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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시론] 한·미 FTA, 힐러리 발언의 진의(眞意)

  • 언론사
  • 저자서진교 무역투자정책 실장
  • 게시일2009/01/20 00:00
  • 조회수4,562
재협상은 한국 동의 전제한 것

不可입장 밝히고 美 설득해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언급한 것을 놓고 한국 내에선 해석이 제각각이다. 일부에선 힐러리 내정자가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만큼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힐러리 내정자의 한·미 FTA 관련 발언은 민주당 존 케리 상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케리 상원 의원은 한·미 FTA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한·미 동맹관계나 또는 미국에 대한 한국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질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내정자는 이에 대해 한국이 미국의 매우 중요한 우방이자 동맹국임을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솔직하고 공정한 대화를 통해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한국에 설명하고, 양국의 동맹 및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한·미 양국이 모두 만족하는 방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힐러리 내정자는 구체적으로 현행 한·미 FTA가 미국산 승용차와 트럭, 쇠고기의 시장 접근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서비스 및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한·미 FTA가 미국에 유용하다고 밝혔다. 승용차와 트럭, 쇠고기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의 오바마 당선자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힐러리 개인으로만 본다면 과거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시절의 일방적인 한·미 FTA 반대 주장보다 톤이 많이 낮아졌다. 서비스 및 일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한·미 FTA가 미국에 유리하다는 것은 처음 나온 표현이다.

그 렇다면 힐러리 내정자의 답변은 미국도 한·미 FTA가 미국에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일부 불만족스러운 내용에 대해 그들의 이익을 다시 한번 챙겨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힐러리 내정자는 답변의 마지막에서 "한국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기꺼이 재협상을 할 의도가 있다면"이라는 단서 아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결국 힐러리 답변의 핵심은 미국이 자동차와 쇠고기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미 양국의 우호 및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원한다면 관련 문제를 재협의해 서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청한 적이 없다. 현 단계는 미국이 최종 입장을 정하기 위해 한국의 반응과 입장, 세계의 눈치를 엿보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한국이 재협상 불가(不可) 의지를 미국에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한·미 양국의 우호·동맹관계를 해치고, 미국에 더 큰 해가 될 것임을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국회의 한·미 FTA 조기 비준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더해 한·EU FTA 협상을 조기에 타결, 발효시키는 것도 중요하며 중국과의 FTA 논의를 촉발시켜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외교안보적 이익을 위해 한국이 매우 중요함을 재인식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미국의 향후 재협상 요구에 대해서도 내부적인 대비가 있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재협상은 한·미 FTA의 내용을 건드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미 연례 통상회담도 있고, 업계간 자율 협의를 통해서도 상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국익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본심을 감추는 미국의 정치인이나 관료, 기업 및 언론의 행태가 부러운 것은 비단 나 같은 통상 전문가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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