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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한국경제 '샌드위치 신세'라지만… 돌파구는 있다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10/03/26 00:00
  • 조회수4,161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고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들과 이미 지식기반 경제에 안착한 선진국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거지요. 여기서 자칫 잘못되면 앞으로 한국이 먹고사는 기반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있는 동북아시아의 지도를 보면 소위 샌드위치론이란 말이 더욱 실감나게 와 닿습니다. 우리나라의 동쪽에 있는 일본은 첨단산업으로 무장한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반면 서쪽의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경제규모와 산업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지요. 우리나라는 이 두 나라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첨단·지식 산업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 안에 일본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2008년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한 세계 1000대 기업 중에 일본기업은 무려 209개나 되는 반면 한국은 불과 21개뿐이지요. 결국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지식경제 기반이 너무 취약한 거죠. 한편 중국도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철강·전자·자동차·석유화학·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에서도 규모를 앞세워 우리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정말 진퇴양난으로 보입니다.

그럼 모든 나라가 샌드위치인데요?

그런데 이 샌드위치론에는 논리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샌드위치론(論)은 세계경제를 일종의 나라와 나라 간 달리기 경주로 간주합니다. 문제는 일등과 꼴찌를 제외하면, 세상 모든 나라가 중간에 끼인, 즉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딱히 한국만 샌드위치인 것이 아니라는 얘기죠. 하긴 이미 30년 전에도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중국이 아니라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추격을 염려했었죠. 한편 샌드위치론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해 주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다들 더 열심히 일하자는 말밖에 못한다는 것이죠.

중국의 수출 중심 세력은 외국기업

이제 한번 동북아를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중국은 2009년에 약 1조2000억달러를 수출해서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은 중국 혼자 힘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중국이 수출한 제품의 56%는 중국에 투자하여 공장을 세운 외국기업들이 만든 물건입니다. 즉 중국이 제1의 수출국이 되는 데 가장 큰 공헌(56%)을 한 것은 중국 기업이 아니라 외국기업들이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중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바로 같은 동북아지역에 위치한 한국·일본·대만입니다. 지금까지 중국 현지에 투자한 한국기업만 4만개가 넘습니다. 또한 이 동북아 3국은 중국이라는 공장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나 중간부품을 대량으로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 세 나라는 다들 중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요. 2009년 한국은 중국에 867억달러를 수출해 32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중국이 깔아준 큰 판 위에 한국·일본·대만기업들이 투자하고, 자기들이 만든 원자재와 부품을 들여다가 물건을 만들어 전세계로 수출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결국 중국 혼자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가 세계의 공장인 셈이지요.

국가간 협력하는 샌드위치 구조

다시 샌드위치론으로 돌아와 볼까요? 지금 동북아시아는 분명 하나의 거대한 샌드위치입니다. 그런데 그 샌드위치는 세계화·개방화시대의 샌드위치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전처럼 나라와 나라가 서로 추격하고, 잡히면 지고 마는 그러한 샌드위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라끼리 서로 분업하고 협력하는 샌드위치인 셈이죠.

지금 동북아에 자리한 세계의 공장에서는 중국의 빵, 대만의 햄, 한국의 치즈, 일본의 소스가 합쳐져서 맛있는 샌드위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샌드위치가 전세계로 팔려나가고 있지요. 당연히 각국이 재료를 따로따로 팔 때보다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지요. 옆의 나라가 빵과 소스를 더 잘 만들수록 이들의 종합체인 샌드위치는 더 잘 팔립니다. 이러한 점은 실제 통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92년부터 2008년 사이에 2.1%에서 8.9%로 네 배 넘게 증가했지요,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2.1%에서 2.7%로 함께 늘어났답니다. 바로 경쟁의 샌드위치가 아니라 협력의 샌드위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개방시대에 중요한 것은 차별화

이렇게 우리가 이웃과 함께 만들어 온 개방시대의 샌드위치를 이해하고 나면, 앞으로 한국이 뭘 해야 하는지도 좀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첫째, 이 샌드위치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다 함께 장벽을 낮추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제품을 수출하고 자본을 투자하는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바로 거래비용을 낮추어 분업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하나입니다. 마침 한중일 3국은 FTA 체결을 위해 업계, 정부, 학계가 머리를 맞대는 산관학 공동연구를 올해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둘째, 모두 다 잘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옆집 빵이 잘 팔리니까 우리도 한번 빵을 팔아보자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기왕에 우리가 만들고 있던 치즈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까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치즈를 잘 만들수록 옆집도 딴생각을 접고 빵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럼 모두 다 같이 점점 더 맛있고 비싼 명품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세계화 시대의 기업들은 다국적으로 활동합니다. 특히 요즘 기업들은 자기가 수행하는 부가가치 활동을 잘게 나누어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유리한 입지를 찾아 배치합니다.

즉 브랜드·연구개발·마케팅은 선진국에 자리 잡은 본부에서 하고, 원자재와 부품은 그걸 가장 잘 만드는 나라에서 조달하고, 최종 생산은 노동력과 토지가 가장 싼 지역에서 수행하는 것이지요. 이런 활동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Global Producti on Network, GPN) 활동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무역과 함께, 기업 내 무역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한 기업 안에서도 부가가치 활동에 따라 그걸 수행하는 지역이 다르니까 기업 안에서도 국경을 넘는 무역이 필요해진 것이지요. 실제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일어나는 무역의 많은 부분이 한국의 본사와 중국의 현지 한국법인 사이의 기업 내 무역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품이 여러 차례 국경을 넘나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각자 잘하는 것을 나누어 하는 분업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나라 사이에서도 교역을 통해 서로 잘 만드는 것을 교환하면 모두에게 더 이익입니다. 바로 이것이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로 이어지는 고전 경제학의 핵심적인 가르침입니다.

그 이론을 국가 차원이 아니라 기업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이 바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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