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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쌀 관세화 필요성 제대로 알려야

  • 언론사
  • 저자서진교 무역투자정책실장
  • 게시일2009/04/20 00:00
  • 조회수4,101
정부가 쌀의 조기 관세화 논의를 개시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 쌀의 조기 관세화는 농업통상 분야에서 정부가 가장 시급히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연되는 바람에 우리나라만이 관세화유예로 매년 막대한 양의 쌀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30만 t 이상을 수입해야 한다. 2014년이 되면 41만 t까지 늘어난다. 41만 t이면 5t 트럭으로 8만 대 분량이다. 트럭 1대의 길이를 5m로 잡으면 400km에 이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고속도로에 쌀을 담은 트럭을 늘어세울 때의 물량을 해마다 수입하니 부담이 얼마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조기 관세화를 하면 수입량을 현 수준에서 멈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화를 절약할 수 있고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중립종 쌀의 국제가격이 t당 1000달러 수준이니 수입을 10만 t 줄이면 1억 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1300억 원의 돈을 쌀 수입 대신 쌀 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수입쌀의 저장 및 관리비용도 추가적으로 아낄 수 있으니 이득은 더 커진다.

조기 관세화를 하면 관세를 물고 쌀을 수입한다고 우려하지만 사실 가능성이 낮다. 국제 쌀 가격이 t당 1000달러를 웃도니 쌀 관세를 약 400%로 보더라도 관세를 물고 들어오는 수입쌀의 가격은 80kg들이 가마당 52만 원이다. 국내 쌀값이 가마당 20만 원 수준이니 국산보다 2.5배 비싼 쌀을 누가 사 먹겠는가. 국제 쌀값이 국제기관 전망치인 t당 7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수입쌀 가격이 국산 쌀값과 같아지기 위해서는 환율이 달러당 700원 정도 돼야 한다. 2, 3년 내 환율이 700원대로 급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쌀을 조기 관세화해도 추가적으로 외국쌀을 수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쌀 조기 관세화의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는 정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쌀의 조기 관세화가 왜 필요한지, 농가에 왜 유리한지를 이해 관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쌀을 전문적으로 짓는 쌀 전업농조차 2015년이 되면 쌀을 관세화해야 하는지 모른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쌀 조기 관세화를 하면 미국이나 중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을 들여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쇠고기 사태로 불거진 촛불시위에서 보았듯이 잘못된 정보전달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몰고 오며, 특히 초기에 잘못되고 왜곡된 인식은 시간이 지나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로 인한 소모적 갈등은 국가적으로 수조 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쌀은 농업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해 농업인의 관심이 남다르다. 정부는 쌀의 조기 관세화를 추진하되 당위성과 유리함을 쉽게 설명하고 농업인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지속적이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국회와 정치가, 전문가도 한배를 타야 한다. 정치적 입지에 따라 농업인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 농업인도 하루빨리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진정 우리 쌀 산업과 쌀 농가에 이익이 되는지를 숙고하여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 쌀 산업의 미래와 푸른 농어촌의 유지는 우리가 지금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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