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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경제에서 거품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 언론사
  • 저자이동은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9/18 00:00
  • 조회수5,202
부동산 시장에 버블(bubble·거품)이 있다 없다, 혹은 거품이 생기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등의 말이 요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몇 년 전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7개 지역을 버블 세븐이라고 묶어 부르기도 했지요. 그럼 경제에서 거품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 버블의 원리

일반적으로 어떤 자산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보다 시장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된 경우에 그 차이를 버블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달걀을 낳는 암탉 한 마리가 있다고 해 볼까요. 암탉의 내재가치는 그 암탉이 평생 낳을 달걀과 닭고기의 가치에서 닭에게 주는 사료 값을 뺀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암탉을 팔 때, 이 내재가치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면 거품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시장에 이 암탉이 앞으로 황금알을 낳을 거라는 헛소문이 돈다고 가정합시다. 그 소문을 들은 A라는 사람이 이 암탉을 내재가치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삽니다. B라는 사람이 처음에는 황금알을 낳을 거란 소문을 반신반의하다가, 실제로 높은 가격에 암탉이 팔리는 걸 보고 A로부터 내재가치보다 세 배 더 높은 가격에 이 암탉을 삽니다. 이런 식으로 암탉의 가격이 뛰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암탉의 가격은 원래 내재가치보다 훨씬 높은 값에 거래될 겁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암탉을 거래하는 자산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암탉 시장의 버블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암탉 시장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황금알을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황금알을 낳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 거품은 꺼지게 됩니다. 거품이 꺼지면 암탉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그 암탉의 내재가치 이상으로 그 암탉을 팔 수 없게 됩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그 암탉을 샀던 사람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겠죠.

◆ 반복되어 온 버블경제

세상에 이렇게 어리석은 거래가 어디 있을까 싶겠지만, 거품경제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고, 지금도 이 세상 어디에서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거품경제가 일어났었습니다. 당시 튤립의 다양한 변종이 만들어졌는데, 희귀한 종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답니다. 처음에는 소수의 전문가들만 희귀 튤립을 거래하였으나, 일반인들까지 튤립거래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희귀한 튤립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습니다. 튤립 값이 계속 뛰었기 때문에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이익을 보았겠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제 집도 팔아가며 튤립에 투자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어떤 튤립은 집 한 채 가격보다 비쌌으며, 한 달 동안 50배 이상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다 거품이 꺼지자, 하루 만에 튤립가격은 대폭락하여 최고치의 10% 미만까지 하락했고, 그러다가 결국 최고치의 수천 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답니다. 앞에서 예로 들은 황금알을 낳는 암탉과 같은 황당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런 식의 버블은 종목을 달리하며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철도 건설이 붐일 당시 철도버블이 발생했고,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 사이 미국의 바이오테크 버블,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의 IT(정보통신)버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버블이 있었습니다.

◆ 건전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버블

버블은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비이성적으로 투자했던 사람들이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버블은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합니다. 부동산 버블이 대표적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기업의 주가나 다른 자산에 비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은행에 예금을 하는 대신 부동산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가 되어야 할 돈이 모두 투기성 부동산 투자에 몰려서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위축되지요.

무엇보다 버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버블이 터진 후의 후유증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라고 할 수 있죠. 일본은 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면서, 6대 도시 상업지 가격이 1986~90년 사이에 3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그러다가 91년 이후 버블이 터지면서 최고가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지요. 이러한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내수 위축, 기업 도산, 금융기관 부실화, 실업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여 일본에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가져 왔습니다. 버블 붕괴의 가장 무서운 교훈이죠.

버블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버블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하고, 버블이 생기더라도 초기에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버블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습니다. 버블 여부의 판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로 들었던 암탉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한 기업의 미래 수익이나 부동산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여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겠죠. 좀 더 엄밀하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재가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거품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것도 어렵겠죠. 거품이 꺼질 때가 돼서야 사후적으로 거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대응하기에는 이미 늦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자산시장에 거품이 있다, 없다는 논쟁을 신문 기사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총부채 상환비율 주택담보 인정비율

최근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ebt-To-Income ratio·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LTV)을 강화했습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총소득에서 연간 부채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DTI가 50%라면, 연봉 6000만원인 회사원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매년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자기 총소득인 6000만원의 50%인 3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매년 상환하는 원리금이 제한을 받게 되니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도 자연스럽게 제한이 되지요. 물론 대출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이자율이 낮아질수록 연간 상환 액수도 적어지기 때문에 총 대출액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주택가격 대비 담보대출 비율을 의미합니다. LTV는 대출하는 사람의 연봉이나, 대출 이자율, 만기 등에 관계없이 은행에 돈을 빌릴 때 담보가 되는 자산의 일정 비율만을 대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회사원의 경우, LTV가 50%가 적용될 때 사려는 아파트의 시가가 6억원이라면 이 아파트를 담보로 할 경우 대출은 3억원까지 가능하다는 의미죠.

대개는 LTV보다는 DTI가 규제효과가 큽니다. LTV는 소득이 없어도 자산이 많으면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 데 비해 DTI는 자기의 소득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에 따른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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