국내 산업계 의견을 적극 개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탈탄소화를 위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려면 생산 공정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투자협력 방안을 제시하였다. 넷째, 기후클럽에서 디지털 기술과 탄소중립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구체적 협력이 필요하다.

    한편 통상 정책 차원에서 기후클럽 관련 논의 진전에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제안과 국내적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클럽 내 허용보조금 제도 도입을 제안하여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탄소중립에 필요한 자원, 기술,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공급망 안정화를 제안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셋째, 기후ㆍ통상 관련 주요 이니셔티브를 선별하여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 넷째, 우리의 이해가 반영되면서도 탄소중립 추진과 경제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형 기후클럽과 기후ㆍ통상협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책연구브리핑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EU의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확대에 미친 영향: 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EU의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확대에 미친 영향: 에..

    본 보고서는 EU가 내세운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기조가 최근 공급망, 에너지 전환, 인적 교류, 안보 통합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고찰하였다. ‘개방’과 ‘자율’이라는 일견 상충되는 목표는 다양한 EU 정책에서 비교적 일관..

    장영욱 외 발간일 2023.12.30

    경제협력, 산업정책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 보고서의 구성

    제2장 전쟁 전후 EU의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추진 동향
    1.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의 정의
    2. 전쟁 전후 EU의 공급망 관련 정책 동향

    제3장 EU의 에너지 전략 변화 동향 및 전망
    1. EU의 에너지 전략
    2. 국가별 에너지 전략
    3. 소결: EU의 에너지 정책과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제4장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을 통한 인적 교류 현황과 특성
    1. 우크라이나 난민 발생 현황

    2. 문헌조사
    3. 난민의 노동시장 통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4. 소결: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과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제5장 전쟁 전후 EU의 안보정책 동향 및 전망
    1. 전쟁과 EU의 안보 분야 전략적 자율성
    2. 유럽의 안보ㆍ방위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
    3. 전쟁 발발 후 EU의 안보ㆍ방위력 강화 전략
    4. EU 안보 통합의 한계와 도전 과제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내용 요약
    2. 정책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본 보고서는 EU가 내세운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기조가 최근 공급망, 에너지 전환, 인적 교류, 안보 통합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고찰하였다. ‘개방’과 ‘자율’이라는 일견 상충되는 목표는 다양한 EU 정책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제시됐다. 미중 전략경쟁,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 쟁) 등을 통해 가시화된 세계 경제의 진영화, 블록화에 대응하여 EU 역시 역내 첨단 전략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역외 의존도 축소를 도모하고 있다(전략적 자율 성). 한편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수적인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치와 이 익을 공유하는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은 지속하고자 한다(개방형).


    제2장은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을 더 구체적으로 정의한 후 공급망 분야에 어 떻게 구현되는지 고찰한다. 2019년 현 EU 집행위 출범 이후 연달아 발표된 산 업 및 통상 정책은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EU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역내 경쟁력을 강화하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와의 협력은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는’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의 정의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에도 EU는 전략전망보고서를 통해 EU의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를 일별하 고 공급망을 역내화,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었다. 이러한 전략변화는 유 럽반도체법, 핵심원자재법, 기후중립산업법, 공급망실사법 등 구체적인 공급 망 입법안에 반영되었다. EU는 상기한 법안을 통해 역내 산업 비중의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보조금, 세제혜택, 연구개발 지원, 인력양성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또한 각 입법안에 양자ㆍ다자 간 전략 파트너십을 강조하여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을 지속한다 는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의 기조를 담았다.


