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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EU'가 하나의 국가 '유럽합중국'으로 변할까요?

  • 언론사
  • 저자강유덕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7/10 00:00
  • 조회수6,038

7월 14일은 프랑스혁명 기념일입니다. 매년 이를 기념하는 군(軍) 시가행진이 파리 중심부에서 펼쳐집니다.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서 콩코드 광장까지 이르는 이 행진은 프랑스인들에게는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1994년에는 유럽군(Eurocorps)의 일환으로 독일군이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연합군에게 패주한 지 50년 만에 다시 독일군이 파리에 입성한 셈이 되지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를 향해 진군하던 독일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파리지앵 할머니와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할머니를 따라 나온 손녀에게 이날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오늘날 유럽 제1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군사적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하는 유럽인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유럽통합의 주축으로서 가장 많은 분담금을 냈으며, 또한 그동안 유럽에서의 평화정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과거 독일과 여러 번의 전쟁을 치렀던 프랑스도 독일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유럽통합에 있어서 독일이 보여준 리더십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유럽에서의 평화 정착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유럽통합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유럽연합은 현재 27개국이 모인 정치경제공동체입니다. 집행위원회, 각료이사회, 유럽의회가 유럽차원의 입법, 행정 권한을 부여받고 있지요.

유럽연합의 기원은 1951년 파리조약을 통해 설립된 유럽 6개국 간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7년에는 로마조약을 통해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설립되었고, 이 3대의 공동체가 1967년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ies)란 이름으로 단일화되었지요. 이후 근 30년이 지난 1992년에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유럽연합이라는 이름이 확정되고 제도적 기틀도 완성되었습니다. 1995년에는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핀란드의 가입으로 15개국으로 늘어난 유럽연합은 공산권의 붕괴와 함께 개방화 물결을 타기 시작한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절차에 돌입합니다. 1980년대 말까지 동유럽과 서유럽이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2004년 들어 몰타와 키프로스를 포함한 동유럽 10개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2007년에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가입해 오늘날의 27개국 유럽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27개국 가운데 16개국은 단일화폐인 유로(Euro)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 수는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유럽합중국은 가능할까요?

그러면 유럽연합이 미국과 같은 하나의 국가, 즉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으로 통합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 많은 학자와 정책입안자들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유럽연합의 중요한 운영원리 중 하나인 보조성의 원칙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보조성의 원칙이란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별 회원국 차원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에 정책을 추진한다는 원칙입니다.

보조성의 원칙에 따라 유럽연합 차원의 권한과 개별회원국 간의 권한이 분리되어 있지요. 특히 회원국의 주권과 관계되는 민감한 분야는 유럽연합이 아닌 개별 회원국의 권한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조세 분야를 들 수 있겠죠. 기본적으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조세주권이 인정되고, 유럽연합은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 각국의 조세 정책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유럽연합은 회원국 간의 단순한 연합 이상의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연방정부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우리와 유럽연합이 타결을 앞두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투자관련 부분은 협상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습니다. 투자 부분은 유럽연합이 아닌 개별 회원국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이지요.

유럽통합의 걸림돌

유럽의 국가들은 그리스·로마 시대, 기독교와 중세 시대,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인 유로바로미터에 따르면 서유럽 15개국에서 87%의 유럽시민이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개별 회원국의 시민으로서 더 강한 정체성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즉 유럽인이기에 앞서서 독일인·프랑스인·영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헌법초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으며, 이를 개정한 리스본조약 역시 2008년 아일랜드에서도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유럽 전체의 정체성보다 개별 회원국의 정체성이 앞서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완전한 통합은 불가능하더라도 유럽연합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과거 불신과 분쟁으로 얼룩졌던 국가들이 상호 존중에 입각한 대화를 통해 만들어온 평화공동체라는 점이 가장 돋보이지요. 역내시장의 형성을 통해 서로의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된 오늘날 유럽국가들 간 무력충돌이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동북아시아의 경제통합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현시점에서 우리는 물론 일본·중국 등 우리의 이웃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죠.

쉽게 배우는 경제 tip

EU의 공식언어

현재 EU 회원국은 27개국입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가 가입신청을 한 상태이고, 터키 역시 오랫동안 EU에 가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가입국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EU의 공식 언어는 몇 개일까요? EU의 공식 웹사이트(http://europa.eu )의 초기화면을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쉽게 알 수 있지요. 현재 23개의 언어가 EU의 공식 언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07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EU에 가입함으로써 루마니아어와 불가리아어가 공식 언어가 되었고, 보편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아일랜드도 지속적인 요구 끝에 고유어인 아일랜드어를 EU의 공식 언어로 채택시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다양성에 대한 EU의 공식입장은 이를 문화적 다양성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공용어의 사용은 업무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지요. 업무를 위한 통·번역비용만도 연간 10억유로(1조7000억원)에 이릅니다.

실제 업무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진행언어(procedural language)로 사용되고 있으며 23개의 공식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EU의 관보를 비롯한 대외홍보 업무 등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투표로 구성되는 유럽의회에서는 회원국의 모든 공식 언어가 사용됩니다. 개별 회원국을 존중하고 각국 시민의 원활한 참여를 위해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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