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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TO 체제의 구조적 위기와 한국의 신 다자협상 대응 방향

       WTO의 3대 핵심기능은 모두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WTO의 협상기능은 회원국들이 새로운 무역규범을 만들거나 기존의 규범을 수정 및 개정할 때 필요한 협상의 場으로서의 역할을 말한다. WTO 협상기능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 카..

    서진교 외 발간일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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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서언  

    국문요약  

    제1장 서론  
    1. 연구 배경과 필요성  
    2. 연구 목적과 주요 연구 내용
    3.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

    제2장 WTO 다자무역체제 위기의 본질과 정책 시사점  
    1. WTO의 주요 기능  
    2. WTO의 3대 기능별 구조적 위기의 본질과 원인 분석
    3. 정책 시사점

    제3장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와 WTO 다자체제  
    1. 세계 무역환경의 변화
    2. 세계 무역구조의 변화
    3. 정책 시사점

    제4장 우리나라의 다자협상 입지 변화
    1. GATT/WTO 다자체제에서의 개발 문제 논의
    2. 우리나라의 개도국특혜 중단 결정과 그 의미
    3. 우리나라의 다자협상 입지 변화

    제5장 우리나라의 새로운 다자협상 대응 방향
    1. WTO 다자체제의 변화 전망
    2. 다자협상 대책의 기본 방향
    3. 이슈별 협상대응 방향과 MC12 대책

