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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리스본 조약 발효후 '정치 거인' EU는 어떻게 변할까요?

  • 언론사
  • 저자강유덕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11/13 00:00
  • 조회수4,433

2003년 3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 작전이 시작됩니다. 이라크를 침공하는 데 독일과 프랑스는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영국을 비롯한 스페인, 이탈리아는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두고 있던 동유럽 국가들 또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유럽 각국은 크게 분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EU라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외교정책을 조율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중동평화 문제와 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지요.

유럽 각국이 보다 일관성 있는 태도로 후세인 정권에 대한 압박의 목소리를 내는 한편, 중재자로 나섰다면 이라크 사태는 오늘날과는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요? 이는 대외정책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있어서 EU 회원국들 간의 공조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였습니다.

리스본 조약은 왜 만들어졌나요

오늘날 EU의 운영을 규율하는 EU 법규들은 1992년에 제정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EU 권한의 확대와 신규 회원국의 가입이 예상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됐지요.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EU의 확대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유럽통합의 틀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기존 조약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조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2003년 7월 유럽헌법조약이 마련되었지요. 일반적으로 헌법이란 국가의 구성과 운영원칙을 규정하는 틀이지요. EU에 있어서도 헌법조약은 기존의 EU 조약들을 하나로 통일하여 EU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통일된 틀을 제시해 주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조약은 일부 국가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유럽헌법조약에 담겨 있는 헌법적(constitutional)인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유럽인들은 EU가 지나치게 초(超)국가적으로 발전해 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합니다. 결국 헌법조약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에서 비준이 거부됐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프랑스 대선 후보였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헌법조약에서 헌법적 요소를 뺀 후 축소된 조약으로 재편성할 것을 제안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정리된 조약은 2007년 12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모인 유럽정상들에 의해 공식 서명되고, 도시의 이름을 따서 리스본 조약이라 명명됩니다.

리스본 조약이 공식적으로 발효되기 위해서는 EU 27개국 전체의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26개 회원국에서는 국회동의만으로도 비준이 결정되었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 헌법 규정에 따라 국민투표를 거쳐야 했습니다. 2008년 6월에 있었던 1차 국민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들이 리스본 조약을 부결시킴으로써 리스본 조약은 또 한 번의 질곡을 거쳐야 했습니다. 결국 지난 10월의 2차 국민투표를 거친 끝에 비준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또한 체코에서는 조약비준에 대해 형식상의 서명권을 가지고 있는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조약 비준을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11월 3일 리스본 조약의 비준안에 서명을 함으로써 리스본 조약은 EU 27개국에서의 비준을 마쳤습니다.

리스본 조약의 내용

그렇다면 리스본 조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리스본 조약의 근본 취지는 EU의 정치적 통합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화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EU 회원국이 6개월씩 번갈아 가면서 맡는 순회의장국 시스템이었습니다. 지난 7월에 우리 대통령은 EU의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을 방문하여 스웨덴 총리와 한·EU 정상회담을 가졌던 적이 있지요. 앞으로는 임기 2년 6개월의 상임의장직이 신설됩니다. 재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5년까지 할 수 있습니다. EU를 대표할 대통령이 생기는 셈이지요.

또한 큰 변화 중 하나는 외무부 장관직에 해당하는 5년 임기의 외교안보고위대표 직책이 신설되어 EU 차원의 외교정책을 조율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외교정책은 각 회원국의 배타적 영역에 속하지만, 리스본 조약은 회원국들이 외교현안에 대해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에 보다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27개국의 만장일치 대신에 EU 전체인구의 65% 이상,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이중다수결 제도를 많은 부분에 도입하게 됩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유럽의회의 권한이 한층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유럽 각 기관 중 유럽의회는 직접선거에 의해 구성되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EU의 민주성이 강화되는 셈입니다.

유럽의 부상 가능성과 의의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둘러싼 EU 회원국들의 입장과 정책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일관성 있고 빨랐습니다. 경제위기가 확산되어 가던 작년 10월 유럽 각국은 순회 의장국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권 공동대책을 내놓았습니다. 11월에는 유럽경제부흥계획을 수립하여 신속한 경기부양책과 금융안정책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G8(주요 8개국) 및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경제위기 책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금융규제강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그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리스본 조약의 발효는 EU의 역내시장 통합을 보다 공고화하는 한편, EU의 정치적 통합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EU의 부상은 한·EU FTA의 발효를 통해 EU와 보다 밀접한 협력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EU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EU집행委의 역할

한·EU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의 협상상대자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통상총국입니다. 왜 EU 회원국들(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한국과 직접 협상을 하지 않고 집행위원회를 통해서 할까요? 이는 통상관련 정책에 있어서 집행위원회가 개별 회원국으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EU의 공동통상정책은 집행위원회가 EU 전체를 대표하여 FTA와 같은 통상협상을 담당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행위원회는 FTA 협상을 개시할 때 회원국의 장관들로 구성된 EU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EU이사회는 산하기관인 133조 위원회를 통해 FTA협상의 진전 과정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게 됩니다. FTA가 타결된 후에도 EU이사회의 최종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가(假)서명된 한·EU FTA는 EU이사회의 승인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또한 리스본 조약에 따라 FTA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유럽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EU는 WTO 체제에서는 유럽공동체(EC)라는 관세동맹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제3국에 대하여 공동관세를 부과하는 공동통상정책을 펴고 있다는 성격이 강조되는 것이죠. 이는 EU가 제3국과 체결하는 FTA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에 가서명이 이루어진 한·EU FTA는 EU가 공동통상정책의 일환으로 한국과 체결하는 것이며, 여기에서도 EU측은 협정문에 EC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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