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보고서

발간물

이한우

  • 한국-베트남 경제·사회 협력 30년: 지속가능한 미래 협력 방안 연구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12월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지난 30년간 괄목할 협력 성과를 이루었다. 양국 간 협력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양국이 지리적·역사적·문화적 유사성과 공통점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고대부터 쌀을 재배하..

    곽성일 외 발간일 2021.12.30

    경제관계, 경제협력 동남아대양주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연구방법
    2.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3. 연구의 방법 및 구성

    제2장 한국-베트남 간 경제협력 성과 및 평가
    1. 한국-베트남 간 무역 성과와 평가
    2. 한국-베트남 간 투자 성과와 평가
    3. 한국-베트남 간 경제협력 잠재력
    4. 소결: 발전 방향과 협력 방안의 모색

    제3장 한국-베트남 간 사회 분야 협력 성과와 평가
    1. 한국-베트남 간 사회 분야 교류 및 협력
    2. 한국-베트남 간 사회 분야 협력 및 갈등의 사례 평가
    3. 소결: 발전 방향과 협력 방안의 모색

    제4장 한국-베트남 간 문화 분야 협력의 성과와 평가
    1. 한국-베트남 간 문화 교류 현황
    2. 한국-베트남 간 문화 교류에 대한 평가
    3. 소결: 발전 방향과 협력 방안의 모색

    제5장 한국-베트남 간 협력 고도화를 위한 제언
    1. 한국-베트남 간 협력의 평가
    2. 한국-베트남 관계의 지속가능한 고도화 방안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12월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지난 30년간 괄목할 협력 성과를 이루었다. 양국 간 협력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양국이 지리적·역사적·문화적 유사성과 공통점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고대부터 쌀을 재배하는 농경 국가였고, 유교의 영향을 받았으며, 오랜 역사 덕분에 풍부한 문화유산을 계승받아 높은 자긍심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났고, 베트남 역시 베트남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베트남 학자가 국가산업전략과 인프라 개선을 논의할 때 자주 한국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2007년 베트남이 WTO에 가입한 이후 양국 간 협력은 주로 경제 부문을 위주로 이루어졌다. 경제협력이 강화될수록 양국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는데, 착각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곤 했다. 최근에 발생한 대표적 사례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베트남의 방역 대응에 대한 한국인의 불만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은 방역을 전쟁에 비유하며 강력한 규율로 통제했는데,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이러한 사회적 풍조를 이해하지 못했다. 베트남의 방역상황과 문화에 대해 한국인이 조금만 더 잘 알고 있었고, 반대로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베트남인이 조금 더 잘 알고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오해였다. 본 연구에서는 지난 30년간의 경제, 사회, 문화 부문 협력 성과를 비교하고, 경제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떨어지는 사회 및 문화 부문의 협력 고도화 방안도 함께 모색한다. 양국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 및 발전시키려면 경제협력뿐 아니라 사회 및 문화 등 연성 권력(soft power) 부문의 협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2장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간 지난 30년의 경제협력 성과를 평가한다. 베트남은 2020년 기준 한국의 제3위 수출상대국이고 한국은 베트남의 제4위 수출상대국이다. 그러나 2017년까지 급증하던 양국 간 교역액은 2018년 이후 횡보 중으로,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다지역투입산출표(ADB-MRIO: ADB–Multi-regional Input-Output Table)를 활용하여 양국의 부가가치 수출에 근거한 현시비교우위지수(VRCA)를 연도별로 산출해 보았다. 양국의 비교우위 구조에 변화는 있었지만, 양국은 여전히 보완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양국 간 교역의 보완관계는 양국 교역을 다시 확대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또한 한국과 베트남 간 교역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무역 불균형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양국 교역의 확대는 필요하다. 특히 베트남의 대한국 수출결합도가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결합도에 비해 낮다는 점은 베트남의 대한국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다만 베트남이 대한국 수출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비교우위에 따른 쌀, 커피, 차, 캐슈너트, 천연고무 등의 대한국 수출 확대는 단기적으로 양국 간 무역 불균형 개선에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베트남을 저부가가치 1차 산품 수출국으로 전락하게 한다.

    베트남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 아세안 회원국에 비해 낮은 국내 부가가치 활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한국과 베트남 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베트남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베트남 정부도 지원산업(supporting industry)을 육성하려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로컬기업이 한국계 기업의 생산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과 관리역량 강화활동을 전개하는 일부 한국계 대기업이 눈에 띈다.

    2014년 이후 한국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직접투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일본의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들의 대베트남 투자는 의미가 있다. 베트남 정부가 발표한 2045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매년 300억 달러 이상의 FDI를 유치해야 한다. 이는 베트남이 더욱 개방적인 시장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벌어진 베트남의 다소 미흡한 조치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원하는 한국계 기업에 불안감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베트남 자체도 한국 기업의 활동을 보장하는 명확한 원칙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한편 베트남의 기술이전 요구는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ADB-MRIO 자료를 토대로 2020년까지 연도별로 산출한 후방연계 GVC 참여율은 전방연계 GVC 참여율보다 항상 높다. 이는 자국 중간재 활용도가 해외 중간재보다 낮음을 의미한다. 또한 부가가치 수출에서 자국 부가가치 기여분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은 자국 기업의 수출 부가가치 기여를 높이기 위해 기술이전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사실 베트남은 다른 아세안 회원국보다 기술이전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왔다. 특히 산업별로 베트남 수출의 해외 부가가치 활용 비중을 살펴보면 최근 한국이 투자를 집중한 전기 및 전자 장비 제조업, 1차 금속 제조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섬유제품 부문의 해외 부가가치 활용 비중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 베트남 로컬기업으로 기술이전이 확대될 때 한국계 중소기업이 선제적으로 현지 로컬 중소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한국과 베트남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으로 사업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등장할 수 있으므로,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여 베트남은 주변 아세안 회원국보다 아세안 역내 지역생산 네트워크(RVC) 활용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연도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간재 공급처를 근거리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역내 지역 공급망 확충은 중요하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으로 중국에서 벗어나 동남아로 이전하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베트남뿐 아니라 모든 아세안 회원국이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경쟁을 조율하고 더욱 효과적으로 아세안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3장과 제4장에서는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 베트남 간 사회 부문 협력과 문화 부문 협력을 평가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양국 간 경제협력 성과보다 사회 및 문화 부문 협력 성과는 매우 미미하다. 또한 협력의 방향성에서도 한국에서 베트남으로의 교류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의 교류보다 그 폭과 깊이가 크다는 점에서 이중적인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2017년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이후에야 본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장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간 사회 분야 협력의 성과를 평가했다. 먼저 양국 간 인적 교류(관광 및 방문, 단기 및 장기 체류 등)의 동향과 추이 그리고 기관 교류(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등) 상황을 검토했다. 인적 교류 관련 지표는 양국 협력에서 질적 제고의 당위성을 보여준다. 한국 내 베트남 사회, 그리고 베트남 내 한국 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아세안 국가 중 2019년 기준 한국인 방문객과 베트남 체류 재외 교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베트남이다. 또한 아세안 국가 가운데 한국 방문객 수와 한국 체류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역시 베트남이다. 노동, 결혼, 유학 등 체류 자격별 모든 분야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민 수가 증가했다. 이처럼 양국 간 방문객과 이주민 증가는 상호 이해 증진과 함께 보건의료 등 양국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2017년 신남방정책 추진 이후 한국은 공공외교 증진을 목적으로 베트남과 세미나, 포럼, 전시회, 공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관 간 정기적 교류를 이행해 오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은 한국음식 페스티벌, K-Pop 페스티벌 등을 통한 한류, 한식 홍보 강화와 태권도 동아리나 봉사활동, 그리고 한국어 알리기 등 문화와 지식 분야 공공외교에 집중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가 적은 중부 지역과 산악지대 그리고 메콩 삼각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베트남 대부분 지방과 자매 및 우호 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교류 분야는 주로 행정, 문화예술, 경제 부문에 집중되어 있으며, 청소년과 민간단체 교류는 확대가 필요하다. 한편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연구기관 간 교류 및 지원 역시 꾸준하게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KOICA의 박장성 한베기술대학 설립사업(2010~14)과 한베산업기술대학 지원사업(2014~19) 그리고 VKIST 설립지원 사업(2014~20)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사회 분야 협력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적 협력이 진행되어왔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경제 부문의 중요성으로 사회문화에 관한 협력수요가 간과되었고, 사회문화적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서로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이해가 부족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양국 간 협력과 갈등에 관한 부정적ㆍ긍정적 사례를 선정하여 그 맥락을 검토하고 원인을 분석했다. 특히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긍정적 사례보다는 부정적 사례에 더욱 주목했다. 

