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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경제안보, 무역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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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기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 평가와 시사점
WTO 가입 이후 무역 등 경제력 증대에 기반하여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주요국의 대중국 견제 등에 대응하면서, 스스로 주도하거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질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보다 강하게 느끼게 되었..
정지현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 및 필요성
2. 영향력의 개념
3. 선행연구 및 차별성
4. 연구 범위 및 구성
제2장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및 대외전략 변화
1.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변화
2. 시진핑 시기 중국 대외전략의 변화
제3장 경제 분야 영향력 강화 전략 및 평가
1. 무역통상
2. 통화금융
제4장 외교 분야 영향력 강화 전략 및 평가
1. 글로벌 파트너십
2. 국제개발협력
3. 기후변화 대응
제5장 안보 분야 영향력 강화 전략 및 평가
1. 자원안보
2. 해양안보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 평가 및 전망
2.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WTO 가입 이후 무역 등 경제력 증대에 기반하여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주요국의 대중국 견제 등에 대응하면서, 스스로 주도하거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질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보다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에 국가 주도적인 영향력 강화 전략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는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경쟁 및 갈등을 심화하면서 개도국 등 신흥국의 진영화 유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어 관련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을 경제, 외교, 안보 측면에서 분석, 평가, 전망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하였다.닫기
제2장에서는 세계 주요 기관에서 분석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지수의 추이 변화와 특징을 파악하여 시진핑 시기의 글로벌 영향력 변화 정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 변화가 중국의 국가 목표 및 대외 전략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한 후 미국과의 갈등 심화 및 경제안보 강화 속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파악하였다. 제3~5장은 각각 경제, 외교,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시진핑 시기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하고 이들 전략과 그 영향력에 대해 평가하였다.
제3장은 경제 분야를 무역통상과 통화금융으로 구분하여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 및 평가하였다. 우선 무역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은 무역 고도화를 통한 중간재 수출국으로의 성장 및 공급망 우위 확보, 공급망 우위를 활용한 수출 규제 등 통상안보 강화, RCEP 타결 등 지역경제협력 네트워크 확충, 일대일로 협력국과의 무역/투자 증대(표준 수출) 및 해외시장/해외자원 선점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핵심기술의 해외 의존, 개도국 중심의 낮은 수준의 FTA, 일대일로의 부작용 증대와 경쟁 플랫폼 등장, 중국의 무역·투자·기술·산업 및 국제표준 활동 등에 대한 선진국의 견제 심화 등의 한계도 나타났다.
통화금융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은 국제통화금융체제 개혁과 역할 확대, 양/다자 통화금융 협력을 통한 위안화 유동성 공급망 구축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AIIB, NDB 등이 IMF, ADB 등 기존 다자금융기구의 대안적 다자기구로 성장하는 데는 장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위안화 국제거래 활성화를 위한 역외 위안화 시장 형성과 자본계정 자유화,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에 성과를 보였다. 그중 중국의 자본계정 자유화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나,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경간 위안화 자본거래가 시진핑 시기 급속히 증가하였다. CIPS의 회원기관과 거래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금융표준제정 참여 주도, 위안화 석유거래 등의 정책은 성과가 미미하였고, 국제통화금융체제 개혁안으로 제시된 SDR 사용 확대는 국제적으로 널리 수용되지 못하였다.
제4장은 외교 분야를 글로벌 파트너십, 국제개발협력, 기후변화 대응 협상 측면으로 구분하여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하였다. 우선 글로벌 파트너십 분야에서 중국은 양자, 소·다자 협력 체제 및 공공외교 등을 통해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한 특징은 대만을 겨냥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전략이 작동하고 있고, 개도국 및 주변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협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강화된 경제력과 풍부한 문화자산 등을 활용한 공공외교를 추진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였다는 것이다.
개발협력 분야에서 중국의 전략은 수원국에 대한 공공재 제공 확대, 일대일로 플랫폼 활용, 지역협력 메커니즘 활용 정책 등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상당 비중의 수원국들은 이 정책들이 자국의 무역, 투자 성장과 인프라 격차 축소, 경제·기술 발전 등에 기여하였고 정치적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였다. 수원국의 개발목표를 진전시키고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를 달성함으로써 국제개발협력 거버넌스 및 관련 국제표준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중국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내 ‘베이식(BASIC)’ 협의체와 ‘같은 견해를 가진 개도국 모임(LMDC)’ 등을 통해 개도국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개도국의 입장을 모으고 협상력을 강화해 이해관계를 관철시켜 왔다. 그러나 기후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는 탄소중립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책임 확대가 수반되어야 지속될 수 있다.
제5장은 안보 분야를 자원안보와 해양안보로 구분하여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을 분석하였다. 우선 자원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인 보유 광물 개발 및 통제 강화, 적극적인 해외광물 투자 개발 등은 중국이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선점하면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자원안보를 강화하고 해외에서 자원 관련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제재에 직접 대응하고, 미국 이외 제3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자국의 기술자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양안보 분야에서 중국은 원양 작전이 가능한 강한 해군 건설, 해양안보 활동 범위 확대, 전략적 가치가 높은 주요 해역 거점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대내적으로 해양관할권 강화, 해경의 법 집행력 강화, 국내법 정비와 국제법 대응 능력 향상을 통해 해양분쟁에서 법률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해상민병을 활용한 회색지대전략은 갈등 상대국의 행위를 방해하고 있으며, 해경을 통해 남중국해 법 집행을 강화하는 등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제6장에서는 본 연구의 내용을 종합 정리하고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우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전략의 특징, 평가 및 전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분야별 영향 및 전망을 정리하였다. 이어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 전략에 대응한 우리의 대응방안을 분야별로 제시하였다. -
수출규제의 경제적 함의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
예상준 외 발간일 2023.12.30
경제안보, 무역정책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주요 내용
제2장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1. 서론
2. 산업화 시기: 기술 유출 통제를 위한 수출규제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ㆍ군사안보적 수출규제
4. 현대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
5. 소결
제3장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1. 수출규제의 유형화
2. 수출제한
3. 수출통제
4. 경제제재
5. 소결
제4장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1. 서론
2. 분석 자료
3. 분석 모형
4. 분석 결과
5. 소결
제5장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1. 서론
2. 이론모형
3. 소결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2.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3.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4.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최근 각국의 수출규제는 이 세 가지 분류에서 모두 늘어나는 추세이다. 각국 기업이 복잡한 거래 관계로 얽혀 있는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파급되는 수출규제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공급망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국제무역에 관한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았던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 배경과 경제적 효과,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에 따른 공급망의 변화 등을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닫기
제2장에서 우리는 이미 산업혁명기 때부터 횡행한 수출규제의 대표적 사례들을 조망하고 각 사례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정책 목표와 실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규제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수출규제가 성공적인 정책 수단이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냉전 이후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여러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과 대응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였다.
제2장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산업혁명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당시의 국제 환경은 첨단기술을 가진 선도국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국가간의 경쟁이 존재했고,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이 기술 유출의 주요 채널로 인식되었으며, 후발주자인 국가 내에서는 선도국으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묵인하는 등 오늘날 미ㆍ중 패권 경쟁 구도와 유사한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규제의 효과는 점점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개선, 생산 기술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에 따른 기술 이전의 효율성이 점점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늘날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효과 또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범 강화와 기술 발전의 경로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시행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자간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은 냉전 초기 공산권으로의 군사물자 이동과 관련 기술의 유출을 통제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하였다. 당시 서방국가와 공산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점, 생산기술의 변화 속도가 느린 점 등이 CoCom의 성공을 견인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 다변화, 기술 변화의 가속화, 글로벌 공급망 및 가치사슬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국가마다 공산권과의 이해관계 및 교역 패턴이 달라지고, 수출통제 품목의 적발이 어려워지면서 CoCom 체제는 점차 효용성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계 요인들은 이후 등장한 다자적 수출통제 협의체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된다. 다자적 수출통제체제의 성공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유연하게 조율되고,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반영해야 보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 대상 품목을 차등화하거나, 수출 당사국의 경제적 불가피성 등을 고려한 수출허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국의 이탈 유인을 줄여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정보 공유에 기초한 상향식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장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전 이후 시행된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나타냈다. 미국이 항공우주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수출통제 정책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산업적 우위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7~08년 식량 위기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곡물 및 식료품 수출규제는 오히려 자국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규제는 국제시장과의 가격 괴리, 가격 변동성 심화,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초래하여 밀 생산자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미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가나 등의 목재 수출규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해당 국가 목재 산업의 생산성을 장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국제시장에서의 중국산 희토류의 시장지배력을 증가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 외 국가의 희토류 생산이 증가하고 희토류의 대체재가 개발되는 한편 희토류 재활용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시장지배력은 다시 감소하였다. 중국 상무부의 기술 수출통제는 관련 산업 내 기업의 잠재 수요를 제한하여 기업 이윤을 낮추고, 신기술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R&D 투자의 편익 감소에 따른 투자 감소를 초래하였다. 수출규제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불가피할 경우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고, 수출규제의 경제적 영향에 취약한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정책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규제 대상국뿐 아니라 시행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분별한 수출규제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3장에서 우리는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을 목적, 대상, 근거법을 기준으로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수출규제 정책의 법적, 제도적 근거와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수출규제 정책에 관한 시사점과 대응 방향을 도출하였다.
수출제한은 수출국 수요 충족,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출금지 또는 제한 정책이다. GATT 제11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금지되지만, 필수 상품 부족 방지,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수출제한 사례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제한 등이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수출제한 사례는 WTO 분쟁해결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중국은 상소심에서 패소하였고, 인도네시아도 패널 단계에서 패소했으나 기능 정지 상태인 상소심 절차에 회부하면서 후속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다. 비록 필수 상품 부족 방지 또는 천연자원 보호 등이 수출제한 조치의 이유로 제시되더라도 조치의 구조와 합리적 대안의 존재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러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WTO 상소기구의 기능 마비로 인해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자원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않으려면 수출제한 조치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함께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단기적으로는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야 한다.
