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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글로벌 경기와 착시

  • 언론사
  • 저자박복영 국제거시금융실장
  • 게시일2010/08/16 00:00
  • 조회수2,753

글로벌 경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는 2분기 성장률이 7.2%에 이르고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기조를 예고하고 있으니 경기가 좋다는 뜻이다. 싱가포르는 2분기에 무려 18%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 국가들이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계경제의 더블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멈추고 다시 침체로 반전되는 징후가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지난 분기보다 훨씬 낮은 10.3%를 기록한 것에 주목한다. 미국과 중국의 G2 경제 모두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미국이 장기적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 곡물가격과 중국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거론하며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혼란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착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세계 경기를 하나의 경기사이클로 보는 잘못이다. 무역이 증가하고 자금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세계 경제가 통합되니 각국 경기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금융시장은 국가 사이에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지만 실물부문의 경기사이클은 오히려 분리되는 양상이다. 미국 중심의 경기사이클과 중국 중심의 또 다른 경기사이클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경기는 매우 불안정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경기는 아직 상당히 견조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바통 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년여 사이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통화공급 덕분이었다. 이런 경기진작 정책은 4ㆍ5월 쯤 대부분 마무리되었다. 경기회복의 지속을 위해 민간부문이 바통을 넘겨받아야 할 차례다. 그런데 실업률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없고 그 때문에 가계소비의 회복도 지지부진하다. 민간이 바통을 넘겨받지 않으면 정부가 계속 달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너무 숨차게 달려와 이제 뛸 여력이 별로 없다.

 

중국 경제는 아직 큰 어려움이 없다. 2분기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중국 당국 스스로 경기를 조절한 결과이다. 은행대출 억제를 통해 건설경기와 부동산과열을 진정시킨 결과이다. 이런 조정은 버블 위험을 막는데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와 일본, 그리고 동남아 경제가 아직 회복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경기사이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미국과는 다른 줄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가? 태평양 좌우에 있는 두 지역의 경제적 연계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대미 수출을 앞선 지는 이미 몇 해 전이며 지금은 2배를 훌쩍 넘는다. 아세안(ASEAN)국가들의 지역별 수출비중 역시 작년을 고비로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앞질렀다. 미국 경기를 아시아에 전달하는 채널인 중국의 대미수출 비중 역시 지난 3년 사이에 크게 감소했다.

아시아 경기가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별개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세계경제가 정상을 되찾을수록, 그리고 중국이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을 강화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두 개의 눈으로 두 개의 사이클을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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