    우선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과 갈등을 키워드로 연간 트렌드 분석을 수행하였는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갈등보다 협력에 관한 키워드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 사회 부문 갈등의 경우 ‘국제결혼’, ‘가정폭력’, ‘이주여성’, ‘시어머니’, ‘다문화가정’, ‘결혼생활’, ‘무차별 폭행’, ‘여성들’, ‘의사소통’ 등 결혼이주여성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높은 가중치와 빈도수를 차지했다. 사회 부문 협력의 경우 양국 간 협력을 체결한 주요 기관과 인물이 높은 가중치와 빈도수를 차지했다. 분야별로 키워드를 구분해 보면 보건, 교육, 사회보장, 환경, 생물다양성 등이 중요한 부문으로 꼽혔다. 

    한국과 베트남의 대표적 갈등 사례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불거진 코로나19 대응 사례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두 사례는 모두 한국과 베트남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준다. 즉 양국의 사회문화적 유사성에만 매몰되어 서로에 관해 이해가 부족할 때 사사로운 사건조차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사회적 유사성 속에 차이가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적 친밀감이 매우 높다 보니 베트남으로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이 돌아올 때 비난의 화살을 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슷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한국과 베트남이 지속가능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발견되는 미묘한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해야 한다. 

    반면에 한국과 베트남 간 진정한 호혜적 협력 사례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과 성과를 들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의 선수와 국민에 대한 자세, 소통과 리더십 방식 그리고 베트남전쟁과 승리의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 등 베트남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습이 베트남 국민에게 회자한 바 있다. 박항서 감독의 사례는 앞선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주요 본보기이다. 

    제4장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간의 문화 교류를 평가했다. 1992년 12월 수교 후 30년간 교류 중 문화 분야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베트남 내 한류의 확산이었다. 베트남에서 한류는 1990년대 말부터 텔레비전 드라마로부터 시작되어 영화, 음악 등으로 확산되었으며, 이에 따라 양국 문화 교류가 확대되어 상호 이해를 심화하였다. 한편으로 기업인들은 ‘경제 한류’를 부르짖으며 한류의 확산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화장품, 의상, 식품 등 한국 상품의 소비가 증가했고, 한국음식점이 많아졌다.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한류의 중심은 한국 대중음악(K-Pop)으로 옮겨간 듯하다. 2010년 전후 K-Pop은 베트남 내 한류의 주요 부문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K-Pop에 대한 열기가 TV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반면에 베트남의 TV 드라마는 한국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베트남 감독들이 제작한 영화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꾸준히 출품되고 있지만, 그 수는 제한적이다. 

    한편 한국 문학의 베트남어 번역 출판은 1992년 수교 이후 시작되었다. 양국 수교 직후부터 2010년까지 대체로 한국 고전문학이나 근대문학 작품이 베트남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2010년 이후에는 베트남 내 출판사들이 자체적으로 한국 현대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번역 출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에서 유학한 베트남인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어에 능숙한 인력이 많이 배출된 것도 한국 문학의 베트남어 출판을 촉진하였다. 

    그러나 베트남 문학의 한국 출판은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바오닌(Bao Ninh) 등 일부 작가의 작품이 한국어로 출판되거나 비엣타인 응우옌(Viet Thanh Nguyen) 등 베트남 출신 해외 거주자들의 문학이 한국에서 출판되고 있으나, 한국인 독자들 사이에서 베트남 문학에 관한 관심은 아직 폭넓게 확산되지 않았다. 최근 한국의 몇몇 작가들 사이에서 베트남 현대문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덧붙여 현대 베트남을 소재로 한 한국 문학은 베트남전쟁 참전 작가들이 문을 열었다. 1992년 양국 수교 전후로 한국 소설은 대부분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1990년대 말 이후에는 통일 이후 베트남 사회를 소재로 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인 작가들이 현대 베트남을 소재로 하여 문학작품을 내는 것은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베트남 작가들은 한국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 분야에서 비교적 활발히 교류해 왔다고 할 수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 문화가 유행하지 않아 완전한 교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의 대중문화가 베트남 사회에 확산되고 의상, 화장품, 음식 등 한국 제품의 소비로 이어져 베트남인에게 한국 문화는 친근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대중문화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 생소하다. 한편 베트남 내에서 유행하는 외래문화가 한류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한국인은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현재 베트남 내에서 방영되는 외국 드라마 가운데 중국 드라마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 드라마는 그다음으로 많다. 