    제3장은 EU 및 EU 회원국 차원에서의 에너지 정책을 다루었다. 러-우 전쟁 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EU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에너지 위기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EU는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여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의 단계적 축소 또 는 중단, 에너지 수입국 다변화,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수요 절감을 모색했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어 사례연구로서 독일, 프랑스, 핀란드, 폴란드의 에너지 정책을 고찰하였다. 최근 독일 에너지 정책은 재 생에너지원의 활용 확대, 모든 원자력 발전소 폐쇄, 그 반대급부로 화력발전 비 중 확대가 특징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반대로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다만 프랑스가 원전에 의지하는 것도 결국 2050년 기후변화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원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기 저에 깔려 있다. 핀란드는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이 높은 저탄소 국가이지만 에 너지 집약도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높고 화석연료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하 는 특징이 있었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주변국을 통 한 에너지 수입 조치로 위기를 타개하는 중이다. 폴란드는 EU 회원국 가운데 화석연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며, 이로 인해 EU 차원의 녹색전환 정책 추진에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폴란드는 원전사업 추진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시도하면서도 원전과 수소발 전 등 대체에너지원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 4개국 모두의 공통점이다. 대체에너지원 개발을 통한 에너지 자립도의 향상은 에너지 분야에서 EU의 전 략적 자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제4장은 유럽 국가로의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추이와 그로 인한 수용국 노동 시장이 받은 영향을 문헌조사, 현지조사 및 통계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다. 러-우 전쟁 발발 직후부터 유럽 국가로 우크라이나 난민이 대거 유입되었고 EU 회원국은 임시보호지침 발동을 통해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유럽에 유입 된 난민 중에서는 여성과 아동의 비율이 높고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가 많다는 특징이 관찰된다. UNHCR의 미시자료를 활용해 수행한 본 장의 실증분석에서 는 언어교육에 대한 접근도와 난민의 고용 가능성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난민 유입이 수용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아직 추가적 연구가 필요 하지만, 현재까지 노동인구 증가 정도의 영향만 관찰되며 내국인과 기존 이민 자의 임금, 실업률 등 노동시장 조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 인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반면, 시리아를 비롯한 중 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자ㆍ난민에 대해서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을 유사입장국에 처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EU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이민자ㆍ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경향의 한 단 면을 보여주며, EU의 개방형 전략적 자율성 확보 노력이 인적 교류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5장은 러-우 전쟁 이후 EU의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자율성 개념 변화에 주목하였다. 전쟁이라는 당면한 안보위협에 대응하여 EU의 방위력 강화 필요성이 강해졌지만,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급증하면서 도리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는 달성이 어려운 목표로 남아있다. 전통적 중립국이었던 스웨덴, 핀란드가 미국 주도의 NATO에 가입한 것은 미국에 의존한 방위력 확대를 선호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EU는 NATO와는 별개로 자체 안보 및 방위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취해왔다. 대우크라이나 무기, 군수품 지원과 우크라이나군 훈련 임무 시행 등이 움직임의 그러한 단적인 예다. EU 차원의 군수품 조달 시장 구축 노력 역시 유럽방위산업강화 공동조달법 통과로 일정정도 실현된 것으로 평가한다. EU의 안보 분야 전략적 자율성 확보는 미국 및 NATO와의 관계 설 정, 역내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 전후 우크라이나 방위력 구축 지원, 인도태평양 국가와의 안보 협력 등의 진척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제6장은 상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 시사점을 제시한 다. EU가 역내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각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기업 또는 현지 진출 기업에 장벽이 될 수도 있으나 우리가 이를 기회로 활 용해 볼 수도 있다. 반도체법, 기후중립산업법, 핵심원자재법 등에는 EU 입장 에서 신뢰할 만한 파트너와의 양자ㆍ다자 간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빠짐없 이 포함된다. 또한 EU의 최근 공급망 입법안은 지리적 차별 요소가 약한 특징 이 있기 때문에,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EU 기업들과 유사한 혜택을 누 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제시한 대외경제정책 중 우리나라에 유리한 부분을 일별하여 이를 기회요인으로 활용하면 우리 기업에 이익이 될 뿐 아니라 국제질서 재편, 공급망 압력, 기후변화 대응, 노동공급 부족 등 국제공조가 필요 한 글로벌 도전과제 해소에 EU와 우리가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목적하에 6장에서 에너지 분야, 인적 교류 분야, 안보 분야에서 EU와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분야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EU가 직면한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는 우리나라도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므로 EU의 대응을 참고삼아 우리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도출하는 데 있어 하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구체적 대외경제 및 경제안보 전략 수립은 본 보고서 의 범위를 벗어나긴 하지만, 본 보고서가 분석한 EU 사례가 그 전략 수립에 중 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연구브리핑
  • 디지털금융을 통한 아프리카 금융포용성 개선 방안 연구
    디지털금융을 통한 아프리카 금융포용성 개선 방안 연구

    본 연구에서는 금융포용성의 관점에서 아프리카 디지털금융의 발전과 그 영향에 대하여 심층 분석하였다. 금융 산업의 발전은 장기적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금융 산업 발전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

    한선이 외 발간일 2023.12.30

    관세, 금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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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 연구의 범위 및 구성 
    3. 연구의 기여 및 정책 활용 

    제2장 금융포용성 현황 및 성과
    1. 금융 발전 및 금융포용성
    2. 아프리카 지역의 금융포용성 현황 
    3. 디지털금융을 통한 금융포용성 개선
    4. 코로나19 팬데믹이 디지털금융 발전에 미친 영향
    5. 소결

    제3장 금융포용성 및 디지털금융 관련 정책 현황
    1. 아프리카연합 및 지역공동체 정책
    2. 아프리카 주요국 정책
    3. 주요 협력기관 정책
    4. 소결

    제4장 디지털금융의 사회경제적 영향 및 향후 발전 방향
    1. 디지털금융 확대의 사회경제적 영향
    2. 실증분석
    3. 아프리카 금융포용성 개선 과제  
    4. 아프리카 디지털금융의 최근 논의 방향
    5. 소결

    제5장 디지털금융 분야 한-아프리카 협력 시사점
    1. 아프리카 디지털금융 분야 개발협력 확대방안
    2. 디지털금융 분야 민간 부문 참여 확대방안  
    3. 소결

    제6장 결론
    1. 연구 내용 요약 및 평가
    2. 협력방안 및 정책 제언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본 연구에서는 금융포용성의 관점에서 아프리카 디지털금융의 발전과 그 영향에 대하여 심층 분석하였다. 금융 산업의 발전은 장기적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금융 산업 발전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다만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8번 지표 중 하나인 금융포용성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케냐에서 2007년 통신사 주도 금융 서비스인 모바일머니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모바일머니 서비스의 등장으로 금융소외계층이 저렴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2022년 기준 전 세계 315개의 모바일머니 서비스 중 154개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제공되고 있다. 모바일 기술 기반 금융 서비스의 확산으로 아프리카 지역 전체적으로 금융소외계층의 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금융포용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금융 산업이 발달한 남아공과 모바일머니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금융 서비스 이용자 비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케냐를 제외하고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성인 계좌 보유 비율은 불과 55%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금융포용성을 개선할 여지는 여전히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결제가 급격히 증가하고 핀테크가 더욱 활성화되는 등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었고,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팬데믹19 기간의 봉쇄 조치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정부 차원에서 비대면 금융 서비스 장려 정책을 펼쳐 모바일머니 서비스 사용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각국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강조하면서 지역별ㆍ국가별로 디지털전환 혹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전략에 따라 전자정부 서비스 구축, 디지털 인프라 확충, 전자결제시스템 구축이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저소득층과 금융소외계층을 금융 산업의 테두리 안으로 포용하기 위해 금융접근성 제고를 강조하면서 금융포용성 개선을 위한 국가별 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다.

