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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기고] 북한 경제난이 한국과 국제사회 탓이라고?

  • 언론사
  • 저자조명철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 게시일2011/03/14 00:00
  • 조회수2,731

최근 한국과 국제사회 일부에서 이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난의 원인을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원과 대화를 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미명하에 북한에 대한 지원과 대화를 강요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어려움이 모두 우리 잘못 때문이라는 자학(自虐)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경제난은 집단주의 비효율 병영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인민들에 대한 지도자의 그릇된 인식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사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지원과 대화를 해주는 것처럼 쉬운 길도 없다. 적어도 지원과 대화를 하는 기간에는 한반도에서 형식적으로나마 안정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을 지원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행동도 없다. 그것은 폐쇄적이고 독재적이며 비효율적인 현재의 북한을 현상유지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안정에 우리 스스로를 인질로 얽어매는 행위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북한을 지원한다고 해서 북한의 600만 취약계층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북한 당국은 스스로 기생적인 사치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우리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의 현 체제에서는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북한 행태만 봐도 그 체제의 실상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작년 한 해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쌓기용 이벤트에만 4억6000만달러 이상을 탕진했다. 김정은 주도로 진행된 7차례 불꽃놀이에 3100만달러를 쏟아부었고, 김씨 일가의 별장 등을 리모델링하는 데 3억달러를 투입했다. 김정일 우상화용 모자이크 벽화 제작에 70만달러를 탕진하는 체제가 북한이다. 전력 부족으로 동사(凍死)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국 도처의 김일성 동상은 눈부신 조명을 받고 있다. 김정은에게 군사지도자 이미지를 색칠하기 위해 27발의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을 하는 데는 8300만달러를 사용했다. 김정은을 포병 천재로 만들기 위한 대규모 포 사격 훈련 등에 39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런 돈으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식량을 샀다면 t당 500달러 수준인 태국산 쌀 87만t을 수입했을 것이다.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분을 모두 메울 수 있는 분량이다. 2400만 북한 전 주민의 3개월치 식량이자 취약계층 600만명의 1년치 식량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의 대북 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북한 체제의 근본성격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과거와 오늘의 불행이 미래에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의 성격을 바꿔야만 북한 주민을 살리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일궈낼 수 있다.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보라. 억압과 궁핍이 있는 곳에 투쟁이 일어난다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현재 김정일 세습체제는 중동 독재권력보다 몇 배 더 억압과 가난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체제가 스스로 변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우리는 북한 주민의 인권·통일·평화 등 거창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통행의 자유, 거주의 자유 등 작은 가치를 먼저 강조하며 당당하게 북한 체제의 성격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대담해질 필요도 있다. 세계의 흐름과 북한 주민이 우리를 부르는데 무엇을 주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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