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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요?

  • 언론사
  • 저자정지선 전문연구원
  • 게시일2009/12/18 00:00
  • 조회수4,928
다국적 통신회사인 에릭슨은 아프리카 가나의 농촌 마을에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무상으로 설치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유엔이 가난한 아프리카 농촌 마을의 교육·보건·인프라 개발을 위해 200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의 일환이지요. 과거 이 지역에는 학교와 보건소가 부족하고 도로 사정이 열악했습니다. 농사를 해도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기가 힘들었지요.

그러나 이제 이 마을 학생들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공부하고, 농민들은 휴대전화로 곡물가격과 날씨에 대한 정보를 받습니다. 간호사와 앰뷸런스 운전기사에게 휴대전화와 태양광 충전기를 지급해 24시간 긴급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 민간기업이 왜 국제개발협력에 나서나요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민간부문의 자본·기술·지식을 국제개발협력에 연계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노동자와 지역사회, 사회 전반과의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와 개발의 목적을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을 말합니다. 흔히 국제개발협력은 기업이 아닌 정부가 우리보다 어려운 개도국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목적에서 국제개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제공한다면, 기업은 투자·무역 등의 활동을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확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CSR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90년대입니다. 당시에 유명 다국적 기업이 개도국의 환경 파괴, 노동력 착취와 인권 침해 같은 사건에 많이 연루되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영국계 석유재벌인 쉘입니다. 1990년대 중반 쉘은 북해에 원유 시추시설을 폐기하려다 반발을 샀고, 나이지리아에서는 당시 군부와 공조해 원주민을 탄압하고 환경오염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리바이스, 갭, 나이키 같은 기업들은 현지 하청공장이 개도국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을 묵인하여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90년대 말에 들어서며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개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도 한 원인입니다. 과거엔 GDP 성장이 궁극적인 경제개발의 목표였습니다. 국가 경제의 전체적인 발전이 개개인의 삶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본 것이지요.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GDP가 늘어난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교육·보건·영양 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은 2000년 인권·노동권·환경·반부패 등 4대 부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원하는 글로벌콤팩트(Global Compact)라는 이름의 기업 간 협의체를 창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130여개국 6700곳 이상의 기업·공공기관·시민단체 등이 가입해 있고 2007년에는 UNGC 한국협회도 설립되어서 국내 162개 기업·금융기관이 가입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회원 수는 중국·멕시코 등보다도 적은 숫자지요.

◆ 개도국도 돕고 사업기회도 창출하고

과거 CSR은 주로 아동고용, 인권침해, 환경파괴와 같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CSR 활동을 통해 핵심 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빈곤 퇴치에 기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요.

방글라데시에는 다국적 식품회사인 다농과 빈곤층에 대한 소액대출로 유명한 그라민 은행이 공동 투자한 그라민-다농식품이 있습니다. 이 회사 덕분에 만성적인 영양부족으로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은 영양이 풍부한 요구르트를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 어린이의 영양 개선을, 다농은 사회적 책임의 목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현재 계획대로 현지에 50여개의 요구르트 공장이 설립되면 지역주민 일거리 창출에도 한몫을 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핵심 분야에서의 강점을 활용하여 개도국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신흥시장의 잠재고객에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심어주어 잠재적인 미래고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CSR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도 받습니다. 독일·덴마크·영국에는 CSR 활동을 통해 개도국 민간부문을 강화하는 다양한 민관파트너십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덴마크 원조청은 아프리카 비즈니스 투자유치를 위한 웹포털 사이트를 구축해, 자국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현지 파트너 선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아프리카 중소기업은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고 덴마크 기업은 초기 투자와 정보수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는 내년 1월 1일부터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이 됩니다.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에 대해 국제사회의 기대가 큽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개도국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대부분의 활동은 주로 국내에 국한되어 있고 핵심 분야에 대한 전략적 연계성도 부족합니다. 기업의 활동은 글로벌화되고 있지만 기업의 CSR 활동은 아직 글로벌화되지 못한 것이지요. 조금만 눈을 바깥으로 돌려보면 우리 기업의 강점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데 이제 기업도 한몫을 해야 할 시점이지요.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도 물론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요즘 기업들은 자기 회사의 상품만 선전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부각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CSR은 기업윤리경영, 사회공헌, 상생경영, 지속가능경영 등의 개념을 모두 포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 쪽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미국 쪽에서는 윤리적 경영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거의 유사한 개념입니다. OECD에서는 사회적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과 경제 측면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사회적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기업책임(Corporate Responsibil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유엔은 빈곤퇴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가지 민관 파트너십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기업 핵심 영역에서의 협력과 투자를 통해 개도국 내 고용을 창출하고 민간부문을 활성화하는 것이지요. 개도국 내 하청업체가 노동, 환경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윤리 경영과 개도국 사람들의 수요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지요.

두 번째는 사회적 투자와 지원입니다.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자본, 물품,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는 경우지요. 주로 유엔, NGO 등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됩니다. 세 번째 방법은 적극적인 홍보활동 등을 통해 빈곤, 부패, 기후변화, 보건, 교육 등의 분야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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