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아시아판 IMF' CMI가 곧 출범한다는데…

  • 언론사
  • 저자성한경 부연구위원
  • 게시일2010/03/19 00:00
  • 조회수3,799
◆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오는 24일부터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CMI란 한·중·일 3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외환부족 등 위기에 처할 경우, 각국이 외환을 서로 빌려주는 형식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동아시아 금융협력체계입니다. CMI에 대한 논의는 2000년부터 지속돼 왔고, 작년 5월에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후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작년 말에 CMI 출범이 공식화되었습니다.분담금이 의사결정 발언권 결정CMI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각국이 구제금융을 위한 분담금을 얼마만큼 지불하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각 회원국이 분담금을 많이 지불하는 것으로 약속하면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커지므로 사실 회원국 입장에서는 분담금 액수가 커질수록 부담이 가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은 서로 더 많은 분담금을 내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부담이 커지는데 어째서 더 많은 분담금을 내겠다고 하는 걸까요.그 이유는 분담금이 커질수록 CMI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큰 지분, 즉 투표권(voting power)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외환보유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입장에서 구제금융을 위한 분담금을 조금 더 내는 것이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겠지요. 아무튼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전체 분담금 가운데 16%를 책임지고, 중국과 일본이 각각 32%, 그리고 아세안 10개국이 20%를 분담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습니다. 투표권은 분담금 비율과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에 대한 배려를 고려해서 한국이 14.8%, 중국·일본·아세안(10개국)이 각각 28.4%만큼 갖는 것으로 합의되었지요.

제안·거부권이 의사결정에서 중요그러면, 세 번째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 우리나라가 CMI 내 의사결정과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그 권한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요. CMI 내 의사결정체계와 집단 내 의사결정에 관한 기존 정치경제학 및 공공경제학의 연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과거 경제학자들은 특정 구성원의 투표권이 클수록 그 구성원이 집단 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제이론이나 실험경제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단 내 의사결정과정에 구성원의 영향력은 구성원이 가진 투표권의 크기보다는 집단 내에서 의제를 제안할 수 있는 권한(제안권·proposal power)이나 제시된 의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거부권·veto power)이 주어지느냐의 여부에 더 크게 의존한다고 합니다. 즉, CMI 회원국 중 어느 국가가 의제에 대한 제안권과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그 국가가 CMI 내 의사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국가가 거부권을 가지면 그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의제가 CMI 내에서 결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제안권을 가진다면, 그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제가 CMI 내에서 논의되도록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쉽게 이해되겠지요.제안권이 거부권보다 효과적최근 실험경제학의 연구결과는 제안권이 거부권보다 더 매력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국가의 불이익을 막을 뿐 국익을 창출해 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안권을 가진 국가는 국익에 부합하는 의제를 제안하여 CMI 내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그러면 현재 CMI 내에서는 어떤 회원국이 거부권이나 제안권을 가지고 있을까요. CMI 체계에서 회원국의 추가가입과 같은 의제는 모든 회원국들이 동의해야만 통과될 수 있고, 구제금융지원 및 연장과 같은 의제들은 전체 투표권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만 통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MI 회원국 추가가입의 경우에는 모든 회원국들이 약속한 분담금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구제금융지원 및 연장에 관한 의제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도 전체 투표권의 3분의 1 이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결국 CMI에서 제기되는 모든 의제들에 대해 우리나라가 가진 거부권은 중국이나 일본과 실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요.그럼 의제 제안권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집단의사결정체계 내에서 의제 제안은 의장역할을 맡은 구성원에게 주어집니다. CMI에서는 매년 한·중·일 가운데 어느 한 국가와 아세안 10개국 중 한 국가가 공동의장국으로 선정됩니다. 즉, 한·중·일이 3년에 한 번 공동의장국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한·중·일 3국의 제안권은 상호 동등하다고 할 수 있지요. 결국 CMI 체계를 분석해 보면 한국의 영향력이 한국보다 많은 분담금을 약속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한국, 올해 초대 공동의장국 맡아그렇다면, 주어진 CMI 체계 내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모든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한 회원국 가입과 같은 중요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우리의 이해관계에 맞게 적절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동의장국 역할을 수행할 때 의제의 제안자로서 우리나라의 국익에 부합할 수 있는 의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제시하여 관철시키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CMI 체계의 초대 공동의장국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실험경제학(Experimental Economics)실험경제학은 경제학 이론이나 현실세계에 나타난 경제 현상들을 통제된 상황하에서 실험을 통해 검증해 보고 나아가 이론과 실제 경제 현상의 차이점을 설명하고자 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입니다.1930년대 미국 경제학자 서스톤(Thurstone)이 실험경제학 연구를 시작할 때는 실험실에서 실험 참가자들의 상품 선호도를 분석해, 경제이론이 실제 생활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지요.이후 실험경제학은 게임이론·산업조직론·경매이론·공공경제학·정치경제학·금융 등으로 그 응용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실험경제학은 최근 넛지(Nudge)라는 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소비자들이 반드시 자로 잰 듯한 합리적 판단으로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심리적 요인 등 외부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최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실제 정책을 집행하기 전에 과연 정책이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연구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지요.실험경제학은 이론과 경제현상의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유용한 학문으로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검증하고 싶은 경제이론이나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실험디자인이 잘 되었느냐, 과연 실험참여자들이 다른 경제주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첨부파일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