수출통제는 안보 목적으로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로, 주로 군용물자와 이중용도 품목이 대상이다. GATT 제21조(안보상의 예외)를 충족하는 수출통제는 WTO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된다. 수출통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2022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2023년 중국의 게르마늄 및 갈륨 수출통제 조치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협의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WTO 패널이 이를 심리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출통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근거로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중국이 중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수출통제의 형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주요국의 안보 논리에 의한 일방주의적 조치가 확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를 경계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제제재는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무역제한을 취하는 압박 조치이다. WTO 협정에서는 GATT 제21조 안보상의 예외 규정을 통해 경제제재를 정당화할 수 있다.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밟은 대표적인 경제제재 사례로는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가 있다.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은 EU 수출자의 쿠바산 설탕 수출을 제한하여 GATT 제11조 등에 위반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미국이 EU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관련 절차가 종결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는 GATT 제5조 및 제10조를 위반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러시아는 당시 미국, EU 등 다수 국가로부터 받고 있던 경제제재를 안보상의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증거로 제시하여 해당 조치가 패널로부터 정당화되었다. 경제제재는 국제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단이지만, 제3국 또는 피제재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재국은 국제사회의 법적 판단을 받기보다 정치적 해결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발전으로 국가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오늘날, 타국간 경제제재는 제3국인 우리나라의 중간재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제재 수위가 높다면 러시아-통과운송 사건처럼 피제재국이 경제제재에 대한 대항조치를 취한 후 GATT 제21조를 통해 이를 정당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제재를 시행하기보다는 피제재국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고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똑똑한 제재’와 같은 대안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접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똑똑한 제재’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4장에서는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1950~2022년까지 시행된 수출제재로, GSDB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관련된 통계는 세계투입산출표를 통해 계산한 전방참여도, 그리고 WITS 데이터의 국가간 수출 자료와 BEC 코드를 연계하여 수집한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수출액을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국가간 수출제재는 제재부과국의 피제재국으로의 전방참여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감소하며, 소비재 및 원재료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부과국은 피제재국으로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제3국으로의 수출전환을 모색할 수 있으나, 2014년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이행한 제재부과국의 수출전환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3국으로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전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제재가 제재부과국에도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일반적으로 피제재국에 대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2010년대 후반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단행한 사건을 살펴본 결과, 제재 기간에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전환되었으며 이 중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재 수출의 경우 중국 외 제3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감소폭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아세안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외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아세안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제5장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규제 정책의 합리성을 분석한 이론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은 미국과 중국의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국가간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분석틀을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은 안보 측면에서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하면 중국의 군사적 역량이 강화되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본고의 모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첨단기술과 연관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양국에 발생하는 상반된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였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안보적 위협은 미국기업이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자국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첨단기술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제한하고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아웃바운드 투자심사 강화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유인이 있다.
첨단 반도체 상품과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는 해당 품목의 수출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안보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첨단 반도체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다. 반면 중국정부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 원자재에 대해 강력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크지 않다면, 중국은 미국 본토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매우 크다면, 중국은 미국기업 유치를 위해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계속될 때 미중 간 첨단 반도체 생산의 공급망이 단절되는 계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 만약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여 미국 첨단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실질적으로 얻는 경제 외적인 이익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중국정부는 원자재 수출통제 정책을 고수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는 산업혁명 후기에 수출통제 정책이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고의 모형은 첨단기술과 관련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경우 또한 분석한다. 이 경우 선진국은 수출규제를 고려하지 않는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투자로 인한 외부효과를 누리기 위해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유인이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금지 사건과 유사한 결과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로 인해 향후 미국 첨단기술 기업의 중국 내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의 대중국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되지 않도록 전략물자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핵심 원자재 보유국과 협력하는 한편, 이 국가들 내에서 자원 이기주의가 횡행할 경우를 대비해 같은 처지에 있는 제조업 선진국들과 공동 대응 및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과제로서, WTO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제6장에서는 앞 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고 각 장의 분석 내용에 대한 시사점과 정책 제언을 기술하였다. -
미중갈등과 경제안보: 닉슨-저우언라이 회담록을 통한 교훈
전 세계가 정치적ㆍ경제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적 대전환의 시대(paradigm shift)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부터 대외정책이 확연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정영록 외 발간일 2024.07.30
경제안보, 국제정치목차프롤로그닫기
국문요약
일러두기
제1장 미ㆍ중 2023년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 회담과 경제안보
1. 들어가기
2. 세계적 대전환과 경제안보
3. 미ㆍ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4. 미ㆍ중 관계의 향배
5. 한국의 대외통상 정책에 주는 함의
6. 부록 및 참고문헌
제2장 공동 코뮈니케(JOINT COMMUNIQUE)
제3장 회담록 번역
자료 1: 1972년 2월 21일 마오쩌둥ㆍ닉슨 회담
자료 2: 1972년 2월 21일 제1차 전체 회담
자료 3: 1972년 2월 22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1차 회담
보충 자료: 1972년 2월 23일 키신저ㆍ예젠잉 회담
자료 4: 1972년 2월 23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2차 회담
자료 5: 1972년 2월 24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3차 회담
자료 6: 1972년 2월 25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4차 회담
자료 7: 1972년 2월 26일 제2차 전체 회담
자료 8: 1972년 2월 28일 닉슨ㆍ저우언라이 제5차 회담
제4장 부록
1. 영어판 상하이 코뮈니케
2. 중국어판 상하이 코뮈니케국문요약전 세계가 정치적ㆍ경제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적 대전환의 시대(paradigm shift)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부터 대외정책이 확연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경제안보론’이 대두된 것이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서 “미국의 영광을 다시 한번!”이라는 구호로 자국 위주의 세계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을 세계 유일의 경쟁국가로 지목하면서,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정책ㆍ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영역에서는 안보 강화를 위해 국가 간 경제교류를 통제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CHIP4 동맹, IPEC, 「IRA」 등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2020년 브렉시트를 통해 EU 역내에서 가장 먼저 살길을 찾아나섰으며,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같은 해 10월에 이루어진 중국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 성공에 대해 전 세계는 마오 시대로의 복귀를 의심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선이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중동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상황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현상황은 1972년 미ㆍ중 데탕트 직전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닫기
1972년 당시에 국제정세는 복잡했고, 지도자들은 불안해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이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의 반전 여론이 들끓었고, 닉슨 대통령 역시 대통령직 연임마저 확신할 수 없었다. 중국도 마오쩌둥의 건강이 하루하루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쪽의 소련 및 남쪽의 인도와의 긴장과 분쟁이 지속되었고, 바다건너 일취월장하는 일본의 국력도 부담스러웠다. 한편 한국은 미군의 베트남 철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불안해 했고, 대만도 한국과 비슷한 처지였다. 한마디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평한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배경하에 닉슨 대통령이 ‘키신저’라는 지략가를 동원해 중국과의 화해에 나선 것이었다.
미ㆍ중 갈등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국제사회는 현재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 핵심 국가는 또다시 미국과 중국이다. 항간에서는 미ㆍ중이 무역과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에 신냉전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과거 미ㆍ중 수교 시 양국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인식 차이와 공통적으로 지향했던 정책 방향은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 미ㆍ중 양국의 접촉은 아직도 미온적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 15일의 미ㆍ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화해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에는 국내 정치용으로 중국을 악마화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전형적인 정ㆍ경 분리 정책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지속되기를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경제통상을 지향하는 국가로서 미ㆍ중 간 대타협을 통해 세계경제가 다시금 활력을 찾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진전되는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경제통상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외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 신통한 외교정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서는 1972년 데탕트 당시, 미ㆍ중 간에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갔으며,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지침을 제시한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과거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1장의 2023년 11월 15일 미ㆍ중 간에 이루어진 샌프란시스코 회담과 경제안보 기술은 물론, 제2장의 미ㆍ중 공동 코뮈니케, 제3장의 생생한 회담록 번역문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속내를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세계적 대전환기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다. -
디지털 통상규범의 경제적 효과 추정에 관한 연구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무역의 성장과 더불어 디지털 무역에 대한 공통 규범을 정립하고 디지털 경제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자 차원에서는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진행 중이며, 양자 차..
