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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 정체성으로 본 푸틴의 러시아: 한,러 교류증진을 위한 시사점을 중심으로

       국가 정체성의 맥락에서 한 나라를 설명하는 것은 보다 깊고 종합적인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지난 역사를 통해 러시아가 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지..

    박상남 외 발간일 2021.04.28

    경제관계, 경제협력 러시아유라시아

    원문보기

    목차
    서언

    국문요약
    제1장 서문: 국가의 선택과 정체성
    1.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
    2. 선행연구 검토

    제2장 국가 정체성의 중요성과 러시아
    1. 왜 국가 정체성이 중요한가?
    2. 인문학에서 본 러시아의 다면적 정체성

    제3장 국가 정체성과 정치
    1. 러시아 정치사의 주요 전환점
    2. 러시아 정교와 정치 이데올로기
    3. 서유럽과 유라시아 정체성의 공존과 갈등
    4. 반서방정책과 제국주의
    5. 중앙집권적ㆍ권위주의적 국가주의
    6. 결론

    제4장 국가 정체성과 경제
    1. 러시아 경제사의 주요 전환점
    2. 정체성과 국가주도 경제
    3. 특권 경제와 신흥경제 엘리트
    4. 농촌공동체 경제의 형성과 유산
    5. 반서방정책과 독자적 경제블록 형성
    6. 결론

    제5장 국가 정체성과 분쟁해결 문화
    1. 러시아 분쟁해결 문화와 법제도 형성사의 주요 전환점
    2. 러시아 법제도의 권위주의적 전통
    3. 분쟁해결 관행과 법문화
    4. 법과 관습에 따른 러시아 분쟁해결 문화
    5. 사법제도와 관료 마피아 – 법과 인맥
    6. 결론