    제6장 정책제언

    참고문헌

    부록

    Executive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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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요약
       WTO의 3대 핵심기능은 모두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WTO의 협상기능은 회원국들이 새로운 무역규범을 만들거나 기존의 규범을 수정 및 개정할 때 필요한 협상의 場으로서의 역할을 말한다. WTO 협상기능의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개시된 도하개발어젠더(DDA)이다. 그러나 DDA는 2020년까지 계속된 협상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함은 물론 그 지속 여부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협상기능 위기의 원인은 내부와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컨센서스에 기초한 의사결정의 비효율성과 회원국 수의 증가라는 내부 원인도 중요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립이라는 외부 요인,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라는 구도가 현 WTO 체제 위기의 본질이다. 개도국과 선진국이 협상의 핵심 쟁점에 관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 미국이 중국 등 비시장경제국가의 체제변화와 직결될 수 있는 WTO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WTO의 협상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WTO는 무역정책검토제도(TPRM)를 통해 회원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각 회원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다자체제에서 합의된 규범과 회원국의 무역정책 간 정합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회원국의 통상정책 및 관행, 제도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TPRM은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검토보고서(TPR)가 정책 입안자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TPR을 통한 정책제언이 회원국의 무역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이는 근본적으로 TPRM이 비구속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며, 회원국의 자발적인 참여 부족으로 국내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데 원인이 있다. 무역정책검토보고서는 회원국의 수입제한적 조치를 명시할 뿐,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는 없다. 또한 효과적 감시는 정확한 정보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는 데 반해 실제 회원국의 통보준수가 미흡한 점도 TPRM 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통보의무는 이미 도쿄라운드 때 합의된 내용으로 의무와 절차에 대한 회원국의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 상태이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WTO 내의 협력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통보의무 준수는 저조한 실정이다. 한편 통보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의 제한으로 인해 실질적인 정책 활용이나 언론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무역정책검토제도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보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WTO의 분쟁해결기능은 1997년부터 분쟁해결양해 검토(DSU Review)를 통해 환송, 보복 후 절차, 실효적 이행 등 제도와 운영을 개선하고자 하였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다. 그 와중에 미국은 지속적으로 상소기구 운영에 대한 불만을 표명하였다. 미국은 상소기구가 상소위원 임기 만료 이후에도 상소심 참여를 승인해온 점, 90일 상소 심리기한 미준수, 법정 권한 범위를 넘어 회원국의 국내법 의미 등 사실 문제 심리, 분쟁해결에 필요하지 않은 사안을 검토하고 권고적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법적극주의 행사, DSU에서 인정하지 않는 ‘선례’를 만드는 등 상소기구가 협정상 명시되어 있는 대로 운영되지 않은 점 등을 열거하며 상소기구 운영을 비판했다. 이러한 미국의 불만은 다시 중국과의 대립으로 귀착될 수 있다. 여기에는 DSU가 비시장경제국인 중국의 국영무역과 산업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무역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WTO 다자체제의 구조적 위기와 함께 글로벌 무역도 WTO 출범 당시와는 환경과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했다. 우선 신보호무역주의 정착과 미·중 무역갈등의 심화·지속이라는 통상환경 변화를 지적할 수 있다. 세계적인 불평등과 경기부진이라는 경제적 배경에서 등장한 보호주의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이제 통상정책의 한 축으로 정착했다. 미·중 통상마찰의 심화도 이제는 글로벌 무역환경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2020년 1월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있었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그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2021년 바이든 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세계 무역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무역의 급속한 서비스화 및 디지털화도 중요한 변화이다. 부가가치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 무역 규모는 이미 상품무역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국경간 서비스 공급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글로벌 가치사슬도 역내 무역 집중 현상이 나타나 과거와 같이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가치사슬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드러난 글로벌 가치사슬의 취약성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치사슬의 지역화와 소비지 중심으로의 재편이 예상된다. 
       이러한 WTO 내의 구조적 위기와 WTO 외부의 글로벌 무역환경 및 구조의 변화를 감안해 향후 WTO 다자체제의 변화 방향을 전망해보면, 먼저 WTO 협상기능의 변화 방향은 크게 3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즉 현재의 WTO 체제 기능 마비가 당분간 지속되는 경우, 현 WTO의 대안기구가 등장하는 경우, 그리고 WTO 체제의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이다. 첫째, WTO의 협상기능에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다. DDA의 지속 여부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큰 상황에서 개도국은 DDA 지속을 상정하고 개발 이슈를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은 시장개방과 경제논리를 강조하면서 더 이상 DDA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현 상황이 유지되면 기존 이슈에 대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이슈는 대부분 선진국과 개도국, 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장처럼 새로운 이슈에 대해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하는 경우에도 핵심 이슈에서 중국과 미국이 대척점에 있는 이상 DDA 밖이든 안이든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협상기능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WTO가 기능 회복에 실패하고 새로운 대안기구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현재와 같이 기능 마비가 계속되고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WTO 개혁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은 WTO에 대한 기대를 접고 유사한 대안기구를 만들거나, 아니면 WTO는 그냥 둔 채(소위 기능 마비 상태 또는 개도국으로만 구성되고 운영되는 상황) 자기들만의 별도 합의체를 만들 수도 있다. 
       셋째, WTO 체제의 회복 가능성이다. DDA나 새로운 라운드가 타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하지만 WTO의 사실상 해체라는 상황에 앞서 WTO 안에서 다양한 성격의 복수국간협상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WTO의 협상기능이 부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DDA처럼 광범위한 의제는 아닐지라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한해 타협을 모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FTA나 RTA의 확대, 메가 FTA를 통해서 WTO의 협상기능을 회복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메가 FTA가 WTO와 별도로 확대된다면  WTO는 역으로 분열과 해체의 길을 밟을 수도 있다.
