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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 언론사
  • 저자강준구 전문연구원
  • 게시일2009/08/28 00:00
  • 조회수4,749

시장 개방이라고 하면 흔히 상품 시장의 개방을 떠올리지만, 사실 상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서비스 시장의 개방입니다. 그러나 서비스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서비스 시장의 문을 열어준다"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얼른 이해가 되질 않지요. 서비스 시장 개방도 상품시장 개방과 같이 서비스의 자유로운 무역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인을 없애는 겁니다. 오늘은 서비스 무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무역

상품 무역은 물리적으로 일정한 형태를 가진 제품이 어떤 국가에서 생산이 되어 다양한 운송수단을 이용해 이를 소비하는 다른 나라로 옮겨지는 것을 말합니다. 부산이나 인천 항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컨테이너 선박에 가득 차 있는 상품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서비스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컨테이너 선박을 이용해서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비스 수출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에서는 서비스 무역을 국경 간 공급, 해외 소비, 상업적 주재, 자연인의 이동 등 네 가지 형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렵지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WTO가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무역의 네 가지 형태를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업체가 자체 개발한 게임을 국내에 게임서버를 두고 인터넷을 통하여 중국의 소비자에게 공급해 중국 네티즌들에게 온라인 게임의 이용요금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지요. 이처럼 서비스가 한 국가의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로 공급되는 것을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 진료도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지요.

우리나라의 학생이 미국에 어학연수를 가서 미국업체의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면서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게임이라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주체인 개인이나 기업이 이를 공급하는 국가에 직접 가서 현지에서 서비스를 소비하는 형태를 서비스의 해외 소비라고 합니다. 일반 해외관광이나 해외 유학 또는 어학연수 등이 서비스 해외소비의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그런데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이 여의치 않거나, 기업의 경영 전략상 온라인 게임업체가 중국에 직접 진출해서 기업을 설립한 후 중국 현지에 게임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 국가의 기업이 다른 국가에 들어가 자회사나 지사 등을 설립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서비스의 상업적 주재(駐在)라고 합니다. 상업적 주재의 대표적인 예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국계 대형 할인점이나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가 중국 기업에 채용되어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월급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개인이 다른 국가로 가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을 자연인의 이동이라고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있는 패션모델, 컨설턴트는 자연인의 이동의 좋은 예가 됩니다.

서비스 무역의 제한과 시장 개방

이와 같은 서비스 무역의 제한은 보통 국경 간 공급과 상업적 주재, 그리고 자연인의 이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해외소비는 대개의 국가에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비스의 해외소비를 제한한다고 해도 이를 막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국가가 병원서비스의 해외소비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해외에 나가 있는 국민이 아파서 현지에서 병원에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죠. 반면 해외소비 외의 다른 세 가지 서비스 무역은 자국 내로 들어오는 서비스 또는 서비스 인력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 산업과 고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일정한 제한을 둡니다.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이러한 제한을 부분적으로 없애거나 아니면 완전 철폐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분적 개방의 예를 들어 보지요. 우리나라는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지 등 일간 또는 주 3회 이상 발행하는 신문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율을 3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신문사를 설립할 수는 있지만 투자지분이 30% 미만이기 때문에 신문사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요. 이와 같은 경우가 서비스의 부분개방입니다. 반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호텔이나 음식점을 설립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우리 국민이든 외국인이든 국내에서 마음대로 호텔이나 음식점을 설립할 수 있으며, 외국인은 우리 국민과 비교하여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서비스의 완전개방에 해당하지요.

서비스 시장 개방의 필요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시장 개방도 국가 전체의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키거나 국내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이루어집니다. 서비스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외국의 서비스 기업이 국내로 많이 들어오게 되면 소비자들은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후생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외국의 우수 서비스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게 되면 국내 서비스 기업은 이들과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시장 개방은 국내 서비스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공공성이 강조되는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개방을 하지 않고 정부가 서비스 공급을 규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 지상파방송, 우편업, 소방서 등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서비스시장의양허와 철회

양허라는 말을 들어 보셨지요. WTO 전체 회원국에 대해 자국의 시장 개방을 약속하는 것을 양허(commitment)라고 합니다. 개방과 마찬가지 뜻이긴 한데, 양허는 개방 결정을 돌이키지 않겠다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지요. 양허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는 개념으로 자발적 자유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발적 자유화는 말 그대로 스스로 결정해서 시장을 개방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국내 사정에 따라 개방한 것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발적 자유화를 양허와 비교하면 시장개방은 같다고 해도, 구속력 면에서 자발적 자유화가 양허보다는 약합니다.

양허된 서비스를 취소하는 것을 철회(withdrawal)라고 합니다. WTO의 GATS 제21조 양허표 수정조항에 따르면, 각국은 양허의 발효일로부터 3년이 경과된 후 언제라도 양허표를 수정하거나 철회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양허를 수정하거나 철회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양허를 수정하거나 철회할 경우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국가에 필요한 보상을 해주는 협상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WTO 회원국은 150개국이 넘기 때문에 보상은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주 예외적인 중대한 사안이 아닌 이상, 보상을 동반하는 양허의 수정 또는 철회를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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