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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차이나리포트] 중국인이 본 한국인의 경제생활

  • 언론사
  • 저자김부용 부연구위원
  • 게시일2012/06/29 00:00
  • 조회수3,300

얼마 전 한 인터넷 기사를 봤다. 지난 3월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Ipsos)와 로이터 통신이 한국인 1,000명 등 세계 24개국의 1만 9,2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81%가 ‘현재의 삶에 불만’이라고 답했다. 세계 평균인 6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바쁜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의 심리를 잘 반영해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한국은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여 1994년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됐으며 지금도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삼성, 엘지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도 육성해냈다. 인구 5천만의 나라가 이 정도 경제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바, 가히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을만하다.

 

그러나 과거의 배고픔과 소외감이 가져다준 상처가 너무 깊어서일까. 한국인들의 경제 의식은 결핍과 열등감에 대한 보상이 그 무엇보다 크게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직 선진국을 따라잡고 추월하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한국인들은 목숨 걸고 열심히 일을 한다. 마치 물질적 소외에 시달린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이 출세에 대한 본능이 그 누구보다 강렬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남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인생의 지상목표인 한국인들은 피곤한 삶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남보다 잘 살기 위한 한국인들의 생활양상은 어떠할까? 우선 재(財)의 축적 기술(Technology)인 재테크에 대해 알아보자.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의 주된 재테크 대상은 부동산이었다. 1980년대 경제가 9%로 고속 성장하면서 자산 가격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 한국인의 주된 재테크 대상은 부동산이었으며, 부동산 투자의 붐은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저성장국면에 진입하였고 주택 보급률 또한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과거 부동산 전성기를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부동산 투기 열기는 사그라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투자가 1위였으나 현재는 주식과 예·적금이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자신의 자산으로는 현 부동산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부동산 투자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은 주식과 같이 리스크가 높은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예·적금과 같은 안정적인 투자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이후에는 한층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주변의 동료나 친구들을 둘러봐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어도 예·적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편, 50-60대가 부동산 임대 수익이나 수익형 상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데 반해, 취업난과 등록금 대출 등으로 빚을 안고 있는 20-40대는 생존형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155% 수준으로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보다도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빨리빨리’와 ‘1위’를 외치는 한국사회에서 직장생활도 만만치는 않다. 한국인들의 노동시간은 길기로 유명한데 2010년 기준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444시간이 길다. 1년에 약 11주가량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그동안의 선진국 추격 과정에서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장시간 노동에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직장생활은 회식이 잦은 편이다. 물론 직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직장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회식을 한다. 술로 정보와 인맥을 쌓는 한국인들은 회식자리에 술이 빠질 수 없는데 술을 싫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도 하다. 모 대기업에 근무 중인 중국인 여성친구가 한명 있다. 그 친구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회식자리에서 동료나 상사들이 자꾸 술을 권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원 시절부터 이 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주변의 한국인들은 이런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동료들과 트러블을 겪기도 한다.

 

한국 직장인들은 인맥관리를 아주 중히 여긴다. 인맥관리를 성공의 필수조건으로 생각하는 그들은 경조사나 술자리, 동아리에 적극 참석하고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인맥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SNS가 인맥관리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최근 한 온라인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약 80%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을 넘어선 요즘 버스나 지하철, 길거리에서 사람들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풍경을 쉽지 않게 접했을 것이다.

 

이밖에 문화생활에 대해 얘기하자면 한국인들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를 무척 즐기며 이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는 한류열풍에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도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분야에서는 한국이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스포츠 선수와 걸그룹들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히 스포츠와 음악을 넘어 문화, 세대의 아이콘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시봉 열풍이 다시 불며 추억의 노래와 통기타가 지난해부터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먹고 살만한 50-60대가 그때 놀지 못했던 것들을 그때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그때의 기분으로 놀아보자는 것이고, 그것이 일부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열풍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일주일에 한번씩 기타강습을 받고 있다.

 

요즘 한국에 대해 느끼는 점은 양분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과 전통적인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분화는 계층간 빈부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기업간 양분화, 관념의 양분화, 세대간 양분화를 통틀어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라는 정신과 ‘추격’ 정신으로 한국은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양극화가 확대되었으며, 선진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한국 고유의 문화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전환기를 겪고 있는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의 젊은 세대들도 바쁜 삶에 허덕이고 있다. ‘만만디 중국인’은 이제 옛말이 됐다. 두 나라 젊은 세대들의 여유없는 생활 모습을 보며 우리 젊은 세대가 인생의 의미와 삶의 태도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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