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연구원소식

[시론] 보호무역 … WTO가 방패다

  • 언론사
  • 저자정 철 WTO 팀장
  • 게시일2008/12/10 00:00
  • 조회수4,779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염되면서 세계 경제가 급격히 내려앉고 있다. 미국과 일본·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가 최근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며, 중국 등 신흥 시장의 성장세도 뚝 떨어질 조짐이 뚜렷하다.

최근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11월 수출입 증가율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냈다. 이는 세계 실물경제의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며 예상보다 경제위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내년에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또 세계 각국은 이미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으며,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내년 경제가 힘들 것이란 방증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면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렵게 된다. 우리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5.7%로 내수(34.3%)보다 두 배나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7일 새벽(한국시간) 반가운 소식 하나가 국내로 날아들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과 공산품 분야 세부원칙 수정안이 관련국에 전격 배포된 것이다. DDA 협상은 무역자유화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고자 2001년에 시작된 다자 간 무역협상이다. 지난 7년 동안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 차이로 겉돌고 있다가 이번에 한 걸음 전진한 것이다.

이제 이번 수정안을 계기로 DDA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만일 연내에 농업과 공산품 분야의 세부원칙이 도출된다면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활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은 대한민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지난달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의 ‘1년 간 무역장벽 동결’ 다짐에도 불구하고 벌써 자국 산업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속속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각국이 1930년대 대공황의 교훈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이 경쟁적 무역장벽을 촉발시켜 세계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처했었다.

현재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원칙적으로 자유무역에 찬성하고 있지만, 미 의회는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DDA의 조기 타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흐른다면 유럽연합 등 다른 선진국도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WTO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줄곧 “보호무역주의는 지구촌 전체를 빈곤에 몰아넣을 전쟁의 전주곡”이라며 “세계 각국은 그 유혹을 떨쳐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DDA 협상의 조기 타결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지난 8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2009년이면 세계 무역에서 실제로 감소가 나타날 것이며, 이는 82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망했다. 절대 무역량이 줄어드는 엄혹한 상황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느 때보다 DDA 협상 타결이 절실하다. 세계 경제의 침체가 심화되고 보호무역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자유무역을 유지하는 것이 절박한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이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면 양자 간 협상으로 풀기는 어렵다. 강대국의 힘의 논리가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WTO를 지렛대 삼아 보호무역의 파고와 통상 마찰을 피해나갈 수밖에 없다. 새롭게 배포된 DDA 의장 초안이 우리에게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목록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콘텐츠 만족도 조사

0/100