김현수 외 발간일 2023.12.29
무역구조, 무역정책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선행연구와의 차별성
3. 연구의 구성과 내용
제2장 디지털 무역장벽과 통상규범
1. 디지털 무역장벽
2. 디지털 통상규범을 통한 무역장벽의 완화
제3장 디지털 통상규범이 무역장벽에 미치는 영향
1. 선행연구
2. 무역장벽 추정
3. 디지털 통상규범이 무역비용에 미치는 영향
제4장 디지털 통상규범의 거시경제적 영향
1. 이론모형
2. 디지털 통상협정의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WTO 전자상거래 협상
제5장 디지털 통상규범과 데이터 경제성장
1. 선행 연구
2. 이론모형
3. 데이터 경제의 시장균형과 특징
4. 디지털 통상규범의 수용과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제6장 결론
1. 주요 내용 요약
2.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무역의 성장과 더불어 디지털 무역에 대한 공통 규범을 정립하고 디지털 경제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자 차원에서는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진행 중이며, 양자 차원에서는 기존 지역무역협정의 전자상거래 챕터를 개선하거나 독자적 형태로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도 한다. 한국 역시 다수의 디지털 통상협정을 추진하며 디지털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통상협정을 통해 형성된 규범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통상 네트워크가 확대됨에 따라 디지털 통상협정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대한 필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일반균형모형의 구축을 통해 디지털 통상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통상협정에서 주요한 디지털 통상규범을 파악하고 규범 도입 이후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포함한 일반균형모형을 구축하여 규범의 도입으로 인한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거시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살펴본다.닫기
본 연구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2장에서는 국가간 디지털 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 규제나 기술장벽 등 디지털 무역장벽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는 디지털 통상협정 내 주요 내용을 검토한다. 전자적 전송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을 비롯하여 데이터 지역화 요건, 국경간 정보 이전 제한 조치, 차별적인 기술 표준이나 부담이 되는 테스트 및 인증 요구, 필터링 및 차단, 영업 비밀의 침해 또는 강제 기술 이전 등이 대표적인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무역장벽과 관련해서는 전자적 전송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WTO 차원의 명시적인 다자간 규범이 없는 상황이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는 타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많은 국가에서 지역무역협정의 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챕터를 통하여 규범을 마련하고 있다. FTA를 통한 디지털 통상규범 마련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으로, 계속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해가면서 규범의 자유화 수준도 높여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아 디지털 무역뿐 아니라 중소기업 포용, AI, 핀테크 등의 협력 규정을 포함한 디지털 경제협정도 체결되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협정을 통해 이전의 FTA 전자상거래 챕터가 개정되는 경우도 있다. 각 협정마다 체결한 국가의 디지털 정책, 관련 협상이 이루어지고 타결된 시기, 서비스 챕터와의 연계 여부 등에 따라 디지털 무역장벽을 완화하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규정들의 포함 여부 및 적용 범위와 예외 범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3장에서는 디지털 통상규범으로 인한 무역장벽이 무역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디지털 통상규범의 영향을 일반균형모형을 통해 분석하였기 때문에 이를 위해 내생변수인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외생변수인 무역장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디지털 통상규범은 수입국의 법과 제도 변화를 통해 모든 교역 상대국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특혜무역협정처럼 체결 당사국에만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본고는 무역비용을 수입국 무역비용과 양국간 무역비용으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또한 기본모형과 더불어 시차모형, 규제 수준 통제모형, 국가 소득별 모형을 추가로 추정한다. 분석 결과, 소비자 보호와 데이터 이동, 그리고 데이터 지역화 조치 등의 조항은 무역비용과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데이터 이동 규범은 대부분의 서비스 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무역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4장에서는 디지털 통상규범의 거시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틀로서 이론적 모형을 구축한다. 이 모형은 Caliendo and Parro(2015)와 Antras and Chor(2018)의 모형을 기반으로 하므로 다국가 다산업 간 생산과 무역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이 모형들과 동일하나 데이터 경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가계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모형에서 데이터는 가계의 소비행위로부터 생성되는데 가계는 자신의 소비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가 생성될수록 데이터 유출과 동의하지 않은 활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비효용을 느낀다. 이러한 데이터의 생성과 외부성을 고려하여 가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모형에 제3장에서 추정한 디지털 통상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비용의 변화를 반영하여 WTO 전자상거래 협상 사례를 표본으로 삼아 분석을 실시한다. 분석 시나리오는 ① 현재까지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전자상거래 원활화와 소비자 보호 관련 규범만을 포함하여 낮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되는 상황, ②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개인정보 보호나 소스코드, 데이터 관련 규범까지 포함하여 높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되는 상황, ③ 미국의 제안 철회로 WTO하에서 높은 수준의 합의가 어려워진 점을 감안하여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 사이에서만 높은 수준의 별도 협정이 체결되는 상황으로 구성한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낮은 수준에서 타결되는 경우 협상 참여국들에서는 긍정적인 수출 및 수입효과와 후생효과가 예측되었으며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긍정적인 생산효과도 나타난다. 반면 협상 미참여국에서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들면서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한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높은 수준으로 타결되었을 경우 낮은 수준으로 타결되었을 경우보다 더 큰 폭의 수출 및 수입효과가 나타난다. 주목할 만한 점 한 가지는 협상 미참여국에서도 수출, 수입과 후생이 낮은 수준이나마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디지털 무역규범이 국내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진함에 따라 모든 교역 상대국에 대해 무역비용이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높은 수준의 디지털 통상규범 도입을 지지하는 일부 국가들간에 별도의 협정이 체결되는 경우에는 첫째 시나리오에서와 같이 협정 참여국과 미참여국 간 경제적 효과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제5장에서는 동태적 데이터 경제의 성장모형을 구축하고 디지털 통상규범의 도입에 따라 국내 데이터 규제가 개선될 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일반균형모형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디지털 통상규범의 도입에 따른 데이터 규제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최종재, 중간재, 연구개발 부문 등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뿐 아니라 데이터 개방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및 데이터 사용 남용 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 통상규범의 도입에 따른 국내 데이터 규제 변화를 원시 데이터의 저량과 접근성 측면에서 구분하고 성장과 후생효과를 살펴본다. 디지털 통상규범의 적용에 따라 데이터 저량이 확대되거나 데이터 접근성이 개선되는 규제 변화 효과가 발생하면 최종재, 중간재, 연구개발 부문의 노동 비중 변화, 산업 데이터, R&D 데이터 증가율 변화 등과 함께 데이터 활용이 증가하면서 경제와 기술의 성장률이 높아진다. 이 모형에서는 데이터 저량을 충분히 늘리는 규제 변화가 없더라도 디지털 통상규범이 데이터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는 규제 변화로 이어지면 경제 성장률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 수준이 동시에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제6장은 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이 연구의 분석 방법론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분석 결과에 기반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본 연구가 제시하는 분석 방법론은 디지털 통상협정의 사전ㆍ사후 평가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디지털 통상규범별 무역장벽 완화효과를 제시하고 있는바, 디지털 통상협정을 사전 평가할 때에 더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볼 수 있다. 협상이 합의되어 협정문이 완성된 후 실시하는 사전영향평가 단계에서도 엄밀한 분석과 함께 국내 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에 대한 포괄적 평가가 가능하다. 협정문에 포함될 규범들이 결정되면 규범의 유무를 비교하여 무역비용 완화 수준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국가 또는 국가군(群)과의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통상협정에 대한 가상적인 경제 영향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디지털 통상협정의 잠재 협상 상대국을 지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
본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제적 영향을 알아본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분석하며 중국의 상대적 경쟁력을 파악한 뒤, 수출통제가 반도체 제조장비 및 첨단 컴퓨팅 반도체(..
김혁중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무역장벽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 연구의 내용과 구성
제2장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현황 및 주요국 대응
1. 반도체 수출통제 현황
2. 수출통제에 대한 기업 및 협단체의 반응
3. 주요국 대응
제3장 반도체 산업 공급망
1. 반도체 제조 장비
2. 반도체 소재
3. 파운드리
4. 메모리 반도체
5. 첨단반도체 설계
제4장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제적 영향
1.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수출통제의 영향
2. AI 반도체 수출통제의 영향
3. 소결
제5장 결론
1. 요약
2. 정책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본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경제적 영향을 알아본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분석하며 중국의 상대적 경쟁력을 파악한 뒤, 수출통제가 반도체 제조장비 및 첨단 컴퓨팅 반도체(AI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닫기
제2장은 오바마에서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점차 그 강도와 범위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 수출통제 제도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여러 행정부를 거치면서 반도체 수출통제가 기존 제재를 보완하기 위해 더욱 빈번하게 등장함을 확인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시도했던 수출통제의 경우 미국기업이 중국기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수출통제를 우회할 수 있었다면,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러한 우회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보완했다. 화웨이나 SMIC 같은 일부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제재는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 전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통제로 그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 또한, 제2장에서는 광범위한 수출통제에 대한 다양한 기업, 협회, 단체의 우려를 확인하고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들이 어떤 대응을 하는지도 확인한다.
제3장은 장비ㆍ소재ㆍ파운드리ㆍ메모리 반도체ㆍ반도체 설계에 걸친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 대해 살펴보면서 분야별 주요 기업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기술 수준에 대해 분석한다. 반도체 제조장비,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 수출통제로 인해 개별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을 각종 공시 및 기업 발표 자료를 통해 알아보았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을 향상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제4장에서는 수출통제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시설과 AI 반도체(첨단 컴퓨팅 반도체) 영역에 수출통제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연구 결과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일부 차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의 보완재 성격을 갖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역시 감소하였다. 이와 더불어 AI 반도체 수출통제가 고사양 디램 수요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다. 본 보고서는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감소폭이 작을 수 있지만 향후 수출통제의 전개와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장기적으로 잠재적인 영향이 클 수 있음을 지적한다.
제5장에서는 반도체 수출통제가 이종집적기술ㆍ차세대 전력반도체 등에 대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과 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에까지 통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본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위험 노출 감소를 위해 대체 생산시설 확보와 팹리스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변화와 한국의 대응
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주요국들은 공급망 재편과 산업 육성 정책, 연구의 안보 강화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제안보 환경의 변화..
