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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글로벌포커스] 한·중·일 대기업 각축의 교훈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연구위원
  • 게시일2010/03/23 00:00
  • 조회수3,616
한ㆍ중ㆍ일 대기업들 사이의 각축이 역동적이다. 중국 대기업들은 규모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2009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37개로 한국(14개)을 멀찌감치 떼어놓고 있다. 주요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맹추격 소식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많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일본을 앞서고 있다. 일본 9개 전자업체의 2009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500대 기업에 속한 중국 기업 37개 중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 기업은 사실상 하나도 없다. 대부분이 에너지, 교통, 통신, 해운, 전력, 금융 등 국가독점 분야에 속하는 국유기업들이다. 이름을 올린 몇몇 철강 및 자동차 업체들도 기본적으로 내수기업이다. 나라가 크다보니 매출이 클 뿐이다. 전형적인 외화내빈이다.

중국 대기업의 비극은 시장구조에서 출발한다. 중국은 일종의 완전경쟁 시장이다. 분야별로 많게는 수백 개, 적어도 수십 개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다 중국시장에 들어와 있다. 경쟁이 심하니 이윤이 작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장기 연구개발 투자를 수행할 여유가 없다. 당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품개발, 광고, 기술도입에 주력한다. 중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 기업이 나타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은 어떤가. 과연 우리 기업들이 일본을 따라잡고 있을까? 2009년 500대 기업에 속한 일본 기업은 68개다. 1995년에는 149개로 미국(151개)과 대등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쇠락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의 다섯 배에 달하는 저변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의 힘은 규모보다는 실력에 있다. 2007년 세계 연구개발 투자 상위 125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이 220개나 된다. 220개의 미래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1개, 중국은 7개다. 지식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에서 한국은 아직 멀리 뒤처진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답도 여기에 들어 있다. 일본의 실력과 저변을 보면서 우리 대기업의 저변을 지금보다 몇 배 더 키워야 한다. 1~2개 대기업의 성과에 자만할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대기업이 나와서 글로벌 경쟁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중견기업 육성정책도 그 일환이다.

그럼 대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는가? 중국의 상황이 교훈을 준다.

대기업의 육성은 세제혜택이나 금융지원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시장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경제학의 오랜 진리이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하자면 유능한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장기간 `폭리`를 취하고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대기업이 탄생한다.

문제는 우리의 시장구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거대기업의 독점력이 강화되고 중소기업의 협상력은 약해졌다. 사실상 수요 독점자인 대기업에서 도급을 받고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기술과 원가를 다 공개하는 상황에서는 폭리는커녕 생존을 위한 이윤도 확보하기 어렵다.

대기업으로 가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한들 그 혜택은 결과적으로 단가 인하를 통해 대기업으로 이전된다.

따라서 대기업을 더 많이 키우려면 시장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안으로 공정거래질서의 획기적 강화로, 밖으로는 중소기업의 국제화 지원을 통해 가능하다.

가령 도급ㆍ납품 과정의 불공정한 관행을 실제로 차단할 수 있을 정도의 징벌적인 배상을 도입할 수 있다. 또 국제화를 통해 중소기업이 해외 고객을 찾을 수 있을 때 성장의 기반이 확대되고 국내 협상력도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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