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 Papers World Economy B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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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Study Series
정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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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의 경제적 함의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
예상준 외 발간일 2023.12.30
경제안보, 무역정책목차국문요약닫기
제1장 서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2. 연구의 주요 내용
제2장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1. 서론
2. 산업화 시기: 기술 유출 통제를 위한 수출규제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ㆍ군사안보적 수출규제
4. 현대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
5. 소결
제3장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1. 수출규제의 유형화
2. 수출제한
3. 수출통제
4. 경제제재
5. 소결
제4장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1. 서론
2. 분석 자료
3. 분석 모형
4. 분석 결과
5. 소결
제5장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1. 서론
2. 이론모형
3. 소결
제6장 결론 및 시사점
1. 수출규제 사례의 장기적 조망
2. 수출규제의 유형화와 사례 분석
3.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 - 수출제재를 중심으로
4.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함의
참고문헌
Executive Summary국문요약본 연구에서 수출규제 정책이란 국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국의 수출 흐름에 제약을 가하는 정책 일반을 의미한다.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은 목적, 대상, 근거법에 따라 크게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로 분류할 수 있는데, 최근 각국의 수출규제는 이 세 가지 분류에서 모두 늘어나는 추세이다. 각국 기업이 복잡한 거래 관계로 얽혀 있는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파급되는 수출규제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공급망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국제무역에 관한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았던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 배경과 경제적 효과,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에 따른 공급망의 변화 등을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닫기
제2장에서 우리는 이미 산업혁명기 때부터 횡행한 수출규제의 대표적 사례들을 조망하고 각 사례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정책 목표와 실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규제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수출규제가 성공적인 정책 수단이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냉전 이후 수출규제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여러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수출규제 정책의 시행과 대응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였다.
제2장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산업혁명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당시의 국제 환경은 첨단기술을 가진 선도국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국가간의 경쟁이 존재했고,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이 기술 유출의 주요 채널로 인식되었으며, 후발주자인 국가 내에서는 선도국으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묵인하는 등 오늘날 미ㆍ중 패권 경쟁 구도와 유사한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규제의 효과는 점점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개선, 생산 기술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제조 장비와 기술자의 국외 이동에 따른 기술 이전의 효율성이 점점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오늘날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의 효과 또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규범 강화와 기술 발전의 경로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기의 수출규제는 주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시행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자간 수출통제체제인 CoCom은 냉전 초기 공산권으로의 군사물자 이동과 관련 기술의 유출을 통제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하였다. 당시 서방국가와 공산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점, 생산기술의 변화 속도가 느린 점 등이 CoCom의 성공을 견인하였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 다변화, 기술 변화의 가속화, 글로벌 공급망 및 가치사슬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국가마다 공산권과의 이해관계 및 교역 패턴이 달라지고, 수출통제 품목의 적발이 어려워지면서 CoCom 체제는 점차 효용성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계 요인들은 이후 등장한 다자적 수출통제 협의체에서도 유사하게 관측된다. 다자적 수출통제체제의 성공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유연하게 조율되고, 첨단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반영해야 보장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출통제 대상 품목을 차등화하거나, 수출 당사국의 경제적 불가피성 등을 고려한 수출허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국의 이탈 유인을 줄여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정보 공유에 기초한 상향식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장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전 이후 시행된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나타냈다. 미국이 항공우주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수출통제 정책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산업적 우위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7~08년 식량 위기 당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곡물 및 식료품 수출규제는 오히려 자국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규제는 국제시장과의 가격 괴리, 가격 변동성 심화, 시장 불확실성 증대를 초래하여 밀 생산자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미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가나 등의 목재 수출규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해당 국가 목재 산업의 생산성을 장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국제시장에서의 중국산 희토류의 시장지배력을 증가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 외 국가의 희토류 생산이 증가하고 희토류의 대체재가 개발되는 한편 희토류 재활용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시장지배력은 다시 감소하였다. 중국 상무부의 기술 수출통제는 관련 산업 내 기업의 잠재 수요를 제한하여 기업 이윤을 낮추고, 신기술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R&D 투자의 편익 감소에 따른 투자 감소를 초래하였다. 수출규제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불가피할 경우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고, 수출규제의 경제적 영향에 취약한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정책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규제 대상국뿐 아니라 시행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분별한 수출규제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3장에서 우리는 현대의 수출규제 정책을 목적, 대상, 근거법을 기준으로 수출제한, 수출통제, 경제제재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수출규제 정책의 법적, 제도적 근거와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수출규제 정책에 관한 시사점과 대응 방향을 도출하였다.