최원석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경제협력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범위와 구성
3. 선행연구와의 차별성
제2장 국제질서의 변화와 경제안보의 부상
1. 지정학적 갈등과 국제질서의 변화
2. 공급망 안정화 정책의 출현 배경과 함의
3. 신흥기술의 안보화와 기술통제의 부상
제3장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 공급망 안정화
1. 미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2. EU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3. 중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4. 주요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평가
5. 소결
제4장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 과학기술외교
1. 미국
2. EU
3. 중국
4. 소결
제5장 한국의 대세계 공급망 및 기술 영향력 분석
1. 한국의 대세계 수입의존도 분석
2. 경제안보 품목의 수입의존도 분석
3. 한국의 대세계 수입 의존 품목 중장기 협력국 분석
4. 한국의 핵심기술 분야 영향력 분석
5. 소결
제6장 결론
1. 주요 내용 요약
2. 한국의 경제안보 정책 추진 현황
3. 정책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주요국들은 공급망 재편과 산업 육성 정책, 연구의 안보 강화 같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안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제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국ㆍ중국ㆍEU의 경제안보 정책이 갖는 위협 및 기회요인을 파악하고, 한국의 경제안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과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닫기
제2장에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강대국 경쟁의 부활, 상호의존의 무기화와 ‘디리스킹’의 부상, 진영화와 연대 경쟁을 중심으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지난 30여 년간의 지정학적 갈등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설명하였다. 특히 탈냉전 시대 30여 년간이 세계적 자유무역과 경제적 상호의존의 시대였다면, 2018년 이후로는 미ㆍ중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 지속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및 경제교류 파트너를 찾고 연대하려는 네트워크 재편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 정책의 출현 배경과 함의를 통해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과 통상위협 조치의 증가, 상호의존성의 무기화와 공급망 관문 효과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이익 우선의 외교전략을 추구하고, 경제안보를 위해 핵심ㆍ신흥기술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제3장에서는 미국과 EU, 중국의 공급망 정책을 반도체ㆍ이차전지ㆍ핵심광물 분야 중심으로 분석하고, 통상위협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EU의 「유럽반도체법은 모두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EU와 미국이 다자 협의체의 결정에 따른 수출통제 협력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산업 육성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향후 보조금 경쟁 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반도체를 명시한 지원법은 아직 제정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과 혁신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은 계속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국내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며, 친환경차 관련 세액공제를 위한 핵심광물 및 이차전지 부품 요건을 규정한 조항(Sec. 13401)을 포함시켰다. 이 조항은 후속 발표된 시행지침(안)을 통해 핵심광물 채굴 및 가공에 대한 지역 조건을 ‘미국과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이며 핵심광물 관련 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확대 적용하는 등 논의가 진행 중인데, 세액공제 규모가 미국 의회예산처의 추정치와 달리 더 크게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부 조치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U는 「기후중립 산업법」을 통해 역내 제조역량 목표율을 제시하면서 역내 기업 유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 순환경제 구축을 선도하면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통해 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등 기업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중국 내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서 이차전지 산업의 수요 확대와 생태계를 조성했으며, 중국 국내기업들은 기술 초기부터 정부 지원을 받았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이차전지와 다르게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희토류, 갈륨, 마그네슘 등 일부 자원 분야에서 수출통제를 시도 중이나, 경제발전으로 인해 중국도 핵심광물 최대 소비국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핵심광물 무기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각국의 핵심광물 목록이 겹치고 일부 광물의 지역적 편재로 인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점은 새로운 통상위협 요소가 될 여지가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중국과 EU 그리고 미국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산업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들 정책이 향후 EU와 미국 간 통상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공급망 관리에서 선도적인 국가는 미국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행정명령 후속 조치 중 하나로 ‘공급망 핵심 품목 리스트’를 공개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곧 최종 목록을 바탕으로 공급망 관리 방향을 포함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목록 내 품목들은 향후 주요국에서도 경제안보와 연관된 품목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커서, 이를 고려한 수입의존도 분석을 제5장에서 실시하였다.
제4장에서는 주요국의 과학기술외교 정책을 분석하였다. 원자력, 사이버 보안이 포함된 ICT 기술과 이중 용도를 갖는 기술은 미국과 EU 회원국 간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EU 및 미국과 중국 간의 동 기술 분야 협력은 축소되었다. 특히 미국은 2021년부터 우려대상국과의 협력보다는 유럽 국가들과 한국, 일본 등 유사입장국과 원자력, 우주 관련 기술 분야에서의 협정을 통해 기술협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또한 EU와의 무역기술위원회(TTC)를 통해 인공지능, 유전자 활용 바이오 기술에 관한 국제 표준 제정 등의 추진으로 향후 영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EU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외교 현황을 EU의 국제 과학기술 협력 사업인 ‘호라이즌 2020’을 통해 살펴보았다. 동 사업의 집행 내용을 보면 EU 회원국 89.1%, 준회원국 9.1%, 준회원국을 제외한 제3국은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비(非)EU 회원국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이 EU와의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한편 ‘호라이즌 2020’을 통한 EU와 중국 간의 과학기술 협력 규모는 매우 축소되었으나, 기후변화 및 팬데믹 대응 등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여전히 추진 중이다. 중국 역시 EU, 미국과의 기술협력 중에서 이중 용도를 갖는 기술 분야의 협력은 축소되었으나 미국과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며, EU와도 식품, 농업, 바이오 및 관련 영역, 기후변화 및 생물 다양성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미국, EU, 중국이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기술(AI, 양자컴퓨팅, 차세대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의 협력은 점차 진영화가 진행 중이나,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과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협력은 미ㆍ중 간에도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핵심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영향력을 점검하고,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와 분야별 협력국가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핵심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기술 영향력 평가 지표를 통해 경제안보 관점에서 필요한 중장기 협력국을 제5장에서 제시하였다.
제5장에서는 제3장과 제4장에서 제시한 품목 및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의 공급망 분석과 핵심기술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공급망 분석은 최근 한국의 대세계 수입의존도를 품목 단위로 분석하여 한국 공급망 문제를 식별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한국의 반도체 수입 품목 중 주요국의 경제안보 관련 정책과 연관된 품목을 선별하여 수입의존도를 살펴본 결과,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은 점차 상승하고 있지만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한국은 해당 품목을 주로 일본,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나, 품목별 단일국 수입의존도는 대부분 60%대 이하이며 대체 수입국도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수입 품목 중에서 동 품목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이차전지 품목 수입은 최근 빠르게 증가 중이며, 이차전지 재료와 부품관련 수입 비중이 확대되었다. 한국의 이차전지 수입 품목 중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과 연관된 품목의 수와 수입액, 그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특히 해당 품목에 대한 한국의 수입은 상당수 중국으로부터 이루어지고 있어서 대중국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차전지 관련 주요국의 정책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핵심기술 분야의 영향력을 평가한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에너지 및 환경과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서 타 분야와 비교해 기술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양자 관련 기술과 감지 및 내비게이션 기술 분야에서 영향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핵심기술 분야 중에서도 한국의 기술 영향력이 낮으면서 동시에 기술 영향력 상위국 간의 영향력 차이가 큰 기술 분야 여섯 개를 선별하여 경제안보 관점에서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중장기 협력 대상국을 제시하였다.
제6장에서는 한국의 경제안보 정책을 법제화를 통한 핵심기술 지정 및 공급망 안정화 추진과 대외협력 현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정책 시사점으로 주요국과의 경제안보 협력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미국과는 핵심 분야 관련 인력 교류 확대와 양자간 공급망 관련 조정기구 구축, 핵심광물 개발 협력을 제시하였다. 또한 EU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게이트웨이’와 ‘호라이즌 유럽’ 참여, 준회원 가입에 역량 집중, 한ㆍEU FTA에서의 공급망 협력 개정을 통한 관계 재정립 등을 제시하였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개도국(아세안, 인도, 멕시코ㆍ중국)과 ODA를 통한 협력, 공급망 대화채널 구축 및 녹색 전환 협력 추진방안도 제시하였다. 이 밖에도 한국의 경제안보를 위해서 △ 능동적 경제안보 정책 추진을 위한 부처간 소통체계 마련, △ 글로벌 공급망의 ‘프리미엄 중간재’ 공급 추진, △ 공급망과 핵심기술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점협력국가(일본ㆍ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 등)와의 협력 추진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
몽골의 중장기 통상전략과 한·몽골 협력 방안
본 연구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강건한 한·몽골 경제협력을 위한 협력체계 모색을 목표로 한다. 본고에서 고려한 협력 분야는 양국의 경제협력에 있어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사료되는 △광물 분야, △디지털 분야, △기후변화 대응 분야,..
