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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칼럼] 중국 물가, 영국을 따라잡고 미국을 넘어서다

  • 언론사
  • 저자양평섭 북경사무소장
  • 게시일2011/01/19 00:00
  • 조회수2,999

 중국경제에 있어 물가는 뜨거운 감자의 하나이다. "지난 해 중국경제는 평범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장이 지난해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지난 해 불리한 국제경제 환경, 중국내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10.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국내소비와 투자가 안정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수출도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는 연초의 억제 목표선 3%를 상회하는 3.3%에 달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전년동월대비 5.1%까지 올라가 과거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물가 상승이 주로 식료품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물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조치를 통해 물가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 정부를 가장 위협하는 양대 요인으로 부패와 물가를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20일에는 물가안정을 위한 긴급대책 16개항을 발표하고 물가 잡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산물 생산 확대와 안정적 공급, 유통원가 인하 등을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하여 지방정부에 이를 시행토록 지시했다. 특히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큰 지역에 직접 직원들을 파견해 상승 원인에 대한 조사는 물론 유통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중국 정부는 물가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저소득층과 학교식당에 식료품 보조금을 지급하고 쌀과 옥수수, 식용유 대두 등 물가상승의 요인인 주요 식료품에 대해 비축 곡물을 방출하기도 하였다.

 

금년 1월에는 물가안정을 위해 독과점 기업의 가격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국가발전개혁위는 "경쟁을 제한하는 새로운 수단을 생겨나고 다양한 가격협정, 독점적 지위의 남용이 소비자의 이익을 크게 훼손해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쟁기업이 담합해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을 엄금하고, 판매업주 측이 상품에 최저가격을 설정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경쟁사를 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 원가 이하로 상품을 파는 관행을 금지시켰다.

 

물가 상승이 과다한 유동성에 기인한다고 보고 유동성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말 중국의 총통화(M2)는 전년대비 19.7% 증가하여 연초의 억제 목표(17%)를 2.7%포인트 상회하였다. 이러한 과잉 유동성이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중국정부는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급준비율은 이미 중국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작년 12월 들어 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고는 있으나, 금년에도 기수효과에 의해 2.6%포인트 이상의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에 더하여 인건비 상승, 토지가격 상승 등으로 금년에도 물가상승압력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도 식량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산품은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이며, 이미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향후 물가는 안정되어 갈 것이라는 것이라고 국가통계국은 예상하였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물가에 대한 인식은 정부 발표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최근 중국의 한 언론 매체가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를 통해 물가라는 단어를 입력하여 검색한 결과, 관련 자료 수가 2007년에는 4,300만 건, 2008년에는 5,100만 건, 2009년에는 5,300만 건이었으나, 2010년에는 9,400만 건에 달했다는 것이다. 중국 물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데이터이다. 

 

"왜 미국 물가가 중국보다 싼가?" "중국의 물가가 영국을 따라잡고 미국을 넘어섰다(赶英超美)." 중국내 모 잡지 특집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이 중국보다 가격이 싼 물건은 유명브랜드 뿐 아니라 등산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국에서는 30,000만 위안에 달하는 아르마니(Armani) 양복 한 벌을 미국에서는 중국의 1/4-1/5 가격이면 살 수 있다. 미국의 리바이스 청바지 가격은 중국내 가격의 절반 정도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동일한 브랜드의 등산화 한 벌에 미국에서는 2.99달러이지만, 중국에서는 최소한 300위안 이상을 주어야 살 수 있다. 미국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은 1달러로 미국인 월평균 수입의 1 만분의 3, 중국은 20위안으로 중국인 월평균 수입의 1.5%에 달한다. 양국의 소득 수준을 감안할 경우 중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50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스타벅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일반 서민 대중이 느끼는 물가는 수치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광둥성 썬전의 주민들은 루비똥, 구찌 등 명품을 사러 홍콩에 가는 것이 아니라 주방용 접시, 장식품 심지어 샴푸, 채소, 계란 등 일상 생활용품을 사러 지하철을 타고 홍콩으로 간다. 썬전의 물가가 홍콩에 비해 소금은 2.25배, 생리대 2.37배, 샴푸 1.59배, 후지 사과 1.77배, 계란 1.34배에 달한다. 썬전에 사는 홍콩인들이 홍콩으로 회류한다고 한다. 썬전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홍콩으로 점심을 먹으로 간다. 썬전의 물가가 홍콩에 비해 훨씬 비사기 때문이다. 중국인보다도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외국인조차도 부담스러운 물가, 그것이 중국 물가이다.

 

중국의 물가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화폐 홍수, 유통시스템 낙후, 고비용 시대의 도래 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2008년 가을 국제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방출했고, 그 결과가 현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화폐 홍수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중국은 긴축 통화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중국의 물류와 유통의 비합리적 관행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례 광둥성의 광저우에서 베이징까지 특가 기차표를 이용할 경우 700위안이면 충분하지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비용은 도로 이용료만도 1,400위안을 넘어선다. 광저우에서 베이징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 기사에 따르면 매 번 왕복할 때마다 7,000위안의 벌금과 각종 검은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물가가 비싼 것은 저비용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고비용의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12.5 규획 기간(2011-2015년) 동안 노동자의 임금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2017년에는 중국의 노동력 공급이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토지 가격이 매년 10%이상 상승한다. 국제자원 가격도 중국 물가상승의 요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의 저비용 구조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국에서 이러한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 대신에 시장이라는 다른 측면에서 중국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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