    양국 간 문화 교류에서 베트남 내 한류의 강세와 한국 내 희소한 베트남 문화의 소개는 양국 간 문화 교류의 불균형을 낳았다. 또한 한국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방영될 때 비판적 시각도 제시되었다. 한국 문학의 베트남 내 번역 출판이 비교적 활발해지고 있으나, 한국 내 베트남 문학의 소개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한국 내에서 베트남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 여러 편 발간되었으나, 베트남 내에서 한국을 소재로 한 문학은 거의 발간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볼 때 양국은 향후 문화 교류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 부문 협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양국 협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와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협력의 속도가 빠른 가운데, 사회적·문화적 협력에 관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포용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문화 부문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는 경제협력의 수준과 질을 격상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양국 협력의 목적을 ‘전략적 글로벌 미래 협력 파트너십’ 구축으로 삼았다. 한국과 베트남 간 양자 협력을 확대해 메콩을 비롯한 아세안 지역과 인도, 아프리카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양국의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미래 협력 파트너로 양국이 기능하려면 상호 신뢰 속에 서로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와 지속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 협력의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중상주의적 이익 추구보다는 상호호혜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투명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문화적 우월주의를 지양하고 상호 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책임 있는 동반자로서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네 가지 원칙하에서 본 연구는 경제, 사회, 문화 부문의 협력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상생번영을 위한 경제협력을 위해서 한국과 베트남 간 양자 관계를 3자, 또는 4자 관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베트남 간 성공적인 경제협력 경험을 함께 정리하여 협력을 희망하는 국가에 제공한다면 새로운 시장 발굴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 베트남 간 경제협력 과정에 대한 모듈화 작업 및 전파도 중요한 공동 작업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으로 메콩 지역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제2장에서 보았듯이 베트남의 성장에 따라 줄여야 하는 한국의 대베트남 ODA를 베트남과 함께 메콩 지역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아세안 역내 지역 가치사슬(RVC)의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최근의 국제통상 환경에서 RVC 구축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과 한국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아세안 각국의 비교우위 산업에 기초하여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가치사슬의 중복성(redundancy)을 강화할 수 있다. 한편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식재산권 강화와 전략물자 무역통제(STC: Strategic Trade Controls) 제도 정비에 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셋째, 한국계 중소기업과 베트남 현지 로컬 중소기업 간의 협력 지원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기술이전을 본격화할 경우 대기업을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중소기업이 위협을 느낄 수 있다. 한국계 중소기업과 현지 로컬 중소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한국계 중소기업이 베트남 현지 로컬 중소기업의 기술 및 관리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대신에 베트남 정부와 한국 정부는 한국계 중소기업의 업종 전환이나 이전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양국은 인도-태평양 농가공식품 글로벌 가치사슬(GVC)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베트남은 가공할 수 있는 풍부한 농수산물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높은 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공동으로 농수산물가공식품 GVC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걸쳐 구축한다면 미국, 일본, 중국뿐 아니라 아세안의 다른 회원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식량안보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다. 

    사회 부문 협력을 위해서도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한국인과 베트남인 간의 협업을 장려하고 관련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제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베트남인이 중국인 다음으로 한국에 가장 많이 체류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 베트남인과 한국인 간의 소통 창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아세안센터, 아세안문화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중심이 되어 민간인 간의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실 기반 정보 모니터링 및 정보 제공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제3장에서 보았듯이 온라인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양국 간에 일부 그룹의 의견이 전체 의견인 양 잘못 전달되면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유통될 때 이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베트남 관련 심층 연구 진행과 연구 결과의 대중적 확산이 필요하다. 사실 베트남 사회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한국인은 매우 드물다. 학계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물이 학계에만 머물고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창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넷째, 양국 대학 간 혁신공유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내 베트남 관련 학과는 위축되는 반면에 베트남 내 한국 관련 전공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양국의 대학이 상생할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베트남 대학과 한국 대학 간에 학위 공동 수여 같은 제도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본 연구는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베트남 영화제의 정기적 개최를 제안한다.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베트남 영화가 한국에 소개되고는 있지만, 베트남 상업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 기억은 거의 없다. 제4장에서 보았듯이 양국 간 문화 소비의 불균형을 고려할 때 베트남 영화를 한국에 소개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베트남 문학의 한국어 번역 및 출판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에서 출판된 베트남 문학은 29권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베트남에서 출판된 한국 문학은 120여 권에 달한다. 관련 시민단체를 통해 양국 문학 부문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 내 베트남문화원의 설치를 제안한다. 제4장에서 확인했듯이 양국 간 문화 부문의 협력은 매우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양국 정부가 함께 베트남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전담 창구를 한국 내에 마련한다면 문화 교류의 불균형 해소에 일조할 것이다. 넷째, 온라인 기반 양국 문화 소개 프로그램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이를 활용할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과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상대국 사회문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 경연대회를 매달 개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쌍방향 소통 매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상호간의 오해를 줄일 수 있고, 한국과 베트남 간 협력관계는 안정적으로 고도화될 수 있다.

    닫기
  • 동남아시아의 최근 정치ㆍ외교에 대한 전략적 평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남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이 측면은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환경과 동남아시아 주민들끼리 그리고 역외의 다양한 나라들과의 역사적 및 문화적 접촉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러한 다양성의 특징에도 불구..

    조흥국 외 발간일 2011.12.30

    경제협력, 정치경제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제2장 동남아시아 
    1.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환경 
    2. 동남아시아의 문화적ㆍ역사적 특징 
    가. 문화적 중층성과 다양성 
    나. 식민화와 식민주의의 영향 
    다. 국민국가 건설과 국가통합의 문제 
    라. 동남아시아에서의 종교의 역할 
    3. 동남아시아의 정치ㆍ경제적 변화의 특징 
    가. ASEAN의 협력 및 통합의 추구 
    나. ASEAN의 역내 갈등과 ASEAN 통합에 대한 회의 
    4. 동남아시아의 역외 관계의 특징 
    가. 대륙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팽창 
    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해양영토 분쟁 
    5. 소결 


    제3장 태국 
    1. 현재를 움직이는 역사성 
    가. 태국 사회와 불교 
    나. 태국의 역사와 국왕 
    2. 정치구조 및 정치 엘리트 리더쉽의 특징 
    가. 태국의 의회정치 구조 
    나. 태국의 1997년 헌법과 2007년 헌법 비교 
    다. 태국 정치 리더쉽의 특징 
    라. 2006년 쿠데타 이후 태국 정치 
    마. 현대 태국 정치의 평가와 전망 
    3. 현 정부의 국가목표와 정책 
    4. 역내ㆍ외 대외관계의 구조와 특징 
    가. 대ASEAN 관계 
    나. 대미국 관계 
    다. 대중국 관계 
    라. 대한국 관계 
    마. 태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 
    5. 소결 