수출제한은 수출국 수요 충족,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출금지 또는 제한 정책이다. GATT 제11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금지되지만, 필수 상품 부족 방지, 환경 보호, 천연자원 보호 등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수출제한 사례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제한 등이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수출제한 사례는 WTO 분쟁해결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중국은 상소심에서 패소하였고, 인도네시아도 패널 단계에서 패소했으나 기능 정지 상태인 상소심 절차에 회부하면서 후속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다. 비록 필수 상품 부족 방지 또는 천연자원 보호 등이 수출제한 조치의 이유로 제시되더라도 조치의 구조와 합리적 대안의 존재 등을 바탕으로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러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WTO 상소기구의 기능 마비로 인해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자원 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않으려면 수출제한 조치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함께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단기적으로는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해야 한다.
수출통제는 안보 목적으로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로, 주로 군용물자와 이중용도 품목이 대상이다. GATT 제21조(안보상의 예외)를 충족하는 수출통제는 WTO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된다. 수출통제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2022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2023년 중국의 게르마늄 및 갈륨 수출통제 조치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협의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WTO 패널이 이를 심리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출통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근거로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중국이 중요 원자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수출통제의 형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주요국의 안보 논리에 의한 일방주의적 조치가 확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를 경계하고 대응해야 한다.
경제제재는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무역제한을 취하는 압박 조치이다. WTO 협정에서는 GATT 제21조 안보상의 예외 규정을 통해 경제제재를 정당화할 수 있다.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밟은 대표적인 경제제재 사례로는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가 있다. 미국의 쿠바 자유 및 민주적 연대법은 EU 수출자의 쿠바산 설탕 수출을 제한하여 GATT 제11조 등에 위반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미국이 EU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관련 절차가 종결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산 상품 통과 제한 조치는 GATT 제5조 및 제10조를 위반하는 조치로 지적되었으나, 러시아는 당시 미국, EU 등 다수 국가로부터 받고 있던 경제제재를 안보상의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증거로 제시하여 해당 조치가 패널로부터 정당화되었다. 경제제재는 국제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단이지만, 제3국 또는 피제재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재국은 국제사회의 법적 판단을 받기보다 정치적 해결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발전으로 국가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오늘날, 타국간 경제제재는 제3국인 우리나라의 중간재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제재 수위가 높다면 러시아-통과운송 사건처럼 피제재국이 경제제재에 대한 대항조치를 취한 후 GATT 제21조를 통해 이를 정당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제재를 시행하기보다는 피제재국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고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똑똑한 제재’와 같은 대안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접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똑똑한 제재’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4장에서는 국가간 경제제재가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1950~2022년까지 시행된 수출제재로, GSDB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관련된 통계는 세계투입산출표를 통해 계산한 전방참여도, 그리고 WITS 데이터의 국가간 수출 자료와 BEC 코드를 연계하여 수집한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수출액을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국가간 수출제재는 제재부과국의 피제재국으로의 전방참여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감소하며, 소비재 및 원재료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부과국은 피제재국으로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제3국으로의 수출전환을 모색할 수 있으나, 2014년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이행한 제재부과국의 수출전환효과를 분석한 결과 제3국으로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전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제재가 제재부과국에도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일반적으로 피제재국에 대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2010년대 후반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제재를 단행한 사건을 살펴본 결과, 제재 기간에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전환되었으며 이 중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재 수출의 경우 중국 외 제3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북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감소폭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아세안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외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아세안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제5장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규제 정책의 합리성을 분석한 이론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은 미국과 중국의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국가간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분석틀을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은 안보 측면에서 상호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하면 중국의 군사적 역량이 강화되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 반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본고의 모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자 첨단기술과 연관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양국에 발생하는 상반된 외부효과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였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안보적 위협은 미국기업이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자국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첨단기술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제한하고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수출통제와 아웃바운드 투자심사 강화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유인이 있다.
첨단 반도체 상품과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는 해당 품목의 수출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의 안보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첨단 반도체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다. 반면 중국정부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중요 원자재에 대해 강력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크지 않다면, 중국은 미국 본토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함으로써 얻는 군사적 이익이 매우 크다면, 중국은 미국기업 유치를 위해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계속될 때 미중 간 첨단 반도체 생산의 공급망이 단절되는 계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 만약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여 미국 첨단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실질적으로 얻는 경제 외적인 이익의 크기가 크지 않다면 중국정부는 원자재 수출통제 정책을 고수할 유인이 사라진다. 이는 산업혁명 후기에 수출통제 정책이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고의 모형은 첨단기술과 관련된 품목의 수출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경우 또한 분석한다. 이 경우 선진국은 수출규제를 고려하지 않는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투자로 인한 외부효과를 누리기 위해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유인이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금지 사건과 유사한 결과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로 인해 향후 미국 첨단기술 기업의 중국 내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의 대중국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되지 않도록 전략물자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핵심 원자재 보유국과 협력하는 한편, 이 국가들 내에서 자원 이기주의가 횡행할 경우를 대비해 같은 처지에 있는 제조업 선진국들과 공동 대응 및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과제로서, WTO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제6장에서는 앞 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고 각 장의 분석 내용에 대한 시사점과 정책 제언을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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