       WTO 감시기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의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는 통보의무의 강화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대립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보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는데, 감시기능이 수출시장에 대한 접근 개선과 직결되며 무역규제의 확산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해결기능의 회복 가능성은 사실 상당 부분이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즉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상소기구 기능 정지 문제는 앞으로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향후 WTO 분쟁해결기능의 회복 여부는 미국의 요구를 파악해 이를 적절히 수용하면서 WTO 상소기능을 회복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WTO 다자체제에 관해서 이전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우호적인 것으로 보이나, 상소기구 위원 선임 저지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볼 때 미국의 기존 입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 단계에서 WTO의 분쟁해결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소기구의 기능 회복과 함께 DSU 개정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므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소기구 문제에 관한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단기적인 대응방안으로서, 현재 24개 회원국이 참여 중인 다자간 임시상소중재제도(MPIA)가 부분적으로 상소기구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MPIA는 임시제도에 불과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 주요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분명하다. 
       중장기적으로 상소기구 기능이 회복된 이후에도 분쟁해결제도의 실효성과 적실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추가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 먼저 공식 개정 없이 분쟁해결기구 결정의 형식으로 제도 개선이 가능한 요소부터 우선적으로 논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이후에는 소급 구제 도입 등 분쟁해결기구 집행체제의 개선 문제, 상소기구에 파기 환송권 부여, 분쟁해결 기한의 엄수에 관한 개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WTO 다자협상에 임하는 입지도 질적으로 크게 변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도국특혜 중단 결정은 사실상 장기적으로 개도국 졸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정은 미래 협상에 한해 적용되지만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농업협상에 적용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협상에서 민감품목에 대한 융통성 확보의 여지를 충분히 마련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 다자협상 전략 측면에서는 개도국특혜 요구 중단으로 개도국의 입장에서 다자협상에 임해야 했던 오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협상 제약이 완화됨에 따라 WTO 다자협상체제에서 다양한 분야에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정확히 낼 수 있으며, 개도국의 입장은 물론 선진국의 입장에서도 양측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농업, 비농업, 서비스 사이에서 더욱 정밀한 주고받기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우대에 크게 의지해왔던 농업이나 수산 분야는 선진국 입장에서 개방 폭 확대에 따른 국내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동시에 선진국의 입장에서 국익을 재점검해 입지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전략과 민감부분의 융통성 확보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WTO 다자협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응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종합적 측면에서는 첫째,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협상에 중점을 두어 향후 국제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지역화되고 있는 가치사슬을 염두에 두어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EU와의 교류협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상품, 서비스 무역 협상에 임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복수국간협상의 등장에 대비해야 하고, 때로는 관심 분야의 복수국간협상을 주도하여 우리의 이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넷째, WTO 협상에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규범이 도입될 것이므로 상품과 서비스 협상의 관계를 고려한 균형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WTO 다자협상이 빠른 진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가진 최후의 선택이나 결정을 타결 임박 전에 제시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다섯 가지 큰 방향을 상정한 다음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 대비 의제별 협상대응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농업의 경우에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으나 그나마 타협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와 이해가 있는 분야는 국내보조와 수출제한이다. 국내보조의 경우 농업보조총액 감축이 핵심이 될 텐데, 우리나라는 허용보조가 감축되지 않도록 하되, 중국과 인도의 감축보조 증가를 지적하고 미국의 보조금 증가 문제도 동시에 제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익형직불제의 허용보조화를 매듭지어야 한다. 
       수산보조금의 경우 MC12에서의 성과 도출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합의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MC12에서의 합의 수준은 CPTPP보다는 낮은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 CPTPP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느 수준의 규범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개도국지위를 주장하지 않음에 따라 과잉어획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국내 연근해 어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허용보조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전자상거래의 경우도 규범 확립 필요성에 대해 회원국들의 공감이 높은 분야이다. 다만 핵심 분야에 있어 주요국간 입장 차이가 큰 만큼 협상의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협상 진전에 대비하여 디지털 무역규범 도입의 유․불리를 따져 시장개방을 추구함과 동시에 유보 및 예외조항을 협정문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가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서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투명성, 개발협력 이슈는 우리가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지위 및 우대조치 협상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개도국특혜를 추구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개도국과의 신뢰를 고려하면 갑작스런 입장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개발과 개도국 이슈의 원칙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상 진전을 위해서 이분법적 접근보다 사안별 개도국혜택을 협상하는 접근 방법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보조금의 경우 미국과 EU, 일본이 생각하는 WTO 산업보조금 규정 개혁 방향과 중국이 생각하는 개혁 방안은 그 내용과 방향성에 있어 차이가 크다. 따라서 협상 범위를 가능한 한 넓게 설정해서 상호 주고받을 수 있는 협상카드를 최대한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개정논의를 개시할 필요가 있다. WTO 보조금 규정의 개정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정논의에 가능한 한 많은 회원국의 참여가 필요하다. 한편 산업보조금 규정 개선은 WTO 이외에도 G20나 산업부문별 국제포럼 등 다양한 다자채널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복수국간협상도 창구가 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입장을 사전에 정립해 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WTO 분쟁해결의 경우 첫째, 미국과 EU, 중국을 포함한 모든 WTO 회원국이 각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상정한 이후 동시다발적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으며, WTO 분쟁해결기능에 관해 회원국 사이에서 ‘대합의(grand bargain)’가 필요하다. 다만 상소위원 신규임명 저지는 상소기구 기능과 운영에 관한 미국의 깊은 불신이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동의해줄 수 있을 요소를 향후 개정논의의 우선순위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 등 주요 교역국이 FTA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와의 통상현안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따라서 WTO 분쟁해결기능이 작동되지 못하는 동안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FTA 당사국 사이의 긴밀한 소통과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이를 위한 준수·이행 메커니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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