    국가별로 금융 산업 발전 정도, 금융포용성 개선 수준, 경제 환경 등에 따라 전략의 방향성에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정부 규제의 강도와 초점에 따라 통신사 중심의 모바일머니가 주도하는 시장과 전통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양분된다. 남아공의 경우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에 비해 전통적인 금융 산업이 발전되어 있다. 은행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은행 계좌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신용카드 이용도 편리하기 때문에 모바일 기술 기반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 모바일머니 서비스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19% 정도이다. 그러나 최근 남아공도 디지털금융의 장점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의 전반적인 금융포용성 수준은 높지만 농촌 지역이나 영세ㆍ중소 기업의 금융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 금융포용성전략(Financial Inclusion Policy)을 세우는 한편,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고 혁신 금융 서비스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다. 반면에 케냐의 금융 분야는 낙후되어 있으나 모바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모바일머니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아울러 케냐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케냐 실정에 맞는 금융포용성 전략을 적절하게 구상하여 디지털금융과 관련한 명확한 전략 문서를 보유할 수 있었고, 모바일머니를 중심으로 하여금융포용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이제는 모바일머니를 통한 송금 및 결제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최근에는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개인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규 금융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 산업의 변화와 함께 케냐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손꼽히는 디지털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케냐 정부에서는 디지털경제청사진(Digital Economy Blueprint) 전략을 발표하고 디지털 정부, 디지털 비즈니스, 디지털 인프라, 혁신주도형 기업가정신, 디지털 기술 및 가치를 다섯 가지 핵심 분야로 지정하였다. 이어 디지털마스터플랜(Kenya National Digital Master Plan 2022-2032)과 국가지급결제전략(National Payments Strategy 2022-2025)을 발표하여 디지털금융 발전과 함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세네갈은 계좌보유 인구비율이 56% 정도로 금융포용성이 매우 낮다. 이에 세네갈 정부는 2022년 금융포용성전략(Stratégie Nationale D’inclusion Financière 2022-2026)을 마련하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상품 개발, 디지털 인프라 개선, 금융 및 소비자 보호 활동을 위한 규제 및 제도의 효율성 향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전략(Stratégie Sénégal Numérique 2016-2025)을 통한 디지털금융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관련 기반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개방적이고 경제적인 디지털 네트워크 구축과 디지털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모바일머니로 대표되는 디지털금융의 확산은 여러 사회계층에 대한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주어 금융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금융접근성 문제는 거래 비용, 금융기관과 고객 간 정보의 비대칭성, 금융 서비스 제공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그 원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저소득층의 비율이 높고, 사회적인 기초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에서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에 제약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저렴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저소득층에 위험 공유 역량을 높이고,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향상시키는 소비 위험 완화 기제로 작용하여 가계의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모바일머니 사용으로 빈곤층이 감소하고 저소득층의 소비 활동이 원활해져 소비 상황이 개선되었으며, 특히 여성 사용자의 금융회복력과 저축 능력을 개선하여 이들의 노동참여가 높아지는 등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였다. 기업 고객도 마찬가지로 모바일머니 사용을 통해 금융접근성이 향상되는데, 모바일머니를 사용하는 기업에서는 자금 관련 의사결정과정이 원활해지면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혁신을 위한 투자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때 개인과 기업의 경제 참여가 활발해지고 이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금융포용성 개선은 중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에 국제사회는 아프리카의 금융 분야 발전을 위한 사업에 유무상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금융 분야 지원 규모 상위 10개국 중 9개국이 유럽 국가일 정도로 유럽은 아프리카의 금융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원조기관인 USAID의 INVEST 플랫폼을 통해 민간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ㆍ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아프리카 금융 분야에 대한 차관제공과 투자를 늘려가는 한편, 2023년 금융포용성확대기금(Facility for Accelerating Financial Inclusion)을 신규로 설립하여 금융포용성 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아프리카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30년까지 핀테크 산업의 규모가 2021년 대비 1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아프리카 투자액의 절반이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이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 건수는 줄어든 반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기업의 투자 증가와 함께 아프리카 기업의 참여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무역 증가, 전자정부 서비스의 확대에 힘입어 아프리카의 디지털 결제 시장은 2025년까지 연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AfCFTA 이행과 함께 범아프리카 차원의 디지털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금융 분야 발전을 위한 한국의 협력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아프리카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회복성 구축이라는 목표하에 아프리카의 금융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금융 분야 발전이나 금융포용성 개선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 측면에서의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전 세계 금융포용성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금융감독제도, 지급결제제도, 예금보호제도 등을 도입하여 금융 인프라를 개선하면서 금융 산업을 발전시킨 경험을 토대로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재원을 활용하거나 아프리카 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아프리카에 금융 부문 발전을 위한 자문 제공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금융기관이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ㆍ외교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만큼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거나 아프리카의 민간 부문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위험 완화 방안이 중요하며, 이에 한국 금융기관이 현지에 동반 진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기관은 아프리카 시장에 관심이 크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신시장 개척 전략에 따라 아프리카 지역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 한국의 금융기관이 아프리카 지역 정책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시장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방증이다. 금융기업은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 방식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이를 장려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지원하고 외화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의 핀테크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인력, 서비스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데, 세네갈과 같이 금융포용성 개선 과제가 남아 있는 저소득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디지털금융 융합 분야 중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전자정부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는 디지털솔루션 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저소득국에서 디지털금융 서비스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로 신분증 보유 여부가 지적되는데, 한국은 여러 국가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ID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를 아프리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디지털 전환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정치ㆍ경제적인 불안 요소가 많아 사업 추진 리스크가 크다. 국제사회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아프리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필요한 추가적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개발금융기관(DFI)을 설립하여 투자자로서의 민간 참여(PSE)와 현지 기업 육성을 위한 민간 부문 개발(PSD)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국내 기업이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할 때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 형성 단계에서 개발협력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금융기관이나 유사한 조직을 구성하여 기업 진출을 장려할 수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한국기업에 우호적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대외전략을 수립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아프리카 지역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기술 인력 양성 관련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디지털 인프라 분야는 이미 유럽이나 중국 기업이 선점하고 있어서, 이미 진출한 해외기업이나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ICT 기술 인력 부족 문제가 디지털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 인력 양성 분야에서 주로 무상원조 사업 형태로 ICT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학위 프로그램, ICT 기술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아프리카 국가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ICT 인력 교육 및 훈련 분야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는데, 양자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나 현지 전문기관과 제휴를 맺고 한국의 기술 교육 전문기관을 통해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농촌 지역이나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디지털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추가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지역 통합의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프리카와 디지털 전환은 아프리카연합(AU)의 장기 발전전략인 어젠다2063(Agenda 2063)과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 협정 이행이라는 범아프리카주의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프리카연합은 아프리카 디지털전환전략 2020~2030을 기반으로 AfCFTA를 통하여 단일 디지털 시장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무역과 디지털 금융포용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통관 및 무역 절차 개선과 관련한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디지털금융과 디지털 무역을 연계하기 위한 한국과 아프리카 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정책연구브리핑
  • 아세안 주요국의 난민지원정책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아세안 주요국의 난민지원정책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근래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내전이 빈발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까지 겹쳐 전 지구적 난민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난민사태에 대한 국제적 대응..

