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극빈층 14억명

전 세계에 극빈(極貧)층 인구가 약 14억명이라고 합니다(세계은행, 2005년 기준). 극빈이란 하루에 1달러25센트(현재 환율에 따르면 약 1600원) 이하로 생활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세계 인구가 약 68억명이니까, 지구촌 사람 5명 중 1명꼴로 극빈층 생활을 하는 셈이죠.

빈곤은 기아(饑餓·굶주림), 영양실조, 질병확산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수없이 많은 경제·사회·정치적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와 빈곤의 상관 관계는 어떨까요? 에이즈 감염환자의 95%는 개도국에 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나라들에 에이즈 환자가 집중돼 있는 셈이죠. 에이즈는 이제 예방이 가능한 질병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6800명의 새로운 에이즈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생시설이나 공중보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나라들에 그런 경우가 많겠죠.

한편 빈곤의 가장 큰 희생자로 어린이들이 손꼽히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0만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살 집이 없어 거리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른들에게도 힘겨운 중노동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린 손에 총을 잡고 전쟁터로 나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가난구제에 국제사회가 나서야

그렇다면 빈곤퇴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뭘까요? 그것은 개도국 빈곤 퇴치를 위한 범국가적인 재원(財源)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물론 개도국의 자구적인 노력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 개도국 단독으로 빈곤퇴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개도국 빈곤퇴치를 위한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새 천 년을 맞은 2000년에는 전 세계가 빈곤퇴치에 한뜻을 모아 밀레니엄 개발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구체적인 국제적 개발전략을 채택하였습니다.

UN(국제연합)은 전 세계를 상대로 밀레니엄 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확보 노력을 촉구하며 목표 도달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개발재원회의의 목적도 빈곤퇴치입니다. 이번 회의는 특히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개도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1조원의 원조를 통해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한국이 이룩한 경제·사회적 위상은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은 그에 걸맞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대외 원조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세계로 좀 더 시야를 넓혀 전 인류가 직면한 빈곤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참할 때 정부도 예산을 주저 없이 대외 지원에 배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선진국-개도국 가교 역할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특수합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과 공유할 수 있는 전후(戰後) 빈곤극복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지원 방식과 개도국의 요구 사항을 적절히 조정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가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노력에 장애물로 작용할 조짐이 보입니다. 하지만 빈곤은 단순히 도덕적·인도적 차원을 넘어서 전 세계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류의 공동과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쉽게배우는 경제 tip] 밀레니엄 개발목표란?

밀레니엄 개발목표(MDG·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는 2000년 개최된 UN 정상회의가 채택한 밀레니엄 선언에 포함된 내용으로 개도국 빈곤 퇴치 및 개발을 위해 2015년까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엄 개발목표는 8개 주요목표와 18개 세부목표로 구성돼 있습니다. 8개 주요목표는 ①극빈과 기아퇴치 ②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③양성평등과 여성능력 고양 ④아동사망률 감소 ⑤모성보건 증진 ⑥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질병 퇴치 ⑦지속가능한 환경확보 ⑧개발을 위한 전 지구적 파트너십 구축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