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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각국은 국부펀드가 자국(自國)에 투자하는 걸 왜 꺼릴까요?

  • 언론사
  • 저자현혜정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5/15 00:00
  • 조회수5,237

지난해 가을, 독일에서는 EU(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국가가 독일기업 지분 25% 이상을 인수할 때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신흥 투자국 국부(國富)펀드의 유입을 통제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EU 회원국과 비(非)회원국을 차별하는 조치라고 독일을 비난하고 있지만, 독일은 좀처럼 물러나지 않을 기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부펀드가 뭐기에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일이 막아 내려고 하는 것일까요?

국부펀드는 무엇인가요

국부펀드는 외환보유고와 같은 정부자산을 가지고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정부소유의 투자기관을 뜻합니다. 국부펀드는 장기국채(國債), 회사채, 주식, 상품, 부동산, 파생상품 등을 다양하게 소유하지요.

국부펀드는 펀드의 원천에 따라 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와 비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품에 기초한 국부펀드의 대표적인 예가 1961년에 조성된 쿠웨이트 국부펀드(Kuwait Investment Authority)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펀드(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입니다. 이 펀드들은 원유수출로 축적된 오일머니와 무역수지 흑자로부터 조달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동국가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든 국부펀드들입니다.

비상품 국부펀드는 주로 비산유국들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서 만든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테마섹펀드와 싱가포르 정부투자공사(The 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에 의한 펀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을 세계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 2005년에 200억달러 규모의 한국투자공사(Korea Investment Corporation·KIC)라는 이름의 국부펀드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 세계 국부펀드의 자산규모는 2조~3조달러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국제 자본시장에서 인수합병(M&A) 붐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국부펀드가 2012년까지 10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답니다. 국부펀드의 해외투자액은 2003년에 27억달러에 불과했는데, 해외 인수합병(M&A) 금액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2007년에는 2003년의 24배가 넘는 667억달러에 이르렀지요.

국부펀드의 투자를 왜 막나요

그렇다면 왜 각 나라들은 다른 나라 국부펀드가 자국(自國)에 투자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국부펀드가 정부소유의 돈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주주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업운영의 실태나 실적 등 기업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국부펀드는 투자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기업정보를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답니다. 즉 국부펀드의 투자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국부펀드는 투자초기에는 주로 미국의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나라의 자원이나 에너지·항만·통신 등 기간산업으로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부펀드의 투자 배경에는 이윤추구를 위한 경제적 동기뿐 아니라 모종의 정치적 목적도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독일·프랑스·캐나다·러시아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인 두바이월드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국제공항 지분 20%를 인수하려 했지만 뉴질랜드 정부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부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국부펀드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국부펀드가 투자대상국들이 우려하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것일까요? 국부펀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는 불과 4~5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이릅니다. 아직까지 국부펀드가 투자대상국 안보에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활동을 했거나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

일단 국부펀드가 거대한 자산규모에 비해 아직 국제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투자액 비중이 작아 정치적, 혹은 경제적으로 그 활동에 따른 파급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또한 국부펀드의 주요 자금 원천이 외환보유액이기 때문에 사(私)기업들이 흔히 겪는 대출금 상환에 따른 자금압박도 받지 않습니다.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돈을 급히 회수하는 바람에 투자대상국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여지가 적다는 것이죠.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각국의 국부펀드들은 25%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부펀드의 투자활동도 크게 위축되어 2008년에는 전년 대비 40% 수준으로 투자금액이 감소했답니다. 우리나라의 KIC 역시 작년에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주가하락으로 큰 손실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국부펀드는 5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년의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부펀드가 올해에도 적극적으로 해외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경제위기가 극복될 것이라는 믿음하에 먼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금융위기 상황이 호전되어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전개되면 국부펀드는 4년간 24배의 속도로 성장했던 과거의 기록을 회복하여 어느새 세계 주요산업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를 대비해 전략적인 해외 인수합병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헤지·사모·국부펀드?

펀드란 수익을 내기 위해 다수의 투자자(개인이나 기관, 단체 등)들이 조성한 투자자금을 말합니다. 펀드에는 여러분 부모님이 증권사 등을 통해 가입하는 펀드 말고도 여러 종류가 있지요.

헤지펀드(Hedge Fund)는 비(非)공개로 모집된 소수의 고액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고(高)위험 파생금융상품에 단기 투자를 하는 펀드입니다.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로 구성된 뮤추얼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정부의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투자성향 또한 주로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편이지요. 물론 나름대로 철저히 위험관리를 하지만 때로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에 불안을 증대시키기도 합니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도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헤지펀드가 일반적으로 기업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단기간 매매차익을 얻는 것을 주요 투자목적으로 하는 반면, 사모펀드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이를 되팔아 이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많은 이익을 남긴 론스타나, SK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모펀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부펀드는 정부의 자산을 운영하는 정부 소유의 투자기관이라는 점에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와 다릅니다. 국부펀드는 초기엔 주로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했지만 점차 다른 나라의 전략산업으로 그 투자대상을 넓혀 나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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