정민현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협력, 무역정책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2. 연구의 대상 및 방법
제2장 공급망 재편
1. 몽골의 대외전략과 교역·투자
2. 몽골의 핵심 광물 공급망 동향 및 주요 전략
3. 한·몽골 핵심 광물 협력 방향
제3장 디지털 협력
1. 몽골의 디지털 산업 현황
2. 몽골의 디지털 발전전략 분석
3. 한·몽골 디지털 협력 방향
제4장 기후변화 대응
1. 몽골의 기후변화 대응 배경과 필요성
2. 몽골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
3. 한·몽골 기후변화 대응 협력 방향
제5장 보건·의료 협력
1. 몽골의 보건·의료 현황
2. 몽골의 보건·의료 발전전략
3. 한·몽골 보건·의료 협력 방향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 내용 요약
2. 협력 방향 및 시사점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본 연구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강건한 한·몽골 경제협력을 위한 협력체계 모색을 목표로 한다. 본고에서 고려한 협력 분야는 양국의 경제협력에 있어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사료되는 △광물 분야, △디지털 분야, △기후변화 대응 분야, △보건·의료 분야 등 총 4개 분야이다. 본고에서는 각 분야별로 최대한 가용 자료를 확보하여 몽골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동시에 방대한 문헌분석을 통해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몽골 정부의 전략과 세부 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서 한국과 몽골 양국의 중장기 협력 방향을 도출하였다.닫기
상술한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몽골의 중장기 대외통상전략을 체계적으로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몽골의 중장기 대외통상전략을 관통하는 핵심 원칙은 이른바 ‘균형적 대외관계 수립’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몽골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국가간 균형적 협력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와 광물 부문에서 균형적 투자 유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통상전략의 기본 방향은 광물 분야 발전을 위한 대외협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몽골에는 한국의 핵심 광종인 몰리브덴, 텅스텐, 구리, 리튬 등의 광물자원의 부존이 매우 풍부하지만 주요 광종 대부분은 인접국인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력 및 제조시설 미비로 주요 수출 광종인 몰리브덴과 텅스텐을 미가공의 형태로 다량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륙국이라는 지정학적 한계로 수출 시장성이 인접국으로의 수출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는 균형성을 목표하는 몽골의 대외통상전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인접국이 아닌 이른바 ‘제3의 이웃국’으로의 수출을 유도하여 균형적 통상관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광물자원의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한국에 있어 핵심 광종이라고 할 수 있는 리튬, 텅스텐 등의 희소 광물에 대한 고부가가치화 사업에 양국의 협력이 매우 긴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의 수출은 중국을 통한 육로 및 항로 운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리튬과 텅스텐 등의 희소 광종은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항공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몽골은 2020년부터 리튬 탐사 사업을 본격화하였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양질의 리튬 매장량이 다대한 것으로 평가되어 양국의 미래 협력 전망이 밝다. 또한 몽골 정부는 외국인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대규모 광산 개발 시현 및 가공 기술 이전을 도모하고 있어 운송·물류 및 통관 인프라 발전 사업에서도 양국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고는 디지털 분야의 협력 방향 도출을 위해 몽골의 디지털 산업 현황을 심도있게 고찰하고 정부의 디지털 발전전략을 살펴보았다. 몽골 ICT 산업이 몽골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몽골 ICT 산업 종사자 중 고등교육 수료자의 절대적 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고등교육 수료자의 증가 역시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몽골 ICT 산업의 노동생산성 개선이 지체되는 현상과 연관되는 문제로 향후 몽골이 전자정부 시스템을 확립하고, ICT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력 양성을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양국의 디지털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한국기업의 몽골 진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몽골 현지 ICT 전문인력의 부족은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단기에 한국과 몽골 양국간 디지털 무역·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신 장기적인 안목에서 ODA를 적극 활용하여 현지 ICT 인프라 확충과 인력 양성에 기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간, 전문가간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양측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KSP 사업을 통해 ICT 부문 법제 자문, 정책 자문, 연구 자문 등을 활발하게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간 협력 활성화를 위한 기반 확보,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몽골 정부가 ‘전자 지방정부’, ‘전자통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정책적 자문을 하거나, 디지털화 또는 전자화, 나아가 AI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함에 따라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 및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고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한·몽골 협력 방향 역시 도출하였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몽골의 주요 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한국과 몽골의 협력 시너지가 높은 분야를 식별하였다. 무엇보다도 몽골은 현재 에너지와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핵심으로 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하였다. 이와 함께 대기오염, 폐기물 관리와 같은 몽골의 현안 과제를 기후변화 이슈와 연계해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몽골 기후변화 대응 협력은 NDC 및 비전 2050의 녹색성장 계획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와 연계된 현안을 고려한 분야에서 적절한 사업을 발굴 및 추진하는 것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분야는 에너지, 농업, 임업, 대기오염, 폐기물의 다섯 개로 정리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저장장치, 발전 용량 및 효율 제고 기술 등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발전시설 및 송배전 인프라 노후화로 송배전 손실률 및 발전소 내부 전력 소비량이 20% 이상을 차지해 발전소 및 송배전·난방 인프라의 현대화를 위한 협력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부문의 탄소 감축 정책은 가축 수 감소가 핵심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목축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가 병행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목초지 재생 및 방목지 관리, 가축 질병 관리,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스마트 목축·기업형 목축 시스템과의 접목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몽골은 온실가스 흡수원 증가 및 토지 황폐화 개선을 위해 조림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대규모의 조림 사업이 실시됨에 따라 기후에 맞는 수종의 종자와 모종·묘목, 임업용 기계 및 관련 장비, 관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거주하는 등 인구집중도가 높은 몽골은 심각한 대기질 저하와 폐기물 처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수도로의 인구 이동이 계속되면서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 지역이 확장되었고, 공공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공하지 않은 원탄(raw coal)을 난방에 사용하는 것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인구 증가와 함께 폐기물도 크게 증가해 단순 매립에 의존했던 기존 폐기물 처리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게 되었다. 대기오염 부문에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 기술, 난방 인프라 구축 및 주택 건설 등 게르 지역 개선 사업, 노후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 저감 등 관련 협력이 가능하며, 폐기물 분야에서는 폐기물 분리 및 재활용 시스템과 관련 설비, 폐기물 처리장·매립지 등의 인프라 조성, 매립지 메탄가스 처리 등 분야에서 협력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 부문에서 한·몽골 경제협력 방향을 도출하였다. 이를 위해 몽골의 보건·의료 부문 현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동 분야 발전을 위한 몽골 정부의 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몽골은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보건·의료 위기에 직면했다. 대기오염 심화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형성 등으로 몽골 국민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했으며, 급속한 사회변동 속에 악화되고 있는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아직 만연한 결핵 발병과 더불어 코로나19 등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 부족도 몽골의 보건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몽골은 건강이 곧 국가 자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취약한 보건·의료 서비스와 인프라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몽골의 보건·의료 협력 확대와 내실화를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술과 혁신은 의료 시스템의 개선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산업의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신산업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몽골도 ‘비전 2050’에서 첨단 의료기술 도입과 이헬스(eHealth) 서비스 확대를 긴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ICT와 의료 서비스, 의료기기의 융합 산업인 스마트 헬스케어 또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점진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활성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장기 통상전략과 한·남아공 협력 방안
전 세계적인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건 위기에 따른 경제 위축과 공급 불안 문제가 확대되었고, 뒤이어 2022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미 불안정해진 공급망이 또다시 타격을 받아 식량과 에너지..
한선이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협력, 무역정책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2. 연구의 구성
제2장 공급망 재편
1. AfCFTA 출범에 따른 아프리카 내 공급망 재편
2.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급망 현황
3. 자동차 산업
4. 핵심 광물
5. 한·남아공 공급망 관련 협력 방안
제3장 디지털 무역
1. 남아공의 디지털 전환 및 디지털 무역 현황
2. 남아공의 디지털 전환 및 디지털 무역 정책
3. 주요국의 디지털 무역 협력 현황
4. 한·남아공 디지털 무역 협력 방안
제4장 기후변화 대응
1. 남아공의 탄소 배출 현황
2. 남아공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3.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 현황
4. 한·남아공 기후변화 대응 협력 방안
제5장 보건 협력
1. 남아공의 보건 분야 현황
2. 남아공의 보건 분야 정책
3. 주요국 및 기관의 보건 분야 협력 현황
4. 한·남아공 보건 분야 협력 방안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 내용 요약
2. 협력 방안 및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닫기전 세계적인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건 위기에 따른 경제 위축과 공급 불안 문제가 확대되었고, 뒤이어 2022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미 불안정해진 공급망이 또다시 타격을 받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심화로 주요국에서 긴축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전반적인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에 따른 경제 환경 변화가 무역과 통상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전에는 글로벌 분업을 통한 효율성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가치사슬의 길이를 줄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지역 가치사슬(RVC)로 대체되고 있다. 더불어 경제 회복력 증진 및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고 있고, 식량 및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블록화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가 보유한 풍부한 자원, 국제무대에서 대륙의 54개국이 갖는 영향력, 빠른 인구 증가와 수요팽창에 따른 시장 성장성이 주목받으면서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은 아프리카와 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경제 안보 확립을 위해 경제 협력의 다변화가 요구되고 있어 새로운 경제 협력 파트너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협력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당면한 과제를 고려할 때 두 지역은 상생하는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내외적인 경제 및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수출 파트너와 물류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에 아프리카는 그린 전환에 따른 획기적인 경제 구조 변화를 통해 수출 다변화 수준을 높여 글로벌 가치사슬(GVC)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 가치사슬(RVC)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시장 성장성, AfCFTA를 통한 무역 활성화 가능성과 한국이 보유한 경제 발전 경험, 디지털 기술 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제조 역량,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가치 추구 노력이 결합한다면 두 지역은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이 아프리카와 어떻게 경제적인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중장기 통상전략 및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경제의 19%를 차지하며, 지역 경제를 이끄는 중심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연구 대상국으로 선정하였다. 남아공은 BRICS, G20의 회원국으로 아프리카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신흥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아공은 2021년 기준 아프리카 지역에서 교역 규모 1위, 해외직접투자 유입 규모 2위를 기록했으며, 아프리카 지역 내에서 한국과 가장 활발한 경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파트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내에서 가장 선진적인 금융 및 산업 인프라를 보유한 경제 중심지이자 물류 및 제조업의 중심 국가로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남부아프리카관세동맹(SACU),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통한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남아공은 미국의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 유럽의 경제동반자 협정(EPA)의 수혜국이기 때문에 미국, EU 시장 진출의 제조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아프리카와 남아공의 공급망 특징을 살펴보고, 남아공이 경쟁력을 보유한 자동차와 핵심 광물 분야에서 한국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분석한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범아프리카주의에 따라 오랫동안 경제통합을 추진해왔으며, 2021년 아프리카 연합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54개국 13억의 인구를 아우르는 단일 시장 구성을 위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협정이 출범했다. 본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되면 아프리카 역내외 무역이 증가하고, 지역 가치사슬(RVC)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가 촉진되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AfCFTA 이행과 이에 따른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교통, ICT, 에너지 등 인프라 개선의 과제가 남아 있다.
