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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FTA로 피해입는 사람, 국가는 왜 도와야 하나?

  • 언론사
  • 저자김정곤 전문연구원
  • 게시일2009/10/30 00:00
  • 조회수3,951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우리나라는 그동안 항상 수출 증대를 강조해 왔습니다. 시장을 여는 것은 우리 수출기업에 유리하고, 또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해 왔지요. 물론 자유무역의 확대가 우리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해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대편의 시장을 열려면 우리 시장도 열어야 합니다.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피해는 항상 존재하지요. 이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피해를 입은 기업과 근로자들을 지원해서 다시 살 길을 찾아주는 것이 오늘날 정부의 임무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지요.

◆ 무역조정지원제도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확대됨에 따라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 4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FTA 체결로 인해 발생한 기업과 근로자의 피해를 보전해 주고, 실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피해를 입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업종전환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는 왜 필요한 것일까요?

시장을 개방하는 목적은 개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국가 전체의 부(富)를 증대시키는 데 있습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노동력과 자본 같은 자원들을 미래 발전가능성이 높고, 삶의 편익을 보다 늘리는 분야에 쓴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바늘 수입을 금지하고, 바늘을 전적으로 자급자족하는 나라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정부에서 갑자기 바늘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외국의 값싼 수입 바늘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남아 있던 많은 바늘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대신 바늘 생산에 들어가던 노동과 자본이 그 보다 수익성 높은 자전거 공장으로 이전하게 되었으며, 또한 외국으로부터 바늘을 수입하는 무역회사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같은 노동력과 자본을 투입해서 얻는 국가 전체의 수익(부가가치)은 늘어나게 되고 국가 전체의 부는 증가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죠. 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대개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진 사양산업에 집중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의류제조업은 일반적으로 사양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첨단 기능과 패션이 들어가는 섬유나 의류산업은 예외일 수 있겠지요. 사양산업은 보통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있어서 기술이나 자본보다는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개별 기업의 규모도 영세한 경우가 많지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해 운영되는 소규모 바늘공장이 시장개방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과 바늘공장 기업주는 각자 새로운 직장과 사업을 찾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직한 근로자들이 다시 취업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다른 직종에 취업한다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들여 해당분야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장 버는 돈이 없어서 금전적으로 쪼들리겠지요. 바늘공장 경영주 역시 당장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자금의 여유가 없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고 전문가의 자문도 듣고, 해당 분야 시장조사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겉보기에 얼마 되지 않은 규모의 피해라고 해도 해당 저임금 근로자나 영세 기업주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 사회안전망 차원의 지원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한계효용이란 어떤 재화를 한 단위 추가적으로 소비할 때 발생하는 효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한계효용은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월수입이 1000만원인 A라는 사람과 월수입이 100만원인 B의 경우를 비교해봅시다. C가 A, B 모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해주면 주당 1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과연 누가 이 제안의 가치를 더욱 크게 생각할까요? B는 주당 5만원이면 한 달에 40만원이 되어 자기 월수입의 40%에 해당하는 소득이기 때문에 관심을 크게 가질 것입니다. 반면, A입장에서 보면 주당 10만원(월 40만원)은 자기 월수입 1000만원의 4%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그다지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의식주와 여가생활에 충분한 수입을 벌고 있는 A의 경우 주 10만원을 위해 힘들여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별로 없겠지요.

이러한 논리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임금 100만원을 받는 B는 일하던 공장이 문을 닫으면 당장 100만원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치명적인 영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영세 기업주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요. 그러한 피해로 인해 이들이 회생할 수 없는 타격을 입고 사회의 주변부로 전락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사회적 불평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를 입은 근로자나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차원의 지원이 제공될 필요가 있는 것이고, 무역조정지원제도는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해 근로자는 재취업에 필요한 교육비용과 실업급여를 받게 되고, 경영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경영 및 기술 상담을 받거나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습니다.

◆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지원 필요

개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얼마나, 어디까지 지원하느냐는 문제는 개인과 국가의 책임의 정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지원금에 안주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지원이 과도할 경우 기업이나 근로자가 지원에 의지하여 사업전환이나 재취업을 할 경제적 유인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경제적 유인 (economic incentive)

유인(誘引)은 무엇인가를 더욱 열심히 하도록 격려하는 보상체계를 의미합니다. 사람들의 행동은 대개 어떤 종류의 유인에 반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요. 부모가 아이에게 80점 이상을 맞아오면 전자게임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하죠. 이 경우 부모가 전자게임기를 사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격려하는 유인을 제공한 것입니다. 아이가 이 약속을 듣고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아이는 유인에 반응한 것입니다.

경제적인 유인은 비용과 이익의 관점에서 본 유인의 일종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비용보다 이익이 크면 적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고, 비용이 더 크다면 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제3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책은 경제적 유인을 충분히 고려해서 수립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은 그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유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앞의 무역구제지원의 예에서 만약 정부가 상당히 많은 금액을 평생 동안 지원한다면 실직자는 다시 취업을 하는 대신 차라리 그 돈으로 먹고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실직자에 대한 지원은 소득을 보전해주고 재취업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인데, 오히려 실직 상태에 계속 있도록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정책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합리적인 수준의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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