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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인구의 고령화, 보건의료의 불평등 악화,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고가장비의 지나친 확산 등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및 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여건에 봉착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보건의료기술의 발달 및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의 증가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료시스템 개혁에 대한 고민은 비단 한국만이 겪고 있는 현실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기존의 의료시스템을 개혁하여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중남미의 여러 나라는 1970년대부터 다양한 형태의 의료시스템 개혁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영국,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행해졌던 의료시스템 개혁의 노력들은 이미 여러 차례 학계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의료시스템 개혁 연구는 한국사회의 개발도상국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데에 한계를 보인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막대한 자본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선진국들의 의료시스템에 비하여 그 역사가 짧을 뿐 아니라 시민권에 기반을 둔 의료시스템의 정착이라기보다는 산업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바탕으로서의 서비스 제공에 중심을 두고 발전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료보건 서비스 확장은 민주적인 과정을 통한 시민들의 사회권 확장을 통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권위주의 정부의 노동자 계층 흡수(cooptation)를 통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의료보건 시스템의 형성 과정과 특징에 있어서 선진국과는 상이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남미의 의료시스템 개혁의 사례는 선진국이 한국의 사례에 주지 못하는 시사점들을 보여준다. 중남미와 한국은 모두 최근 경험하고 있는 소득불평등 악화가 의료시스템에 끼친 악영향을 의료재정의 지나친 증가를 피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다소 까다로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 즉, 두 지역 모두에서 1990년대 이후 실시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의료시스템의 개혁에 유사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의 사례들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의료시스템 개혁을 위해 민영화, 지방분권화, 선별적 지원(targeting) 등 다양한 방식들이 시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의료보험 시스템의 개혁만이 의료시스템의 개혁이라고 여길 수 있는 편협한 의료개혁에 대한 이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본 연구의 목표는 중남미 의료시스템 개혁의 사례들을 한국 학계에 소개함으로써 의료시스템 개혁 연구 및 중남미 연구의 지평을 넓힘은 물론 한국의료시스템 개혁을 분석하고 준비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부 선진국의 사례에 국한되어 왔던 의료시스템 개혁 연구에 새로운 사례들을 포함시켜 비교연구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중남미 지역학의 연구 분야에 보건의료라는 부분을 포함시켜 중남미 연구의 내용 또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서론을 포함하여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중남미의 의료 현황 및 의료시스템 개혁 논의의 핵심 주장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중남미 각국이 의료시스템 개혁을 고민하게 된 계기와 세계 금융기구들의 의료시스템 개혁 논의 등을 살펴봄으로써 중남미 의료시스템 개혁의 배경을 분석하였다. 제3장부터 제5장까지는 사례 연구가 진행된다. 각 장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의 의료시스템의 역사 및 현황을 파악하고 1980년대 이후 추진된 의료시스템 개혁의 내용과 효과를 분석하였다. 제6장은 결론에 해당하는 장으로 칠레, 아르헨티나 및 멕시코의 사례를 비교하고 비교분석을 통해 얻은 결론이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갖는 시사점을 고찰하였다.
중남미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의료․보건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중남미의 평균 수명은 54세에서 70세로 늘었고, 유아 사망률은 천 명당 161명에서 60명으로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의료․보건 지표의 개선이 곧 의료 불균형 및 불평등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역내 국가들 간의 의료불평등이 눈에 띈다. 아르헨티나나 칠레 같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 비하여 카리브 지역의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영아 사망률과 낮은 기대수명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가 내의 의료불평등이다. 일례로 원주민의 경우 중남미 및 카리브 지역 인구의 7%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농촌 인구의 40%가 원주민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그룹은 각국의 평균 수명보다 낮은 수명을, 평균 문맹률보다 높은 문맹률을, 그리고 평균 영아 사망률보다 높은 영아 사망률을 보여준다. 각종 의료․보건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지역간, 인종간, 계층간 의료불평등이 중남미 의료 현황의 특징이라면 파편화된 구조는 중남미 의료시스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중남미의 사회보장제도는 비교적 오랜 역사와 더불어 복잡한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러한 사회보장제도는 의료시스템을 포괄하는 제도로 발전하였는데, 이렇듯 일찍부터 중남미에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한 노동 부문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여 그들을 흡수하려했던 민중주의적(populist) 국가가 있었다. 즉 의료시스템의 혜택을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제공하기보다는 흡수의 대상이 된 노동 세력에게 차등적인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의료시스템을 국민 통제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중남미의 의료시스템은 파편화 혹은 분절화되었다.
