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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북의 대남 도발 계속된다"

  • 언론사
  • 저자조명철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
  • 게시일2010/04/26 00:00
  • 조회수3,348
필자는 올해 1월 19일자 중앙일보 시론을 통해 후계체제 이행 시기에는 북한이 강경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후계자는 자신의 영명함과 단호함을 보여주어야 하고, 기득권자들은 후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극단적 행위들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차원에서였다. 과거 ‘김정일 후계체제’ 시기에도 후계자의 과시적 욕망과 기득권자들의 과잉 충성에 의해 남북관계에서 수많은 충돌이 일어났었다.

여기에 더해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난도 북한의 극단적인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북한은 2000년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난을 경험하고 있다. 대외무역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북·중 무역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5% 이상 감소했다. 무기 수출로 인한 수입은 대량살상무기통제체제 강화로 인해 90% 이상 줄어들었다. 남북관계에서 창출되던 수익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도 급격히 감소했다.

그런데 북한의 외화 및 재정수요는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 후계체제 시기이므로 후계자가 기득권자들에게 정치적·물질적 혜택을 더 많이 주어야만 한다. 또 주민들의 배고픔도 면해주어야 한다. 지난해 8월부터 북한이 정상회담 제의 등 대남(對南) 유화에 나선 배경은 남측으로부터의 외화 확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보기에 남측의 반응은 차가웠다. 핵심인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는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지난 2월 중 “이명박 정권으로부터는 어떤 경제적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안의 활로를 중국에서 찾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강산 남측 재산 몰수의 배경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남측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지방정부나 관광회사 등과 협상을 벌이다 중국 측으로부터 ‘OK’ 사인이 나오자 남측 정부 및 현대아산과의 금강산 관광 계약 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중국자본 유치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국방위원회의 직접적인 명의로 나서는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유치의 담보로 자연자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북한경제의 대(對)중국 예속화를 크게 걱정하는 한국을 자극해 대북지원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만큼 북한의 경제상황이 위급하고, 후계체제 수립과정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의 최대의 정치적 과제인 후계체제 수립과정이 이렇게 장애를 겪는다면, 남한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반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특히 ‘삐라’ 살포 등 남한사회의 반북적인 정치적 행위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그들의 피해망상증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그동안 한국에 제공되었던 이권들을 중국에 준다. 안보적으로는 과거의 패배(2009년 11월 대청해전)를 만회하는 다양한 군사적 방안을 실현한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또 지난 9일 발표된 “핵무기를 더 늘리고 현대화할 것”이라는 북한 외무성 비망록도 핵무기 억지력 강화라는 점에서 마찬가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이 내심 간주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핵이나 미사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남한사회의 간절한 소원’일 수 있다. 바로 ‘없는 자’가 갖고 있는 무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자신들보다 압도적 우위를 가진 ‘남조선’을 주저앉힐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북한이 인식하고 있는 한 도발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의 탈을 벗어던진 북한은 경제협력의 창구로 중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제적 이권의 대폭적 양도를 통한 중국과의 경협이 성과를 낸다면 북한의 남한 무시정책은 노골화되고, 대남 강경책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대중국 외교력을 발휘해 북한의 이런 전략적 의도를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로 대두된다. 중국이 북한의 접근을 자신의 이권 확대를 위한 기회로 삼는다면 그것은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또 하나의 큰 도전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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