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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남북경협 좌표 다시 세울 시점이다

  • 언론사
  • 저자조명철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 게시일2009/07/08 00:00
  • 조회수5,168
지난해 남북교역액은 18억2000만 달러로 남북교역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100배 가까이 증가하는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3차 개성실무회담이 별다른 소득 없이 그친 데서 드러나듯, 외형적 성장과 달리 경협 주체인 남북한 간 거리감은 상당히 깊어졌다. 특히 개성공단 운영 규정에 관한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부 대북(對北) 경협·지원 단체들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지난 4월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남북 고위급 회담 재개,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 숙소 건설 조기 착수 등을 촉구하는 대(對)정부 호소문을 작성,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등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이번 사안의 본질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남북관계 경색과 이에 따른 교역 차질은 장거리 2차 핵실험, 현대아산 근로자 장기 억류 등 북한의 긴장 조성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것이 남북 당국 간 신뢰를 깨뜨려 지난 10년간 구축해 온 개성공단의 존립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간과한 채 정부의 양보와 추가 지원만 촉구하는 것은 남북경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북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용하거나, 이면에서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소재로 악용할 우려가 큰 것이다.

이런 면에서 1980년대 초반 동 ·서독 경협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서독은 70년 3월 브란트 서독 총리와 슈토프 동독 총리 간의 정상회담 후 서독 기업들이 동독에 임가공 위탁기지를 설립하면서 첫 교역의 단추를 채웠다. 그러나 수십 년의 분단체제로 양측 간 경제마인드가 서로 달랐다. 게다가 동독 측이 서독 주재 미군의 핵 철수를 빌미로 수차례 경협 규모를 축소하면서, 동독에 진출했던 서독 기업들의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이에 슈미트 서독 총리는 각 부처에 산재한 대동독 교역·지원업무를 상공신탁공사로 일원화해 투자전략 수립 및 기타 지원업무를 총괄토록 하고, 인도적 지원은 민간에 일임했다. 이러한 조치는 동·서독 간 교역 채널을 간소화하고 민·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함으로써, 정치적 갈등이 경협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 남북경협은 규모 자체만 놓고 볼 때 비중이 작은 편이다. 그러나 북한 리스크 완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부정적 영향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북한 측으로선 남북경협을 통해 황색바람이라는 자본주의 관행이 전파되는 것은 위협요소로 느껴지겠지만, 당장 시급한 식량난·외화난 해소의 돌파구로선 내심 유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그간 남북경협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지 못해 퍼주기 논란 등이 제기됐던 점을 감안, 남북교역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협 창구 재정비 및 민간업체와의 성의 있는 소통이 일차적 과제다. 대북 경협·지원 단체들은 보다 다각적인 시각으로 남북경협 경색의 원인을 살펴본 뒤 남북 양측에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지금 이 사안을 놓고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소모적 논쟁은 이제 그만두고 남북경협의 좌표를 새로 수립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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