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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경제기사야 놀~자] 한국산 부품으로 미국서 자동차 조립했다면 원산지는?

  • 언론사
  • 저자김한성 부연구위원
  • 게시일2009/02/06 00:00
  • 조회수4,791
FTA와 원산지 문제

일본의 자동차회사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고 멕시코에서 생산된 엔진과 태국에서 생산된 기어박스를 각각 수입해 승용차를 제작한 뒤 한국으로 수출한다면 이 자동차의 원산지는 어느 나라로 보아야 할까요?

원산지는 어떤 상품이 생산, 제조 또는 가공된 국가나 지역을 뜻합니다. 용어는 어렵지 않지요. 하지만 위에서 예로 든 자동차의 경우처럼 실제로 어떤 상품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경우 그 상품의 원산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원산지 문제의 핵심은 특정 상품의 원산지를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지에 있습니다. 전체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이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경우에만 그 국가를 원산지로 삼을 수도 있고, 세번(稅番·관세를 매기는 품목 단위) 변경이 일어난 국가를 원산지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를 기준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관세혜택 무임승차 막아야

원산지 결정 기준은 양자(兩者) 간 협정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는 두 나라 사이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왜 그럴까요? FTA는 체결 당사국인 두 나라의 상품에만 다른 나라 상품보다 낮은 관세를 부과해서 서로 이익을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FTA 체결 당사국이 아닌 제3국의 상품이 체결 당사국의 상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보죠. 한·칠레 FTA를 통해 한국이 칠레산 가구에 대해 관세를 매기지 않을 경우, 칠레 주변 국가(예컨대 아르헨티나)의 가구 생산업자가 자신이 만든 가구를 반제품 상태로 칠레에 수출하고 다시 칠레에서 완제품으로 조립·가공한 뒤에 한국에 칠레산 가구로 수출하는 방법으로 한·칠레 FTA에 따른 무(無)관세 혜택을 받으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편법이 허용된다면 어느 나라이든 FTA 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이 맺어 놓은 FTA의 혜택에 무임승차만 하려고 하겠죠.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FTA 체결국은 협정문에 원산지 결정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상품의 국적을 판정하고 확인하는 법령이나 규칙을 원산지규정(rules of origin)이라고 부릅니다.

원산지규정이 무역장벽되기도

원산지 결정 기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FTA 협정에서 그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할 경우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특정 국가와 FTA를 체결하면서 철강제품에 대한 원산지를 자국 내에서 생산된 원재료나 중간재만을 이용할 경우로 정했다고 해봅시다. 철강 생산을 위한 원재료인 철광석 등을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이 같은 원산지규정을 충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FTA를 통해 상대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하더라도, 한국산 제품은 사실상 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겠죠. 그래서 원산지규정을 숨겨진 비(非)관세 장벽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FTA마다 원산지규정이 달라지면 각국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되기 때문에 FTA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같은 상품인데도 상대 국가와 체결한 FTA의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른 원산지 결정 기준이 적용될 경우, 생산자는 어느 국가로 수출하느냐에 따라 원재료 조달이나 생산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죠. FTA 체결 건수가 많아질수록 이런 부담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겠죠. 마치 스파게티 그릇 속에 스파게티 가락이 많아질수록 서로 뒤엉켜 먹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상황을 스파게티 보울 효과(spaghetti bowl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FTA의 원산지규정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향후 추진하게 될 FTA협상에서 원산지 규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연구와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배우는 경제 tip] 원산지규정 (rules of origin)

FTA를 체결하는 당사국은 상대방 국가에서 수출된 상품 중에 그 나라가 원산지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무(無)관세 또는 저(低)관세 혜택을 주게 됩니다. 당연히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을 미리 정해둬야겠죠. 이렇게 국가 간에 교역되는 상품의 국적을 판정하고 확인하는 법령이나 규칙을 원산지규정이라고 부릅니다.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과연 상품의 실질적인 변형이 어느 국가에서 일어났는가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변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만으로 원산지를 결정한다면 국가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분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FTA 체결 당사국은 실질적인 변형의 구체적인 의미와 기준을 확실하게 합의하고 개별 품목마다 원산지 결정 기준을 규정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원산지 결정 기준에는 ▲세번 변경 기준(원재료가 최종상품으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관세부과품목의 단위가 변경된 경우 최종상품 생산국을 원산지로 삼음) ▲부가가치 기준(최종상품의 가치 중에 일정 비율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된 국가를 원산지로 삼음) ▲특정공정 기준(주요 공정이 수행된 국가를 원산지로 삼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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