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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소식

세계일보 제출원고

  • 언론사
  • 저자지만수 중국팀장
  • 게시일2009/01/09 00:00
  • 조회수4,517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폭탄이 터지고 해가 바뀌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자욱한 연기 속이다. 1월 초 미국경제학회(AEA)에서도 이번 위기가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다.

그렇지만 역사가 가르쳐준 것은 모든 위기에는 그 끝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시계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어차피 위기는 지나간다. 눈앞에 자욱했던 연기와 먼지가 잦아들고 나면 폭탄이 누구를 때렸는지, 그 연기와 먼지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위기 뒤에 무엇이 남느냐는 위기극복만큼이나 중요하다. 멀리 볼 것도 없다. 10년 전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의 경험만 돌아보아도 그렇다. 당시 한국은 힘든 고통과 구조조정을 감내했다. 덕분에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받았다. 그 과정에서 정보기술(IT) 산업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도 발굴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고용이 불안해졌다. 자영업자 계층도 크게 늘어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구조화됐다. 신용카드 위기 같은 2차 위기를 배태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위기는 안이 아니라 밖에서 온 위기이다. 10년 전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의 내부를 크게 변화시켰다. 반면 이번 금융위기가 극복되는 과정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더 크게 변화할 것이다. 위기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다시 그 변화된 국제적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또 그 속에서 경쟁해야 한다.

그 변화의 대체적인 방향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위기의 진원이 된 미국 등 선진국은 자산 가격과 소비의 거품을 빼고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인 경제로 거듭날 것이다. 대신 지난 10년의 호황을 이끌었던 왕성한 소비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은 점차 신흥경제로 옮아갈 것이다. 우리의 수출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가 산업과 연구개발의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이 트렌드 자체가 우리가 직면할 새로운 경쟁의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최근 앞다투어 쏟아지는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에서 이 점이 분명하게 감지된다.

가령 유럽연합(EU)은 에너지 및 기후변화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일본도 저공해 차량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고 에너지 절약 투자를 지원한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 역시 경기부양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녹색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선진 각국의 관련 기술 수준과 경쟁력은 위기 기간 비약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셋째, 많은 사람의 우려와는 달리, 노골적인 보호무역이 부활하기는 어렵다. 공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 저탄소, 오염 저감, 지식재산권 보호, 노동조건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공정무역에 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실상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미국발 위기에도 달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달러 체제도 더 강화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해 달러 유동성의 위기를 경험한 많은 나라가 경쟁적으로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섣불리 달러체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각종 통화스와프협정을 포함해 외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구체화할 것이다.

지금은 모두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당장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만 위기가 끝나고 자욱한 연기가 걷히고 난 뒤,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그 영향이 훨씬 더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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