    제4장 베트남 
    1. 현재를 움직이는 역사성 
    가. 정치ㆍ경제체제의 변화과정 
    나. 대외관계의 변화과정 
    2. 정치구조 및 정치 엘리트 리더쉽의 특징 
    가. 조직원리 및 정치체계 
    나. 제11기 당 지도부 구성 
    다. 제13기 국회 및 정부 구성 
    라. 현 정치체제 평가 
    3. 현 정부의 국가목표와 정책 
    가. 현 발전단계 평가 
    나. 향후 10년간 발전 전략 
    다. 향후 5년간(2011~15년) 발전 목표 
    4. 역내ㆍ외 대외관계의 구조와 특징 
    가. 대외정책의 목표 
    나. 경제협력 
    다. 정치ㆍ안보 협력 
    라. 베트남의 한국에 대한 인식 
    5. 소결 


    제5장 인도네시아 
    1. 현재를 움직이는 역사성 
    가. 이슬람과 정치 
    나. 경제발전의 가능성과 현실 
    다. 시민사회의 성장 
    2. 정치구조 및 정치 엘리트 리더쉽의 특징 
    가. 절차적 민주주의 공고화 
    나.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의 조합 
    다. 주요 사건과 정치인물 관계 그리고 정치적 의미 
    3. 현 정부의 국정목표와 거버넌스 
    가. 목표 및 전략 
    나. WGI를 통해서 본 인도네시아 국정운영 수준 
    4. 역내ㆍ외 대외관계의 구조와 특징 
    가. 민주화 이후 인도네시아 대외관계 특징의 변화: 다층적 행위자 
    나. 역내 관계 
    다. 역외 관계 
    라. 인도네시아의 한국에 대한 인식 
    5. 소결 


    제6장 필리핀 
    1. 현재를 움직이는 역사성 
    가. 필리핀 사회ㆍ문화적 특징의 형성과 전개 
    나. 필리핀 정치체제의 형성과 전개 
    2. 정치구조 및 정치 엘리트 리더쉽의 특징 
    가. 정치체제 및 권력구조  
    나. 정치 엘리트의 리더쉽 
    3. 현 정부의 국가목표와 정책 
    가. 현 정부의 국가목표 
    나. 중점적 정책추진 사안 
    4. 역내ㆍ외 대외관계의 구조와 특징 
    가. 외교정책의 결정구조와 중점사안 
    나. 역내 관계 
    다. 역외 관계 
    5. 소결 


    제7장 한국에 대한 시사점과 종합적 관찰 
    1. 동남아시아 4개국 정치와 대외관계 비교 
    가. 태국 
    나. 베트남 
    다. 인도네시아 
    라. 필리핀 
    2. 한국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접근방안의 시사점 
    가. 태국 
    나. 베트남 
    다. 인도네시아 
    라. 필리핀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이 측면은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환경과 동남아시아 주민들끼리 그리고 역외의 다양한 나라들과의 역사적 및 문화적 접촉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러한 다양성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역내 국가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동남아시아 지역주의’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예컨대 ASEAN의 지도자들은 2003년 ASEAN 공동체를 2020년까지 설립하기로 동의했으며 2007년 말에는 ASEAN 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ASEAN 헌장의 목적은 지역 정체성과 지역 통합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ASEAN 공동체의 실현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 예를 들면 ASEAN 회원국들의 경제발전 수준에서의 큰 격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을 통합하려는 의지의 결여를 들 수 있다. 시장 통합에 대한 의지 결여는 ASEAN 회원국 정부들에서뿐만 아니라 역내 사업가들에게서도 확인된다. 또 다른 문제는 회원국들간 갈등이다. 예컨대 인도차이나 국가들간 댐건설을 둘러싼 알력, 역내 불법이주민의 문제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유혈충돌로까지 번진 프레아 비히어 힌두사원을 둘러싼 영토분쟁 등이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중국과의 관계이다. 동남아시아의 중국 관계는 양자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수립과 2002년 ASEANㆍ중국 FTA의 조인에서 엿볼 수 있는 협력적 측면뿐만 아니라 중국의 ASEAN에 대한 위협적 측면도 있다. 이 후자의 측면은 무엇보다도 대륙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팽창과 중국과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 간 남중국해 군도들을 둘러싼 해양 영토분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국>
    태국의 현재를 움직이는 역사성에서는 불교와 국왕의 영향을 강조했다. 태국의 정치구조는 1932년 입헌군주제의 도입 이래 지속되고 있는 의회제의 역사를 서술했고, 현대 태국 정치의 흐름을 보기 위해 1997년 헌법과 2007년 헌법을 비교했다. 태국의 정치 리더쉽은 푸미폰 국왕의 전통적인 리더쉽과 탁신 전 총리의 경영자적 리더쉽을 대조함으로써 태국 정치의 특징을 보여주고자 했다. 2006년 쿠데타 이후 태국의 정치변동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태국의 상황은 제도와 리더쉽의 부조화로 야기된 피하기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태국 민주주의가 당면한 문제를 식별하고 향후 상황을 전망했다.
    태국 정부의 국가목표와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2011년 8월 출범한 잉락 친나왓 총리가 국회에 제출한 정책방향 보고서를 중심으로 정책 분야별로 상세하게 기술했다. 태국의 대외관계는 ASEAN 및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기술하고 한국과의 관계는 수교 이래의 역사적 발전과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였다. 아울러 태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도 살펴보았다.
    <베트남>
    베트남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전면적 개혁의 길로 들어선 후,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연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정치부문에서는 개혁을 급속히 진전하지 않고 공산당 1당 지배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순조롭게 경제발전을 진행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로 통합을 심화하며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국제질서를 조성하는 데에 대외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는 한편 부분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경계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정책 기조는 2011년 제11차 공산당대회, 제13기 국회와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향후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외교는 경제와 사회문화 부문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베트남이 추구하는 지속적 발전, 조화로운 사회 건설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일조하는 방향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
    최근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정부의 정치ㆍ외교적인 측면의 특징을 정리하고 그 변화 방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대상은 첫째, 인도네시아 현재를 움직이는 역사적인 힘, 둘째, 유도요노 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치구조적, 정당정치적, 정치 엘리트적 특징, 셋째, 현 정부의 국정목표와 정책, 넷째, 외교적 측면에서의 특징과 구도, 쟁점, 의미 등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치ㆍ외교는 전반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적인 틀에서 민주주의, 무슬림, 근대화를 양립가능한 자기 전략으로 설정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국내의 민주화 심화는 외형적으로 대외관계의 역할변화를 추동해 내면서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돈정치(money politics)’로 명명되는 부패 카르텔의 정치는 인도네시아 정치의 풀기 어려운 숙제로 드러나고 있다. 반부패 개혁은 정당과 국회와 사법부의 공적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역할, ‘거버넌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공적 조직과 거버넌스의 쇄신은 인도네시아를 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을 동시에 이루는 상호작용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필리핀>
    필리핀 정치는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불평등한 사회경제 계층구조와 전통사회의 가족 중심적 가치규범에 의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전통적 지배엘리트 그룹이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정치적 특권을 유지하는 배경이 된다.
    필리핀 정치는 제도적 측면에서 민주주의 형식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다. 주기적인 선거와 지방자체제의 정착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형식적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적 제도가 적용되는 토양이 척박하고, 또한 이를 개선하려고 하는 지도층의 정치적 의지가 결여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필리핀 정치에서 일정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이는 전통적 엘리트 그룹 내부의 세대교체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아버지로부터 자식에게로 대물림하는 단순 권력순환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젊은 엘리트들이 보여주는 정치적 행태는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 젊은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의 정치적 행태와 업적이 정보통신 매체를 통해 모두 공개되는 상황에서 스스로에 대한 통제와 책임감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은 비록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긴 하지만 민주적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점차 필리핀의 엘리트들도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필리핀과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서는 필리핀 민중들의 마음을 사는 간접적 외교활동이 필요하다. 필리핀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우땅 나로 옵(마음 속의 빚)’이라고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은혜를 받았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구의 약 90%에 달하는 빈곤층의 열악한 삶에 관심을 표현하고, 이에 대한 개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필리핀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민심은 필리핀 엘리트층에 전달되어 정부정책에도 반영될 것이다. 또한 근래 한류의 영향으로 필리핀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한류가 정부에서 주도한 한국의 대중문화 확산사업으로 비추어 진다면 문화적 제국주의로 오인받기 쉽다. 따라서 민간 차원의 대중문화 확산에 국가 차원에서 지나치게 관여하기보다는 필리핀 국민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우호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닫기
  • 동남아에서 국가정체성의 구축과 성격:국립박물관과 기념물을 중심으로

