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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글로벌포커스] 루스벨트 개혁, 후진타오 발전관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10/08/16 00:00
  • 조회수2,777

대기업의 성장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이른바 낙수(trickle-down) 효과가 세간의 화제다. 최근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이 낙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이다. 사실 이 낙수 효과, 더 넓게는 `선성장 후분배`론은 지난 반세기 한국형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경제이념이다. 그런데 2만달러 소득의 문턱에서 맞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새삼 이 이념의 유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믿고 달려왔는데 선성장만 있고 후분배는 없더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경제 모델을 하루아침에 부정할 수도 없다. 난데없이 이제부터 `분배`를 하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오늘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가 깊다는 데 있다. 뿌리가 깊은 만큼 고민도 깊어야 한다.

미국 국회의사당 건너편 호숫가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이 있다.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극복한 미국 영웅이다. "진보의 기준은 부자들이 더 많이 갖게 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주고 있느냐에 있다." 이 기념관에 새겨진 루스벨트의 어록이다. 자못 과격하다. 하지만 이러한 발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그는 과감하게 개혁을 밀어붙였다. 기득권층, 의회, 대법원을 포함한 온갖 반대와 저항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20세기 후반 미국 번영의 기초를 닦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저서 `담대한 희망`에서 루스벨트의 개혁이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좌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돕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덕분에 사회 구성원들은 기꺼이 모험과 도전에 나선다. 미국 사회 활력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을 보자. 중국 개혁ㆍ개방의 모토는 `먼저 부자되기(先富)`였다. 그 결과 중국은 30년간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향유했다. 하지만 어느새 한국이나 미국보다도 소득 불평등이 더 심각한 나라가 되었다.

2003년 취임한 후진타오 정부는 균형성장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조화로운 사회` 등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2007년에는 균형성장론을 체계화한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개념을 아예 공산당 당헌에 삽입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됐다.

수년간의 모색과 시행착오 끝에 최근 중국은 내수 중심의 성장을 문제 해결의 열쇠로 삼고 본격적으로 선택과 결단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5년간 근로자 임금을 두 배로 높이겠다고 한다. 근로자 소득 배가를 통해 내수소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 노동계약법, 쟁의조정법, 임금조례 등을 통해 노(勞) 측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소득을 늘린다는 것은 결국 요소가격이 비싼 고비용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비용 상승의 부담은 기업이 져야 한다. 수출 경쟁력도 떨어진다.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그 비용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가 웃고 박수치는 개혁이란 없다. 항상 상생(相生)의 묘안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선택의 연속이다. 어렵고 긴 과정인 만큼 한 번에 많은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한 번 계기가 주어질 때마다 공동체의 고민과 경험을 진지하게 축적해 놓아야 한다. 국민도 그 고민에 동참하고, 무엇보다 그 전말을 오래 기억해야 한다.

미국은 누구나 기꺼이 모험에 나서는 기회의 공동체를 만들어 문제를 풀어냈다. 중국은 기업의 비용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균형성장의 해법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 반면 리더십의 부재로 문제 해결을 피하고 미루던 일본은 20년 저성장의 덫에 빠져 있다. 모험하지 않고 개혁하지 않다가 초고령사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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