    전제성 외 발간일 2023.12.30

    ODA, 경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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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 선행연구 검토
    3. 연구 방법
    4. 연구 구성
    제2장 글로벌 난민 위기와 동남아시아: 역사와 현황
    1. 열린 지역체계 동남아시아와 난민 위기의 역사적 전개
    2. 동남아시아 역내 난민 현황
    3. 동남아시아 난민보호 프레임워크 개관

    제3장 아세안 주요국의 난민지원정책
    1. 태국
    2. 말레이시아
    3. 인도네시아
    4. 필리핀
    5. 캄보디아
    6. 국가별 사례 비교분석 함의

    제4장 결론: 한국에 대한 시사점
    1. 한국 난민지원정책 차원의 함의
    2. 한국 외교 및 국제개발협력 관련 시사점
    3.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활동 관련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
    근래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내전이 빈발하고 있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까지 겹쳐 전 지구적 난민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난민사태에 대한 국제적 대응은 이러한 현실에 적절히 응답하기보다는 오히려 역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호주와 미국 등 전통적인 이민 국가이자 「난민협약」 체약국으로서 난민에게 재정착 기회를 제공해온 서구 국가들에서는 갈수록 난민보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현저하다. 서구 국가로의 재정착 기회가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심화한 동남아시아 주요 난민 수용국의 이른바 ‘장기화한 난민 위기’는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의정서」를 근간으로 하는 국제난민레짐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난민 문제는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동에 관한 것이기에 국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며,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이하 「난민협약」)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이하 「의정서」)로 대표되는 국제난민법은 그 당위적 필요성을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책임을 분담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되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여 1991년에 「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비준하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국제법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법」을 제정하여 국제난민규범을 제도화하는 등의 선구적 실천도 보여주었다. 2015년부터는 연간 약 30명의 난민을 국내에 재정착시키는 시범사업 또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의 제주도 예멘난민사건이 시사하는바, 국제적 규범과 책임을 이행하는 데 넘어야 할 사회적 벽은 아직 높다. 평균 난민 인정률 또한 2.8%에 불과하여 글로벌 난민보호 책임분담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보호에 관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난민정책을 마련하는 데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찾는 데 있다. 수십 년간 난민과 공존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은 그 시사점을 탐색하기에 적절한 무대를 제공해줄 수 있다.