남부 아프리카 지역은 광업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전방 참여 비율이 높고, 주로 제조업 분야에서 후방 참여를 하고 있다. 가치사슬을 발전시키기 위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조업을 확대하고, 광업 분야에서 가치사슬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아공은 금융, 서비스, 제조업, 광업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한 선진적인 경제 구조로 되어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는 주요 원자재 수출국으로 수출의 과반을 플래티넘, 금, 철광석, 다이아몬드, 석탄, 망간 등의 광물이 차지한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국가 정책을 통해 자동차, 의류, 농가공, 의약품, 가전 등을 포함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이다. 남아공은 1920년부터 시작된 오랜 자동차 산업 발전 역사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동차 산업 보호 정책을 추진해왔고, 그 결과 자동차 산업은 가장 큰 제조업(21.7%)으로 성장했다. 남아공에서는 주로 일본, 유럽, 미국, 한국의 자동차 기업이 진출하여 위탁 생산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최근 남아공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기업은 남아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유럽 기업과 더불어 남아공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남아공을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기업은 남아공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주로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 내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남아공에서도 생산 및 에너지 활용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도 AfCFTA 이행으로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시장과 유럽, 미국 등 아프리카 외 시장까지 고려하여 남아공을 아프리카 지역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선정함으로써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최근 그린 전환 정책에 따라 남아공에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전기차 공급 및 생산과 관련한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남아공이 완성차 생산의 중심지가 되고, 남아공 주변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여 중심지로 공급하는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형태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어 한국이 이러한 지역 가치사슬 발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핵심 광물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어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U와 미국은 특정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탈피하고, 자국 내 핵심 광물의 생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광물 공급망을 내재화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구성하여 공급망 다각화 및 안정화, 공급망에 대한 투자, ESG 기준 준수, 핵심 광물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ESG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광물을 개발하고 가공 부문에 대한 기술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내 가치사슬 개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한국은 핵심 광물 분야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광물 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협력 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아프리카 광물 생산국과 핵심 광물 관련 정보 교류 및 연구개발 등의 기술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산업 특화 채널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남아공은 백금, 금, 망간, 니켈, 구리 등 다수의 핵심 광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광업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에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광물 공급의 협력 파트너로 매우 중요하다.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기업은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광물 분야 투자 증진 정책을 통해 이를 지원해야 한다. 현지 진출 기업은 광물 개발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아프리카 내 광물 가치사슬 개선을 위해 기술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한 ESG 기준에 따라 공급망을 관리하여 핵심 광물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오염, 인명 피해, 노동력 착취,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 파트너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3장에서는 디지털 무역과 관련한 한국과 남아공의 협력에 대하여 분석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아프리카 전역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 상품 및 서비스, ICT 서비스 관련 무역이 증가하면서 디지털 무역의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남아공의 디지털 무역 중 ICT 서비스 무역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아공의 디지털 무역은 주로 유럽 및 아시아 등 역외 지역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AfCFTA 출범으로 향후 아프리카 역내 국가와의 디지털 무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 지역의 디지털 무역 확대를 위해서 디지털 경제 관련 조세, 관세, 소비자 보호, 사이버 보안 등 정보 보호 대책, 인터넷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 국가간 디지털 무역 관련 규제 마련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남아공을 포함한 역내 시장을 대상으로 남아공과의 디지털 무역을 확대하면서 AfCFTA 이행을 촉진할 수 있도록 디지털 무역 표준, 시스템, 디지털 규범 분야 발전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남아공 정부는 통합 ICT 정책 백서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보편적 디지털 접근성, 디지털 보안 개선, 정보 공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정부 서비스 디지털화,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포용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전자상거래는 아직 글로벌 기준 대비 비중이 높지 않지만, 아프리카 내 최다 전자상거래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남아공의 디지털 기술 스타트업 중 이커머스/소매(10.2%) 기업의 비중이 핀테크(30%) 다음으로 높았다. 전자상거래가 성장하면서 데이터 및 개인정보보호 등 사이버 보안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은 말라보 협약을 체결하여 데이터 보호법 제정과 데이터 감독기구 설립을 의무 사항으로 정했는데, 남아공은 최근 소비자 보호, 전자 거래에 관한 「전자통신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규제 강화 방침을 준수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아프리카와 함께하는 디지털 전환 이니셔티브(DTA: Digital Transformation with Africa Initiative)를 발표하고 디지털 경제 및 인프라, 인적 자원 개발, 디지털 환경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을 통해 남아공에 ICT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으며, 투자는 주로 데이터 센터 건립과 관련한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는 남아공에 ICT 서비스 수출이 많은데, 주로 통신, 금융, 소매, 제조, 헬스케어 등의 분야와 중소기업 대상 IC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과 남아공의 ICT 서비스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최근 중국의 통신 장비 기업인 화웨이, ZTE 등이 남아공에서 5G망 구축과 데이터 센터 건설 등 ICT 인프라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EU와 남아공 간에는 서비스 무역이 활발한데, 남아공 ICT 서비스 무역 최대 파트너는 아일랜드이고 대남아공 최대 투자국은 네덜란드이다. EU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선 사업을 포함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전략을 발표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와 안전 하고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연결 강화 등 연결성 확대에 중점을 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와의 디지털 무역 관련 협력에 대한 논의는 아직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남아공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이 남아공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한·남아공 간 디지털 기술 전수 및 디지털 인프라 구축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이 남아공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광대역망, 데이터 센터 건설 등 디지털 인프라 개선 사업을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전자정부·스마트시티 등 디지털 융합 분야와 디지털 기술 교육 및 청년층 디지털 역량 강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추가로 AfCFTA 이행 과정에 중요한 요소인 디지털 무역 제도 수립과 관련한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4장에서는 아프리카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자 경제성장 추진에 있어 가장 강조되는 분야인 기후변화 대응 및 이와 관련된 한국과 남아공 간 협력을 분석한다. 아프리카의 온실가스 배출 기여는 전 세계 총배출의 4% 정도로 미미하지만, 강수량 및 기온 변동성 증가나 자연재해 발생 증가 등 기후변화의 피해가 큰 지역이다. 또한 아프리카에서는 경제성장이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화석에너지원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어 저탄소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예외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인데, 연간 4억 3,000만 톤 이상을 배출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탄소 배출 규모 기준 20위 내에 속한다. 또한 2022년 콰줄루나탈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발생 위험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경제전략(Green Economy Strategy and Action Plan)을 발표하고 중점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 및 보존, 에너지 효율 향상,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및 녹색 인프라 확충, 폐기물 관리를 제시했다. 파리협정에 따라 남아공도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제출하였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저탄소발전전략(South Africa Low-Emission Development Strategy 2050)을 발표했다. 주요 분야로 에너지, 산업, 혼농임업, 폐기물을 선정하고 분야별로 통합에너지계획, 통합자원계획, 바이오연료 규제 프레임워크, 산업정책행동계획, 기후변화 적응 및 감축 계획, 농업 환경 보존 정책, 폐기물 관리 전략 등 상세 전략을 수립했다. 남아공의 탄소 배출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전력 난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특히 2020년 88%에 달하는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을 2030년까지 44%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는 이미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한국은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를 식별하여 차별화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중국은 남아공과 에너지 및 자원, 녹색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남아공의 국영 전력기업 에스콤(Eskom)이 발주한 사업을 중국기업이 수주하는 등 에너지 저장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태양광 가치사슬의 70~80%를 차지하고 있어 태양광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며, 남아공에도 태양광 패널 공장을 설립하여 진출했다. 영국은 태양광과 그린 수소 부문에서 남아공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및 그린 암모니아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과 그린 수소 관련 기술 이전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학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남아공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그린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아공에서는 소규모 자가발전 수요 증가와 전력 송배전 효율성 증대 필요에 따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풍력이나 태양광 분야에서는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인 후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수소 수요량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수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그린 수소 생산 잠재력이 높은 남아공이 해외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제철 산업에서 그린 수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남아공의 태양광을 이용하여 생산한 그린 수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수소차와 수소 운송 부문에서 협력을 시작하여 장기적으로 수소 생산을 위한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 기술 관련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추가로 남아공이 전력 확보를 위해서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 발전을 강조하고 있어 한국이 강점을 가진 원전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한국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겸비한 소형원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사업을 레퍼런스로 삼아 남아공과도 원전 분야에서 협력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5장에서는 보건 분야에서의 협력을 살펴본다. 남아공에서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청년인구의 비율이 줄어들어 부양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남아공의 보건 관련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지표는 대체로 개선을 보이고 있으며, 보건 서비스의 수준이나 접근성은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비감염성 질환(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에 대한 의료의 보장 범위는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공공과 민간 의료 서비스 간 품질 격차가 커 보건의료 서비스 혜택에 있어 소득 수준에 따른 불평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남아공 정부의 보건 분야 정책 중 가장 핵심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 서비스의 투명성과 효과성을 증진하기 위해 보편적 의료보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남아공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의료기기 시장이며, 향후 5년간 시장의 규모가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수입 의료기기 의존도가 90%에 달하며, 주로 독일, 미국, 중국에서 수입한다. 제약 산업의 규모 역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지만, 의약품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남아공을 포함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의료 인력 양성, 제약 역량 강화, 의료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대아프리카 보건 전략을 세우고 보건위생 환경 개선, 보건 인력 양성, 장기적인 의료 자원 및 질병 관리제도 구축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 치료 분야에서는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아프리카 국가를 지원하고 있다. EU는 글로벌 보건 전략(Global Health Strategy)을 세워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 생애주기에 따른 통합적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편적 의료보장(UHC)을 개선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의약품 현지 개발, 공중보건 시설 역량 강화, 디지털 보건 시스템 구축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아공에서 보건 분야는 성장이 유망한 분야로 한국은 보편적 의료보장, 의료기기, 의약품, 디지털 헬스, 의료 서비스 시스템 및 운영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한국은 ODA 재원을 활용하여 정책 자문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그 외 분야에서는 민간이 주도하여 협력할 수 있다. 우선 남아공과 국제적으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경제발전 및 보건환경개선 성과공유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남 아공에서 보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양질의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있어 중장기적인 시장 성장성을 파악하여 기술 경쟁력이 있는 의료기기 수출을 확 대할 수 있다. 제약 분야에서는 현지 시장의 경쟁 상황과 까다로운 규제를 고려했을 때 현지 업체와 합작하는 형태의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디지털 융합 분야 중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 시장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병원 운영 시스템 관련 사업을 추진하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남아공 간 공급망 재편, 디지털 무역, 기후변화 대응, 보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반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우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대아프리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협력 성과를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경제 협력 논의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무역 협정을 통해 시장 개방, 교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적인 틀이 마련된다면 양국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협력 관계 구축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아울러 AfCFTA를 아프리카 대륙과 견고한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 주도국인 남아공의 AfCFTA 추진을 지원하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정부간 협력뿐만 아니라 핵심 광물, 디지털, 에너지 분야에서 민간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국기업이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시장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 시장 조사 단계 지원, 기업 투자 및 진출 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융 협력 및 정책 금융을 확대하여 신규 시장 진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아공과의 협력에 있어 후발주자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여 경제 협력 확대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제품 및 서비스의 높은 품질을 강조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포지셔닝하여 한국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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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양광·BESS 산업의 글로벌 시장 독점화와 주요국 대응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화석에너지 수준으로 낮아졌고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김주혜 발간일 2023.12.29
경제안보, 에너지산업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배경 및 필요성
2.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차별성
3. 연구의 구성
제2장 태양광 산업
1. 중국이 장악한 글로벌 태양광 산업
2. 주요국의 대응
3. 중국의 전략 분석
제3장 BESS 산업
1.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LiB 기반 BESS 산업
2. 주요국의 대응
3. 중국의 전략 분석
제4장 결론 및 시사점
1. 요약과 결론
2.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닫기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화석에너지 수준으로 낮아졌고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발전원으로 부상했다. 이에 그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2027년에는 석탄의 누적 설비용량까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에 비례하여 ESS(Energy Storage System)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시시각각 변하는 일조량과 풍속에 따라 전기 생산이 좌우되는 특성이 있어,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있을 때 방전하여 공급하는 ESS의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ESS 중에서도 저수지 등에 설치되어 물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양수 발전과 비교해, 장소의 제약이 덜하고 설비 이동·철거가 수월한 LiB(Lithium-ion Battery) 기반의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세계 태양광 공급망 각 생산 단계에서 74.7~96.8%를 차지하고 있고, LiB 기반 BESS 공급망의 업스트림 및 미드스트림을 중심으로 생산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태양광 및 BESS용 LiB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중국 태양광 제품 수입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고, 중국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국내 태양광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1년에 BESS용 LiB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태양광 및 LiB 기반 BESS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공급망 장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와 함께 각 산업 독점화의 배경이 된 중국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전략을 살펴보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해 보았다.
