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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세계 각국은 FTA를 왜 앞다투어 체결할까요?

  • 언론사
  • 저자서진교 무역투자정책실장
  • 게시일2009/04/03 00:00
  • 조회수4,746
FTA, 세계무역 절반 이상 담당

2009년 4월 1일은 우리나라와 칠레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5주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칠레와 FTA 협상을 타결한 뒤 2004년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습니다. 이어 유럽자유무역지대(EFTA :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그리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도 잇따라 FTA를 체결했지요. 2007년 4월에는 미국과의 FTA 협상도 타결했습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FTA를 전혀 맺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캄보디아뿐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FTA 흐름에 뒤처져 있었지요. 그러던 것이 이른바 동시다발적 FTA정책을 추진한 끝에 지금은 인도와 FTA 타결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을 통해 불과 5년 만에 세계 44개 국가와 FTA 체결을 앞두게 됐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FTA 체결의 급속한 확대는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1990년대 중반 이후 FTA 체결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1990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발효되고 있었던 FTA가 50여개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무려 227개의 FTA가 체결·발효됐지요. 이제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이 FTA를 체결한 국가들 사이의 무역이 됐습니다.

무역창출효과 vs 무역전환효과

세계 각국은 왜 앞다투어 FTA를 체결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FTA를 체결한 국가끼리는 서로 상대방의 상품을 수입할 때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무역이 증진됩니다. 이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이득을 보게 됩니다. 이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FTA를 통해 체결국 간에 무역이 늘어나는 효과를 무역창출효과(trade creation effect)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칠레 간의 FTA가 발효돼 만 5년이 지난 지금 양국 간의 무역은 19억달러에서 72억달러로 거의 4배로 늘어났습니다. FTA 체결이 무역창출효과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는 해가 될 수도 있는 무역전환효과(trade diversion effect)도 일어나게 됩니다. 무역전환효과란 FTA를 체결하기 이전에는 특정 상품을 A라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다가, 이제는 FTA를 체결한 B라는 국가로부터 수입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A국가 입장에서는 수출 대상 국가를 잃게 되는 거죠.

이렇게 FTA 체결로 수입선이 바뀌는 이유는 관세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입에 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일본 차나 독일 차를 우리나라에 들여올 때 똑같이 차 가격의 8%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요. 이제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과의 FTA를 체결해 독일산 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관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면 생각해 봅시다. 8%의 세금만큼 독일산 차의 가격은 싸지고 일본산 차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비싸지겠지요. 자연히 독일산 차의 수입이 늘어나고 일본산 차의 수입은 줄어들게 될 겁니다. 이렇게 FTA 체결에 따라 협정을 맺지 않은 일본산 차의 수입물량이 협정을 체결한 독일산 차의 수입물량으로 대체되는 것이 무역전환효과입니다.

이렇게 무역전환효과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이 FTA를 체결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지요. 일본과 멕시코가 FTA를 체결한 이후 우리나라가 멕시코로 수출하는 자동차 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합니다. 무역전환효과로 우리나라가 불이익을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한·칠레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이득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한·칠레 FTA 발효 이전에 칠레의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일본보다 낮았습니다(한국 18.8%, 일본 23.5%). 그러나 FTA 발효 4년째인 2007년에는 우리나라 차의 점유율이 일본 차의 점유율을 추월하면서 시장 1위로 부상했고, 2008년에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한국 29.2%, 일본 25.1%). 그러자 일본이 부리나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해 2007년 9월 FTA를 발효시켰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떨어진 일본 차의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높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칠레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FTA 체결에 따른 시장선점 효과도 중요한 겁니다.

FTA가 가져오는 무역전환효과는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상대적인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FTA를 통하여 세계 무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서 세계무역기구(WTO)도 FTA를 허용하고 있지요.

국내산업 희비 갈리기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경제활동을 통해 생산해 낸 국내총생산(GDP)이 9287억달러(잠정)였는데, 대외교역(수출과 수입의 합계)은 8573억달러였지요. GDP 대비 대외교역의 비중이 92%나 되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주요 경쟁국들이 FTA를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통상환경 속에서 우리나라가 기존의 수출시장을 지키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FTA를 확대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위주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띤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에 우리나라가 EU와의 FTA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조기회복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한편 경쟁력이 약한 국내 산업은 FTA 체결로 생산이 축소되고 일자리도 줄어들게 됩니다. FTA 체결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과 구조조정과 같은 보완대책도 필요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비교우위란?

비교우위(比較優位)는 1815년 로버트 토런이 처음으로 도입해, 1817년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정립한 개념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간의 교역을 예로 들어 비교우위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와 옷감 모두를 잉글랜드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옷감 생산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듭니다. 두 나라 간의 생산비용의 절대치만 생각하면 잉글랜드는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가 없겠죠. 하지만 포르투갈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포도주를 수출하고 잉글랜드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옷감을 수출하는 방법으로 두 나라가 서로 무역을 통한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리카르도는 이와 같이 나라마다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을 특화(特化)해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에서 한 나라의 특정 상품이 비록 상대국의 상품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지는 않아도 생산에 따른 비용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우위를 지니는 경우에 비교우위를 가진다고 표현합니다.

최근 일부 경제학자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무역에서 비교우위론은 선진국의 발달된 산업의 이익만을 가져오게 된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고전경제학자들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 주장이 사실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진국의 이익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도 자신들의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보호무역제도를 유지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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