    제6장 결론: 정치, 경제, 분쟁해결 문화와 국가 정체성

    제7장 정책적 시사점
    1. 정치 분야 시사점
    2. 경제 분야 시사점
    3. 분쟁해결 문화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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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국가 정체성의 맥락에서 한 나라를 설명하는 것은 보다 깊고 종합적인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지난 역사를 통해 러시아가 왜 그런 과정을 겪었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지점에서 상호 도움이 되는 협력방안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러시아 정체성 형성과정과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러시아의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를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집필되었다.
       현대 러시아의 정치ㆍ경제ㆍ문화는 동서양 문명의 양분을 흡수하면서도 자신들의 전통과 독자성을 추구해온 결과물이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러시아는 태생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엇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지리적ㆍ문명적ㆍ인구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자연환경만큼이나 복합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사실 정체성이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러시아 정체성 역시 시대와 사회변화, 집권세력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끊임없이 재구성되었다. 러시아 정체성의 특징 중 하나인 상반된 요소의 공존 역시 자신들의 내면을 다르게 바라본 결과물이다. 또한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나아갈 방향을 유럽에서 찾기도 하고, 유라시아적 요소에서 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은 서로 갈등,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분화되었다.
       러시아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대해서도 금욕적인 정교 신앙과 강렬한 세속적 욕망이라는 이질적 요소가 함께 존재한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양면성을 국가 정체성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정체성 혼란은 문명의 변방, 또는 중간지대에 위치했던 지정학적 조건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관습종교가 되어버린 정교는 러시아 정체성 형성은 물론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지리적으로도 러시아는 동양과 서양, 태평양과 대서양을 동시에 접하는 광활한 영토로 인해 유라시아 대륙의 양극단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푸틴은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활용하여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국가운영에 필요한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푸틴의 반서방정책에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들어오면 자신들의 정권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되어 있다.
       정리해보면 러시아 정치문화의 특징은 강력한 중앙집권과 수직적 권력구조, 권위주의, 유럽에 대한 선망과 거부감이라는 이중적 태도, 전통 추구와 외부세력에 대한 경계심, 소수특권지배, 국가주의를 앞세운 국가자본주의, 제국주의 지향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구와는 다른 러시아 경제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국가 정체성이라는 렌즈가 필요하다. 국가주의로 상징되는 러시아의 정체성은 경제 분야에서도 국가자본주의로 이어졌다. 정체성의 맥락에서 러시아 경제의 특징을 국가주도경제, 소수지배에 의한 특권경제, 공동체주의, 독자적 경제권 추구 경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치 논리가 시장 논리보다 우선하는 국가자본주의는 러시아의 권위주의, 국가주의 정치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푸틴 집권 이후 진행된 국유화정책, 소수 권력 엘리트의 특권경제, 빈부격차 등도 같은 맥락이다. 제정 러시아 시기 귀족과 영주계급, 소련 시기 노멘클라투라, 옐친 시기 올리가르히, 푸틴 시기 실로비키 등이 특권계급의 계보를 이루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러시아는 대외개방과 독자적 경제블록 형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주의적 성격은 법제도와 분쟁해결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동로마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받아드린 정교와 권위주의적 법체계는 현대 러시아까지 계승되고 있다. ‘법의 독재’라고 불리는 푸틴 시대의 법문화는 현재 어느 나라보다도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러시아의 분쟁해결 문화는 인치(人治)와 법치(法治)가 공존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비공식적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분쟁해결 방식은 인맥과 친분이 좌우하며 규칙과 법을 우회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맥에 의존하는 관행은 현재에도 통용되고 있지만, 점차 법과 제도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이 정착되어간다는 평가다. 그러나 푸틴 시대에도 분쟁해결이 여전히 권력이나 돈에 의해 좌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의 지배가 아닌 국가권력을 이용한 특권층의 자의적인 지배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습과 전통이 되어버린 정교신앙과 비잔틴 제국의 권위주의적 문화유산,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중간지대인 지리적ㆍ문명적 조건, 수많은 침략에 노출되면서 형성된 외부세력에 대한 적대감 등이 러시아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영토 확장에 따른 다문화ㆍ다민족적 요소와 시대별로 달라진 집권세력의 대내외정책이 결합되면서 현대 러시아의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성된 국가 정체성은 정치는 물론 경제와 분쟁해결 문화를 설명하는 데도 일관되고 유용한 맥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적 특성에 녹아있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지 않으면 이 거대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광대한 지리적 조건과 다민족이 살아가는 이질적 요소의 혼재 속에서도 국가 정체성이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왔던 러시아 역사를 ‘상이함과 획일성의 공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강력한 국가권력이 다민족ㆍ다문화의 이질적 요소를 통일된 국가 정체성으로 녹여내려 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러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먼저 국가 정체성이라는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지식에서 탈피하여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1장 서론(박상남)에 이어 2장(박상준, 김상현)에서는 정체성의 이론적 배경과 러시아 정체성 형성 과정을 다루고 있다. 3장(박상남)에서는 러시아 정체성과 정치의 밀접한 관련성을 설명하고 있다. 4장(조영관)에서는 러시아 경제를 정체성과 연관하여 분석해보았다. 5장(김영옥)은 갈등해결 문화를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법문화라는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6장 결론(박상남)은 러시아 정체성과 정치, 경제, 법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해석과 관점을 담았다. 마지막 7장(박상남, 염동호, 김영옥)에서는 큰 틀에서 한ㆍ러 양국의 협력에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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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 전략 연구: 중견국 전략의 사례와 EEU가 한국에 주는 함의를 중..

    본 연구의 핵심 목표는 한국외교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성공은 물론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국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모..

