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한·EU FTA 막판 걸림돌 된 '관세환급'이란?

  • 언론사
  • 저자김한성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4/10 00:00
  • 조회수5,057
외국에 여행을 갔다가 물건을 산 뒤, 그 나라 공항 등에서 여권과 영수증을 보여 주고 세금을 돌려받은 경험이 있지 않으세요? 물건값에 포함돼 지불했던 소비세(消費稅)를 되돌려 받는 것이죠. 이것을 소비세 환급(還給)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산 물건을 자기 나라로 가져가 사용하기 때문에 출국할 때 공항에서 세금을 되돌려 받습니다.

왜 처음 물건을 살 때부터 세금을 물리지 않고 출국할 때 세금을 돌려주는 걸까요? 해외 여행객들만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면세점(免稅店)과는 달리 시내의 백화점이나 일반 상점에서는 내국인·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 환급이 뭔가요

위 기사에 나온 관세 환급도 이와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해외에서 필요한 물건을 수입하면 해당 수입품에 대해 관세(關稅)를 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원재료나 중간재를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다시 해외로 수출할 때는 원재료나 중간재 수입 때 냈던 수입관세를 정부가 수입업자에게 돌려줍니다. 바로 이 제도가 관세 환급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우리나라 휴대전화 회사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만들 때 퀄컴이라는 미국 회사의 칩을 장착해야 합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퀄컴 칩을 수입해야 하고, 이에 따라 퀄컴 칩에 대해 수입 관세를 내게 됩니다. 그런데 만일 이 칩을 장착한 휴대전화를 외국으로 수출할 경우, 정부는 퀄컴 칩 수입에 매겼던 관세를 해당 기업에 다시 돌려주지요. 이것이 관세 환급입니다. 만약 이 휴대전화를 해외로 수출하지 않고 국내시장에서 판매한다면 퀄컴 칩에 대한 수입관세는 돌려받지 못합니다.

관세환급이 왜 FTA의 걸림돌이죠?

이러한 관세환급 제도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EU FTA에서 관세환급 금지를 주장하는 EU 국가들도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역내가공구제조치(Inward Processing Relief)라고 하여 우리나라의 관세환급과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여러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는 관세환급제도가 왜 FTA 협상에서 문제가 되는 걸까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FTA 협상에서 관세환급을 인정해 줄 경우 자국(自國)의 수출품이 오히려 역(逆)수입될 수도 있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FTA 체결국이 지리적으로 서로 인접해 있을 경우 이럴 가능성이 크지요.

예를 들어 봅시다.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서 휴대전화에 대한 관세를 서로 철폐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미국의 한 휴대전화 업체가 휴대전화를 만들어 미국 시장과 멕시코 시장에 공급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휴대전화를 만들 때 반도체는 필수 부품이지요.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수입하고 반도체 수입에 미국이 5%의 관세를 매긴다고 합시다.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관세환급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휴대전화와 멕시코 시장에 공급하는 휴대전화의 생산 비용에 차이가 없을 겁니다. 따라서 동일한 가격에 양쪽 시장에 공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관세환급이 인정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미국이 멕시코로 수출하는 휴대전화에 대해서 관세환급을 해 줄 경우, 미국 업체는 멕시코로 수출되는 휴대전화 가격을 수입반도체에 대한 관세환급분만큼 싸게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과 멕시코처럼 FTA 체결국이 인접한 경우, 멕시코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미국으로 되파는 데 드는 물류비용은 높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휴대전화를 사다가 미국 시장에 되팔아서 이윤을 얻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죠. 결국 관세 환급으로 인해 자국 상품이 수출국에서 역수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요.

제3국의 무임승차 가능성

다른 하나는 관세환급을 인정할 경우, FTA를 체결하는 당사국은 물론 이들 국가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가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한·EU FTA의 경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앞에서 말한 역수입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한·EU FTA 체결로 인해 한국이 중간재를 수입하는 국가가 득을 볼 수는 있지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 수입된 중간재가 한국에서 가공되어 EU로 무관세로 수출될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EU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의 중간재가 한·EU FTA 체결로 한국에 이전보다 많이 수출되고, 결국 FTA를 통한 경제적 이득이 체결 당사국인 한국과 EU가 아닌 제3국에게 돌아가게 되지요. 따라서 이러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EU는 제3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간재를 이용하여 EU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환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이젠 상품을 만드는 데도 한 국가에서 모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원료와 중간재를 만들고 이를 최종적으로 조립하는 국가 간 분업(分業)이 체계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환급은 중요한 통상 의제가 될 수 있지요.

특히 한·EU FTA에서 관세환급은 제3국의 무임승차를 우려하는 EU의 입장과, 관세환급 금지는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한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협상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타협점 도출을 위해 우리나라와 EU 양측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협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유럽연합(EU)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유럽의 정치·경제 통합을 실현하기 위하여 1993년 11월 1일 발효된 마스트리히트조약(유럽통합조약)에 따라 유럽 12개국이 참가하며 출범한 연합기구입니다.

원래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 회원국인 벨기에·프랑스·서독·이탈리아·룩셈부르크·네덜란드 6개 국가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덴마크·아일랜드·영국·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이 가입해 12개 회원국으로 늘어났고, 1995년에 스웨덴·오스트리아·핀란드가, 2004년에는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키프로스·몰타 등 10개국이 새롭게 가입했지요. 지난 2007년에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새로 가입함으로써 총 27개 회원국의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유럽연합의 역사는 1950년 프랑스와 독일의 유럽석탄철강공동체구상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의 군사적 재무장을 억제하려 한 프랑스와, 전쟁으로 상실된 경제적 영향력을 높이려고 하는 독일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유럽 공동의 시장을 만들어 낸 거죠. 유럽 각국은 이후 유럽단일통화인 유로를 만들어 냈습니다. 유럽연합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규모 14조7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지역경제 연합체입니다.
첨부파일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