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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일본은 신용등급 하락을 위기로 받아들일까?

  • 언론사
  • 저자김규판 부연구위원
  • 게시일2011/01/26 00:00
  • 조회수2,620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일본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해 1월 일본의 향후 전망을 ‘안정’에서 ‘하락’ 쪽으로 바꾸었지만 실제 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것은 2002년 4월 이후 8년9개월 만이다.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이유로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등 국가재정 상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한 게 아니라 고질병이 돼버린 정부 부채에 대해 경종(警鐘)을 울렸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나랏빚 문제는 GDP 대비 정부 채무 비율이 100%를 초과한 199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97년 하시모토 자민당 정권과 2006년 고이즈미 정권이 시도했던 재정건전화가 각각 아시아 금융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좌초된 경험은 기억에 새롭다.

 

 문제는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정권을 비롯한 현 일본 정치권이 이번 S&P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국가 위기’로 받아들여 확고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수 있느냐에 있다. 위기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건전화와 같은 개혁정책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 정권이 이번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판단할 만한 ‘외적 조건’은 갖추어져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당장 S&P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발표한 이후 시장 반응부터 시큰둥하다. 엔-달러 환율은 83.2엔으로 약 2주 만에 엔 약세로 돌아섰다가 이후 다시 82.6엔으로 되돌림 현상을 보였다. 채권시장에서 장기국채 금리도 0.015%포인트 오른 1.25%대의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국채의 위험도를 가늠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 역시 잠시 흔들리다 곧바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무려 95%를 해외 투자자가가 아닌 국내 투자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S&P의 신용등급 강등이 파국적인 시장 혼란으로 파급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고질적인 저금리(低金利) 현상도 일본 정치권이 제대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다. 일본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지만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순자산 보유에 힘입어 국가부도와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찾아올 가능성이 극히 낮다. 여기에다 90년대 말부터 지속된 2% 이하의 초저금리로 인해 일본 정부의 국채이자 부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많은 국채를, 그것도 1∼2%대의 저금리로 발행해도 국내 투자자들이 거의 다 소화해 주는 마당에, 굳이 시장(market)에 정부의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강화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외부의 차가운 시선과 달리 일본 내부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에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오죽하면 일본 일각에서 일본도 외환위기 같은 국가위기를 겪어봐야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는 자조까지 나올까.

 

 물론 일본 민주당 정권은 지난해 6월 재정건전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는 6월에는 재정건전화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세제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 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만은 과거 정권과 달리 재정건전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소비세율 인상론을 꺼냈다가 참패한 경험이 있는 일본 민주당 정권이 과연 오는 4월의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세제개혁을 정면 돌파할 수 있을까? 아니 자민당과 같은 야당들 역시 증세 논의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과연 일본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재정개혁에 합의할 수 있을까? 이번에 S&P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일본에 비상신호(非常信號)를 보냈으나 정작 당사자에겐 ‘공염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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