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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미(美), 달러 막 찍는데 '기축통화' 지위 괜찮을까요?

  • 언론사
  • 저자박복영 연구위원
  • 게시일2009/05/08 00:00
  • 조회수5,175

지갑에서 1000원짜리를 꺼내 보세요. 한국은행 총재의 직인이 새겨져 있지요.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에는 재무장관(Secretary of the Treasury)의 서명이 들어가 있답니다. 이처럼 현재는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한, 즉 화폐발행권을 중앙은행과 같은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화폐발행권을 왕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특권을 가진 왕실은 금화나 은화 같은 금속 화폐를 발행하면서 주조차익(鑄造差益·seigniorage)을 얻을 수 있었지요.

주조차익이란 화폐의 액면가치와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 사이의 차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1파운드짜리 금화(金貨)를 만드는 데 0.9파운드의 금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왕실은 1파운드 금화 1개당 0.1파운드의 주조차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로 넘어오면서 화폐발행권을 정부나 중앙은행이 갖게 되었고, 과거와 같은 주조차익이라는 개념은 그 의미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기축통화의 힘

하지만 국제적인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어떨까요? 요즘 국제무역이나 금융거래에는 대부분 미국 달러가 사용되고 있지요. 달러처럼 국가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기축(基軸)통화라고 합니다.

이 경우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도 주조차익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는 필요한 상품을 외국에서 수입하기 위해 달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상품을 해외로 수출해야만 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발행할 수 없는 나라가 수출보다 수입이 계속해서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게 되겠지요.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어들다 보면 경우에 따라 1997년과 같이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사정이 다르지요. 미국은 굳이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지 않고서도 필요하다면 달러를 찍어낼 수 있으니까요. 지난 30여년 동안 미국은 줄곧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았던 거죠. 작년에는 적자 규모가 7000억달러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외환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은 필요하면 달러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1달러어치의 종이와 잉크를 사용해 10달러짜리 지폐를 찍어내면 9달러의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것을 미국이 달러 발권력(發券力)에 기초해 주조차익을 보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이유

그럼 달러는 어떻게 해서 국제통화가 되었을까요? 달러의 지위는 미국의 경제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파운드화(貨)가 지금의 달러와 비슷한 지위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경제가 큰 피해를 입은 반면, 미국은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경제가 급성장했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세계 각국은 미국 달러가 세계의 중심통화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합의를 하게 됩니다.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맺어진 합의에 따르면 달러 이외 화폐의 가치는 달러를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각 나라는 과거처럼 자기 화폐를 금으로 바꾸어줄 의무를 지지 않으며, 미국만이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줄 의무를 지게 했습니다. 이를 금 태환(兌換) 의무라고 하지요. 이 합의 이후 달러는 기축통화로 공인됐습니다. 이를 흔히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합니다.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가 요구할 경우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의 양에 비례해 달러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달러를 함부로 발행할 수 없었고, 위에서 살펴본 주조차익을 얻는 데도 크게 제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고 베트남 전쟁을 치르기 위해 달러를 많이 발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1971년에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주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 후 달러의 가치가 폭락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달러는 세계경제에서 화폐의 우두머리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왜 달러가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미국이 아직도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며 교역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도 달러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미국의 발달된 금융시장 역시 달러의 지위를 뒷받침합니다. 미국의 금융시장 규모가 크고 금융상품도 다양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라도 달러를 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흔들리는 달러의 위상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달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전체의 20% 남짓에 불과하지만 세계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중은 70%에 이릅니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비중이 점차 축소될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요.

기사에서 보는 대로 중국은 최근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안화도 달러를 대체하는 통화로 발전할 수 있지요. 물론 달러의 쇠퇴를 예상하는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달러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발생과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비중 축소로 달러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고정환율과 변동환율

한 나라에서는 하나의 화폐가 주로 사용되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다양한 화폐가 존재합니다. 두 나라 사이에 무역이나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두 나라 화폐 사이의 교환비율 즉 환율(換率)이 정해져야 합니다. 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둘 이상의 화폐 간에 환율이 결정되거나 국제거래에 필요한 국제통화의 공급방식이 정해지는 메커니즘을 국제통화체제라고 합니다. 국제통화체제는 환율의 결정방식에 따라 크게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로 구분됩니다. 고정환율제에서는 두 통화 사이의 환율이 항상 일정한 수준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변동환율제에서는 환율이 두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시로 변동합니다.

국제통화체제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거쳤습니다. 2차대전 이전에는 고정환율제의 한 형태인 금(金)본위제가 유지되었습니다. 2차 대전 후 세계 각국은 달러를 중심으로 각 화폐의 환율을 고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런 국제통화체제를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불렀는데 이것 역시 고정환율제의 한 형태입니다. 달러화와 다른 통화의 교환 비율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진 않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달러의 실제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브레턴우즈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1973년부터 각국 환율은 변동하게 되었습니다. 변동환율제는 1976년 자메이카의 킹스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잠정위원회에서 국제적으로 공식화됐습니다. 이 때문에 변동환율제를 바탕으로 한 국제통화체제를 킹스턴 체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환율이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는 변동환율제가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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