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보호무역 확산이 세계경제 회복에 왜 나쁠까요?

  • 언론사
  • 저자김정곤 전문연구원
  • 게시일2009/04/17 00:00
  • 조회수4,600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1980년대 초만 해도 바나나는 쉽게 사먹기 힘든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어쩌다 부모님이 바나나를 한두개 사 오시면 서로 먹겠다고 동생들과 승강이를 벌이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지금은 흔한 바나나가 그 시절엔 왜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나나의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 시절에는 바나나와 같은 열대과일은 국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웠습니다. 열대지방에서 수입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는 바나나를 구경하기 어려웠지요. 공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바나나 수입을 제한했답니다.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희귀 과일 취급을 받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바나나가 싸진 이유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바나나는 흔하고 값싼 과일 목록 제1호에 올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바나나가 이렇게 싸진 이유는 수입제한을 풀어 자유화하고, 관세(關稅)도 내렸기 때문입니다. 원하면 누구나 바나나를 수입할 수 있고, 관세도 그리 높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전보다 싼 가격으로 바나나의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물론 국내에서 과일을 생산하는 과수농가는 피해를 봅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피해보다 국민 전체가 누리는 혜택이 더 증가하지요. 경제학에서는 이걸 사회적 후생(welfare)이 커졌다고 표현합니다. 수입제한을 풀고 무역을 자유화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랍니다. 최근까지 세계경제의 방향은 바로 이 자유무역의 확대였지요.

보호주의적인 경기부양책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있는 조치가 섞여 들어가고 있지요.

예를 들어 미국은 경기부양책의 일부로 추진되는 공공사업에 미국산(産) 철강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Buy American 조항을 상원에서 통과시킨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도 자국산 비행기를 구매한 항공사에 대해서 혜택을 주기로 했고, 중국은 조선업에 대해 융자를 확대했습니다. 러시아와 인도도 일부 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했지요. 또한 많은 국가들이 다른 나라가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덤핑수출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무역보복조치를 취하려고 합니다.


보호주의와 죄수의 딜레마

보호무역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국가들은 왜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쓸까요? 유치(幼稚)산업 보호나 국내 정치적인 사정도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경제이론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흔히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고 불리는 이론이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조커와 펭귄이 절도죄로 체포되었습니다. 검사는 조사를 하다가 이들이 이전에 해결되지 않은 살인사건도 저질렀다는 심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범인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없었지요. 검사는 둘을 격리된 독방에 가두고 각각 심문해서 자백을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검사는 둘에게 제안을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살인죄를 자백하고 다른 사람이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살인죄를 자백한 사람은 풀어주고, 묵비권을 행사한 사람에게는 살인죄를 적용하여 10년형을 구형하기로 했습니다. 둘이 함께 살인죄를 자백하면, 한명만 자백한 경우에 비해 큰 혜택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해 두 사람 모두에게 3년형을 구형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둘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범행을 입증할 수 없으므로, 절도죄에 해당하는 1년형만 구형하기로 했습니다. 조커와 펭귄은 어떤 결정을 할까요?

조커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볼 겁니다. 펭귄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먼저 펭귄이 살인죄를 자백할 가능성이 있지요. 이때 조커도 같이 자백을 하면 3년형을 살아야 하고, 자백을 하지 않으면 살인죄로 10년형을 살아야 합니다. 다음에는 펭귄이 자백을 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하겠지요. 만약 이때 조커가 자백을 하면 그는 석방되고, 자백을 하지 않으면 1년형을 살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조커의 입장에서 볼 때 펭귄이 어떤 결정을 하든 항상 자백이라는 의사결정을 해야 최선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펭귄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결국 조커와 펭귄은 상대방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입장에서 최선인 자백을 하게 되고, 결국 둘 다 3년형을 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둘이 서로를 믿는다면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겁니다. 조커와 펭귄은 1년형을 살게 되는 그들 나름으로는 최선의 결정을 했을 것입니다.

보호무역정책의 확산의 논리도 이와 비슷합니다. 각 나라들은 서로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최선인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국이 자유무역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이익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있지요. 따라서 최선인 자유무역정책 대신에 차선책인 보호무역정책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어느 한 국가에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사용하면 다른 나라도 이를 사용하게 되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국제 협력체제가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4월 초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G20 회의에서 현재의 보호무역 수준을 더 이상 높이지 말자는 동결(stand still) 선언을 한 것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적 공조체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KIEP·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460-1156 KIEP 무역투자정책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덤핑(dumping)이란?

일반적인 상거래에서 덤핑은 물건을 원가(原價) 이하의 싼 가격으로 파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국제무역에서 덤핑은 자국(自國)에서 파는 가격보다 싸게 수출하는 무역행위를 의미하지요.

국제무역에서 덤핑을 판단하는 것은 무척 복잡합니다. 먼저 수출가격과 자국에서 파는 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계산해야 하는데, 자국에서 팔리는 가격이 지역마다 상점마다 다를 경우 어떤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결정하기 힘들지요. 또 가격이 매일 변하니 어느 기간의 평균 가격으로 비교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따라서 덤핑 여부를 계산하는 데 국가간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요.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면, 덤핑이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지요. 물건을 싸게 수출하면 그것을 사서 쓰는 나라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것이니까요.

상대국의 덤핑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판단한 국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WTO에서 수출국이 덤핑을 했고 그 결과 수입국에 피해를 준 것으로 판정하면, 수입국은 반(反)덤핑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보복조치의 하나지요.

많은 나라가 덤핑을 이유로 상대국을 WTO에 제소하고, 반덤핑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덤핑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고 경제적 의미도 분명치 않으므로, 많은 경우 반덤핑조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첨부파일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