    박상남 외 발간일 2014.12.12

    경제협력, 다자간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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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제2장 다자주의 협력하에서의 중견국가 이니셔티브에 관한 고찰 
    1. 서론 
    2. 중견국가에 대한 이론적 고찰 
    3. 다자주의와 중견국가의 이니셔티브: 현실주의적 외교와 이상주의적 외교 사이에서 
    4. 중견국가의 유형분석 
    가. 전통적 중견국가 
    나. 새롭게 부상한 중견국가 
    5. 소결: 한국에 주는 함의
     
    제3장 탈냉전기 터키의 중견국 외교정책 
    1. 터키의 대외정책 변화과정과 중견국가 조건 
    가. 대외정책의 변화과정과 중견국가 의지 
    나. 중견국가의 물리적 조건 
    2. 중견국 전략과 다자주의 
    가. ‘갈등제로’ 정책(Zero-problem Policy) 
    나. 다자주의 확장 
    3. 소프트파워 정책과 양자관계 
    4. 소결 


    제4장 역내 중견국으로 부상한 카자흐스탄의 외교정책 
    1. 카자흐스탄의 대외정책 변화과정과 중견국가 조건 
    가. 중견국가 의지와 전방위외교 
    나. 중견국가의 물리적 조건 
    2. 중견국 전략과 다자주의 
    가.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나.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 (CICA: 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Asia) 
    다.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마. 유라시아경제공동체(EurAsEC: Eurasian Economic Community) 
    바. 유라시아관세동맹(ECU: Eurasian Customs Union), 유라시아경제연합(EEI: Eurasian Economic Union) 
    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아. 튀르크 위원회(Turkic Council and TURKSOY) 
    자. 이슬람협력기구(OIC: The 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 
    차. 국제연합(UN: United Nation) 
    3. 강대국 외교와 양자관계 
    가. 강대국 외교정책 
    나. 중앙아시아, 이슬람권, 아프리카 외교정책 
    4. 소결 


    제5장 ‘유라시아경제연합’이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에 주는 함의 
    1.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통합의 배경과 전략 
    2.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의 가능성과 한계 
    3.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과 관세동맹(CU)의 협력효과 
    가. 한국과 3국 관세동맹의 수출입 추이 
    나. 유라시아 경제통합과 한국의 경제협력 
    4. 소결
     
