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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기고] IMF 구제금융

  • 언론사
  • 저자김흥종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 게시일2010/11/25 00:00
  • 조회수3,730

2009년 상반기부터 금융 및 재정 위기의 가능성을 보여 왔던 아일랜드가 마침내 지난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부실이 심각한 아일랜드 은행권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 개선을 위한 구제금융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제금융의 총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850억유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에서 350억유로는 은행권에 대한 구제로, 나머지 500억유로는 아일랜드 정부의 재정 개선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장 불안은 진정세로 접어들었지만, 경제 주권을 IMF에 헌납했다는 비난이 아일랜드 일부 국민과 야당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로부터 550억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에 합의하고 실제로 IMF로부터 195억달러를 받았던 우리도 구제금융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다. 아일랜드도 IMF 구제금융이야말로 가장 선택하고 싶지 않은 옵션이었다. 왜 그랬을까?

 

◆ 경제의 신탁통치?

 

금융이나 외환에 문제가 있는 국가가 IMF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국제금융질서를 안정시키는 것이 IMF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에는 선ㆍ후진국 구분이 없다. 실제로 1970년대까지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의 과반수는 선진국이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국제자본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본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선진국들은 IMF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던 반면, 저개발국의 IMF 의존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1990년대 들어서는 체제 전환국과 아시아 개도국이 IMF 구제금융 대상이 되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세계 경제가 호황이 되면 IMF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2000년대 중반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 실제로 IMF 대출금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신규 대출이 주는 대신 기존 대출 상환은 급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MF 차관 규모는 다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은 가능한 한 빨리 IMF 구제금융을 상환하려고 노력 한다.

 

그 이유는 IMF가 대출을 해 주면서 구조개혁 등 각종 조건을 내걸기 때문이다. 이를 보통 `IMF 조건(IMF Conditionality)`이라고 한다.

 

보통 IMF가 내거는 조건은 고금리, 부채 축소, 기업 구조조정, 공공부문 구조 개혁 등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실업률이 크게 늘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경제가 어려워도 가급적 IMF에 의존하기를 싫어한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경우 정권을 내놓아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렇듯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IMF의 처방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IMF 구제금융을 신탁통치에 빗대어 경제신탁통치라고 하기도 한다.

 

◆ 변화하는 IMF 구제금융

 

IMF 구제금융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대출제도는 대기성 차관(SBAㆍStand-By Arrangement)이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실제로 60억달러의 대기성 차관이 공급됐다. 이 제도는 단기 유동성을 지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제도로서 IMF는 만기 3~5년 정도의 상대적으로 긴 기간에 민간자본시장보다 낮은 수준인 4.5%의 이자율로 자금을 지원한다. 지원 시 IMF와 향후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시행해야 할 경제정책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이후 IMF는 채무국이 약정한 정책을 추진하는지 감독하면서 분기별로 정책 집행의 정도를 심사해 후속 자금의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2009년 SBA는 보다 유연하게 회원국의 필요에 맞게 바뀌었다.자금 규모는 더 커진 반면, 조건은 조금 더 단순하게 정비됐다. 또한 위기가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예비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이 확대됐다.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의 변화는 탄력대출제도(FCLㆍFlexible Credit Line)와 예방대출제도(PCLㆍPrecautionary Credit Line)로 대표된다.

 

FCL은 예전에도 있었던 대출제도지만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이용하는 국가들이 많지 않았다. 이에 IMF는 FCL의 대출한도를 폐지하고 대출기한을 1~2년으로 연장했다.

 

새롭게 도입된 PCL은 FCL 신청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상당히 건전한 경제 상태에 있는 국가에 유동성을 미리 공급해 위기를 방지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두 제도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경제상태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과도한 시장변동성으로 인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상태에 처했을 때 위기의 골짜기에 빠지지 않도록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낙인 효과로 국가의 경제적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피해보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또 IMF는 저개발국이 경제위기로 크게 타격을 받을 것에 대비해 차입국에 유리한 다양한 종류의 양허성 차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제수지 적자를 보정해 주는 확장차관제도(ECFㆍExtended Credit Facility), 긴급한 유동성 문제에 대해 조건을 달지 않고 지급하는 긴급차관제도(RCFㆍRapid Credit Facility), 대기성 차관(SCFㆍStand-by Credit Facility) 등 세 종류가 있다.

 

그러나 IMF는 개발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 프로젝트에 돈을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시 앞에서 언급한 대기성 차관 이외에도 단기성 고금리 차입금인 보완준비금(SRFㆍSupplement Reserve Facility) 135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이 준비금은 금리가 높고 대출 기한이 짧다는 점에서 대기성 차관보다는 더 벌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IMF 구제금융은 이처럼 긴급 대출제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그리스와 함께 새롭게 정비된 대출제도에 따라 구제금융이 집행되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서든지 일단 구제금융이 집행되면 세세한 분야까지 IMF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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