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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기업은 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까요?

  • 언론사
  • 저자이장규 중국팀장
  • 게시일2009/03/13 00:00
  • 조회수5,129
청바지·티셔츠와 세계화

청바지와 티셔츠는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옷입니다. 경제기사야 놀자 독자 여러분은 이런 옷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멋진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훌륭한 디자인이 있어야 하겠죠. 그리고 옷감이 있어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 적당한 색상과 무늬를 넣는 경우도 있지요. 그다음에 원단을 잘라 바느질을 하고 단추와 장식을 달면 우리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해 볼까요. 옷을 만드는 과정에 어떤 시설들이 필요한지 봅시다.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디자인 연구소, 옷감을 짜는 방직공장, 이 옷감에 색상과 무늬를 넣는 염색공장이 있습니다. 또 옷에 들어가는 단추와 장식을 만드는 공장도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옷감을 자르고 바느질하는 공장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시설들은 한 지역이나 한 나라 안에 모두 모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러 지역이나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지역이나 나라에서 만들어진 재료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옷으로 태어나는 거죠.


중국으로 공장 옮긴 까닭은?

실제 사례를 봅시다. 여성의류를 만드는 한국업체 C사가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옷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옷 디자인은 주로 일본 디자이너들에게 맡깁니다. 본사가 있는 한국이나, 공장이 있는 중국에도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굳이 일본 디자이너들을 쓰는 이유는 뭘까요? 옷을 파는 시장이 일본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에 있는 디자이너들은 아무래도 일본 현지의 유행이나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만들어진 최신 디자인은 이메일을 통해 중국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집니다. 시차가 거의 없는 거죠. 이 디자인에 따라 옷감을 사용해 옷을 만들게 됩니다. 이때 옷감을 중간재, 옷을 최종제품이라고 각각 부릅니다. 그렇다면 중간재인 옷감은 어느 나라 제품을 쓰는지 봅시다. 옷감은 한국 제품이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적당해 인기가 높습니다. C회사도 주로 한국에서 옷감을 사서 중국으로 가져갑니다. 필요하다면 색상이나 무늬를 넣는 공정도 한국에서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한국산 옷감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산 옷감이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훨씬 좋거나 일본 소비자의 특별한 취향에 맞는다면 고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옷감을 잘라서 바느질을 하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흔히 봉제(縫製) 작업이라고 하지요. 손이나 재봉틀로 바느질해서 옷을 만드는 공정입니다.

봉제 작업의 성격을 보면 봉제 공장을 어느 나라에 지으면 좋을지 알 수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한 덕에 옷감을 자르고 바느질하는 일도 대부분 자동화, 기계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 과정에서 기계에 의존하는 비율보다 사람의 수(手)작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제품을 노동집약적인 제품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숙련된 근로자들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죠.

C회사가 중국에 봉제 공장을 두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이웃해 있는 중국은 13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인구 대국입니다. 그만큼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임금 수준도 우리나라의 5분의 1이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숙련된 근로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C회사도 처음부터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중에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생산비용도 높아지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결국 숙련된 근로자를 낮은 임금에 구할 수 있는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게 된 거죠.

다국적 생산의 이익

이제 정리를 해 봅시다. C회사는 여성용 외출복을 만드는 데 디자인은 일본에서 하고 옷감은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쓰고 봉제는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하고 있습니다. 옷 한벌을 만드는 생산 공정이 한·중·일 3개 국가에 흩어져 있는 겁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걸까요? 특정한 생산 공정을 진행하는 데에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거나 효율이 높거나 하기 때문입니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 되겠죠. 이런 현상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의 과정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산 활동이 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걸쳐서 진행되고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크(network)를 형성하며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학자들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특히 중국의 풍부한 양질(良質)·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주변 국가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해 벌이는 생산활동을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한국의 C회사도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에 속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 같은 생산 네트워크는 여기에 속해 있는 나라들의 경제상황에 따라 그 형태에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 중국의 방직 업체들은 첨단 기계를 수입, 좋은 옷감을 싼값에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예로 든 한국의 C회사는 이제는 한국산 옷감을 사지 않고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옷감을 사서 옷을 만드는 것이 유리할 수가 있겠죠. 그만큼 한국산 옷감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에 불고 있는 거센 변화의 바람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들이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이뤄지고 다시 하나로 연결돼 최종 상품이 나오는 과정으로 구성된 생산망(網)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라고 부릅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통합, 조정하는 핵심 역할은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이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국적 기업은 단순히 해외에 지점이나 자회사를 두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국적을 취득한 제조공장이나 판매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지 실정과 모회사(母會社)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며, 공통의 자본과 기술을 공급하는 국제적인 조직망을 가진 기업조직이 다국적 기업인 것이죠. 이 같은 다국적 기업은 자신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 자회사, 협력회사, 하청회사, 부품 공급업체 등에 대해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드, GM, IBM, 모토로라, 코카콜라 등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이런 기업들이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에 해당합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국적 기업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경쟁사가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R&D(연구·개발)활동, 숙련노동, 단순조립 등 특화된 업무의 지역 거점들이 생겨나는 사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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