    본 연구는 현대 동남아 국가들이 박물관이나 기념물을 활용하여 국민형성, 민족통합, 국가권력 정당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양상들을 살펴보고 동남아 각국의 국가정체성 규정 양상의 특징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남아 국가들은 20세기 중반..

    신윤환 외 발간일 2010.12.30

    경제개발, 경제발전

    원문보기

    목차

    국문요약 


    제1장 서 론 / 신윤환 
    1. 연구의 목적 및 필요성 
    2. 공동연구 디자인 및 연구방법 
    3. 본 보고서의 구성과 내용 
    가. 서론 
    나. 싱가포르의 국가 만들기: 머라이언과 박물관의 활용  
    다. 캄보디아에서 식민주의적 근대성의 존속과 국가정체성  
    라.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의 전시에 표상된 식민사관과 오리엔탈리즘 
    마. 방콕국립박물관과 태국의 국가정체성 
    바. 베트남민족학박물관: 박물관 정책과 민족문화정체성 
    사. 베트남 호찌민박물관과 국가정체성 
    4. 이론적 함의 


    제2장 싱가포르의 국가 정체성 확립: 머라이언과 박물관의 활용 / 강희정
    1. 서론: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 독립국가 싱가포르의 국가 만들기  
    3.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의 건립과 그 현황  
    4. 싱가포르의 박물관: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5. 결론 


    제3장 캄보디아에서 식민주의적 근대성의 존속과 국가정체성 / 김은영 
    1. 서론 
    가.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나. 이론적 배경 및 연구방법 
    다. 연구의 범위와 보고서의 구성 
    2. 캄보디아국립박물관의 역사 및 현황 
    3. 캄보디아국립박물관의 전시 형태 분석 
    가. 캄보디아국립박물관의 전시 방식: 상설전 
    나. 캄보디아국립박물관의 전시 방식: 기획전 
    4. 결론  


    제4장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의 전시에 표상된 식민사관과 오리엔탈리즘 연구 / 송승원
    1. 서론 
    가. 연구목적 
    나. 연구방법 
    2.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의 형성과 발전  
    가.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의 역사와 변천과정 
    나. 박물관 구조 
    다. 박물관의 운영 및 활동 
    3. 주요 전시방식과 특징 
    가. 구관의 전시관 개요 
    나. 신관의 전시유물 선택 및 전시형태 분석 
    4. 구관과 신관의 전시형태 분석 
    가. 식민지 박물관과 오리엔탈리즘 
    나. 진열된 유물의 시간적 배경에 드러난 식민담론 
    다. 종족문화 전시에 나타난 식민담론  
    5. 결론 


    제5장 방콕국립박물관과 태국의 국가정체성 / 이상국 
    1. 서론 
    가. 연구목적 
    나. 연구 방법 
    다. 본문 구성 
    2. 방콕국립박물관의 형성과 발전 
    가. 방콕국립박물관의 역사와 변천 과정  
    나. 박물관 조직 체계 
    다. 방콕국립박물관의 운영 및 활동 
    3. 방콕국립박물관의 전시 형태 분석 
    가. 전시관 개요 
    나. 왕실 중심의 유물 전시 
    다. 불교 중심의 유물 전시 
    라. 타이족 중심의 유물 전시 
    마. 타이역사전시관과 태국의 역사 
    4. 결론 


    제6장 베트남민족학박물관: 박물관 정책과 민족문화 정체성 / 최호림 
    1. 서론 
    2. 베트남의 박물관 정책과 베트남민족학박물관의 설립 
    가. 베트남 문화정책의 역사적 전개 
    나. VME의 설립과정 
    3. 베트남민족학박물관의 구성과 전시 현황 
    가. VME의 공간적 구성과 프로그램 안내 
    나. 실내전시장과 전시프로그램 
    다. 야외 전시장 
    라. 기획-특별 전시회 및 기타 프로그램 
    마. 소결 
    4. 결론 


    제7장 베트남 호찌민박물관과 국가정체성 / 이한우 
    1. 서론 
    2. 호찌민박물관의 형성과 발전 
    가. 베트남의 박물관 개황과 호찌민박물관의 위상 
    나. 호찌민박물관의 설립과 발전 
    다. 운영조직 
    3. 호찌민박물관의 구조와 전시방식 
    가. 하노이 호찌민박물관 
    나. 호찌민시 호찌민박물관 
    다. 대중교육 및 교류협력 
    4. 호찌민박물관의 정치사회적 기능 
    가. 호찌민박물관의 공식적 기능 
    나. 호찌민박물관에서 호찌민 
    5. 결론 


    제8장 결 론 / 강희정·최호림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닫기
    국문요약