    동남아시아는 주요 난민 발생 지역이자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난민을 수용해왔다는 양면적 특성을 동시에 갖는 지역이다. 동남아시아의 지리환경적 입지를 토대로 형성된 ‘열린 지역체계’로서의 특성이 이러한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을 이룬다. 전통 시대 국가 건설 과정에서부터 서구 열강의 침탈과 독립 이후 근대적 국민국가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치러야 했던 국가간 전쟁과 내전 등, 외부 세력의 영향과 내적 동인이 교차하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에서는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고, 또한 그 열린 경로를 따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이재민과 실향민, 난민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던 오래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동은 그리 낯선 현상이 아니었다.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된 이래 국가간의 경계와 출신지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는 태도는 엄격해졌지만, 그런 가운데도 동남아시아 각국은 자국 영토로 들어와 사는 사람들의 존재를 묵인하고 비공식적인 수준에서나마 그들 사회로의 통합도 허용해왔다. 아세안 주요 난민 수용국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난민협약」과 「의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난민레짐의 틀에 비추어서만은 온당히 평가되기 어려운 난민보호의 다른 지평이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아세안 주요 난민 수용국의 실천이 갖는 함의에 주목하여 우리의 난민정책을 개선하는 데 참조할 시사점을 찾고, 또한 향후 이들 국가와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와 방도를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연구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난민협약」 및 「의정서」 비준 여부로, 이는 국제적 규준의 난민보호 관련 제도화가 일정 수준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이러한 조건에 속하는 국가는 마찬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난민협약」 및 「의정서」 당사국은 아니나 수십 년간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들로, 이 유형에 속하는 국가들의 경우 난민의 지위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나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등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난민지원은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분적’ 혹은 ‘비공식적’ 난민보호를 제공하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적용하여 본 연구에서는 전자의 유형으로 필리핀과 캄보디아를, 후자의 유형으로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인도네시아를 선정하여 총 다섯 개의 아세안 국가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아세안 5개국의 난민보호 관련 실천이 갖는 함의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맥락의 대조(contrast of contexts)’ 방법을 통한 비교분석을 시도하였다. 비교분석을 위해 상정한 세 변수는 제도화ㆍ지리환경ㆍ정치체제 변수로, 연구 대상 5개국의 특성을 반영하였다. 먼저 제도화 변수 관련 비교분석은 연구 대상 선정 기준이기도 한 「난민협약」 및 「의정서」 비준 여부가 실질적인 난민보호와 어느 정도나 관련성을 갖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였다. 두 번째는 지리환경 변수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구분하는 일반적인 기준인 대륙부(태국ㆍ캄보디아)와 도서부(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라는 지리환경적 특성과 난민보호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상정하였다. 지리환경 변수는 난민의 도래와 유출 방식, 규모,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주효하리라 가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정치체제 변수는 민주주의 수준과 난민보호 간의 상관관계를 가정한 것으로, 본 연구 대상 5개국 가운데 태국과 캄보디아는 선거권위주의 체제로, 나머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선거민주주의 체제로 구분하여 정치체제 특성이 어떤 측면에서 난민보호와 관련한 실천의 차이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정치체제 변수는 행위자의 다양성, 시민사회의 자율성, 난민 선호 및 사회통합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가정하였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난민 문제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난민협약」과 「의정서」 등 국제법 비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난민보호 관련 제도화의 취약성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이민법에 근거하여 난민 유입을 통제하는 주요 난민 수용국의 접근법을 방어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이들 국가의 보호가 갖는 의미를 폄훼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아세안 주요국의 난민보호가 갖는 실천을 제도화 수준을 잣대로 평가하는 기존 연구는 중앙정부 외에도 지방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난민주도조직 등 다양한 행위자에 의해 전개된 실천과 성취를 간과한다는 한계를 보인다. 본 연구는 현장 연구를 기반으로 국가 및 비국가행위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행위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제도 및 정책상의 취약성을 극복하여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난민보호를 위한 실천을 전개해왔는지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이 연구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제3장은 아세안 5개국의 난민 현황과 다양한 행위자 수준에서 이루어진 난민보호 실천 및 그 함의에 관한 분석을 담고 있다. 태국은 지리적 영향으로 인해 주변국에서 발생한 난민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로 꼽힌다. 특히 인도차이나전쟁은 ‘인도적 억제(humane deterrence)’로 요약되는, 오늘날까지 태국 정부가 일관되게 고수하는 난민 대응의 기조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캄보디아 난민이 급증하던 1979년에 제정된 이민법은 국가의 승인 없이 태국으로 들어온 사람 모두를 ‘불법이주민’으로 규정한다. 태국 정부의 이러한 접근법은 인도차이나 난민뿐 아니라 이후 대량 유입된 미얀마 난민을 포함하여 모든 난민에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을 따라 늘어선 9개의 난민캠프에 10만여 명에 이르는 미얀마 난민이 살아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불법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난민의 존재를 묵인하는 등의 형태로 난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난민협약」은 비준하지 않았지만, 헌법을 비롯한 국내법에 난민보호를 기대할 수 있는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고, 다수의 국제인권법을 비준하여 보충적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여지를 허용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태국은 UNHCR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난민지원 NGOs 등의 접근 또한 허용함으로써 소극적인 수준에서나마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미얀마 난민사태의 장기화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UNHCR과 미국 등 서구권 국가들이 2000년대 중반에 추진한 제3국 재정착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지방수용위원회(PAB: Provincial Admission Board)를 설치하여 지방정부를 통해 재정착 적격 난민의 등록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하여 매따오 클리닉(Mae Tao Clinic)을 위시한 다양한 비국가행위자를 통해 난민에게 보건의료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등, 태국은 국가적 수준의 난민보호 제도화는 미흡하나 다양한 방식으로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이다. 동남아시아 역외로부터 유입되는 난민뿐 아니라 인접 국가, 특히 태국을 거쳐 입국한 미얀마 난민까지 포함하여 말레이시아에는 2022년 기준 13만 4,554명의 난민이 체류하고 있다. 2015년 안다만해 로힝자 난민사태는 말레이시아의 난민지원정책에서 전환점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난민을 위한 영구적 해결 방안(durable solutions for refugees)을 찾기까지 자국 영토에 역내 난민들의 임시 거주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발발한 미얀마 쿠데타로 인해 말레이시아로 유입되는 난민 수가 급증함에 따라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결정하고 보호하는 주요 주체였던 UNHCR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어 난민 상황이 취약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역시 태국과 마찬가지로 이민법에 근거하여 난민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난민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로서 임의 구금과 강제송환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실정이다.

