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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중앙은행들은 통화량을 어떻게 조절할까요?

  • 언론사
  • 저자허인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9/25 00:00
  • 조회수6,656
믿음이라고 하면 종교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제를 움직이는 힘도 일반 사람들의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화폐지요.

중앙은행의 역할

화폐와 믿음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과거의 화폐는 대개 금이나 은이었죠. 그땐 화폐 스스로가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액면가가 높은 화폐라도 스스로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종이로 만들어집니다. 그럼에도 각국은 그런 가치를 따지지 않고 화폐를 발행합니다. 그럼 그 가치는 누가 보장할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믿음입니다. 비록 종이에 불과하고 원료로 따지면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 서로가 1만원권 지폐는 1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거래를 하는 겁니다. 미국 달러화를 자세히 보면 In God We Trust(우리는 신을 믿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기원은 종교적인 이유지만, 우리가 화폐의 가치를 믿고 거래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믿음을 근거로 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이 바로 각국의 중앙은행,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전체에 존재하는 화폐를 통화량이라는 이름으로 집계하고 있지요. 통화량은 너무 넘쳐도 모자라서도 안 됩니다. 경제 규모에 따라서 적절해야 하죠.

통화량은 어떻게 조절되나요

한 나라의 경제규모에 맞는 통화량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요?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물가안정, 한국은행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이렇듯이 물가 안정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에서 통화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 생산물이 많아지지요. 늘어난 생산물을 거래하려면 더 많은 통화량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산량 증가보다 통화량의 증가가 빠르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 생산물에 배정되는 통화의 양이 커지게 되겠지요. 바로 그것이 물가 상승입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통화량을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통화량이 적절히 늘어나지 않으면 화폐가 귀해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화폐를 시장에 잘 내어놓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죠. 결국엔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상응한 통화량 증가가 필요합니다.

한국은행은 통화량을 어떻게 조정할까요. 대개는 이자율로 통화량을 조정하는데,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이자율을 기준금리라고 부릅니다.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본원통화)뿐 아니라 신용 창출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도 생겨나게 됩니다. 신용이 창출되는 과정을 볼까요. 보통 우리는 돈을 은행에 예금합니다. 은행은 우리의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 주죠. 그렇게 되면 대출된 돈이 투자되거나 소비되어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 사람이 또 은행에 예금을 하게 되겠지요. 그런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처음에 돈의 양이 10이었다고 할 때, 예금된 양은 10보다 훨씬 많아지게 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이 신용 창출입니다. 신용창출이 얼마나 이뤄질지 결정하는 변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이자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자율이 높아진다면 대출을 받을 사람이 줄어들게 되고, 신용 창출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통화량 조절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신용 창출액을 조절하는 겁니다. 예컨대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돈을 줄일 경우를 볼까요? 가장 먼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리를 높이면 됩니다. 은행들끼리 초단기로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적용되는 금리를 콜금리라고 부릅니다. 그건데 콜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도 이자가 비싼 돈으로 장사를 해야 하니, 대출금리를 높이겠죠.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돈을 덜 빌려 쓰게 되니, 신용창출액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통화량이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결정을 통해 콜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7일짜리 RP(환매조건부채권)물 금리입니다. 쉽게 말해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잡히고 7일 동안 빌릴 수 있는 자금의 금리이지요.

시중은행들은 단기자금이 필요할 때, 다른 은행에서 빌리는 콜금리가 한국은행에서 빌리는 기준금리보다 높으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리겠죠. 따라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해 놓으면, 콜금리는 기준금리 부근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결정함으로써 한국은행은 은행들 간의 콜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2%까지 인하했습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겠다는 의도였지요. 위 기사는 그동안 낮았던 기준금리를 다시 높이느냐, 언제 높이느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왜 이런 논쟁이 벌어질까요.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 말고도 성장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경기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금리 상승은 투자 및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물가와 성장만큼 중요하진 않지만, 부동산과 같은 자산가격의 변동도 금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부동산 값이 지나치게 뛰면 기업 투자와 같은 생산적인 곳으로 돈이 돌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위 기사에서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언급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고 하네요.

결국 적절한 기준금리 설정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킴은 물론 성장도 지속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뛰는 것도 차단해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논쟁으로 볼 수 있겠지요.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기회비용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결정할 수 있는 과정을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이란 경제학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대신 포기해야 하는 가치를 뜻하죠.

여러분도 알게 모르게 기회비용을 따져서 각자의 기준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을 텐데요. 예컨대 1만원으로 책을 살지,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를 살지를 고민합니다. 책을 사면 부모님의 칭찬과 책을 읽을 때의 정서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지만, 신나게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포기해야 하죠. 이 경우 책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의 기회비용은 신나는 게임이 됩니다. 반대의 경우 컴퓨터 게임의 흥분에 대한 기회비용은 부모님의 칭찬과 책에서 얻는 지식 등이겠죠.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으려 하죠. 은행이 예금을 쌓아둔 것을 대출할 경우, 대출이 아닌 다른 데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감안해, 대출이 유리한 경우에 대출을 하겠지요. 대출이 아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기회비용)보다 대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더 클 때 대출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오는 조달비용이 높아지게 되지요. 이 경우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을 해 주는 것보다, 은행으로선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돈으로 대출이 아닌 다른 투자를 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대출에 의한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뜻이죠. 기회비용이 커지면 자연히 은행의 대출이 줄어들게 되고, 경제 전체적으론 신용 창출액이 줄어들어, 결국 통화량도 줄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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