    본 연구는 현대 동남아 국가들이 박물관이나 기념물을 활용하여 국민형성, 민족통합, 국가권력 정당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양상들을 살펴보고 동남아 각국의 국가정체성 규정 양상의 특징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남아 국가들은 20세기 중반에 독립을 획득하거나 국민국가를 형성하면서 국가통합, 민족의식 및 국가정체성 함양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각국은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러한 과제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가정체성의 구축 및 함양과 관련하여 동남아 각국의 국립박물관과 주요 기념물이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해왔는지에 관한 사례연구의 총합적 결과이다.
    지구상의 모든 근대국가들이 그러하듯, 동남아 국가들도 예외 없이 신생국으로 탄생한 이후, 혹은 일부 국가의 경우 독립 이전 식민통치기부터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과 기념물을 건립하였으며, 이후 확장과 신축을 통해 그 규모를 키우고 활동 범위와 영역을 넓혀 왔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은 신생국으로서 국가를 제도화하고 정통성을 확립하며, 신생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요구로부터 역사적, 문화적 상징을 활용할 필요성이 생겼다. 일부 국가는 다민족을 하나의 상위 민족으로 통합하거나 다수 민족의 헤게모니에 복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그러한 상징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또 일부 국가는 식민정부가 도모한 박물관 프로젝트를 토착 국가 또는 집권세력의 새로운 목적을 위해 재활용하기도 하였다.
    문화현상에 속하는 박물관 및 기념물의 구체적인 양상과 기능은 각국의 ‘국가 만들기’(state-making)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다채롭고 역동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에 포함된 5개국, 6개 사례가 드러내는 다양성의 의미를 탐색해 보는 것은, 동남아적 일반성을 찾아가는 작업만큼이나 중요하다.
    본 공동연구 보고서는 6개의 사례연구와 이를 종합하는 총론적 연구(서론) 및 결론으로 구성된다. 해당 국가에서 오랫동안 지역연구를 수행해온 연구자들에 의해 작성된 각 사례 연구는 각국의 특성을 밝혀내는 데뿐만 아니라 비교문화적인 논의를 통해 동남아 전체를 조망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본 연구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공동연구로 추진되었다. 정치학, 미술사, 역사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에 소속된 공동연구자들은 학제간 시각과 접근방법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개별 분과학문의 영역을 넘어서 소통되고 활용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였다.
    이 연구가 중점적으로 채택한 주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국의 독특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하여 박물관 설립 및 기념물에 대한 기초자료를 조사하였다. 둘째, 각국의 국립박물관 및 기념물에 대한 정책자료, 박물관 도록 및 관련 문화정책에 관한 현지자료를 포괄적으로 수집, 분석하였다. 셋째, 박물관 및 기념물을 방문하여 전시방식과 프로그램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관련 인사 및 관람객들과 면접하여 현재적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넷째, 박물관 및 기념물의 정치사회적 기능을 분석하고 국가정체성 규정 및 국가통합 방식과의 관련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2장은 머라이언(Merlion)과 여러 박물관, 전시관, 시각상징물을 중심으로 싱가포르가 국가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왔는지 분석하고, 국립박물관과 상징물이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어떤 기능을 하는지 고찰하였다. 머라이언은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리콴유에 의해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채택되었다. 이 ‘만들어진 상징’은 식민지 경험을 가진 다른 동남아 국가의 문화유산과 달리 정치적으로 계산되고 유도된 표상이다.
    신생국가 싱가포르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들에 못지않게 국가통합에 성공한 것은 머라이언과 같은 시각상징물과 박물관을 사회교육에 적절히 활용했던 것에 기인하였다. 싱가포르는 나라의 외형적 규모에 비하여 다양한 박물관을 건립했고, 초등학생부터 이들 박물관을 견학하고 관람하여 자신들의 역사를 배우는 대표적인 학습공간으로 만들었다. 싱가포르국립박물관, 아시아문명박물관,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등 박물관, 미술관 및 전시관들은 싱가포르가 지향하는 국가 정체성을 표현해줄 뿐만 아니라 다민족 융화 정책의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의 박물관은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공동체의 역사를 구성해 보여주는 것보다 독립국가 싱가포르를 형성하는 다양한 민족 구성을 단일한 공동체로 환원시키는 작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과거의 유산이 부족한 나라에서 박물관과 상징물을 통해 ‘국가 문화’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잘 보여준다. 각종 박물관과 전시관에서는 국가가 성립되기 이전의 싱가포르가 지나온 과거 역사를 다양한 유물과 조형물, 각종 전자 장치, 멀티미디어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이들 유형의 물건들이 현실화시켜주는 역사적 사건과 공동체적 경험담을 마치 싱가포르 국민들이 오랜 세월 동안 공유해 온 것처럼 만들었다. 싱가포르 박물관들은 싱가포르가 마치 근대 이전부터 형성된 문화이고, 이를 계승한 것이 현재의 싱가포르인 것처럼 꾸민 이미지 전시관이며, 싱가포르인들은 이러한 전시를 관람함으로써 ‘국민’의 일원으로서 자기정체성을 확고하게 갖게 된다.
    제3장은 캄보디아국립박물관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에서 식민주의적 근대성이 존속되고 국가정체성이 규정되는 양상에 관해 분석하였다. 탈식민시대에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캄보디아가 겪는 딜레마는 문화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박물관은 근대성의 상징 중 하나지만, 프랑스의 보호국이었던 1920년에 프랑스인들이 프놈펜에 개관한 박물관은 식민주의의 결정체일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의 문화유산은 식민주의적 근대성의 해악과 혜택을 동시에 경험하였고,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캄보디아에서 이 역설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한편, 문화유산을 통한 관광 산업이 가장 중요한 소득 수단이 되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문화정책과 국가정체성의 관계는 민족정신 함양의 차원뿐 아니라 매우 민감한 경제적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통합의 차원에서, 캄보디아국립박물관을 중심으로 표상 및 유포되는 ‘캄보디아 국가정체성 = 크메르정체성 = 앙코르문명’이라는 도식은 매우 간단하면서 효과적이다. 특히 앙코르 와트는 통합의 상징으로 널리 활용되지만 역설적으로 크메르 문화가 재발견되고 세계적인 각광을 받은 가장 중요한 계기는 바로 프랑스 식민지시대(1863~1953)에 프랑스인들이 수행했던 연구 및 프로파간다에 있다. 또한 현대 캄보디아에서 크메르화가 강제된 시기는 크메르 루즈 집권기(1975~1979)였다. 오늘날의 캄보디아는 이러한 역설을 국가정체성이라는 면에서 ‘캄보디아 국가정체성 = 크메르정체성 = 앙코르문명’ 담론으로 내세워 이를 경제적, 외교적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 담론은 식민시대에서 현재까지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국제적인 흥행카드이다. 20세기 전반에 식민주의 프로파간다를 위해 조직된 식민지박람회에서 프랑스는 이미 앙코르유적을 전면적으로 활용하였다. 오늘날 캄보디아에서 앙코르는 가장 중요한 관광 수입의 원천이다. 앙코르에 기반을 둔 크메르정체성은 현대 캄보디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캄보디아는 국립박물관을 활용하여 대내외적으로 이 담론을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
