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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글로벌포커스] G20와 중국의 실용주의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연구위원
  • 게시일2010/02/16 00:00
  • 조회수3,270
G20가 G8를 대체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선진국과 대등하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질서 재편을 논의한다는 점이 G20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의외인 것은 그동안 G8와 G20에 참석한 정상들을 통틀어 후진타오 중국 주석 참석 횟수가 벌써 아홉 차례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 15번 참석한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다음이다. 이미 중국은 2003년 6월 프랑스 회담 이후 매년 G8 정상회담에 초청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진국들로 구성된 G8는 중국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장이었다. 위안화 절상 요구 등 선진국들이 중국에 집단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통로가 되기 일쑤였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G8 중 일곱 나라가 1900년 의화단의 난을 계기로 베이징을 점령하고 위안밍위안(圓明園)과 이허위안을 약탈했던 8국연합군(八國聯軍) 일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역시 불러주니 가긴 가지만, 굳이 "끼워주길 원하지도 않으며, 불필요한 책임을 감내할 생각도 없다"는 태도였다.

G20라는 새로운 장은 중국의 이러한 불편함을 일거에 해소해 주었다. 중국으로선 처음으로 전 세계 경제질서를 논의하는 장에서 자국 경제력에 상응하는 발언권을 확보했다. 선진국발 경제위기를 논의하는 장이니만큼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들이 목소리를 높일 명분도 충분하다. 이슈에 따라서는 중국을 지지할 우군도 찾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는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목도한 중국은 10년 가까이 대내외 압력에도 아랑곳없이 인민폐 절상을 지연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쌓아왔다. 금융ㆍ외환 위험에 대한 내성을 키워온 것이다. 지금 국면은 그 심려원모(深慮遠謀)가 거둔 보상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기존 세계 경제질서에 도전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지난 30년간 고도 성장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제공한 안정적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중국이 G2라는 호칭에 민감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분간 기존 세계 경제질서에 도전할 의사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G20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훨씬 실용적이다. 즉 첫째, IMF 세계은행 등에서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발언권을 확보하고 둘째, 중국식 경제 발전에 대해 자율성과 특수성을 인정받고 셋째, 수출형 제조업 대국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를 저지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G20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누누이 강조한 바다. 섣불리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기보다는 G20를 이용해 중국 경제 안정과 성장에 유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하자는 전략이다. 때로 달러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극빈개도국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 특유의 전략적 수사(修辭)에 가깝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G20는 지난 20년간을 지배했던 세계화 시대를 마감하고 세계화 이후 시대를 그리는 첫걸음이다. 동시에 그것은 미국과 중국, 즉 G2가 벌이는 경쟁, 타협,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장이다.

다행히 한국도 그 안에 당당히 자리를 마련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가교로서 한국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도 쉽지도 않다. 특히 한국은 미ㆍ중 양국과 긴밀한 경제적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만큼 그 합종연횡에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모두와 소원해진다.

급선무는 글로벌 성장, 금융통화질서, 무역질서, 환경ㆍ에너지ㆍ기후ㆍ발전 등 이슈에 대해 신흥 선진국으로서 한국 견해를 먼저 분명히 정립하고 표명하는 것이다. 이에 기반해 공정한 중재(honest broker)에 임할 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중재의 효율성도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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