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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오일머니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언론사
  • 저자박복영 연구위원
  • 게시일2009/09/11 00:00
  • 조회수5,005


◆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물이나 공기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석유입니다. 석유는 자동차를 운행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옷감, 전자제품 등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석유를 판 돈, 즉 오일머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지요.

오일머니, 한 해 1조달러

최근 유가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석유 1배럴 가격이 30~40달러였지만 지금은 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에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 때문에 유가가 크게 하락한 덕에 이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고, 당시에는 200달러까지 갈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지요.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경기불황 탓에 석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여 유가가 잠시 떨어졌지만 앞으로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면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상승하면 우리나라처럼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는 고유가로 큰 고통을 입지만 반대로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는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지요. 석유 수출국들이 석유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작년 한 해에만 무려 1조달러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2008년 한 해 동안 수출해 번 돈이 약 4200억달러니 석유수출국들은 석유 수출 하나로 우리나라가 수출한 액수의 두 배가 넘는 달러를 벌어들인 셈이지요. 특히 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석유수출국들이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계산하면 약 3조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처럼 석유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오일달러 혹은 오일머니라고 부릅니다. 오일달러라고 하는 이유는 석유수출 대금이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지요.

오일머니의 영향력

오일달러는 최근의 고유가 때문에 그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졌지요. 오일달러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우선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오일달러가 세계 각국에 고루 흘러들어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석유가 세계의 특정 일부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오일달러도 대부분 일부 산유국만으로 흘러갑니다. 즉 대부분의 오일달러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같은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 그리고 러시아와 남미의 베네수엘라 등 극히 소수의 국가로만 유입되고 있지요.

반면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석유수입을 위해 달러를 지출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석유수입국은 무역 적자에 시달릴 수 있고, 때로는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국에서 돈을 꾸어오는 바람에 심각한 외채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1970년대에도 유가가 급등한 오일쇼크가 있었는데 그 여파로 1980년대 초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석유수입국들이 심각한 외채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오일달러로 인해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국부펀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국부펀드란 민간금융기관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이런 국부펀드의 대부분은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산유국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유국이 보유한 국부펀드의 규모는 2조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산유국의 국부펀드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매우 비밀스럽게 운용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투자하는 곳은 물론이고 전체 규모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또 단순히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국익을 위해 매우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만이나, 통신, 에너지, 금융 부문 등과 같은 외국의 기간산업을 소유하기 위해 관련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러한 핵심 기간산업이 해외에 매각될 것을 우려해 국부펀드에 대해서는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오일달러는 환율체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유가가 올라가면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특히 세계의 화폐라고 할 수 있는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지요.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소비국이자 동시에 석유수입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평소에도 무역적자를 기록하는데 여기에 유가상승으로 석유수입액마저 늘어나게 된다면 달러를 더 찍어야 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는 또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오일달러의 이동은 달러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여 국제금융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1970년대의 오일쇼크 때 달러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녹색성장

오일달러는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질서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산유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주변국들을 자기 영향권 아래로 끌어들여 지역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세계적으로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란이 핵개발을 시도하며, 베네수엘라가 남미지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오일머니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가 상승은 단순히 물가상승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일머니의 이동을 통해 국제금융질서나 국제정치질서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지요. 석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이러한 고유가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통해 석유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기존의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저(低)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볼 수 있지요.



◆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글로벌 불균형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적 차원에서 발생한 무역불균형을 가리킵니다. 특히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한 현상을 지칭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무역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대규모의 달러가 국내에 풀리면 자국화폐의 평가절상(환율 하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달러화를 국내에 풀지 않고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하기를 원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외환보유액을 유동성이 높고 비교적 안전한 미국의 국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한 막대한 규모의 오일머니가 미국에서 산유국으로 흘러간 것도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불균형이 최근 세계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글로벌 불균형이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달러 자산의 가치 하락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하여 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글로벌 불균형을 완만히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이 단계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여나가는 것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중국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들 것이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논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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