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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기고] 새해엔 '검은 백조' 없어야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선임연구위원
  • 게시일2010/12/27 00:00
  • 조회수2,560

서구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있었다. 검은 백조였다. 때까지만해도 백조는 모두 흰새라고 믿었던 그들에게 검은 백조는 충격이었다.

 

그렇게 믿은 이유는 경험과 관찰의 결과이다. 한번도 그들 앞에 검은 백조가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에는 검은 백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라는 월가의 투자전문가는 검은 백조를 예로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검은 백조는 통계적으로 극단값에 해당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일어날 가능성이 영에 까까운 사건이 검은백조로 비유된다. 사람들은 검은 백조의 출현에 대하여 대비를 하지 않거나 못한다. 때문에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하면 엄청나게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한편으로 검은 백조는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다. 소위 “주류” 혹은 “대세”라는 이름으로 특정사회나 시대의 사상적 경향의 대표를 지칭한다. 여기서 제외된 “비주류”에 속하는 사상들은 언제라도 검은백조로 등장할 수 있다.

 

때로는 가능성은 있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일 경우 애써 외면하려는 심리적 경향이 검은 백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시대를 풍미한 주류사상인 신자유주의가 보지 않으려했던 낮은 가능성의 사건이 촉발한 것이다.

 

2010년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검은 백조들이 나타났었다. 한국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검은백조는 북한의 대남공격이다. 천안함이 두조각 났을 때만해도 우리사회는 검은 백조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다시 연평도를 포격한후에야 엄연히 존재하는 북한의 위험을 우리사회가 애써 외면했었음을 모두가 상기하게 되었다. 지난 12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5년물 국채 기준으로 1.0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초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0.7%포인트였으나 같은 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에는 0.9~1%포인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북한리스크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시장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EU의 재정위기도 검은 백조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글로벌 불균형에는 관심을 두었지만 유럽의 재정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 얽힌 금융망을 통하여 위기는 더 커지고 확산되어왔다. 스페인에 뒤이어 지금은 프랑스의 재정위기 가능성까지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EU국가들은 그 가능성에 대하여 펄쩍뛰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EU 27개 회원국 중 CDS가 거래되는 국가들은 21개국이다. 그 가운데 12개국이 한국보다도 높은 CDS 프리미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이미 유럽지역에 검은 백조의 출현 가능성을 자국 시민들보다 더 높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2011년에는 또 어떤 검은 백조를 만나게 될지 염려스럽다. 급속한 기술발전과 정보의 혁명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일어나게 하고 있다. 사상적 다기화나 가치관의 다양성도 현실문제들을 정규분포의 예측범위내에서 찾아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황적으로는 더 많은 검은 백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검은 백조가 충격을 주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가능성을 부인하고 대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대비한다면 검은 백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1년은 그렇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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