    국제인권법은 「난민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국가들에서 보충적 난민보호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핵심 국제인권법 중 세 개―「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만을 비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각의 협약에 유보조항을 달아 그 효력을 약화하는 한계를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는 국제기구와 다양한 국가기관 및 시민사회가 다양한 대안적 방법을 통해 난민의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을 허용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최근 말레이시아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그동안 ‘불법이주민’으로 규정해 왔던 사람들을 최초로 ‘난민’이라는 용어로 지칭하는 한편, 역내 국가들에 난민 문제에 대한 공조와 협력을 촉구하는 등의 이니셔티브를 보여주고 있다. 2023년 2월, 말레이시아 산업법원이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건으로 소를 제기한 난민 노동자에게 승소를 판결한 사건은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근로자로서 난민의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난민보호와 관련하여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상반기 동안 난민, 사형제도, 여성 등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과 법안을 연달아 통과시키는 등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말레이시아가 이룩한 이러한 성취는 「난민협약」 및 국제인권법 등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난민레짐 못지않게 한 국가의 민주주의 발전 수준 역시 난민보호와 매우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 역시 태국,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별도로 난민법을 제정하지 않은 채 이민법에 근거하여 난민 문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난민보호의 제도화 수준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하지만 난민에 대해 엄격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관용과 공존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구한다. 특히 난민지원 관련 국제기구나 단체들과의 협력이 활발하여 부분적 또는 비공식적 난민보호가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인도네시아에 소재하는 국제기구 중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기관으로는 UNHCR 인도네시아지부, IOM, 예수회난민지원단체(JRS: Jesuit Refugee Service), 난민권리보호회(SUAKA), 인권활동그룹(HRWG: Human Rights Working Group),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인도네시아지부 등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또한 다수의 국제인권법에 가입한 국가라는 점에서 난민에 대한 보충적 보호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2009년, 아세안정부간인권위원회(AICHR: 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 창설에 기여하고, 유일하게 인권운동가를 정부 대표로 임명한 국가이기도 하다. AICHR은 아세안이 공식적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여러 인권 사안을 다루는 창구로서, 난민 문제 또한 이를 통해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필리핀은 오래전부터 역내외 다수의 국가에서 탈출한 난민을 받아들인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러시아에서 탈출한 백(白)러시아인의 물결이 당도한 191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로도 필리핀은 아홉 차례에 걸쳐 전 세계 난민을 받아들였으며,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이른 시기인 1981년에 「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비준하였다. 인도차이나 난민 위기 사태 당시에도 필리핀은 총 30만 명에 육박하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난민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필리핀은 「난민협약」 당사국으로서 1988년에 아세안 국가 가운데는 최초로 공식적인 난민심사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필리핀 법무부의 난민 및 무국적자 보호부는 2012년, 난민 지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무국적자 지위 결정에 관한 절차’를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22년 3월에는 「난민 및 무국적자 귀화 촉진에 관한 규칙(Rule on Facilitated Naturalization of Refugees and Stateless Persons)」을 제정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사법부가 주도하여 난민과 무국적자의 귀화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나선 예로 평가된다.

    필리핀은 UNHCR이 추진하는 ‘난민과 함께하는 도시(Cities #WithRefugees)’ 캠페인 참여국 중 하나이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국제적 난민보호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는 사례로, 필리핀에서는 2019년부터 13개 도시가 연대 성명서에 서명하여 전 세계 250개 이상의 도시와 함께 난민을 지원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다. 2023년 8월에 필리핀은 ‘새로운 환승 협약(new transit agreement)’에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의 난민보호 규범을 이행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 체류하는 난민 수가 2022년 기준 856명으로 많지 않다는 사실은, 제도화 자체가 난민보호의 충분조건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캄보디아는 과거 인도차이나 난민사태의 한 축을 이루는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킨 국가이기는 하나, 필리핀에 이어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보호와 밀접한 9개 핵심 국제인권법을 모두 비준했거나 서명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캄보디아는 필리핀에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캄보디아에 체류하고 있는 난민 수는 총 24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베트남전쟁의 여파로 탈출한 베트남 산지인(山地人, Montagnard) 난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1993년 총선거를 통해 새로운 체제가 수립된 이후로도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국내실향민(IDPs)이 대거 발생하는 등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난민 문제 또한 적지 않다.

