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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기고]한·중FTA에서 기대하는 것

  • 언론사
  • 저자채 욱 원장
  • 게시일2012/04/24 00:00
  • 조회수2,438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 취해 온 성장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하여 균형성장을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전인대를 통해 발표된 중국의 경제정책방향에도 그와 같은 정책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성장률과 교역증가율을 낮추는 대신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수출 의존형 성장에서 내수주도적인 성장으로의 전환이 바로 그 핵심이다.

 

전 세계 국가가 그와 같은 중국의 변화에 기대감과 우려감을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중국경제에의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당장 우려감이 앞선다. 관세면제혜택을 받아 우리의 대중수출을 주도해 왔던 가공무역의 비중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의 수출비중이 그토록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중국 내수용 수입시장에서 점하는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11.6%), 미국(8.3%), 독일(7.5%)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우리를 뒤쫓고 있는 대만도 중국과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힘입어 조만간 우리를 앞지를 전망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에서 내수용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 폭은 앞서 경쟁국들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 중국이 가공무역을 정책적으로 억제하면서까지 내수확대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추세를 방치한다면 우리는 조만간 경쟁국들에게 중국시장을 거의 다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국과의 FTA를 서두르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관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국 내수용 중간재나 소비재의 대중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FTA를 통해 경쟁국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지난 4월1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중 FTA 협상개시계획을 최종적으로 의결함으로써 이제 협상을 위한 국내절차는 모두 마쳤다. 일부 국내 산업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지만,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동아시아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중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 간의 주도권 경쟁을 감안하면 지금이 한·중 FTA에서 우리의 협상입지를 높일 수 있는 적기임에 틀림없다.

 

한·중 FTA로부터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를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관세인하효과만으로 10년 동안 1.82%에서 최대 3.04%까지의 추가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그와 같은 계량적 분석이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협상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상 시나리오에 의한 추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계량적으로 추정이 어려운 비관세 장벽 제거와 중국 서비스시장 진출 효과, 그리고 경쟁 증가에서 오는 생산성 증대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일자리 창출도 그렇다. 수출증대에서 오는 효과도 있지만, 계량적 추정이 어려운 외국인직접투자 증대에서 오는 고용창출효과가 훨씬 클 수 있다.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미국, 유럽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직접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반대로 중국기업들이 우리와 FTA를 체결한 미국과 유럽시장으로의 유리한 수출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 분야와 일부 제조업 분야를 어떻게 보호하느냐 하는 것이다. 취약부문을 과보호하다 보면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의 협상력이 위축되어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고, 지나치게 시장논리에 연연하다 보면 취약부문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은 양국 간 가격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작목구조도 유사하며 지리적 인접성 등으로 피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한·중 FTA에서 만큼은 협상을 1, 2단계로 구분해 민감 부문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이유이다.

 

그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는 자원이 빈약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피해서도 안되고 피할 수도 없는 중요한 성장인프라임에 틀림없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중국과의 FTA까지 성사시킬 경우, FTA를 통한 우리의 경제영토는 전 세계의 70%에까지 이르게 된다. 광활한 경제영토위에서 우리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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