2장에서는 중국이 장악한 태양광 산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대응을 수입규제와 자국 공급망 강화 정책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중국정부의 태양광 산업 육성 정책과 중국기업의 전략을 파악하였다. 먼저 미국은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대폭 낮췄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이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우회 수출을 시도했고, 미국의 대동남아 태양광 제품 수입의존도는 2022년에 오히려 70~90%까지 상승했다. 이에 미국정부는 동남아 우회 수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5개의 중국기업을 적발했지만, 이는 중국의 주요한 셀, 모듈 기업 중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대중국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낮췄을 뿐이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연이어 여지를 두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자국 내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설비투자 세액공제(ITC, AEPC)와 각 공급 단계별 생산단위당 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태양광 공급망에서 웨이퍼, 셀 단계의 생산능력은 전무하고, 모듈의 생산능력도 바이든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역부족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해 공급망 내재화를 실현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한국 한화솔루션의 북미 최대 태양광 단지 조성을 중심으로 한 자국 내 완전한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공급망 구축, △First Solar를 필두로 한 박막형 태양광 셀 증산으로 추려볼 수 있다. 이로써 미국의 의도대로 태양광 공급망의 내재화는 가능하겠지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에는 어 려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유럽 역시 2013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지 만, 미국과 달리 2018년에 관세 부과를 종료했다. 이후 2021년 유럽의 대중국 태양광 모듈 수입의존도는 80%를 넘어섰다. 유럽은 태양광 제품의 대중국 의 존도를 낮추기보다, 저렴한 중국산을 대량 수입해 태양광 발전을 주축으로 재 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더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EU 집행위원회 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대유럽 화석에너지 공급 감축까지 더해져 유럽은 더 많은 양의 재생 에너지를 더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탄소중 립산업법」을 발표해 태양광을 8대 탄소중립 전략기술로 분류하고, 전략 프로젝트 추진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EU 수요의 40%를 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EU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민간자본의 투자 를 이끌어내기 위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한시적 보조금 완화 정책(TCTF)을 통 해 보조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유럽 태양광 업계는 이미 중국산 저가 제품에 잠식당해 투자를 확대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출 지원, 국내외 주식시장 상장 지원, 장비·기술 국산화를 위한 투자 보조금을 기반으로 태양광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규제를 시작하면서, 중국은 금태양 시범사업(태양광 발전설비 프로젝트 총투자금의 50% 지원)과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기반으로 내수시장을 키우기 시작했다.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든 2017년부터는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R&D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도 무조건적인 보조금 지급이 아닌 기술 수준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중국 태양광 업계는 핵심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고, 선도기업 중심으로 재편되어 갔다. 2021년 8월 중국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대한 FIT 제도를 폐지하면서, 국가보조금 주도 성장에서 시장화 단계로 들어섰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태양광 산업 정책 방향은 △BIPV 등 태양광 발전의 응용 분야 확대, △페로브스카이트 중심의 차세대 태양광 기술 개발, △자국 기술 보호(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웨이퍼 기술 추가)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태양광 업계는 현재 공급과잉을 겪고 있어, 내부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중국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생산 역량 및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이제는 다른 기업이 추격할 수 없는 독보적인 주력 기술 확보와 업계 표준 선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 태양광 기업은 △미국 수입규제-동남아 생산기지 확대를 통한 우회 수출, △미국 IRA-미국 내 태양광 생산공장 건설로 대응하고 있다.
3장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LiB 기반의 BESS 산업에 대하여 2장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의 대응, 그리고 중국정부의 정책과 기업 전략을 분석했다. 미국은 2019년부터 「301조」에 근거하여 중국산 LiB에 기존 관세 3.4%에 추가 관세 7.5%를 부과했지만, 미국의 대중국 LiB 수입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에는 10년 내 최고치인 70%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LiB 기반의 BESS 공급망 단계 중 주요 광물 채굴과 정제 단계를 제한다면, 4대 핵심소재와 셀 단계는 이미 자국 내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지만, 생산능력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제 제품(리튬 화합물 등)과 핵심소재의 음극재(흑연) 등은 중국의 장악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IRA를 기반으로 공급망 단계별 자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BESS용 LiB에 대해서는 중국산에 차별적인 규제를 두지 않는 현실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BESS 공급망을 강화하고자 BESS의 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ITC)와 LiB 셀 및 모듈, 핵심소재, 광물에 대한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BESS용 LiB는 거의 중국과 한국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어 모두에게 호재이지만, 이미 가격 및 기술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배터리(LFP)에 AMPC 혜택까지 더해진다면 중국기업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유럽의 LiB 기반 BESS 공급망 역시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단계의 수요 대비 역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대중국 LiB에 대한 반보조금 등의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중국산 LiB의 저가·물량 공세가 거세지면서, 2022년 기준 대중국 LiB 수입 비중은 45%를 기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태양광과 함께 배터리·저장 기술도 「탄소중립산업법」의 8대 전략기술에 포함하고, 2030년까지 연간 배터리·저장 장치 수요의 최소 4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을 겨냥한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하여, 2030년까지 연간소비량 대비 역내 채굴 10%, 정제(가공·처리) 40%, 재활용 원자재 생산 25%를 달성하고, 원자재 수입을 다변화해 단일 공급원에 65% 이상 의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와 함께 높은 환경 기준을 배터리 공급망에 적용하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배터리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배터리법도 2024년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의 전략을 종합해 보면,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LiB 공급망의 업스트림 위주로 공급처를 다각화하여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물론 EU 배터리법의 시행으로 LiB에 높은 환경기준을 부여함으로써 해외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입이 까다로워지겠지만, 유럽 기업 또한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차별적인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2020년까지 중국의 신형 ESS(BESS,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 등)는 R&D 실증 단계에서 초기 상용화 단계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내부적으로는 LiB를 필두로 한 BESS와 압축공기 ESS 기술이 세계 선두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평한다. 중국정부는 2021년을 신형 ESS 산업의 원년으로 보고, 14·5 규획기간인 2021~25년에 규모화 단계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LiB에 대해서는 향후 기술력 증강·운영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내부 공급망 결속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정부는 LiB 공급망의 업·다운스트림 기업 간 장기계약 체결 등 긴밀한 협력을 유도하고, 공급망 단계별 양과 가격을 명확히 하여 공급을 보장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중국 LiB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업·다운스트림 기업 간 동맹을 맺고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미국 IRA에 대응해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 △미국의 FTA 체결국과 협력, △유럽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배터리법을 겨냥해 LiB 재활용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4장에서는 상기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 및 기업에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우리 정부에서 종합적인 태양광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구체적으로 ①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한 태양광 응용 분야 확대 및 생산 측면의 보조금 지원, ②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 ③ 미국 IRA를 기회로 북미시장 진출 확대가 기대되는 태양광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④ 페로브스카이트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선제적인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R&D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럽의 배터리법에 대한 대응과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LiB 재활용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태양광 산업과 LiB 기반의 BESS 산업 모두 단기적으로는 중국 업스트립 기업과 한국 미드스트림·다운스트림 기업 간 장기 공급계약 체결이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독자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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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중장기 통상전략과 한·멕시코 협력 방안
전 세계적 공급망 교란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는 각 국가로 하여금 대외정책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는 최근 북미 지역 진출을 위한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최적 ..