    제4장은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의 사례를 통해 민족주의와 식민담론이 양가적으로 혼합된 정치적 내러티브를 분석한 결과이다. 특히 이 연구는 자카르타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이 식민박물관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식민담론을 표상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고 유명한 국립박물관의 전시에서 식민담론이 완연하게 남아있다는 것은 동남아 국가정체성 구축에 관한 몇 가지 이면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20세기의 동남아의 국가정체성이 많은 부분 식민세력이 규정한 식민지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여 이루어졌고, 각국 정부들이 식민세력이 구축한 정체성을 국민국가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효율적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식민세력이 구축한 식민지 정체성이 모두 근대국가 정체성에 부합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동남아 국가들은 그 정체성을 국민국가적 정체성으로 변환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탈식민화 노력은 성공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박물관이 표상하는 군도의 역사는 파편적이고 왜곡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서 현지인의 “정통성 있는 과거”로 상정하고 있는 시기는 힌두-불교시대로, 과거의 찬란했던 고대 문명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현재의 인도네시아 사회 구성에 보다 깊은 영향을 미친 후기고전동남아 시대를 생략함으로써, 지역의 역동적 발전상을 누락하고 있다. 식민시대를 강조하여 유럽이 들여온 과학발명품을 중심으로 전시함으로써 당시 역사적 형성에서 현지인의 자율적인 측면보다는 의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서양을 “문명화”의 주역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현지인들이 식민세력에 대해 창조적으로 대응한 어떠한 역사도 표상되지 않고 있다. 국립박물관은 식민박물관에서 출발했으므로 애초에 식민담론을 표상하고 있었고, 국민국가의 정부가 박물관에 대한 인식 결여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박물관을 국민국가적 담론을 지지하는 도구로 전환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식민담론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제5장은 태국의 국립박물관 사례를 통해 태국 민족주의의 특징을 고찰한 것이다. 이 연구는 방콕국립박물관의 전시 형태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하여 태국 국가정체성의 세 기둥이라 여겨지는 “왕”, “불교”, “민족”이 어떻게 재현되고 강화되는지를 고찰하였다. 방콕국립박물관은 유물의 전시를 통해 위의 세 기둥이 중심이 된 민족주의에 역사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고 시원성을 강조해왔다.
    방콕국립박물관의 전시는 왕실, 불교 및 타이족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는 왕실이 주도하여 박물관을 설립하였고 현재의 박물관 위치도 왕궁이 있던 자리여서, 태생적으로 왕실과 박물관이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쭐라롱꼰 재위시기에 불교가 국가종교로 공표되고 국가가 불교를 통제하면서 불교는 국가적으로 더욱더 우대를 받았다. 비록 브라만교, 애니미즘이 아유타야와 현재의 왕실의 의식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불교 역시 이 종교들과 혼합된(syncretic)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들 종교들은 방콕국립박물관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나 이슬람 관련 유물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방콕국립박물관은 타이족 중심으로 유물을 전시하여 태국의 역사가 곧 타이족의 역사임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방콕국립박물관이 태국의 민족주의를 상징화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온 만큼, 태국의 민족주의에 내포된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왕이 아닌 일반인, 불교가 아닌 타종교, 타이족이 아닌 비(非)타이족의 역사문화유산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방콕국립박물관은 태국의 민족주의 국가정체성을 충실히 반영하여 세 기둥에 관한 유물을 취사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전시하는 반면에 문화적으로, 종족적으로, 종교적으로 소수 집단의 역사적 유산과 현재적 삶의 형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방콕국립박물관은 태국의 국가정체성의 단면과 그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제6장은 베트남의 박물관 전시프로그램 및 이와 관련된 문화정책 분석을 통해 베트남 민족주의 정체성의 생산 및 재생산 과정을 고찰한 것이다. 하노이의 베트남민족학박물관(VME)은 베트남 인구의 약 86%를 점하고 있는 비엣족을 비롯하여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분류된 54개 민족의 문화유산 및 생활양식을 전시, 교육, 선전하는 장이다. 1954년 이후 사회주의 개혁 시기 베트남의 보존박물관 정책은 봉건적 악습을 버리고 외래의 나쁜 영향을 타도하며 민족 본래의 전통을 유지한다는 이념적 취지에서 마련되어 왔다. 1975년 통일과 1986년 도이머이 정책 시행 이후 시장경제, 세계화, 산업화와 정보화 등의 영향으로 베트남 국가는 외부 세계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지방과 소수민족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국민통합을 지속시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다양한 문화정책을 통해 민족화합 혹은 국가정체성 강화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다. 그 중의 한 결과가 베트남민족학박물관이다. VME의 탄생은 개혁개방이후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정책의지와 함께, 문화적 뿌리지키기 이념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세계의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을 경험하거나 보존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시선과 관심이 한 몫을 하였다.
    VME는 지난 13년간 상설 전시장을 확충하고, 다양한 특별 전시행사 및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특히 민족학자들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 왔다. VME는 54개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보여주고 사회적으로 교육하자는 목표를 견지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 관람객에게는 베트남의 다양한 문화의 상생과 공존의 전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광의 수요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사회경제적 개혁에 대한 국내외의 압력으로 베트남의 박물관정책은 일정한 갈등이 내재되었다. 첫째, 국가의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소수민족 구성원에게 하나의 국민정체성을 강조하는 정책과 소수민족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 간에 존재할 수 있는 긴장이다. 둘째, 박물관이 관광산업의 주요 요소로 부상하면서, 민족주의 뿌리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외국 관광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업주의적 요소를 개발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로 발생한 딜레마이다. 민족학박물관의 대응방식은 소수민족의 문화가 마치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식의 근원주의적 시각에 압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제7장은 베트남의 호찌민박물관의 사례를 통해 호찌민이라는 지도자에 대한 기념과 표상이 국가정체성과 관련하여 정치사회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고찰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역사박물관, 호찌민박물관 등을 비롯한 7개 국가급 박물관은 대표적으로 국가정체성 함양을 위해 기능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호찌민박물관은 국부(國父) 호찌민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과 통일 과정을 보여주며, 국민적 단합과 ‘베트남 민족의식’을 고양시킨다. 호찌민을 민족독립운동을 이끈 국부로 추앙하는 작업은 그의 헌신에 대한 보답인 한편, 공산당 및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수단이다. 이는 베트남에서 개혁의 진전에 따라 현 정권의 정당성이 약화되었고, 이에 대응하여 1990년대 초부터 ‘호찌민사상’이 공식적으로 등장하여 강조되기 시작하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노이의 호찌민박물관은 1990년 호찌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호찌민 묘 옆에 설립되었다. 주 전시실은 호찌민의 생애와 혁명 사업에 관한 자료를 베트남 민족의 독립과 통일의 투쟁역사와 연계시켜 전시하고 있다. 호찌민시 호찌민박물관은 호찌민의 생애와 혁명 사업을 소개하는 부분 및 호찌민의 남부에 대한 정감과 남부 인민들의 호찌민에 대한 정감을 보여주는 2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하노이 호찌민박물관이 주로 전자에만 집중한 것과 대조적이다. 호찌민시 호찌민박물관의 전시는 통일 이후 남북화합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