    캄보디아는 헌법에 보편적 인권 보장과 국제법 준수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2009년에 「난민인정절차 시행령」을 제정하여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에서 난민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제정 이후 이전까지 UNHCR이 관할하던 난민지위결정(RSD: Refugee Status Determination) 업무가 캄보디아 정부로 이관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난민지위결정 절차 진행 기간이 매우 지연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또한 전무하여 난민 신청자의 경제적ㆍ심리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2009년 위구르족 비호신청자를 중국으로 강제송환한 후 막대한 원조를 수령하고, 이어 2014년에는 호주와 나우루 거류 난민 수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대가로 5,500만 호주달러를 받는 등 캄보디아는 난민을 경제적 거래의 대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는 JRS를 제외하고는 난민보호 관련 비국가행위자의 활동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 또한 안고 있다.

    아세안 5개국의 난민보호 실천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 연구 방법에서 제시한 세 가지 변수는 상당 부분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지리환경적 요인은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높은 난민 수용률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단지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대륙부와 도서부 동남아시아가 갖는 사회문화적 특성이 일정 수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도 지리환경 변수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말레이시아 사례에서 두드러지는데, 도서부 동남아시아의 특징 중 하나인 이슬람이라는 종교 배경이 미얀마 로힝자족을 비롯한 무슬림 난민을 끌어당기는 흡인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민 수용국의 경제적 조건은 지리적 접근성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국가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 역내 최대 노동력 수입국인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향하는 난민의 흐름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현상은 반대로 「난민협약」 당사국임에도 난민의 취업 기회가 매우 제한적인 필리핀과 캄보디아의 난민 수가 매우 적은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유효하다. 경제변수는 동남아시아의 장기화한 난민 위기 상황과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서구권 국가로의 재정착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난민들은 생계유지가 가능한 조건을 찾아 경유지 국가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이주민으로서의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해야 하는 고충이 있기는 하나 경제적 필요에 따라 이들의 존재를 일정 수준 묵인하는 국가가, 기회 자체를 얻기 힘든 국가보다 선호된다는 사실이 아세안 5개국의 균일하지 않은 난민 분포율에서 확인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본국에서 탈출하는 난민으로서는, 단지 생명을 부지하는 것만이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는 궁극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난민들은 경제적 기회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곳, 또는 최소한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갈 여지가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한다. 난민보호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아세안 5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비교한 결과는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한다.

    본 연구에서는 태국과 캄보디아를 선거권위주의 체제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선거민주주의 체제 국가로 대별하는 비교분석의 틀을 구상하였다. 이는 선거제도를 갖추었더라도 권위주의 통치가 강성한 경우 이러한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기 어렵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틀은 태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난민 이동을 설명하지 못하는 난점을 갖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거제도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인 민주주의 수준을 비교하여 난민보호와의 관계를 파악하였다. 민주주의 및 자유지수를 비교한 결과 난민 수용률 및 난민보호 수준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틀은 특히 아세안 5개국 가운데 민주주의 지수에서 유일하게 권위주의로 평가된 캄보디아의 저조한 난민보호 현황을 설명하는 데 유효했다. 선거라는 제도 자체는 존재하더라도 집권 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의 활동이 억압되고, 소수자의 권익을 옹호하여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가 부재하는 환경에서 난민과 같이 취약한 집단에 대한 보호는 기대하기 어렵다. 비록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로 평가되기는 하나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의 경우 난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 활동이 활발하고, 난민 역시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난민보호의 수준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민주주의 발전 수준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 5개국의 난민보호 실천에 관한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한국 정부의 난민지원정책, 외교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활동이라는 세 차원에서의 정책적 시사점을 탐색하였다.

    1) 한국 난민지원정책 차원의 함의
    아세안 5개국 사례는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체계 구축 및 강화가 난민보호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태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난민심사제도를 갖추고 있지는 않으나 지방수용위원회를 구성하여 난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정부가 난민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그에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필리핀 또한 ‘보호 대상자를 위한 지방정부 지원에 관한 제안서’를 발표하여 난민보호를 위한 지방정부의 책임과 자율성을 높였다. 필리핀의 13개 도시가 참여하는 UNHCR의 ‘난민과 함께하는 도시(Cities #WithRefugees)’ 캠페인 사례는 난민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나설 때 실질적인 난민보호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난민정책에 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 보장은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난민보호를 위한 충분한 재원과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방정부에 그 책임만 떠넘긴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에 자율성을 부여하되, 난민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상호존중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난민을 수용하는 지역사회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은 정주사회의 부담을 완화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2024년이면 10년이 되는 우리의 재정착 시범사업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우리 사회에 정착할 의지가 높은 난민에 대한 재정착 및 보충적 유입경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2015년부터 재정착 시범사업을 통해 연간 약 30명의 난민을 국내에 정착시키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태국 매솟의 난민캠프에 거주하던 미얀마 난민을, 2018년부터는 말레이시아 도심 난민을 정착시켰다. 한국 정부는 난민캠프를 따로 두지 않고 도심 지역에 난민을 재정착시키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도심 난민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 구조와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재정착한 난민들의 경제적 자립도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는 재정착 전 난민들이 살아오던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정착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하지만 아직은 그와 같은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는바, 그 폭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보충적 유입경로를 통한 난민 수용은 근래 크게 주목받고 있는 대안적 해법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난민 유학생을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경로를 통한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법무부의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도 근로에 기반한 보충적 유입경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착 시범사업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는 그와 같은 기회가 매우 제한적인 수의 난민에게만 주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도 난민이 종사할 수 있는 직업군을 매우 협소하게 제한하고 있어 학력 수준이 높고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난민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을 일괄적으로 균일한 집단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역량을 평가하여 적절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다면 우리의 외국인력 고용제도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한국 외교 및 국제개발협력 관련 시사점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은 한국 정부의 인도ㆍ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가운데 동남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외교정책이다. 이전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비교할 때 한-아세안 연대구상은 ‘가치’와 ‘비전통 안보’를 중시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가치외교’는 자유와 인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난민 문제를 포괄할 여지가 크다. 비전통 안보에 대한 강조 역시 초국적 이슈로서 국제적 협력과 거버넌스를 요하는 난민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난민 문제를 가치외교 및 비전통 안보 외교의 이슈로 상정하여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데, 동남아시아 난민 문제와 관련한 협의의 경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아세안+3(APT: ASEAN Plus Three) 등의 협의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심화하는 난민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난민은 분쟁국이나 취약국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분쟁국과 취약국의 사회안정과 경제성장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난민 발생의 원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난민 문제에 대한 범분야(cross-cutting) 접근과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국제개발협력 관련 제도 및 정책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제도적으로 난민을 적극 수용하고 지원하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정부 또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이 수행한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 중 난민 관련 사업은 극히 일부로 확인된다. 현재 일부 공여국에서는 국내 유입 난민 지원 방안 중 하나로 ODA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 또한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중장기적 전략 구축을 위해 ODA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여국 내 난민지원 할당금(in-donor refugee costs), IOM, UNHCR 등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협력 확대, 중앙-지방정부 간 유기적인 연대와 협력 등이 있다.

