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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한국 선택은 … “중국 못 이기면 그 성장에 합류하라”

  • 언론사
  • 저자양평섭 베이징사무소장
  • 게시일2009/09/29 00:00
  • 조회수4,249

完<완전할 완> 중국을 단순 조립단지로 보는 건 잘못된 시각이다. 중국은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자국 내에서 해결하려는 완결형 공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기술 매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국 주도의 시장 통합에도 적극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에서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게 2003년 초였다. 공장 가동 초기부터 생산했던 쏘나타는 아직도 베이징현대(北京現代)의 주종 모델이다. 그러나 바뀐 게 하나 있다. 생산방식이다. 2003년만 하더라도 베이징 순이(順義)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 부품 중 중국 내 조달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품은 한국에서 가져와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전체 부품 중 91%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현대의 사례는 최근 중국 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통합(統合)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변화의 과정은 이렇다. 기존 중국 산업은 분절(分節)된 구조였다.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부품은 주로 일본·한국·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중국에서는 조립만 담당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임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산업구조였다.

그러나 중국 부품업체들이 서서히 기술력을 갖추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제 부품도 내 나라 안에서 만들어야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체제 등장 이후 추진된 자주창신(自主創新·독자 기술개발) 전략이 그래서 나왔다. 부품기술 개발을 독려해 모든 생산공정을 자국 내에서 맡겠다는 풀셋(Full-set·완비된) 공업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자국의 힘으로는 안 되는 기술이 있다면 아예 관련 외국기업을 사들인다. 부품이 대륙에서 조달되면, 그게 바로 중국기술이라는 게 중국의 논리다.

사례는 많다. 쿤산(昆山)·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 등 상하이 일대는 전 세계 노트북 컴퓨터의 80%를 생산하는 노트북 클러스터다. 삼성전자 쑤저우 노트북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황해진 상무는 “약 2000개에 달하는 노트북 부품 중 약 70%를 주변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컴퓨터 관련 부품업체들은 이제 상하이로 넘어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조립에서 시작된 중국 컴퓨터산업이 이제 고부가 부품을 생산하는 체제로까지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생산뿐 아니다. 시장 역시 통합의 흐름을 타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자유무역협정(FTA) 릴레이가 이를 보여준다. 6월 말 현재 전 세계에 걸쳐 발효된 FTA 232건 중 32%(74건)가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졌다. 특히 아시아 FTA의 53건은 2000년 이후에 체결됐다. 그 한가운데에 중국이 있다.

FTA에 관한 한 중국은 필사적이다. 주변국과의 FTA를 통해 역내 정치·경제적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한·중·일 FTA, 더 나아가 동남아국가를 포괄하는 동아시아 FTA에도 적극적이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내년 전면적인 FTA협정 발효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홍콩·마카오에 이어 대만에까지 FTA로 묶는다면 화교권 국가를 잇는 범중화권 경제권이 출범할 수도 있다. 이 통합의 흐름에서 소외된다면 세계경제의 핵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우리가 설 땅은 넓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중 간에 논의되고 있는 FTA를 보다 전향적인 입장에서 검토할 이유다.

베이징현대자동차는 올 들어 8월 말 현재까지 35만1000대의 자동차를 판매, 시장점유율 7.2%를 기록했다. 브랜드별 순위 4위다.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불경기에 거둔 실적이기에 더욱 빛나는 성과다. 이 회사 노재만 사장은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생산과 시장의 대통합이라는 중국 경제의 흐름에 한 발 앞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찍이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그 성장에 합류하라고 했다. 오늘 한국 경제는 중국의 성장에 합류할 것이냐, 아니면 외톨이가 될 것이냐의 분기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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