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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노동시장 유연성 높이고 고용안정도 이루려면…

  • 언론사
  • 저자손기태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8/14 00:00
  • 조회수4,866

비정규직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話頭)가 되고 있습니다. 비(非)정규직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게 되었죠.

법률 용어로는 기간제 근로자로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행법에 따를 경우 2년 미만 일정 기간 일을 한 후에 직장을 떠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사이에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수도 있지만 그 비율은 그리 높지 않지요. 여러분 주변에 기간제 교사라는 이름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비정규직의 가까운 예가 되겠지요.

비정규직, 왜 논란거리인가요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도 안 되는 짧은 근로계약기간 때문에 직장을 자주 옮겨야 하는 부담과 함께, 계약기간이 끝나면 옮길 직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보다 대체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어려움은 가중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과 노동자 간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와의 갈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기업과 노동자 사이 갈등의 중심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柔軟性)과 고용 안정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은 노동시장이 유연해 필요에 따라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기를 원합니다. 경제가 호황일 때 기업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합니다. 하지만 경제가 불황으로 돌아서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때 노동자를 해고하기 어렵다면 기업은 애초부터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그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고용 불안(不安)을 의미합니다. 경제나 기업의 형편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 안정을 대립된 개념으로 본다면 기업과 노동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기업 입장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노동자가 고용 불안을 느껴 자기가 맡은 일에 열중하기 어렵다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수익구조 악화와 연결되니 고용 안정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도 고용 안정만 주장한다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어 투자와 함께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유연성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용시장의 정보 유통이 자유롭다면

이동 및 이주가 자유롭고 근로계약 체결 및 이행에 드는 비용이 미미하다면 이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는 정보(情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필요할 때 어디에서 노동자를 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고, 노동자도 해고되어도 어디에서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안다면 기업은 투자를 할 때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노동자도 고용 불안을 덜 느낄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갈등은 두 집단의 임금 격차가 차별(差別)의 결과인지, 차등(差等)의 결과인지에서 비롯됩니다. 같은 시간에 A라는 노동자가 B라는 노동자보다 동일한 질(質)의 물건을 더 많이 만들었다면, A가 B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이것을 차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양과 질의 상품을 동일한 시간에 생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다면 낮은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차별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을 받고 있다면 이들은 왜 그 직장을 떠나 차별이 없는 직장으로 이직하지 않을까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동 및 이주가 자유롭고 계약 체결 및 이행에 드는 비용이 미미하다는 전제하에 이 문제의 해결책 역시 정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 없는 일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결국 시장에서 차별은 사라지고 오직 차등만이 남을 것입니다.

고용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눈썰미 있는 분은 이미 깨달으셨겠지만, 앞의 두 갈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정부라는 단어를 빼고 말했습니다. 환경오염 방지, 사회간접자본 구축, 국방, 사유재산권 보호 등과 같이 특별한 경우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지만,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대체로 시장 왜곡을 가져오고 시장의 효율성을 낮춥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만든 법률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고용과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비정규직 노동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2년이 넘게 필요한 노동자도 2년 미만으로 고용기간을 정해 계약하고,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또 다른 노동자를 찾아 채용하는 수고를 하고 있지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기업도 또 다른 노동자를 찾느라 굳이 필요도 없는 곳에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앞의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빨리 수집하여 공개하는 일일 것입니다. 때론 정부가 직접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개하지 않고서도 방법을 찾을 수 있지요. 시장에서 누군가 이러한 일을 하고 이를 통하여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제도 혹은 회사가 생긴다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줄어들겠지요. 완벽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하나의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안정을 높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가 아닌 정보를 중심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능률급 이론(Efficiency Wage Theory)

본문에서는 고용시장에서 완벽한 정보가 유통된다면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좋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만, 학문적으로는 이와 반대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이론이 능률급 이론입니다.

능률급 이론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해고가 되어도 전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다른 회사에서 즉시 얻을 수 있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는가? 맞는 말입니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해고되면 다른 데서 일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할까요? 따라서 능률급 이론은 실업(失業)을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제재 수단으로 봅니다. 해고가 재취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실업으로 연결된다면, 노동자가 쉽게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어느 정도의 실업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굳이 실업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도 노동자의 노력을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것 역시 정보입니다. 기업이 채용하고자 하는 노동자의 과거 이력을 완벽히 알 수 있다면, 게으름을 피우다 해고된 노동자는 재취업이 어렵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노동자라면 열심히 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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