    3)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활동 관련 시사점
    한국의 시민사회는 1990년대부터 새로운 방식의 국제연대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아시아연대운동이 국제활동의 핵심어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주민 보호는 운동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으며, 그 보호 대상에는 난민과 비호신청자도 포함된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 차원의 국제적 연대활동은 난민보호와 관련하여 중요성을 띠는데, 문제는 난민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1만여 개의 단체 가운데 난민지원 활동을 하는 단체는 1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국내 유입 난민을 지원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많은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지원활동은 저조한 형편이다. 동남아시아를 경유지로 삼는 난민이 증가하고 또한 대기 상태가 장기화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의 수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난민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 수를 늘려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건의료ㆍ교육ㆍ환경ㆍ평화ㆍ여성ㆍ인권운동 단체가 기존의 활동에 난민사업을 하위 범주로 포괄해나갈 필요가 있다.

    몇 안 되는 단체의 현장지원 활동이 태국 매솟이나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와 같이 난민이 밀집된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우리 시민사회 연대활동의 한계라 할 수 있다. 태국에 입국했던 난민들이 말레이시아로 다시 떠나는 흐름이 말해주듯이 난민들은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고, 그 결과 동남아시아 각지에 산재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 시민사회 역시 이러한 상황에 맞춰 활동 지역을 지리적으로 확산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현지 난민지원 활동 단체들과의 연대는 활동 지역 확장에 필요한 인적ㆍ물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정부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도를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난민지원 활동을 하려는 시민사회단체가 자체적으로 난민지원 활동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피력하면서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난민보호 활동이 점점 더 가시화될 때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분야 중 하나로 난민지원이 범주화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본 연구에서 다룬 아세안 국가들의 난민지원단체들이 난민보호를 위해 국제기구 및 정부와 함께하는 삼각협력에 익숙하다는 점 역시 우리 시민사회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제연대의 일환으로 아시아태평양난민권리네트워크(APRRN: 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연대의 파급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학계와 유엔 산하 기구들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난민 심사체계와 인권보호 등 법ㆍ제도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보충적 유입경로를 활성화하고 난민 데이터를 수집 및 진단하는 활동을 병행하는 등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난민보호 접근법도 구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Assessing Vietnam’s Progress 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A Comp..
    Assessing Vietnam’s Progress 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A Comp..

    Nguyen Hong Thu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발전,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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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Acknowledgement
    Executive Summary

    Chapter Ⅰ. Introduction
    1. Purpose of Research
    2. Literature Review
    3. Research Content
    4. Methodology
    5. Limitations

    Chapter Ⅱ. Socio-Economic Development and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Vietnam
    1. Overview of the Socio-Economic Development Process in Vietnam
    2.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Vietnam
    3. Sub-Conclusion of Chapter 2

    Chapter Ⅲ. Assessing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Vietnam and the Factors Affecting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at the Provincial Level
    1. Assessing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Vietnam
    2. Factors Affecting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at the Provincial Level in Vietnam
    3. The Context, Difficulties, and Challenges for Implementing SDGs in Vietnam
    4. Sub-Conclusion of Chapter 3

    Chapter Ⅳ.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of Some Countries in Southeast Asia
    1. The Progress of the SDGs Implementation in Southeast Asia
    2.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Indonesia
    3.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Lao PDR
    4. The Progress of SDGs Implementation in Myanmar
    5. Sub-Conclusion of Chapter 4

    Chapter Ⅴ. Lessons Learned, Recommendation for Vietnam and Implications for Korea
    1. Lessons Learned for Vietnam
    2. Recommendation for Vietnam
    3. Implications for Korea
    4. Conclusion

    References
    국문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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