중남미 각국의 의료시스템이 보여주는 파편화는 인구의 고령화, 경제위기로 인한 재정의 약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의료비 지출의 증가 등 의료 환경에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들의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중남미 의료시스템이 고질적으로 겪어온 의료불평등의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1980년대 이후 중남미 각국에서 진행된 공공부문 개혁의 노력에서 의료부문 개혁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본 연구에서는 중남미 의료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의료시스템 개혁 중 칠레, 아르헨티나 그리고 멕시코의 사례를 연구하였다.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의 의료시스템 개혁은 각국의 독특한 정치․경제․역사 및 사회적인 조건을 반영하는 사회적인 산물이다. 하지만 본 연구의 사례들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하에 추진된 의료시스템 개혁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즉 국가의 축소 및 시장의 확대라는 큰 틀 속에서 추진된 정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중남미 각국에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IMF, 세계은행 및 미주개발은행과도 같은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제안들을 충실히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칠레의 경우 본 연구에서 분석한 세 가지의 사례 중 가장 먼저 신자유주의적 의료시스템 개혁을 시도하였다. 피노체트 정권은 1973년 군사쿠데타로 사회주의 정권인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지 8년만인 1981년에 전격적으로 민영보험을 도입함으로써 이원화된 의료보험체계를 확립하였고, 1차 의료서비스 제공의 기능을 시정부로 이전하여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도 실시하였다.
피노체트 정권은 민영보험을 도입하기 위하여 우선 1979년 기존의 공영보험제도를 통합하여 국가의료기금(이하 FONASA)을 설립한다. 그리고 1981년 헌법을 개정하여 민영보험을 도입, 공영보험과 민영보험이 서로 경쟁하는 의료보험 체계를 수립하였다. 이를 통해 피노체트 정부는 국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뿐 아니라, 공영보험제도와 민영보험제도 간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인 보험체제의 질적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민영보험의 도입이 칠레의 의료시스템에 끼친 효과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민영보험의 도입으로 단기적으로는 칠레의 공공의료비 지출이 감소하였다. 통계에 따르면 1973년부터 1987년 사이 칠레의 공공의료비 지출은 40%나 감소하였다. 이는 피노체트 정부가 제시한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라는 목표의 달성 증거인 듯 보였다. 하지만 급작스런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와 1980년대 경제위기의 여파로 칠레의 공공의료시스템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특히 민영의료보험제도와 공존하는 공공의료시스템으로서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 대다수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의료시스템의 위기는 곧 칠레 보건의료의 위기가 되었다.
1990년대 민주화 이후 칠레의 민주정부는 의료시스템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군사정권하에 만성적 재정부족을 겪으면서 악화된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정부의 공공의료비 지출은 다시 상승하였고, 이는 민영보험의 도입을 통해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당초의 목표가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민영의료보험의 도입이 칠레 의료시스템에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의료시스템 내의 의료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민영의료보험제도의 도입으로 고소득층 및 건강한 노동자 그룹이 대거 민영보험제도로 이탈함으로써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졌다는 것은 이미 언급하였다. 이와 함께 민영보험시스템이 제공하는 고가의 의료서비스 도입은 칠레의 전반적인 의료불평등을 악화시켰다.
피노체트 정권이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또 다른 정책은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였다. 피노체트 정권은 1979년 관련 법률을 제정하여 1차 의료서비스를 시정부로 이전하였다. 1차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기능을 분산하고 서비스의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서비스의 제공을 담당하여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시행된 정책이다. 하지만 1차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기능의 이전은 이루어졌으나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재원의 조달은 제한적이었고 이는 시정부의 재정을 악화시켜 의료서비스의 질을 악화시켰다.
피노체트 정권하에 추진된 신자유주의적 의료시스템 개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민주정부들은 다양한 수정정책을 도입하였으나 이원화된 의료보험제도와 1차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라는 원칙은 고수하였다.
이처럼 칠레는 군부하에 신자유주의적 의료시스템 개혁을 추진하였고 개혁의 도구로 소개된 정책들을 비교적 착실히 추진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칠레는 많은 국제기구들에 의해 모범적인 의료개혁의 사례로 소개되었으며 동시에 이후 개혁을 추진하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게 모델로 추천되었다.
아르헨티나 역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시스템에 시장 원리를 도입한 나라이다. 칠레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도 중남미의 여러 국가들 중 사회보장제도의 역사가 비교적 길고, 국가가 주도하는 의료보험의 역사 또한 오래된 나라이다.
