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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테마진단] G20 출발은 좋다

  • 언론사
  • 저자윤덕룡 선임연구위원
  • 게시일2009/04/06 00:00
  • 조회수4,290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주 말 분위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 사사건건 주요 국가 간 혹은 그룹 간 입장 차이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려와는 달리 4월 2일 런던에서 개최된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었다. 정상들은 자국의 이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입장도 헤아리는 성숙함을 보였다. 2%의 추가적인 재정지출 합의보다는 모든 국가가 재정정책 확대에 공조하기로 했다.

미국은 신앙처럼 고수하던 기존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포기했다. 위기 재발을 두려워하는 다른 나라의 요구를 수용하여 자본시장 규제 강화에 동의했다. 정상들은 경쟁적 평가절하를 지양하고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통화 관련 잠재적 갈등을 예방하게 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에서 신흥국들의 권한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합의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합의도 이루어졌다. 우선 국제금융질서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안정포럼(FSF)을 대체하여 금융안정위원회(FSB)를 설치하기로 했다. IMF의 재원 확충 7500억달러, 새로운 특별인출권(SDR) 창출 2500억달러에도 동의했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 경상수지 흑자국들은 IMF 재원 확충 2500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G20 참여국들은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관련된 이슈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영미권과 유럽권, 고도성장국과 저성장국가 등 다양한 형태로 이해집단을 새로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선언에 포함된 합의안들을 보면 이번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인 회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회의의 성공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배경이 되었다.

첫째, 미국의 일방주의 포기다. 미국은 지금도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최고 강대국이다. 그러한 미국이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타국 입장을 듣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성격뿐만 아니라 일방주의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바닥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심해지는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위기 극복에 우선권을 두게 한 덕분이다.

셋째,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어온 세계화가 이제는 모든 경제를 긴밀하게 엮어 놓았다. 아무리 개별 국가가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주변국의 정책과 경제환경에 따라 그 효과가 제한되거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국제공조가 경제회복의 절대적 조건이 된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정상들로 하여금 갈등을 억제하고 협력을 선택하도록 만든 배경이 되었다.

넷째, 세계 경제적 변화를 주도하는 실질적 대표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G7과는 달리 G20 모임은 세계경제의 80% 이상을 대표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방향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공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향후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 질서를 규율하는 새로운 모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에 도출된 공약사항은 위임받은 기구들이 구체적인 세부사항들을 결정하여 11월에 예정된 재무장관회의에서 그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합의된 사안들이 실제 시행에 들어가게 되고 그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합의된 내용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암묵적 압력이다. G20 정상회의의 개최 전까지 각국들이 합의한 사항을 실행하거나 무언가 국제사회에 제시할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상들은 올해 내 한 번 더 정상회의를 열고 시행 결과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경제위기 극복을 앞당기고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의 창출과 운영에 G20 정상회의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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