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기고]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이...

  • 언론사
  • 저자채 욱 원장
  • 게시일2009/11/18 00:00
  • 조회수3,86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에 이어 18∼19일 한국을 방문한다.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19일에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협정문은 지난 2007년 6월 양국 정부에 의해 공식 서명된 후 2년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외의 민감한 현안에 밀려 아직 의회 상정도 안된 상황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의 일부 산업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는 전반적으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커다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모범적이고 균형된 무역협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그의 경제적 혜택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기보다는 최근 급변하는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한·미 FTA가 갖는 의미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세계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는 중에도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 지역의 정치·경제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 지역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끝없이 치솟고 있으며 50여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다. 한국 역시 동북아 위주의 외교 틀에서 벗어나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외교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하는 한편, 인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외교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소위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천해 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내에 불고 있는 희망과 변혁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쇠퇴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미 간에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관계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용어가 갖는 의미를 수사적으로 해석하려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지극히 기초적이고 상징적인 양자관계를 나타내는 한·미 FTA에 대한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양자간에 국한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자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북핵 문제 해결에 양국이 신뢰를 갖고 협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미 FTA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의 정책 의지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동시에 그의 효과적 활용을 통해 미국이 아시아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의 근거로 제기되고 있는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 문제는 결국 미국이 양국간 무역을 전체적 시각이 아닌 부분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한·미 FTA 협상 결과는 개별 이슈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분석을 토대로 합의된 포괄적 패키지로서 협상과정에서도 이미 상당한 검증을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나의 산업분야에 대해, 그것도 기존의 편향된 수출입 통계에 기초한 불균형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세계 최강국의 위치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미국의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미 FTA를 조속히 발효시키고 서비스 분야를 포괄하는 자유무역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추가적 논의를 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이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미국의 위상에도 걸맞다. 한·미 FTA의 의회비준이 실패할 경우 미국은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지역 순방을 계기로 미국 경제단체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일정이다. 내년 11월 미 하원 중간선거 등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내년 초까지 비준이 완료되지 않으면 한·미 FTA는 또 한 번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할 경우 한·미 FTA는 그 효과나 의의를 모두 상실할 수 있다. 한·미 양국 모두에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외교적 실익을 안겨줄 수 있는 한·미 FTA가 조기에 비준될 수 있도록 오바마 대통령이 훌륭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해 본다.
첨부파일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