    호찌민박물관의 전시는 일견 호찌민 개인을 숭상하는 전시형태로 보이나, 그의 일생이 언제나 민족의 운명과 결부되어 있었기에 개인과 민족이 혼연일체가 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호찌민박물관에서 호찌민은 베트남 전통의 체현자이자 민족과 국가의 대표자로 재현된다. 최근 경제개혁과정에서 약화되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찌민은 정통성의 근거로, 호찌민박물관은 그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교류가 다방면으로 확대되어 왔고, 국제결혼, 이주노동, 관광 등으로 상호 이해의 필요성이 한층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남아시아의 박물관과 기념물 연구는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와 역사를 다채롭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박물관과 기념물들을 둘러싸고 식민세력과 국민국가들이 추구하는 국가적 지향점을 알려주는 좋은 연구소재였다. 아울러 현대 동남아 각국이 당면하고 국민통합 및 국가정체성의 과제에 대해 각국의 국립박물관과 기념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동남아 국가들을 구성하는 본성과 함께 국가를 이루고 유지하려는 다양한 역동적인 노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동남아 대부분의 국립박물관과 기념물이 국가정체성이나 국민통합과 관련되어 있지만 실제 국내의 관람객, 즉 국민에 대해 행사하는 교육, 문화, 사회적 기능의 내용과 수준에는 국가마다 상이한 점이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박물관에 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의 정도에도 국가별로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박물관 시설을 보다 현대화하고 확충하기 위한 재정이 부족하고,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는 공적 담론이 표현되고 있으나 그것의 문화적 및 교육적 의미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큰 차이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박물관 운영과 발전에 필요한 학문적 기반이 취약하고 기술수준도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17, 8세기 국민국가(national state)가 출현한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온 정치적, 경제적 이념과 체제 및 제도들의 표준화나 단순화와 달리, 문화현상에 속하는 박물관의 양상들은 ‘국가 만들기’(state-making) 프로젝트의 핵심보다는 주변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공동연구에 포함된 5개국, 6개 사례연구 결과에 대한 비교를 통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이론적 함의를 도출해 볼 수 있다.
    첫째, 박물관은 국가나 통치자들의 의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거나 암묵적으로 숨긴 일종의 정치적 텍스트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과 작품들을 통해 그것이 선정되고 배치된 방식과 그 원칙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박물관을 통해 국가나 통치자가 관람객, 즉 국민이나 외국인들에게 전달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박물관은 위대한 다수민족의 역사(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이어받아 새롭게 형성된 국민(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역사적 치적을 이룩하거나 계승한 국가, 체제, 왕권의 정통성(싱가포르, 베트남, 태국)을 역사적, 문화적 유물의 재현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박물관이란 텍스트에는 여느 문화텍스트와 마찬가지로 내적인 긴장과 모순이 존재한다. 이 긴장과 모순의 근원은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특정 역사적 유물의 실제적 기원과 현재적 배치 간에 존재하는 간극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적 유물들 간에 드러나는 상반되거나 모순된 의미가 그것이다. 그래서 이 공동연구자들은 캄보디아 국립박물관에서 읽히는 식민주의 근대성의 담론이 캄보디아의 현재와 어느 정도 부합하면서도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에서 과거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쓰였을 수많은 역사적 문화적 유물들이 현대 국가의 정통성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였으며, 방콕의 국립박물관에서 왕-불교-민족주의를 요소로 하는 국가정체성이 어떻게 일반인-타 종교집단-소수민족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심지어 새로운 국가에 의해 탁월하게 디자인되고 치밀하게 배치된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박물관조차 깊은 텍스트 읽기에 모순을 드러낼 수 있음은, 기본적으로 문화텍스트가 상호 모순된 요소들을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로, 어떤 국가가 박물관 프로젝트의 목적을 달성하느냐 여부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이를 수행하는 국가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만약 모든 박물관이 건립자인 국가, 왕, 또는 통치자의 의도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어떻게 태국과 캄보디아의 박물관은 혼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국립박물관은 국가의 목적과 의도에 반하는 내러티브를 전해 주고 있는 것인가? 반면 왜 유독 베트남과 싱가포르의 박물관은 국가에 의하여 주어진 임무를 실행할 수 있는가? 이에는, 민족의 역사가 얼마나 장구하며, 그 국가의 정치적, 군사적 힘이 얼마나 강하며, 경제적으로 얼마나 부유한지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오로지 박물관을 정치적 텍스트로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국가와 통치자의 의지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만이 박물관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동남아의 박물관은 식민통치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식민지 정부에 의해 설립되어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거나(인도네시아), 식민주의 담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거나(캄보디아), 식민통치에 기원을 두고 있거나(싱가포르), 이와 대결 또는 단절을 도모한 결과이다(태국, 베트남). 동남아 나아가 탈식민 국가의 박물관 프로젝트와 담론이 과거 식민통치나 식민주의와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 하는 주제는 좀 더 광범한 조사와 깊은 탐색을 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여러 학술적, 실용적 의의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최근 한국과 다차원적으로 교류가 확대되고 심화되고 있는 동남아사회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 연구는 그간 동남아시아 지역연구 분야에서 희소하게 다루어진 국립박물관의 사례를 중심으로 동남아 각국의 국가담론 형성 및 국가담론의 사회화 과정에 주목하여 동남아 여러 국가의 내재적 정체성을 파악함으로써 동남아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 수 있다고 기대된다. 아울러 본 연구는 동남아 및 관련 지역 전문연구자들의 공동연구로서 동남아 여러 국가에 대한 사례연구를 종합하여 학제적인 비교분석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동남아시아의 문화정책 및 박물관과 관련된 공동연구가 흔치 않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본 연구는 학제간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국가정체성 규정을 둘러싼 ‘전체로서의 동남아’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주제는 여러 동남아 국가가 각각의 역사적인 조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정체성을 상상하거나 구성해 가면서 국가통합을 달성하고 국민국가로서의 경계를 구축하고자 한 일련의 역사적 시도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동남아 지역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한국의 대동남아 정책 및 국내 동남아 이주민 관련 정책 등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닫기
공공누리 OPEN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표시기준 (공공누리, KOGL) 제4유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정책 참조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