홍성우 외 발간일 2023.12.29
경제협력, 무역정책목차닫기국문요약
제1장 연구 배경 및 목적
제2장 공급망 재편
1. GVC 측면에서 멕시코 무역·통상의 변화
2. 공급망 재편과 멕시코의 대응
3. 한·멕시코 협력 방안
제3장 디지털 전환
1. 멕시코의 디지털 환경 현황
2. 멕시코의 디지털 전환 정책
3. 한·멕시코 협력 방안
제4장 재생에너지 협력
1. 멕시코의 재생에너지 현황
2. 오브라도르 정부의 에너지 정책
3. 한·멕시코 협력 방안
제5장 보건·의료 협력
1. 멕시코의 보건·의료 산업 현황
2. 멕시코의 보건·의료 정책
3. 한·멕시코 협력 방안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연구 내용 요약
2. 협력 방향 및 시사점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
국문요약닫기전 세계적 공급망 교란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는 각 국가로 하여금 대외정책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멕시코는 최근 북미 지역 진출을 위한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최적 후보지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는 북미, 중미, 남미 진출의 교두보로서, 그리고 2차 전지 제조에 핵심적인 원자재가 풍부하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국가이다.
핵심광물과 같은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수출의 다변화, 수출 확대, 공급망 재편 대응과 같은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상기한 멕시코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멕시코의 이러한 전략적 가치에 주목해 멕시코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재생에너지, 보건·의료 분야로 구분해 멕시코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무역· 통상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부문별 협력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캐나다와 함께 북미 경제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멕시코는 최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통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추구해 온 멕시코는 이러한 공급망 재편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니어쇼어링의 최적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는 시기적인 이점을 이용해 멕시코는 새로운 공급망 또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하고 기존에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공급망 측면에서 멕시코의 정책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은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발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멕시코의 수출이 증대됨에 따라 멕시코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 함께 개선되었다. 해외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확대로 인한 해외 부가가치 비중의 증가가 이를 견인하였다. 이와 같은 멕시코의 후방연계 증가와 높은 수준의 대미국 수출은 미주지역 내 허브 국가로서, 그리고 북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멕시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결과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측면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멕시코의 대미국 수출에서 멕 시코의 부가가치 비중이 타국과의 교역에 비해 낮다는 사실이다. 이는 멕시코가 직 면한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향후 대미국 수출에서 자국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치적·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멕시코는 2022년 4월 「광업법」을 개정하였고, 2023년 2월에는 매장된 리튬에 대한 책임을 에너지부로 이관함과 동시에 멕시코의 소노라(Sonora) 지역 일부를 리튬 채굴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자국의 부가가치와 글로벌 수요가 높은 광업 부문에서 외국자본의 참여를 최대한 낮추고 국가의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국내 부가가치를 더욱 확대하여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멕시코의 전방연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멕시코의 부가가치가 낮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는 해외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하려는 전략을 함께 취하고 있다. 2023년 10월 멕시코 정부가 발표한 니어쇼어링 촉진을 위한 세제 혜택 법령은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의 다양한 주체 역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중남미 주요국에서 다양한 변화가 관찰되고,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와 전자정부 구축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으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새로운 협력 수요가 예상됨에 따라 멕시코의 디지털 전환 정책 및 무역·통상 이슈를 검토하고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접근 및 사용 지표에 근거할 때 멕시코의 디지털 환경은 시간에 따라 개선되고 있으며, 멕시코의 Mode 1(국경간 공급) 수입은 주로 유통 서비스, 운송 서비스, 보험·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디지털 전환 국면에서 멕시코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여 디지털 부문에서 규범을 확립하고 불공정 관행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국가디지털전략 2021-2024」를 마련해 거시적 차원에서 정부의 디지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동 전략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보편적 인터넷 접근성으로, 디지털 격차 문제 해결이 멕시코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멕시코가 맺은 무역협정의 디지털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멕시코는 전자적 전송물에 대해 영구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체계와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이외에도 멕시코는 멕시코 -파나마 FTA, CPTPP, USMCA에서 협정 당사국간 사업행위 영위 목적의 경우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데이터가 전자적 수단에 의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구속력 높은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디지털 규범을 따르고자 하는 멕시코의 디지털 통상정책 방향은 멕시코에 대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분야는 재생에너지이다. 멕시코는 지리적·기후적 특성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멕시코 내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관련 기술협력 요구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기에 선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멕시코의 주요 정책을 조사하고 향후 방향성을 전망하는 것은 무역·통상 측면에서 한국과 멕시코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아직까지 멕시코는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브라도르 정부는 전임 정부와 달리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에너지 발전에 주력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미온적 재생에너지 정책은 2020년의 에너지 개혁 이전으로 제도를 회귀해 해외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낮추고 국영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다시 높임으로써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멕시코 국내법과 시민사회는 멕시코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멕시코가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멕시코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멕시코 내 보건·의료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와 백신 같은 필수적인 의료용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 중 하나로 대두되었다. 탄탄한 기반의 제조업과 미국과의 근접성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건·의료 기기 및 서비스 부문에서 변화가 관찰된다. 상기한 지리적 근접성과 USMCA의 특혜를 활용하려는 기업의 진출이 증가하면서 멕시코 의료기기의 국내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접근의 원활화와 규제의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보건·의료 부문에서 멕시코의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바, 우리나라의 수출 다변화 측면에서 멕시코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브라도르 정부는 「의약품 및 의료용품에 관한 연방조달법」을 개정해 의료기기, 의료 서비스, 의약품 등의 국제적 조달을 용이하게 하였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과 무관한 질병에 대한 치료를 재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공공 및 민간 보건·의료 서비스 부문에서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면서 의료 산업 부문에서 기술 확산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전술한 네 가지 분야에서 직면한 상황과 최근 추진 중인 정책을 고려할 때 우리는 멕시코와 어떠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가?
멕시코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관련 분야에서 추진하는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멕시코와의 교역을 통해 북미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사슬에서 주요 참여자로 위치를 점하고, 동시에 북미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한-멕시코 FTA 체결 또는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미·중 경쟁하에서 중국 제조기업들의 멕시코 진출이 매우 활발해지면서 기존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북미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활발한 니어쇼어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멕시코 내 인프라와 운송 관련 서비스 부문에서의 협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조업 분야의 다국적 기업 진출의 증가로 산업단지의 규모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멕시코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새로운 공급망에 편입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송은 상당한 중요성을 지니는바, 운송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밖에 멕시코는 광업과 같은 부문에서 자국의 기여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핵심광물의 가공 및 제련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단계를 자국 내로 위치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민감한 부문을 제외한 영역에서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현지 전문인력에 대한 기술 교육과 같은 인적 투자 등을 통해 멕시코와 협력함으로써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교란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하에서 멕시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미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멕시코가 미국과 캐나다에 편중된 수출을 장기적으로 중남미 역내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적 시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멕시코를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고려한 협력 방안 마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의 협력 방향으로는 우리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 관계기관, 민간기업 등이 선제적으로 디지털 교육 부문에서 멕시코의 관계기관에 협력을 제안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향후 멕시코에서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지 못했던 인구가 빠른 속도로 디지털 활용 인구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멕시코 정부가 인터넷 취약계층에 대한 디지털 문해력 향상과 연관성을 가지는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멕시코의 사이버 보안 정책 설계와 사이버 공격 대응 시스템 구축에 있어 우리 정부의 여러 기관이 각자의 경험을 살려 자문을 제공하는 협력 사업을 구상해볼 수 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의 초국경성과 연결성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협력 대상국의 사이버 보안 수준 향상이 우리의 사이버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오브라도르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멕시코의 열악한 송배전 인프라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분산 발전 수요가 높다. 멕시코 정부는 에너지발전계획인 「PRODESEN 2023-2037」에 따라 분산 발전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바, 정부의 규제가 적은 500kW 이하 분산 발전설비 건설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산 발전에 대한 수요 이외에도 에너지감독 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아 단기적 관점에서 분산 발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멕시코의 의약품 생산 및 소비 시장은 글로벌 제약업체와 현지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여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현지 제약 업체 및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는 필수적이며, 라이선스 기반의 의약품 수출을 하나의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멕시코의 의약품 등록 및 조달환경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허제품과의 동등성과 가격 경쟁력이 수반된다면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으므로 학회나 박람회 등 다양한 민·관·학 협력 채널을 통해 제약업체와 출시 의약품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시장에 노출하여 인지도를 제고해야 한다.
멕시코의 보편적 보건·의료 서비스 확대 정책으로 인해 병의원용 의료용 소모품과 영상기기를 포함한 진단장비, 일반적인 가정용 건강관리 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이러한 정책은 소도시나 농촌, 오지에 거주하는 소외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 의료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바, 원격진료 서비스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역량을 감안할 때 신흥국 인도의 대멕시코 협력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인도정부와 제약업체는 멕시코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전통적으로 선진국의 제약업체들이 제공하던 고가의 브랜드 의약품 및 원료의 대안을 모색할 때 적극적으로 멕시코와의 협력체계를 가동하였다. 또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백신과 의약품의 현지 제조를 위한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하는 등 보건·의료 환경과 수요에 부합하는 협력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이루었다. 그러므로 정책기관이나 규제당국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바, 양국이 과거에 구축한 대표적인 협력 채널을 재점검하여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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