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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혁신 필요한 교육시스템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선임연구위원
  • 게시일2011/12/23 00:00
  • 조회수2,491

대학입시철이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에서 나타나는 한국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의 교육제도는 공부하는 능력만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한다. 사람들이 가진 능력이 다양하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도 여러 가지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공부하는 능력만 주목한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두 가지 집단으로만 구분한다. `공부 잘하는 사람과 `공부 못하는 사람이다. 공부보다 기능이나 기술이 더 필요한 전공이나 직업에서도 공부하는 능력이 우열을 가리는 가장 기본적인 판단의 조건이다. 둘째,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공부하는 능력의 절대적 수준이 아니라 상대적 우열을 가리기 위한 목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선진국 대학에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지적인 능력이나 학습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영역별 능력을 감안하여 학생을 선발한다.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양성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학생들의 성향이나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입학사정관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여전히 공부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한 줄로 세우기를 통해 학생들을 대학에 배정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줄서기의 순서에 따라 배정된 학생들에 따라 대학의 순위도 함께 정해진다. `한 줄로 줄서기에서 순위가 중요한 이유는 출신대학이 대학 졸업후 사회적 보상의 순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공정한 줄 세우기에 열을 내고 온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앞에 자녀들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이유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학습능력에 따른 줄 세우기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분배구조를 결정짓고 있다. 지금처럼 출신대학이 평생 `렌트를 발생시키는 구조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 경쟁에 목숨을 걸지 않을 재간이 없다.


 

현재 상태로의 한국 교육시스템이 갖는 주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공부하는 능력이외의 다른 능력과 그에 관련된 직업을 폄하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학습능력을 상대적으로 적게 필요로 하는 모든 직업이나 종사자들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폄하시키는 현상을 초래했다. 공부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공적 교육과정도 없고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제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을 심화시키는 과정도 개인의 선택에 맡겨지고 획득한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보상기준도 없다. 이러한 분야의 능력이나 직업에 대한 사회적 보상도 낮을 수밖에 없다. 유럽국가들이 요리나 이ㆍ미용 분야 등 각종 직업군에 대해 장인과정을 만들어 훈련을 체계화하고 마이스터 자격증을 발급하여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공부만 능력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공부이외의 능력이나 이를 필요로 하는 직업들은 상대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한국의 교육과정은 사회내 구성원 모두의 역량을 다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문제를 야기하므로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경제발달 단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인구증가가 둔화될수록 모든 구성원이 가진 주요 역량들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부하는 능력만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교육제도 안에서는 다른 모든 역량들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교육의 기능이 왜곡되는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한 사회에서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은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함께 사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필요하다. 공동체내에서 함께 살기 위해 각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능력은 두 가지다. 첫째, 이웃을 배려하고 공동체의 규칙을 준수하는 능력이다. 교육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절제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역량을 가진 구성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생산과정에 참여하여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각 구성원의 적성을 고려하여 그 사회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지적이고 실무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그래서 구성원 누구나 그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기여에 맞는 보상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적어도 지금 고등학교까지의 한국교육은 공정한 한 줄 세우기로 사회적 분배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의 역할에만 매진하고 있다.

한국교육의 지금과 같은 기능은 우리사회가 기대하는 역할도 아니며 사회발전에 기여하지도 못한다. 대학 입시철을 맞아 잘못된 교육시스템에서 고통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조속한 교육혁신을 다시 한번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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