하지만 노동조합들이 운영하던 다양한 상호부조기금의 중앙집권적이고 국가주의적인 통합을 통해 국가주도적인 의료시스템의 설립을 바랐던 페론 정권의 희망과는 달리 상호부조기금들은 노동사회보험(Obras Sociales)으로 전환되어 노동과 복지국의 관리하에 놓이게 되었으며 공식부문의 노동자들만의 의료시스템으로 탄생하였다.
페론 정권하에서 생긴 노동사회보험제도와 보험제도의 기본 골격은 다양한 수정과 개선의 과정을 거쳤으나 1990년 메넴의 의료시스템 개혁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즉 공식부문 노동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사회보험과 비공식부문의 노동자 및 저소득층을 포괄하는 공영의료시스템, 그리고 자발적 보험체계로 운영되는 민간부문이 공존하는 시스템이 유지되었다.
페론 정권(1946~55년)이 국가주도의 단일한 의료시스템 설립을 추구하였고 이후 나온 의료시스템 개혁의 논의 또한 주로 노동사회보험과 공영의료시스템의 통합을 주장했다면 메넴 정권(1989~99년)은 민영보험 체계와 노동사회보험 체계의 통합을 통하여 단일한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즉 메넴 정부는 노동사회보험과 민간부문이 함께 공존하며 경쟁하는 체제의 형성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형평성을 증진시키고자 하였다.
우선 경제위기의 결과로 치솟는 실업률의 여파로 가입자의 수가 계속 줄어드는 노동사회보험 체계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함과 동시에 가입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려는 목적하에 노조기금과 민간서비스 제공자 간의 계약협상을 자유화하였다. 또한 노동사회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에 속할 노동사회보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노동사회보험 서비스를 민간기관과 계약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노동사회보험 체계에 경쟁을 도입하여 시장의 원리에 기반을 둔 보험 운영을 유도한 것이다. 이는 당시 국제기구들의 의료시스템 개혁 가이드라인과 맞아떨어지는 정책적 결정으로 직장의료보험체제에서의 민간 역할의 확대를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사회보험의 재정을 건전하게 하기 위한 재정비 작업이 실시되었고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보건부는 세계은행으로부터 1억5천만 달러를 그리고 국고로부터 2억 1천만 달러를 각각 차입하였다. 한편 메넴 정부가 추진한 의료시스템 개혁의 마지막 단계인 민간의료보험과 노동사회보험의 단일한 경쟁체제 구축은 후속 정권인 데 라 루아 정권에 의해 2001년부터 실시되었다.
한편 메넴 정권이 실시한 의료시스템 개혁은 공영의료 부문의 개혁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공영부문 개혁은 민간 역할의 확대를 기조로 하는 직장의료보험 체제에서의 개혁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실패에 대한 보완책으로 추진되었다. 메넴 정권이 실시한 공영의료 부문의 개혁은 시스템의 지방분권화 강화, 공영병원 재정자립화 그리고 기초 의료를 중점으로 한 공영부분 의료 인력의 재구조화를 주요 내용으로 추진되었다.
메넴정권에서 추진한 의료시스템 개혁은 아르헨티나 의료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산만하게 만들었고 자원 배분의 불균등, 의료 인력 구조의 불균형, 비합리적인 의약품 사용과 같은 아르헨티나 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멕시코의 의료개혁은 1980년대 경제위기 직후와 1995년, 두 차례에 걸쳐서 추진되었다. 1980년대 경제위기 직후의 의료개혁이 경제위기의 결과로 나타난 의료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였다면 1995년 세디요 정권이 추진한 개혁은 멕시코 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시장의 원리를 의료시스템에 도입하려했다는 측면에서 칠레, 아르헨티나의 의료개혁들과 그 맥을 같이 한다.
1980년대 데 라 마드리드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할 당시 멕시코의 의료시스템은 아르헨티나와 유사하였다. 공식부문의 노동자들을 위한 멕시코사회보장원(IMSS)과 공무원들을 위한 공무원연금 및 의료보험기구(ISSSTE)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험이었다면 비공식부문 혹은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시스템은 보건부 산하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맡고 있었다. 그리고 고소득자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민간시스템을 이용하였다.
