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BIS 비율'을 보면 은행 재무건전성이 보인다

  • 언론사
  • 저자오용협 국제거시금융실장
  • 게시일2009/05/29 00:00
  • 조회수25,224

신문 지면이나 TV 뉴스 등에서 종종 BIS 비율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지요. BIS란 국제결제은행(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의 약자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30년 독일의 전쟁배상금 지급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주요 당사국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습니다. 스위스 바젤이라는 작은 도시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각국의 중앙은행 간 협력체로서, 국제금융계의 금융정책에 대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경제와 통화연구를 하는 국제기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BIS 비율은 은행 건전성 지표

BIS 비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행의 건전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 건전하다는 말은 은행에 자금을 예치한 예금주를 보호하는 데 어떠한 어려움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돈을 넣어둔 예금주가 예금을 찾으려고 할 때 은행이 이를 제때에 지불하지 못한다면 은행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이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BIS 비율이란 무엇일까요. BIS 비율이란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이 설정한 지표인데요. 정확히 표현하면 은행의 자기자본을 대출이나 지급보증과 같은 은행의 위험자산(혹은 부실채권)으로 나눈 백분율을 말합니다. BIS의 자기자본비율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은행이 빌려준 돈도 떼일 위험이 있는 돈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돈이 있겠죠. 그래서 BIS 비율을 계산할 때 단순히 은행이 빌려준 돈이 아닌, 위험가중자산으로 계산합니다. 위험가중자산이란 말 그대로 은행이 빌려주었거나 투자한 돈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다시 계산한 것입니다. 위험가중치가 높을수록 부실이 될 위험도 높아지지요.

다음의 예로 BIS 비율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A라는 은행의 자기자본이 15억원이고, K라는 기업에 빌려 준 대출금(위험가중자산)이 150억원이라고 합시다. 이 경우 A은행의 BIS 비율은 10%(15억원/150억원×100)가 됩니다. 결국 BIS 비율이란 은행의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은행이 보유한 자금으로 외부에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데 제한을 두기 위해 만들어진 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IS 비율은 1988년에 최초로 도입되었습니다. 도입 당시 목적은 은행의 대출금에 대한 관리였지요. 그러나 은행의 사업범위가 주식 및 채권 투자 등으로 넓어졌지요. 이로 인해 위험이 커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은행의 대외투자를 포함한 자산에 대한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되었습니다. 이를 신(新) BIS 비율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국제결제은행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금이 최소한 8%는 되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분자 부분인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분모 부분인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겠지요.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어려울 때 위험자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위험이 높은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보통 BIS 비율이 10% 이상이면 우량 은행으로 평가됩니다.

BIS 비율 적용방식 변화 움직임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건전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독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적용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열리고 있는 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의 건전성이 경기(景氣)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경기가 좋을 때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위험도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BIS 비율이 높아지는 반면, 경기가 불황일 때에는 부실대출 규모가 늘어나 BIS 비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재무구조가 건전한 은행을 판별하는 BIS 비율 기준을 현재 8%에서 호황일 때는 더욱 높이고, 반대로 불황기에는 낮춰 경기변동에 따라 적절히 조정해 나가자는 구상이지요.

위의 A은행의 예를 다시 볼까요. 경기둔화로 K기업의 신용등급이 BB에서 B등급으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BB일 때 100%이던 위험가중치가 B일 때 150%로 커진다면, 위험가중자산도 자연 늘어나게 되어 A은행의 BIS 비율은 덩달아 떨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K기업의 경영이 건실해지면서 신용등급이 A등급으로 상승해 위험가중치가 50%로 적용되면 A은행의 위험가중자산도 떨어져 BIS 비율은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A은행은 가만히 있어도 K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라는 분모가 변하게 되고 결국 BIS 비율도 달라질 수 있는 셈이죠. 특히 불황기의 BIS 비율은 떨어지게 되는데, 은행이 떨어진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줄이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하게 되면 그로 인해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여 다시 경기하락을 부채질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될 우려도 있지요. 그렇다고 BIS 비율을 너무 쉽게 바꾸는 것도 은행의 건전성을 위해 바람직하지는 않겠지요.

우리나라 은행 BIS 비율은 높은 수준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BIS 비율을 정해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감독원이 설정한 건전성 기준 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설정한 8% 이상보다 높은 10% 이상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18개 은행의 BIS 비율은 미국(12.1%)·영국(12.5%)·일본(10.7%)보다 높거나 비슷한 12.1%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은행의 건전성이 높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러나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지 않아 은행의 부실자산이 늘어날 경우에는 낮아지겠지요.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미국 정부가 최근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정보통신(IT) 분야 전문용어입니다.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단시간에 대량의 데이터를 부여한 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조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에는 적은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별문제가 없지만, 갑자기 대량의 자료를 다뤄야 할 때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요. 이처럼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여 제품의 불량을 찾아내는 것이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이런 용어가 최근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금융 부문의 스트레스 테스트란 어떤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발생 여부와 대응 역량 정도를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극단적인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내성(耐性)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도 미국에서 실시했던 것과 유사하게 은행 대출 금액의 4%가 갑자기 부실화했을 경우 과연 은행들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금융감독원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파생상품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금융기관과 그들이 파는 금융상품은 안전성과 견고성에서 점차 소비자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첨부파일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