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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DT 시론] `경제민주화` 논의보다 앞서 할 일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선임연구위원
  • 게시일2012/08/20 00:00
  • 조회수2,415

대선기간이다. 각 당의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슈는 경제문제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내용은 모든 후보들이 강조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마다 상정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은 말 그대로 각인각색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원래 독일에서 경제주체들간 힘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단어다. 특히 노동자와 사용자간 권력관계의 균형을 보정하기 위한 방안의 모색과정에서 이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요즈음 한국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경제적 불평등이나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그 의미가 확대 사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우리사회의 경제적 문제 대부분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모임은 특히 재벌의 사업행태나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해 그 권력을 제한하는 문제를 경제민주화의 핵심 이슈로 다루고 있다.

 

지금 한국의 정치권이 한국사회의 경제적 문제들의 해법을 경제민주화에서 찾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경제권력의 불평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진단한 결과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해법의 모색은 경제권력에 대한 균형을 회복하면 경제적 불평등이나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접근이다. 사회내의 불평등구조 고착화와 보상체제의 결정과정에 관련된 집단간 힘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 대한 일반주민들의 지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제도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어 구성원들간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적 생산역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염려가 이러한 논의를 확산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러한 논의를 통해 더 건설적인 제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더욱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현재의 경제민주화 추진이 경제적 불평등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계층이 수혜자가 될 것인 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결과가 기대효과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를 사전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서 경제권력의 이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닌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불평등문제를 풀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사회가 어떠한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그들이 `바라는 나라에 대한 그림을 먼저 그렸다. 그리고 경제운용은 시장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도록 결정했다. 경제적으로는 독일 국민 모두가 생존권과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독일 시민들은 누구나 사회에 기여하고 그 보상으로 생존과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직업역량을 제공하는 교육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시장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특정기업이나 집단에 경제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반독점기구를 설립하여 시장을 엄격히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동일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생존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생존권이나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구성원이 사회보장제도를 부당하게 악용하지 못하도록 엄하고 정밀한 관리체제도 갖추었다. 그 결과 독일사회는 모든 구성원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였고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다.

 

작금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시사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서 이제 새로운 공동체적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요구가 강한 것은 공동체적 복지사회의 구현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평생을 경쟁에만 내몰리는 비정한 사회보다 인간다운 삶, 인간적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희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담아낼 수 있으려면 지금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의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은 우리나라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이다. 치열한 논의과정을 통해 국민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에 대한 그림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변화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제도적 변화는 경제분야만이 아니라 교육, 복지, 대외정책까지에 이르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될 수혜자와 손실자 모두가 장기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지금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 대부분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지는 사회적 타협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지의 여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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