데 라 마드리드 정부의 의료시스템 개혁은 IMSS가 멕시코 의료시스템 안에서 갖고 있는 강력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없애는 것으로 이를 위해 IMSS를 보건부 산하로 통합시키고자 하였으며 의료지방분권화를 통해 IMSS가 멕시코 전역에 갖고 있는 장악력을 약화시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IMSS 노동자, IMSS 가입자, 지방정부 모두 정부의 안에 반대하였고, 급기야는 IMSS 가입자들이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진행되었던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는 충분한 재정 지원 없이 이루어졌던 터라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을 가져왔다.
비록 살리나스 정권하에서 의료시스템 개혁이 잠시 주춤했으나 살리나스 정부에 뒤를 이어 집권한 세디요 정부는 다시 한 번 멕시코 의료시스템의 개혁을 시도한다. 세디요 정부의 의료시스템 개혁의 특징은 의료시스템의 개혁을 재정 및 금융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상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사례와 비슷하게 의료시스템에 시장주의를 도입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IMSS의 정부부과방식(Pay-as-you-go)을 개인연금구좌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IMSS 재정의 리엔지니어링,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 의사 선택권 및 인센티브 도입, 가족단위 의료보험 도입, 옵트 아웃 옵션 및 서비스의 하도급제 도입을 계획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멕시코 의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인 의료불평등과 수많은 인구가 의료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이미 비대한 IMSS에 새로운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재정의 리엔지니어링의 경우 공식부문의 노동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 소득별 의료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렇듯 야심적이었던 세디요 정부의 의료개혁안은 실행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의회의 강력한 반대와 IMSS 노동자 조합의 저항 때문이었다. 결국 세디요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 중 시장의 논리를 의료시스템에 도입하는 것과는 무관한 IMSS 재정의 리엔지니어링과 가족의료보험제만 통과되었다.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의 의료시스템 개혁은 시장의 원리를 의료시스템에 도입하고자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칠레의 경우는 민영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였고,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노동사회보험 내의 경쟁을 도입하고 민간부분의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참여를 허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멕시코의 경우는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정책을 시도하였으나 강력한 IMSS 노조의 저항과 국민 여론의 악화로 어떠한 정책도 실시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세 나라 모두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를 실시하였다. 칠레의 경우는 1979년부터 시정부로 1차 의료서비스를 이전하였고, 멕시코의 경우는 1983년부터 주정부와 협약을 맺어 다양한 의료서비스 기능을 주정부로 이양하였다. 이 중에는 멕시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의료서비스인 IMSS-Oportunidad의 운영도 포함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1980년대부터 이미 의료서비스를 주정부로 이전하여 운영하였다.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는 세 국가 모두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중앙정부의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의료의 지역불균형을 극복하고 나아가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료시스템 지방분권화의 취지와는 달리 칠레와 멕시코 모두 의료서비스의 지방분권화가 오히려 지역에 기반을 둔 의료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양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의 기능만을 이전할 뿐 충분한 자원 특히 재정을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다. 따라서 의료시스템의 지방분권화가 원래 취지에 맞는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기능만 이전할 것이 아니라 이를 충분히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도 편성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본 연구는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신자유주의적인 의료시스템 개혁을 시도했던 칠레, 아르헨티나 그리고 멕시코의 사례를 분석하였다. 이 세 국가의 사례는 급증하는 의료비의 문제, 의료시스템의 효율성 재고의 문제 등에 봉착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민간부분을 확장했을 때 의료시스템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민간부분의 확대가 그것이 민영의료보험이건 의료시스템 내의 경쟁도입이건 의료불평등의 심화와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비대한 중앙정부의 의료 권력을 분할하여 민주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의 의료서비스 지방분권화는 기능의 이전과 재정의 이전이 동시에 일어나야만 기대했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필요한 재정 이전 없이 기능 이전이 일어날 경우 기존의 지역 간 의료불평등이 한층 더 악화된다는 점은 비단 의료시스템의 지방분권화 뿐 아니라 모든 사회서비스의 지방분권화에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의료시스템 개혁은 단순히 의료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역사의 다양한 조건들이 영향을 끼쳐 생산된 사회적인 산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의료시스템 개혁은 한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Aging of the population, development of advanced yet expensive medical technology and growing income inequality in Korea present tough challenges to its current health care system. Korea is certainly not alone in the pursuit of solutions to such challenges. Developed countries including the US and the Britain have already implemented different measures to reform their health care system while Latin America has been introducing various reforms to its health care. Health care reform efforts of developed countries such as the US, Japan, Britain and Germany have already been analyzed by and presented to Korean academic community.