    제6장 결론 및 정책적 함의 
    1. 중견국가의 자격 
    2. 중견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사상적 배경의 필요성 
    3. 소프트파워를 통한 외교전략 
    4. 틈새외교전략(Niche diplomatic strategy) 
    5. 기여외교와 다자주의를 결합한 외교전략 수립 
    6. 독립적인 국제행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 
    7. EEU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필요성: 유라시아 대륙 외교를 위한 방편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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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본 연구의 핵심 목표는 한국외교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성공은 물론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국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그 대안으로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하고자 한다. 현 정부가 주요 대외정책 중의 하나로 표방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걷지 않고는 원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시장과 교류의 공간으로 묶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국가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간 연대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을 위한 명분과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해나가는 중견국가로서의 일관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이 여타 국가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의와 명분을 추구하고,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는 중립성과 균형감 있는 행동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모든 국가가 공평하게 이익을 볼 수 있는 의제와 정책들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제시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과 정책이 부족하며, 무엇보다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며 대내외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단기적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의 주요 목적은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 위해 선행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모색해보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본 연구가 제시하는 방향은 바로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담대하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남북분단을 뛰어넘어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여타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국익을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방향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한국이 중견국가의 길을 가도록 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다음 질문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중견국가의 개념과 특성은 무엇이고, 그 유형은 어떠한가?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을 위해 협력해야 할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거점 중견국인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어떠한 중견국가의 길을 가고 있는가? 이러한 이론과 유형, 사례들이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는 무엇인가? 한국이 경제적․제도적 균형과 협력루트의 다원화를 통해 중견국가의 길을 가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본 연구는 부족하나마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터키와 카자흐스탄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양국이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국가이기 때문이다.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같이 유라시아 대륙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고, 가장 적극적으로 중견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만나는 지역인 동시에 유라시아 대륙의 물류, 통신망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핵심 거점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매개자를 자임하고 있어 유라시아 대륙의 연대와 소통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양국과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본 연구가 EEU에 주목하는 것은 이 경제협력체가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경제적․제도적 균형과 협력루트의 다원화를 통해 중견국가의 길을 가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EEU 참여국가들과 한국은 산업구조적으로 상호보완적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EU와의 경제권 통합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정책적으로 호응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이 다양한 중견국가의 사례와 EEU에 대한 분석은 한국이 국제적 신뢰와 리더십 확립, 다양한 외교적 옵션 확장, 경제적․제도적 세력균형을 이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안이 필요함을 제시해주고 있다.
    첫째, 중견국가의 자격에는 물리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국제평화와 공동발전을 위한 일관된 의지와 정책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그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외형적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일관된 의지와 실천이라는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한국은 중장기적 외교정책의 지향점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터키와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같이 강대국들의 첨예한 세력경쟁이 벌어지는 지역에 위치해 있고 상대적으로 국력이 열세에 있으면서도 중견국으로서 일관된 의지와 정책을 실천함으로써 지정학적 열세를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둘째,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견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정체성과 국제적 사명감을 뒷받침하는 사상적 배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국가적 정체성과 철학적 배경에 대한 재정립과 국내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정권에 따라 대외정책에 부침이 있고,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에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외교의 가치와 철학적 담론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셋째, 개별국가의 진정한 힘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외교전략에서 창출된다. 터키의 경우 자국의 역사․문화적인 자산을 활용하여 다양한 차원에서 중견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수많은 역사․문화적 자산을 가진 국가이며 현대의 한류는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에서 통할 만큼 보편성이 있다. 그러나 외교정책 차원에서 이러한 자산을 전략자원화하여 정교하게 활용하는 데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다각적이고 보다 정교한 소프트파워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넷째,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의제를 선제적으로 개발, 제안하는 틈새외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 역시 다양한 틈새외교와 정책개발을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확고한 신뢰와 리더십을 인정받는 중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의제설정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주변 강대국들에 가려 있던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존재감이 부상하게 한 요인 역시 바로 이러한 틈새외교와 의제의 적극 개발에 있었다.
    다섯째, 현실적 이해와 이상주의가 결합된 기여외교를 바탕으로 양자, 다자주의를 결합한 스마트한 외교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터키가 일찍이 지구촌의 빈곤 문제를 의제로 들고 나와 다자, 양자 관계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면서 신뢰와 리더십을 확보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국도 ODA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기여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양자관계에 편중되어 있고 한국만의 독창적인 의제개발 없이 선진국을 따라 하고 있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의와 호응을 이끌어낼 의제를 개발하고 이를 양자, 다자적 접근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도국의 환경 문제라든지 지구촌의 의료, 교육 시설의 현대화 등 한국의 기여외교를 상징할 수 있는 의제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ODA 정책도 이러한 창의적인 의제개발 없이 선진국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돈을 쓰고도 별다른 특징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섯째, 주변 강대국과 협력하면서도 독자적인 길을 모색함으로써 독립적인 국제적 행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터키, 카자흐스탄과 같이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에서 독자성을 지닌 행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한국의 중견국 외교의 다자적 접근방안 중 하나로 EEU가 주는 의미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경제적 세력균형을 통해 날로 심화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 위해서도 EEU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EEU의 성패와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성패와 관련 없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자원부국인 구소련권 국가들과의 다자, 양자 협력은 물류망과 자원은 물론 지정․지경학적 차원에서도 한국에 많은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비공식적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EEU 참여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이상과 같이 주요 중견국가들의 사례 연구가 주는 정책적 함의를 어떻게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인 영향력과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다. 본 연구가 목표로 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현실화하는 방안 및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전략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차원에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다른 연구주제와의 중복성을 피하고 논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본 연구는 중견국가 이론과 새로운 중견국으로 부상 중인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사례가 주는 함의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의 협력대상으로서 EEU를 검토해보는 것으로 연구범위를 제한했다. 아울러 관점에 따라서 5장의 EEU에 대한 분석은 다른 장과의 연계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한국의 중견국가 전략을 모색하는 데는 다양한 협력대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EEU만을 다룬 것은 역시 어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태동을 준비하는 EEU의 잠재적 회원국들이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일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에 새로운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한적이나마 이를 포함시켰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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