However, researches on health care reform in Korea, which is extensively focused on cases of developed countries, turned out to have several limitations. Considering the complex nature of Korean health care system, it is crucial to look into cases from developing countries where health care has developed as a tool to induce rapid industrialization rather than a way of expanding citizenship rights. Therefore, just by looking into health care systems in developed countries would not be enough to fully understand possible reform measures for Korean system.
In that sense, Latin American cases offer valuable lessons. Both Korea and Latin America need to reduce health care expenditure without sacrificing its quality of care. Latin American countries have attempted health care reforms introducing measures such as privatization, decentralization, community participation and targeting. One interesting aspect of Latin American cases is that it tends to address the whole health care system rather than just focusing on health insurance. By shedding lights on reform measures tried by Latin American countries, we could obtain an opportunity to overcome simplistic understanding of health care reform which equates health care reform with health insurance reform.
This research aims at introducing Latin American health care reforms, especially reforms in Chile, Mexico and Argentina, to Korea academic community in order to broaden health care reform researches in Korea. Furthermore, this study hopes to contribute to diversify Korean Latin American Studies which have not paid much attention to policy analysis especially of health care.
This research consists of 6 chapters. The second chapter overviews health system and discourses regarding its reform in Latin America. It pays special attention to policy recommendations from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such as World Bank, IDB and IMF. From the chapter 3 to the chapter 5, this paper analyzes three cases of Latin American health care reforms; Chile, Mexico and Argentina. Each chapter overviews health system in each country and analyzes process and effects of health care reforms. In the last chapter, this study sheds lights on some lessons from Latin American health care reforms to Korea.
Latin America achieved significant improvement in health since the World War II. From 1960s to 1990s, the average life expectancy of Latin America increased from 54 to 70 while its infant mortality dropped during the same period from 161 out of 100,000 live births to 60. However, the important improvement in health does not necessarily mean diminution of health inequality in the region. The health inequality based on race, gender, class and region still persists or gets worsen. For example, indigenous groups in Latin America tend to experience lower life expectancy and higher infant mortality.
국문요약
제1장 서론(임상래)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가. 연구의 필요성: 중남미의 의료개혁과 한국
나. 연구의 목적
2. 연구의 범위와 보고서의 구성
제2장 의료시스템 개혁의 배경(박윤주)
1. 중남미 의료시스템 현황 및 특징
가. 중남미 의료 현황
나. 중남미 의료시스템의 특징
2. 중남미 의료시스템 개혁의 배경과 가이드라인
가. 의료시스템 개혁의 배경
나. 의료시스템 개혁의 가이드라인
3. 중남미 의료시스템 개혁 평가: 기존 연구들
제3장 칠레 사례 분석(박윤주)
1. 칠레 의료시스템의 현황 및 특징
가. 칠레의 의료지표
나. 칠레의 의료시스템
2. 칠레 의료시스템의 형성 및 개혁
가. 국가 중심의 의료시스템 확립: 독립부터 아옌데 정부까지
나. 피노체트 정권의 의료시스템 개혁
다. 민주화 이후의 의료시스템 개혁
3. 칠레 의료시스템 개혁의 효과
가. 민영의료보험 도입의 효과
나. 의료시스템 지방분권화의 효과
4. 결론
제4장 아르헨티나 사례 분석(이상현)
1. 아르헨티나 의료시스템의 현황 및 특징
가. 사회인구적 특징과 보건 현황
나. 의료시스템의 현황 및 특징
2. 아르헨티나 의료시스템의 형성 과정
가. 민중주의와 의료시스템의 태동: 1950년대 이전
나. 의료시스템의 근대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 아르헨티나 의료시스템 개혁의 전개 과정과 결과
가. 메넴 정권의 의료시스템 개혁
나. 2001년 경제위기와 개혁의 결과
4. 결론
제5장 멕시코 사례 분석(박윤주)
1. 멕시코 의료시스템의 현황과 특징
가. 멕시코 의료 현황
나. 멕시코 의료시스템의 특징
2. 멕시코 의료시스템 개혁의 배경
가. 경제적 배경
나. 정치적 배경
다. 사회적 배경
3. 멕시코의 의료시스템 개혁
가. 1980년대의 의료시스템 개혁
나. 1995~2000년 의료시스템 개혁
다. 개혁의 효과
4. 결론
제6장 사례 비교 및 정책적 함의(임상래, 이상현, 박윤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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